「 넘치는 스크린타임을 힐링 시간으로, 디지털 마음 챙김
」 종일 집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 일하기까지 한다면, 힐링은 언제 어디서 하냐고? 재택근무 활성화 3년 차에 들어서면서 ‘테라피’와 ‘마음 챙김’이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쇼핑이나 원예처럼 우리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활동도 ‘리테일 테라피’, ‘치유 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힐링에 절실하단 뜻이다. 이제는 몸의 근육을 단련하러 체육관에 가는 대신,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마음 챙김 앱’이 사람들의 스마트폰 배경 화면을 알알이 채우고 있다. 2019년부터 성장세를 기록해온 명상 및 마음 챙김 시장은 코로나19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2027년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42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불교 승려가 만든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는 30억 달러(약 3조7천억원), 후발 주자인 미국의 ‘캄’은 20억 달러(약 2조4천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 됐다. 국내 첫 명상 앱인 ‘마보’는 코로나19가 기승부리기 시작하던 2020년 3~4월 이용자가 2배 이상 늘었고, ‘코끼리’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4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밖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기분 상태를 귀여운 그래픽과 함께 저장해두는 ‘모모리’ 같은 마음일기 서비스도 다수 출시됐으며,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로스트’ 같은 앱이 생기는가 하면, 진로나 연애 등 가벼운 일상의 고민에 대해 익명의 상담자와 1:1로 이야기할 수 있는 ‘윌슨’이라는 앱도 있다. 마음 챙김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마음 치료’ 논리로 환원하며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가 철통 방역으로 국민의 육체적 건강을 챙기는 사이 미처 돌보지 못한 마음의 구멍을 디지털 앱이 채워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밤에 자려고 누우면 생각날걸? 온라인에 없는 체험형 매장
」 제아무리 온라인 공간이 정교해진다 한들, 우리는 오프라인을 포기하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때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가 그 증거다.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 등의 거대 기업이 디지털상에서도 사람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려 궁리하는 동안, ‘진짜’ 세계에서는 오히려 발품 팔아야만 느낄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 꾸준히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시국의 한가운데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 서울’은 하루 평균 20만 명이 방문하며 개장 첫 달에만 1천억, 1년 만에 8천억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대흥행을 기록했다. 절반 가까운 유휴 공간을 조경 및 설치미술 등에 투자한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공간 한가운데 거대 수목원을 조성하고, 3층에서 1층까지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워터폴 가든을 설치한 한편, 1층 공간은 마치 거품이 떠다니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는 스튜디오 스와인의 설치미술에 과감히 자리를 내주며 빼곡한 숍 사이에서 방문객의 숨통을 틔워준 것. 이 밖에 명품 온라인 커머스인 ‘머스트잇’도 지난 2021년 12월 압구정동에 쇼룸을 열었으며, 무신사는 2021년 5월 홍대에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전시와 쇼룸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마케팅의 핵심은 쇼룸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 오프라인 공간은 직접적인 매출보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마케팅’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최근 1~2년간 체험형 팝업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꾀한 사례다. 지난 2월 청담에 샤퀴트리 숍 콘셉트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하며 부산의 해리단길 맛집 ‘버거샵’을 숍인숍으로 오픈했고, 건물 3층에는 디지털 아트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아예 브랜드에 공간 단기 임대를 해주는 ‘체험형 팝업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신사동에 자리한 ‘옐로우 바스켓’은 층별로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등 테마를 나눠 팝업 매장을 운영 중이며, 성수동을 거점으로 총 6개의 매장을 보유한 ‘프로젝트 렌트’는 최소 2주에서 최대 3개월간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임대해주는 곳으로, 코로나19로 실질적 매장 오픈의 큰 변수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 창업자들 사이에서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았다. 체험형 공간이 꼭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곰표’ 굿즈로 인기를 끈 대한제분은 지난해 11월 해발 300m 소래산 정상에 ‘곰표 플로깅 하우스’를 열었다. 그리고 산 입구에서 시민들에게 곰표 포대자루를 나눠준 뒤 정상에 오를 때까지 쓰레기를 가득 담아 오면 정상에서 곰표 과자, 티셔츠, 가방, 맥주, 컵 등의 굿즈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 퇴사 전에 장사 한번 해볼까? 디지털 보부상의 성장
」 ‘팔이피플’의 전성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강화되던 지난해 7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조1천9백9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9% 증가했다. 전 국민의 ‘집콕’으로 온라인 커머스가 파이를 키워가는 가운데, 라이브 커머스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재택근무 중 부업으로 온라인 셀러를 자처하는 경우도 생겼다. ‘D-커머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중소상공인의 62.2%는 2가지 이상의 플랫폼을 이용하며, 이 중 70% 이상은 평균 3.5개의 플랫폼을 활용한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세분화되면서 플랫폼에 기반한 고도의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가 열렸으며 소상공인, 개인 셀러들이 이들 니치 마켓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스스로 브이로그를 운영하며 타인의 브이로그도 소비하는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판매’가 이뤄진다. 이에 발맞춰 개인 셀러를 위한 플랫폼도 다각화되는 추세다. 상품 판매량과 판매 추이, 정산 내역, 경쟁 상품 정보 등의 데이터를 정리해 제공하는 ‘셀러 공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고유의 지적 재산권을 기반으로 제작한 상품을 유튜브 채널에 게시할 수 있는 이커머스 연계 기능인 ‘유튜브 상품 기능’ 그리고 유튜브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된 ‘마플샵’ 등이 인기다.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진 중고 거래가 개인 셀러들이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외에 프루츠, 컬트 등의 소규모 하이엔드 중고 거래 앱에서 각자의 취향으로 중고 의류를 바잉해 파는 개인 셀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 팜 투 테이블 말고 랩 투 테이블! 실험실에서 수확한 식품들
」 코로나19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비거니즘과 대체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축산업계의 탄소 배출이 약 17%를 차지한다.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해 단일 작물 생산이 늘면서 토양은 미네랄 불균형으로 망가지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세계 사막화 지도에 따르면 지구 육지 면적의 75%는 이미 퇴화했으며, 2050년까지 90% 이상이 퇴화한다고 예고된 상태다. 무분별한 경작과 산림 벌채,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때문이다. 토양은 죽었어도 인간이 죽으란 법은 없다. 과학자들은 토양 대신 실험실의 샬레와 비커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환경과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식량을 길러내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산업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를 떼어낸 뒤 줄기세포를 추출해 근육세포로 키우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 대학 연구진은 근육과 지방, 혈관 조직을 실제처럼 고루 배양해 풍부한 마블링이 핵심인 ‘꽃등심 스테이크’를 내놓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얼마 전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닭고기가 상용화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시판 승인을 이뤄낸 배양육 제품으로 싱가포르 레스토랑 ‘1880’에서 만든 ‘치킨라이스’, ‘치킨카레’, ‘치킨시저샐러드’ 등이 배달업체 ‘푸드판다’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 고기 외에 다른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2019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리밀크’는 단세포 미생물에 우유 단백질에서 얻은 유전자를 주입해 우유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얻은 우유는 실제 우유와 비교해 맛과 질감, 향 면에서 동일하지만 콜레스테롤이나 유당이 없고, 젖소를 사육할 때 사용하는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아 시판 우유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러면서도 실제 우유보다 토양을 100배 이상 적게 사용하고, 가축에 드는 사료를 25배, 우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20배, 물을 10배 절감할 수 있다. 리밀크 측은 이 실험실 우유를 이용하면 치즈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핀란드에서는 최근 닭 없이 달걀흰자 성분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트리코데르마 리세이’라는 곰팡이를 변형해 달걀흰자의 핵심 성분인 ‘오브알부민’을 생산한 것. 제빵 재료에 주로 쓰이는 달걀흰자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휘저었을 때 거품이 나는 성질은 거의 비슷하지만, 온실가스 발생량을 최대 55%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달걀이다.
「 지구가 멸망해도 덕질은 계속된다, 레벨 업한 아이돌 비즈니스
」 코로나19로 온갖 공연이 취소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히려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서비스도 있다. 팬들을 먼저 모아 수요를 확정지은 다음 아티스트를 초청해 콘서트나 팬 사인회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는 ‘마이뮤직테이스트’다. 2011년 처음 시작한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이후 10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브이라이브나 위버스는 알아도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생소하다고? K팝의 인기에 힘입어 주요 K팝 아티스트들과 해외 공연을 다수 성사시켰기에 실질적으로 눈에 띄는 국내 수요가 없어 보이는 것뿐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2015년 뉴이스트의 북미 투어, 2017년 BTS의 칠레 공연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아이돌 아티스트와 팬들의 비대면 콘서트와 관련해 부수적인 플랫폼이 코로나19로 부흥했다. 하이브에서 내놓은 ‘위버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외에 SM이 모회사인 ‘디어유 버블’, NC소프트의 ‘유니버스’ 등 아티스트와 팬의 비대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들, AR 서비스와 다각도 직캠을 제공하는 온라인 콘서트 송출 서비스인 ‘비욘드 라이브’, 온라인 판매처별로 실제 화면과 동일한 서버를 띄워 티케팅 연습 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 ‘구구펀’ 등이 낙수 효과를 봤다.
「 지구 밖에 펼쳐진 광야로, 우주 산업의 성장
」 지구를 폭망시켜놓고 양심 없게 웬 말이냐 싶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외 유수 업계는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2021년에 “5년 내 화성으로 이주할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그는 이미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개발한 로켓 ‘스타십’이 2022년 내에 우주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구체적인 계획은 2026년까지 120m 크기의 유인 왕복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해 승객 100명과 화물 100톤가량을 실어 달과 화성으로 보낸다는 것. 이 밖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인 OAC(Orbital Assembly Corporation)는 2027년 개장을 목표로 우주 호텔 ‘Voyager Station’의 준공을 시작한다고 지난 2021년 발표했으며, 2025년까지 이를 위한 우주정거장을 세울 예정이다. 최대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과 레스토랑, 바, 운동 시설 및 직원 숙소, 우주 과학 연구소까지 들어설 계획이라고. 또한 영국 재벌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지난 2월 16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서 약 1000장의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는 약 1시간 30분, 고도 90km까지 날아올라 17개 창으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초호화 여행으로, 예약 시 보증금만 약 1억8천만원에 달한다. 한편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해 경매를 통해 티켓을 판매했다. 2021년 6월 진행된 경매에서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좌석은 약 3백35억원에 낙찰됐다. 계속되는 로켓 발사 시험 실패에 우주 산업 증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는 한 우주 개발 사업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