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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아기는 어떻게 생겨?

어른도 무릎을 탁 치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요즘 성교육의 면면

BY하예진2021.02.08
 
sex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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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결혼해서 9살짜리 아들을 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집에 놀러 와서 레고며 온갖 잡동사니를 꺼내 놀아주는데 그 조카 녀석이 “삼촌은 왜 애가 없어?” 물었다. 뭐라고 말하지. “음, ’드래곤볼’ 7개를 모아서 사랑하는 남녀가 손을 잡고 소원을 빌고 자면 신룡이 아기를 주거든. 아직 삼촌은 여자랑 손을 잡고 잔 적이 없어서”. 9살 눈높이에 맞춘 제법 에디터스러운 대답을 했다. 혼자 뿌듯해하는데 그 녀석이 “아니, 삼촌. 애기는 콘돔 안 쓰면 생기잖아.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나도 알아. 삼촌이 결혼을 못 한 현실적인 이유를 물은 거야” 음, 응? 아니 그러니까 9살짜리가 ‘콘돔’을 안다고? 내가 7살 때는 눈높이 교육으로 덧셈-뺄셈을 했던 것 같은데!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코스모폴리탄〉을 읽겠다고 할 판이다. 머리가 하얘졌다. “주식에 묻어둔 돈이 하락해서 돈이 없으며 부동산 정책으로 집을 사긴 어렵고 혹시 괜찮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횡설수설을 내뱉었다. 맞다. 요즘 애들은 뭐든지 빠르다. 심지어 성교육까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첫 성관계 경험 평균 연령은 13.6세,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7%, 청소년 20명 중 1명은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요즘 애들은 까졌다’는 저급한 표현보다는 ‘요즘 애들은 훨씬 성숙하다’고 쓰고 싶다. 비단 2차 성징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마찬가지. 〈고등래퍼〉만 봐도 보인다. 자기표현에 확실하고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세대인데 연애라고 오죽할까. 근데 이들이 성관계 장소도 문제다. 아파트 옥상, 학원 화장실, 건물 계단, 룸 카페 등. 이러니 올바른 성 인식이 잡힐까 싶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지만 성교육의 실효성은 매번 도돌이표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서 성교육이 의무화돼 있는 건 사실이다. 단, 초중고 학생이 1년에 15시간만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뿐. 그마저도 성교육 전문 교사가 아닌 보건 교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성교육의 ‘골든타임’이라고 칭한다. 맞는 말이다. 응급상황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살아보니 근의 공식보다 몸의 소중함, 남녀의 차이, 존중받을 권리에 대해 아는 게 훨씬 중요하더라. 그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산 넘어 산이다. ‘얼마나 개방적으로 묘사할 것이냐’, ‘감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동성애는 어떻게 가르칠 거냐’에 대한 논란이 뒤를 잇는다. 지난해 전남 담양의 고등학교에서 바나나와 콘돔을 사용하겠다는 성교육이 학부모 항의로 취소된 일도 있다. 학교 성교육 문턱이 이렇게나 높다.
 
학생의 입장이 궁금했다. 이번엔 고등학생 조카를 붙잡고 물었다. “초등학교나 고등학생이나 성교육 수준은 비슷해. 초등학교 때 봤던 영상을 고등학교에서 또 틀어 주기도 하고. 교과서적인 내용만 이야기해. 순한 맛 라면에 물을 타서 먹는 기분이지. ‘우리 일상에 밀접한 성’에 대해 해줬으면 좋겠어. 데이트 폭력이나 성차별, 일상생활 속 성희롱 같은 것들. 됐지? 그러니까 빨리 5만 원 줘” 이런 반응이다. 그래서 이들의 성교육은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 SNS 등이 대신한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은 비밀스러운 영역에 갇혔기 때문이다. 2019년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학생의 48.9%는 학교에서, 22.5%는 SNS,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17.1%는 친구에게서 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나 때는 구성애 선생님밖에 없었는데…
 
유튜브 '아이들나라와 함께하는 엄빠교실' 누적 조회수는 2천 6백만을 넘었다. 젊은 부모를 위한 콘텐츠지만 청소년에게도 인기다. ‘딸아이가 오빠랑 같이 씻는다고 하면 어떡하죠?’, ‘섹시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어떻게 가르치죠?’ 등 성과 관련된 사연을 컬투 김태균과 ‘대한 성학회’ 배정원 회장이 상담하듯 알려준다. 흡사 ‘컬투쇼’의 성교육 버전처럼 익숙하다. ‘딸바TV’는 더 솔직하다. ‘음경이 휘었어요. 문제인가요?’, ‘생식기 씻는 방법’, ‘질에서는 뭐가 나오나요?’, ‘청소년 성관계 어떻게 생각해요?’ 등 일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비교적 어린(?) 성 전문가들이 나선다. 파자마를 입은 언니, 후드티셔츠를 입은 형이 진행하여 훨씬 친근하고 이해도 쉽다. 이러니 학교 성교육이 지루한 게 이해가 간다. 애플리케이션 ‘숨고’에서도 인권 교육, 성교육 고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피임 실천율은 59.3%이다. 미국 청소년 피임 실천율 98.9%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편. 임신을 경험한 청소년의 85.4%가 임신 중단을 선택했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시대가 변했다. 아이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했던 성교육의 결과가 지금의 사회라면 이제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아기는 새가 물어다 주거나 드래곤볼을 모아야 생긴다는 게 먹히지 않으니까.
 
 

어른이에게 유용한 유튜브 채널

 
성교육TV
성과 관련된 상식을 웹툰으로 보여주는 채널.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대한 카테고리도 있어 눈길을 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라디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박소영SHOW
‘질 좋은 관계 연구소’ 소장 박소영이 운영하는 채널. 성감대, 애무, 체위 등 섹스를 몸의 대화라 칭하며 남녀 관계를 코칭 해준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섹스 스킬 차이, 왁싱과 섹스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솔깃한 경험담도 들을 수도 있다.
 
자담쌤
초등학교 교사가 운영하는 채널. 초경, 브래지어의 종류, 초경 파티, 생리 주기 계산 등 성에 대한 기초지식부터 자녀 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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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박한빛누리(프리랜스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