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수세끼〉 속 직장인 여자친구 ‘수정’은 백수 남자친구 ‘재호’와 저녁 식사 문제로 다툰다. 일에 치인 그녀는 저녁으로 ‘재호’가 직접 만든 간장 계란밥을 보고 폭발한다. 오늘만큼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먹고 싶었다는 그녀와 어떤 것이 문제인지 눈치채지 못하는 ‘재호’. 해당 클립에는 나도 저런 경험이 있다, 자존심 상할까 봐 말하지도 못했다 등 공감의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가 아닌 사는 세상이 달라지며 부딪혔던 백수 남친과의 사소한 문제들, 그녀들이 ‘수정’이처럼 폭발했던 그 순간들.
4년 째 고시를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저희 집으로 함께 가고 있을 때였어요. 집에 들어가니 얼마 전 시켰던 청소기가 와있었죠. 박스를 풀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혼잣말로 ‘아휴, 나는 청소기 살 돈도 없어서 빗자루로 쓰는데’, ‘이 브랜드 되게 비싼 거 아냐? 돈 많나보다, 너’ 이런 말을 끊임없이 하더라고요. 4년 동안 시험에 떨어졌을 때도, 싼 밥집을 찾아 돌아다닐 때도 못나보이지 않았던 남자친구가 그렇게 못나보일 수가 없더군요. 제가 청소기를 사달라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비교를 한 것도 아닌데요. 가득이나 늘어가는 남자친구의 비관적인 말들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저는 그 자리에서 이별을 고했죠. 돈이요? 없어도 돼요. 다만 자격지심은 그 누구도 고쳐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다쓸어버려 /
29세 이직 준비를 하겠다며 과감하게 회사를 때려치운 남자친구가 다시 취업 준비생으로 돌아간 지 6개월이 되었을 때였어요. 생각보다 이직이 잘되지 않자 남자친구가 한창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죠. 남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한 번 두 번 데이트 비용을 냈는데 정신 차려 보니 6개월 내내 데이트 비용을 제가 내고 있더군요. 처음엔 괜찮았어요, 그저 지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기간이 지속되자 저도 점점 스트레스를 받았죠. 취직자리를 열심히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고… 참다 참다 회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 해맑은 얼굴로 ‘그냥 내가 너 내조하면 안 돼? 난 지금도 괜찮은데’ 하더군요. 순간 제 표정이 바뀌자 그제서야 농담이었다며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다닌다고 했던 자격증 학원도 거짓말이었더라고요. 제 옆에서 눈치 보면서 편하게 지내고 싶었던 거죠. 거짓말까지 들통나고 난 후에는 오만정이 다 떨어져 이별을 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내조의킹받네 /
30세 저희는 대학생 CC였어요. 군대를 다녀온 남자친구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했고, 저는 회사를 다닌 지 1년 차된 사회 초년생이었죠. 회사에 다니니 몰랐던 세상이 펼쳐지더군요. 매일 학식과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다가 회식 때마다 가는 식당들, 선배들이 데려가 주는 레스토랑에…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남자친구도 같이 먹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월급이 나오면 매일 함께 그런 곳을 데리고 갔어요.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가 하는 말은 ‘여긴 가성비가 별로네’였죠. 그땐 그럴 수 있겠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저를 붙잡아두고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무슨 말인지 들어보니 네가 요즘 허세에 너무 가득 찬 것 같다, 편의점에서 먹는 도시락이나 저거나 사실 원가로 따지면 얼마 차이도 안 난다, 보기 좋게 꾸며만 놓고 가성비가 너무 별로다 라는 말을 줄줄 늘어놓더군요. 회사 가더니 애가 바뀌었다면서 그러면 돈 못 모은다면서요. 자기는 사치하는 사람은 별로래요. 제가 데리고 간 곳이 무슨 5성급 호텔 식당도 아니고, 평범한 또래들이 오고가는 레스토랑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성비’라는 단어에 질려버렸죠. 차라리 부담스럽다고 말을 하지… 가성비로개명해라 /
27세 남자친구가 백수여도 그러려니 했어요. 요즘 워낙 취업이 힘드니까요. 한때는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알바 자리를 주기도 하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카페에 전용 자리도 만들어줬었죠. 기념일 날, 매번 번번이 떨어지는 서류 면접에 속상해할 남자친구를 위로해 주려고 호텔을 예약했어요. 남자친구가 기념일 선물을 준비할 거라곤 기대도 안 했어요. 상황도 워낙 힘들었고, 그저 손편지 하나면 된다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호텔에 가서 선물이 있다며 가방에서 뭘 꺼내는 거예요. 뭐 이런 걸 다 준비했냐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경품 당첨’ 스티커도 떼지 않은 화장품 샘플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앞에 행사장 룰렛 게임에서 이겼다며 가져온 거더군요. 하… 차라리 주지를 말지. 그때까지만 해도 알겠으니까 됐다고, 손 편지만 달라고 했죠. 근데 손편지는 또 없다더군요? 공부하느라 바빠서 편지를 못 썼대요. 행사장 게임할 시간은 있고, 그 몇 글자 편지 쓸 시간은 없나요? 러시안룰렛같은내연애 /
2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