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로 연애할 수 있을까?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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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로 연애할 수 있을까?

소개팅, 데이팅 앱, 각종 동호회 등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한 국룰처럼 여겨졌던 방법은 이제 좀 지겹고 어쩐지 지친다. 그러다 들려오는 눈이 번쩍이는 소식, “요즘은 다들 클럽하우스나 링크드인에서 연애한다던데…”. 과연 클럽하우스와 링크드인은 ‘제2의 틴더’가 될 수 있을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1.04.04
 

연애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데이팅 앱 이제 끊었어”라고 프리랜서인 친구 이예림(가명, 31세)이 말하자 다른 친구들이 모두 ‘헉’하는 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림은 데이팅 앱에 매일같이 드나드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데이팅 앱에 출근 도장을 찍은 덕에 그는 정확히 38명의 남자를 실제로 만났는데 그중 반 정도와는 썸을 탔으며, 일부는 그냥 하룻밤 잠자리로 끝났고, 놀랍게도 연애로 이어진 건 단 한 명도 없었다. 예림이 말을 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했지만 솔직히 ‘운 좋게 연애가 시작됐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게 없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 아무리 많이 만나도 일단 의도와 취향이 다르니까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싶더라. 나 이제 진짜 진지한 연애 하고 싶거든.”
 
반면 직장인 김현아(가명, 33세)는 이성을 만나는 데 소개팅 말고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편견이란 거 아는데 데이팅 앱은 못 믿겠어. 낯선 사람들의 사진이나 자기소개만 보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게…. 텍스트를 베이스로 서로를 파악해나가야 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지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연애를 할 ‘건수’가 너무 없다는 것. “솔직히 소개팅시켜주던 인맥도 이제 바닥났고, 코로나 시대에 동호회나 모임에 들기도 어렵잖아. 남자를 만날 곳이 없어. 진짜 막막하다니까.”
 
연애가 막막한 게 어디 이들뿐일까. 주변에서 데이팅 앱, 동호회와 모임, 소개팅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연애에 열올리던 이들을 많이 봤다. 물론 이 중 성공적인 연애에 돌입한 사람도 많다. 누군가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소개팅은 여전히 이성을 만날 유일하고도 가능성 높은 방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중 많은 이들이 지친 얼굴로 똑같은 소리를 했다. “도대체 연애 어떻게 해?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곳 없어?”

 
 

클럽하우스, 링크드인으로 연애해봤어?

요즘 어딜 가나 ‘클럽하우스’ 이야기다.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는 각종 방 안에 대화하는 사람인 모더레이터와 스피커가  있고, 리스너들은 발언권을 얻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다. 기사를 쓰기 위해 클럽하우스 방에 들어가 무작위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클럽하우스를 이용 중인 지인들에게도 물었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연애하는 거 가능할까요?” 그리고 모두에게서 같은 답을 들었다. “네, 완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스타일리스트 김혜연(가명, 29세)은 자신이 만든 방에서 친구의 연애가 시작되는 걸 목격했다. “지인끼리 웃고 떠들기 위해 방을 만들었어요. 지인 네다섯 명이서 웃고 떠들다가 서로 아는 이들을 막 초대하다 보니 방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30~40명쯤  됐죠. 어느 날 제 남사친이 같은 방에 있던 여사친 번호를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서로 인스타그램으로 염탐하던 사이였는데 클하로 안면을 트고 연락처를 물어볼 용기가 생긴 거죠. 진짜 자연스러웠어요. 마치 친구가 부른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처럼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직장인 정민상(가명, 32세)은 클럽하우스로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 밤은 길고 할 일은 딱히 없어 같은 회사 동료들끼리 새벽에 방을 만들어 노는데 모르는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너무 큰 방은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서…”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꽤 재밌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민상은 그 여자가 자신과 아주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어제까지 모르는 사이였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프로필에 연동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을 주고받는 사이로, 그러다 카톡을 보내는 사이로, 지금은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단다.
 
황현웅(가명, 32세)은 클럽하우스가 아닌 커리어 관리 플랫폼인 ‘링크드인’으로 연애를 시작한 사례다. 그는 이직을 위해 링크드인에 가입했는데 평소 오며가며 인사만 했던 옆 부서의 여자도 링크드인에 가입한 걸 봤다. 그는 슬쩍 일촌 맺기 후 ‘업무를 물어보는 척’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그게 연애의 시발점이 됐다. “자연스럽고, 신분이 확실하잖아. 데이팅 앱에선 굳이 나에 대해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감출 거 다 감출 수 있단 말이야. 반면 링크드인은 경력이 다 나와 있으니까 ‘스펙 까놓고’ 연애 시장에 뛰어드는 것 같아.” 옆에서 현웅의 이야기를 듣던 지인은 “구직과 이직이 목적인 플랫폼에서 연애가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현웅은 “한때 블라인드에 얼마나 많은 셀프 소개팅 글이 올라왔는지 알아? 인스타그램은 그걸로 사람들이 연애할 줄 알았냐고. 플랫폼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든 사용자가 그 기능을 결정하는 거지. 그리고 연애보다 중요한 목적이 어딨냐 솔직히?”
 
 

클럽하우스랑 링크드인이 왜 연애에 유리한 건데?

클럽하우스에 있는 소개팅방의 개수만 봐도 연애에 진심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꼭 소개팅방이 아니라도 잠재적인 연애 가능성을 지닌 관계가 ‘자연스럽게’ 설정된다는 것이다. 앞선 연애 사례처럼 클럽하우스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데이팅 앱처럼 누군가를 콕 집어 매칭되길 기다렸다가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어색한 대화를 나눌 일도 없고, 소개팅처럼 목적이 뚜렷한 두 남녀가 만나 눈치 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 대화의 몫이 둘에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 부담스럽지도 않다.
 
이 자연스러운 관계에는 클럽하우스가 ‘음성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이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다. “예전에 인스타그램 DM으로 대화하다 연애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잖아. 클럽하우스는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이던 SNS에서 한 걸음 더 연애 가능성을 높인 것 같아. 실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말하는 이의 감정을 느끼기 쉽지. 텍스트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기도 훨씬 쉽고 말이야. 그리고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 목소리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잖아?” 소싯적 다양한 플랫폼으로 연애를 시도했던 직장인 김민석(가명, 35세)이 말했다. “내가 꼭 스피커로 참여하지 않고 그냥 리스너로 대화만 듣지 않더라도 누군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프로필 눌러 인스타 계정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다 DM 보내는 거 어렵지 않지 뭐.”
 
클럽하우스와 링크드인이 연애에 유리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꼽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취향과 관심사, 원하는 직업 등에 있어 각자의 니즈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클럽하우스는 각자 그 방에서 이야기하는 주제가 명확하잖아요. 관심사가 같은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 사람은 나랑 생각이 같네, 취향이 비슷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게 자연스러운 호감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심사나 취향이 잘 맞으면 당연히 대화도 잘 통하죠. 보통 연애할 때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화가 잘 통하는 관계’라고 말하는 사람 많잖아요. 클하에선 그런 사람을 찾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클럽하우스 방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솔직히 내 경우엔 상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가 연애를 하는 데 아예 무관하진 않아. 그런 차원에서 링크드인은 원하는 직종의 사람을 만나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야.” 링크드인으로 만난 여자와 연애 중인 현웅이 말했다. 연애 시장에도 큐레이션이 필요한 걸까? 주선자의 안목에 기대야 하는 소개팅, 무작위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데이팅 앱보다 클럽하우스와 링크드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취향별, 직업별로 각자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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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reelancer editor 김소희
    photo by Getty Images
    art designer 오신혜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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