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반면 직장인 김현아(가명, 33세)는 이성을 만나는 데 소개팅 말고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편견이란 거 아는데 데이팅 앱은 못 믿겠어. 낯선 사람들의 사진이나 자기소개만 보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게…. 텍스트를 베이스로 서로를 파악해나가야 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지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연애를 할 ‘건수’가 너무 없다는 것. “솔직히 소개팅시켜주던 인맥도 이제 바닥났고, 코로나 시대에 동호회나 모임에 들기도 어렵잖아. 남자를 만날 곳이 없어. 진짜 막막하다니까.”
연애가 막막한 게 어디 이들뿐일까. 주변에서 데이팅 앱, 동호회와 모임, 소개팅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연애에 열올리던 이들을 많이 봤다. 물론 이 중 성공적인 연애에 돌입한 사람도 많다. 누군가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소개팅은 여전히 이성을 만날 유일하고도 가능성 높은 방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중 많은 이들이 지친 얼굴로 똑같은 소리를 했다. “도대체 연애 어떻게 해?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곳 없어?”
클럽하우스, 링크드인으로 연애해봤어?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직장인 정민상(가명, 32세)은 클럽하우스로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 밤은 길고 할 일은 딱히 없어 같은 회사 동료들끼리 새벽에 방을 만들어 노는데 모르는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너무 큰 방은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서…”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꽤 재밌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민상은 그 여자가 자신과 아주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어제까지 모르는 사이였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프로필에 연동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을 주고받는 사이로, 그러다 카톡을 보내는 사이로, 지금은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단다.
황현웅(가명, 32세)은 클럽하우스가 아닌 커리어 관리 플랫폼인 ‘링크드인’으로 연애를 시작한 사례다. 그는 이직을 위해 링크드인에 가입했는데 평소 오며가며 인사만 했던 옆 부서의 여자도 링크드인에 가입한 걸 봤다. 그는 슬쩍 일촌 맺기 후 ‘업무를 물어보는 척’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그게 연애의 시발점이 됐다. “자연스럽고, 신분이 확실하잖아. 데이팅 앱에선 굳이 나에 대해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감출 거 다 감출 수 있단 말이야. 반면 링크드인은 경력이 다 나와 있으니까 ‘스펙 까놓고’ 연애 시장에 뛰어드는 것 같아.” 옆에서 현웅의 이야기를 듣던 지인은 “구직과 이직이 목적인 플랫폼에서 연애가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현웅은 “한때 블라인드에 얼마나 많은 셀프 소개팅 글이 올라왔는지 알아? 인스타그램은 그걸로 사람들이 연애할 줄 알았냐고. 플랫폼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든 사용자가 그 기능을 결정하는 거지. 그리고 연애보다 중요한 목적이 어딨냐 솔직히?”
클럽하우스랑 링크드인이 왜 연애에 유리한 건데?
이 자연스러운 관계에는 클럽하우스가 ‘음성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이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다. “예전에 인스타그램 DM으로 대화하다 연애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잖아. 클럽하우스는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이던 SNS에서 한 걸음 더 연애 가능성을 높인 것 같아. 실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말하는 이의 감정을 느끼기 쉽지. 텍스트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기도 훨씬 쉽고 말이야. 그리고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 목소리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잖아?” 소싯적 다양한 플랫폼으로 연애를 시도했던 직장인 김민석(가명, 35세)이 말했다. “내가 꼭 스피커로 참여하지 않고 그냥 리스너로 대화만 듣지 않더라도 누군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프로필 눌러 인스타 계정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다 DM 보내는 거 어렵지 않지 뭐.”
클럽하우스와 링크드인이 연애에 유리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꼽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취향과 관심사, 원하는 직업 등에 있어 각자의 니즈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클럽하우스는 각자 그 방에서 이야기하는 주제가 명확하잖아요. 관심사가 같은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 사람은 나랑 생각이 같네, 취향이 비슷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게 자연스러운 호감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심사나 취향이 잘 맞으면 당연히 대화도 잘 통하죠. 보통 연애할 때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화가 잘 통하는 관계’라고 말하는 사람 많잖아요. 클하에선 그런 사람을 찾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클럽하우스 방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솔직히 내 경우엔 상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가 연애를 하는 데 아예 무관하진 않아. 그런 차원에서 링크드인은 원하는 직종의 사람을 만나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야.” 링크드인으로 만난 여자와 연애 중인 현웅이 말했다. 연애 시장에도 큐레이션이 필요한 걸까? 주선자의 안목에 기대야 하는 소개팅, 무작위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데이팅 앱보다 클럽하우스와 링크드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취향별, 직업별로 각자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