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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올 팍이라고 하는데요, 음악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SNS 댓글만 읽어도 어떤 뮤지션인지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첫 번째는 “오늘 핼러윈이라서 핼러윈 전문 아티스트 지올 팍 노래 듣는다”. 비주얼이 특이하다는 말이겠죠?
윌리 웡카, 잭 스패로우, 크루엘라, 할리퀸 같은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능청맞고 장난꾸러기 같은데 저마다의 아픔과 어두운 사연이 있더라고요. 저 또한 음악을 만들 때 그렇게 되는 것 같고요.
유독 그런 캐릭터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요?
일단 저랑 MBTI가 똑같아요. 저는 ENTP가 주고 한 달에 10일 정도는 INTP가 돼요. 또 어릴 때부터 이 캐릭터들에게 ‘교육’받아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초등학생 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서 나도 놀이동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롤러코스터에 꽂히니까 물리학자가 되고 싶더라고요. 과학고 입시 준비도 할 만큼 진지하게 공부했어요. 중학교 때 쓰던 노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페이지마다 롤러코스터 구조를 그려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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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맨날 망상병 환자라고 그랬어요. 유치원 때는 옥상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는데, 만화에서처럼 수건을 양손에 잡고 뛰면 낙하산이 될 줄 알았던 거죠. 애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으니 죽은 줄 알고 엄마가 병원까지 저를 업고 뛰었대요. 지금도 엄마는 “네가 그때 옥상에서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이상한 애가 안 됐을 텐데” 하시며 한 번 더 떨어지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고 그러세요.
어머니 말이 꼭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데…?
한쪽 눈만 빼고 온 얼굴을 붕대로 감은 거울 속 제 모습이 기억나요. 근데 그땐 미라 같은 모습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와, 나 이런 7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만화 캐릭터 같아서 보자마자 엄청 웃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애가 미쳤다고 걱정하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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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주접 댓글 아니에요?(웃음)
지올 팍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다시 느끼고 싶대요.(웃음) 지올 팍 노래를 신선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다름’이 아닐까요. 세계 음악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다양한 장르가 먹히잖아요. 뷔페처럼 차려진 많은 음식 중에서 원하는 걸 골라 먹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뷔페라고 해서 뚜껑을 열어보니 (대중적인 장르) 5개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아직은 한국 힙합 신이 영어에 완전히 열려 있지 않은데, 저는 가사도 영어로 쓰잖아요.
맞아, “영어를 진짜 싫어하는데 지올 팍 노래를 들으니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댓글도 있었어요. 한국어로 가사 쓸 생각은 없고요?
영어로 가사를 쓰는 건 사대주의 성향이 아니라 정말 더 많은 사람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도 네이티브 스피커는 아니라 가사 쓰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블랙핑크 찐팬인데, 나중에 블랙핑크가 작업을 의뢰하면 한국어로 써줄 거죠?
그렇죠. 근데 테디 님이 계시기 때문에 저한테 제안 올 일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지올 팍 연관 검색어 중 ‘쇼미’가 있어요. 〈쇼미더머니〉(이하 〈쇼미〉)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어요?
〈쇼미〉에 나가겠다는 생각은 단 1초도 한 적 없어요. 그냥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쇼미〉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출연하면 인지도도 얻고 좋지만 그게 다인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제 세계관에 갇혀 있었으면 좋겠는데, 저를 볼 때 〈쇼미〉 무대나 웃긴 말 했던 게 먼저 생각난다면 몰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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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긴 해요. 저는 미국에서 팝 시장을 접하며 음악을 시작했잖아요. 미국 기준에서 대중성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뭐지? 얘 특이한데’ 하시는 게 큰 충격이었어요. 저는 특이한 걸 한 적이 없거든요. 아마 독특한 뮤직비디오 때문에 저를 특이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개성 있는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면 사람들 머릿속에 안 남았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 제 음악이 대중성 없는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아서, ‘제 타이밍’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려고 미국에 갔던 일화가 꽤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 전에 한국에 살던 박지원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IT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당시 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실리콘밸리 스타가 트렌드로 떠오르던 시기라 저도 실리콘밸리 스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IT ‘Geek’들이 모이는 학교예요?
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중학교 때와는 달리 제가 공부를 못하는 수준이 됐죠. 첫 모의고사 시험을 보고 뒤에서 5등 한 후 바로 공부는 접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1등급이 상위 4프로인데, 저는 상위 4프로 안에 드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공부는 빨리 접고 실리콘밸리 스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앱 개발을 배웠죠. 근데 또 IT 코딩이 너무 어려워서 잘 안 맞았어요.
포기가 빠르네요.
멀리 봤을 때 안 될 것 같은 건 빨리 관두는 타입이거든요.(웃음) 기획자로 방향을 전환해 학교 안에 앱 개발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실행력 하나는 좋은데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실행력이 오래가지 못하잖아요. 뭔가 많이 벌려는 놓는데 첫 기획과 아이디어만 좋고 흐지부지하는 식으로 학창 시절을 흘려보냈어요. 한번은 노래방에 갔는데 친구들이 “오, 야, 너 잘한다”라고 칭찬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밴드부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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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확확 바뀌죠? 대학은 안 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혼내서 공대에 진학했어요. 한 학기 만에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갔죠.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서 부딪혀봐야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러다 우연히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치고는 너무 잘하잖아요.
스티브 잡스도 IT 종사자인 동시에 예술가로 칭송받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실리콘밸리에 도전했을 때도 음악 아티스트들을 존경해 IT 측면에서 아티스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던 거고요. 물론 잘 안 됐지만요.
그 당시 구상하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앱을 누군가는 개발했겠죠?
진짜 신기한 게 똑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 회사가 저한테 앱의 첫 사용자가 돼달라고 모델 제안을 했었어요. ‘엇, 이거 내가 망했던 사업인데’ 싶어서 소름 끼쳤죠.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안 돼!” 하는 장면처럼 소리치며 말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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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 넘치게 잘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초치긴 싫었어요. 그분들에게서 과거의 제 모습과 시행착오가 보여 이 서비스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국이 아닌 한국 시장이라면 또 모르잖아요. 내 작은 경험으로 남의 꿈을 평가하고 싶지 않았어요.
언젠가 다시 실리콘밸리에서 영상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요. 자신이 살아남은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다고 했는데, ‘살아남는다’라는 표현이 어딘가 좀 비장해 보여요.
미국은 진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저는 운이라는 게 한 번도 따라줬던 적이 없거든요. 기독교인이지만 엄청 성공해도 신보다 저 자신에게 더 감사할 것 같아요. 크리스천의 답변이라기엔 굉장히 신박한 관점이네요. 살면서 이건 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고, 다 제가 발로 뛰면서 만들어왔으니까요. 물론 축복도 함께했겠지만 그런 표현을 쓸 정도로 운이 따라주는 삶은 아니었어요. 제가 좀 과격하고 세게 말하는 타입이긴 해요.
마지막으로 얘기 나누고 싶은 댓글은 “지올 팍과 원슈타인을 둘 다 품은 마미손이야말로 진짜 성공한 거다”예요. 곧 뷰티플 노이즈 레이블의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온다고요?
2022년 1월쯤 발매 예정이에요. 저는 영상 디렉팅을 맡았는데 영화처럼 찍을 생각이고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다음 세대가 지금의 우리를 보는 관점을 그리고 싶어요. 현대인들의 문제점을 풍자하는 느낌이죠. 그보다 먼저 12월에 제 음원이 나와요. 2020년에 유튜브 영상에서 선보였던 곡 ‘크리스마스 하이’가 음원으로 나옵니다. 이 곡을 포함해 4개의 신곡을 담아 1월에 EP도 발매하고요. 아참, 뮤직비디오와 SNS에 ‘펩시’콜라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뭐예요? 모든 역사적인 무대에는 언제나 펩시가 있었어요. 마이클 잭슨과 카디 비가 펩시 광고에 출연했고, 프레디 머큐리 공연할 땐 피아노 위에 펩시 컵이 놓여 있었고, 브루노 마스를 비롯한 아티스트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할 때도 펩시가 스폰서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콘들이 모두 펩시와 함께했으니 그 기운을 받고 싶달까요. 게다가 코카콜라는 너무 많은 사람이 좋아하잖아요. 그럼 좋은 기운도 그만큼 나눠질 거 아니에요. 적은 쪽에 붙어야 승산이 있겠죠? 언젠가 펩시가 나를 불러주겠죠 하는 마음으로….(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