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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도록 솔직한 맛, 래퍼 퀸 와사비

온 국민을 ‘트월킹’ 삼매경에 빠트린 찐 힙합 아티스트. 그녀가 망사 스타킹을 신고 코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지언정 사람들은 그녀가 ‘섹시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맵도록 솔직한 맛, 래퍼 퀸 와사비의 정체.

BYCOSMOPOLITAN2020.07.21
 

래퍼 퀸 와사비(27세)

2019년 10월 ‘Look At My!’로 떠오른 힙합 루키. 매운맛 버전은 트월킹, 잊지 못할 매운맛 버전은 심의 규정을 훌쩍 넘는 가사. 순한 맛 버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8월에는 박나래와 함께 트월킹할 예정.
 
재킷, 팬츠 모두 가격미정 아크네 스튜디오. 목걸이, 미디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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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섹스 특집’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어요.

단편적으로 ‘섹시한’ 이미지로 나오는 것이 조심스러웠어요.〈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이하 〈굿 걸〉)에서 ‘19금 래퍼’라는 수식어를 붙여줬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거든요. 대중에게 알려진 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사실 현란한 트월킹과 선정적인 가사, ‘뽀뽀 퍼포먼스’를 보여줘도 퀸 와사비의 무대가 ‘섹스어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아까 텔레비전 안에 들어갈 이미지를 다시 찍었잖아요. 가슴을 머리카락과 손으로 덮어 가린 이미지가 더 포르노 같다고 한 건, 남성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은꼴’, 즉 ‘은근히 꼴리는’ 이미지가 싫어서예요. 무대에서도 남성의 입맛에 맞춘 섹스어필을 하고 싶지 않아요. 항상 그런 딜레마에 빠지게 되죠. 내가 섹시하고 싶고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그게 조롱거리가 되고 성희롱당하기 일쑤예요. 예전에 디제잉할 때 클럽 사장님이 저에게 “너는 왜 디제잉을 하냐, 무대에서 가슴만 흔들면 되는데”라는 말을 해서 제가 심하게 화낸 적 있어요. 저도 제 콘셉트가 이렇게 잘 통할 줄 몰랐어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하더라고요.


원래 이렇게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나요?
천성이 좀 부끄러움이 없고 솔직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자신감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제가 보여드린 음악은 그동안 ‘섹스’에서 무시됐던 여성의 주체성이나 임파워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여성이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은 줄곧 터부시돼왔는데, 그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니까 기성세대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거죠. 가벼워 보여도 굉장히 강력하고 필요한 메시지라 생각해요.


‘이화여대 사범대 출신’, ‘고등학생 시절 문과 전교 1등’이라는 반전 타이틀도 있어요. 학창 시절에 ‘김소희’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냥 정말 공부밖에 안 했어요. 끼는 많았는데, 가끔 가다 같은 반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오늘 수업 일찍 끝내주세요”라고 떼쓰면 선생님이 장난으로 “소희가 아이돌 댄스 추면”이라고 하시고, 그러면 나가서 춤추고 그런 정도였죠. 고등학교 때는 그저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랬던 모범생이 힙합을 공부하러 뉴욕에 갔어요.
〈힙합엘이〉에서 나플라와 루피가 LA에 가서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를 봤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제 성격이 한국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미국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음악을 시작한 건 뉴욕 가기 직전인 2015년인데, 2016년에 성대결절이 왔어요. 랩을 못 하니까 1년 동안 뉴욕에서  작곡 공부를 했죠. 묵은지감자탕 파는 식당에서 알바하면서요. 귀국해 졸업한 뒤에는 프로듀서로도 활동했어요. 그때 저는 무대 뒤에서 프로듀싱할 게 아니라 무대 위에 서야 하는 사람이란 걸 느꼈죠. 그래서 한동안은 디제잉을 했고, 그러던 중에 목 상태가 나아져 작업한 게 ‘Look At My!’예요. ‘이것만 해보고 안 되면 접자’라는 각오로 낸 곡이거든요. 이제 나이도 있겠다, 낭만만 좇지 말고 취직해서 돈 벌어야지 싶었어요. 그랬는데 대박이 난 거죠.
 
스윔슈트 14만9천원 데이즈 데이즈.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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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Look At My!’ 무대를 할 땐 ‘삐’ 처리 구간이 워낙 많아 가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나요. 엄청난 화제였죠.
가사는 음악을 처음 시작하던 5년 전부터 이렇게 썼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힙합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제가 힙합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게 멋이랑 애티튜드거든요. 제가 켄드릭 라마나 에미넴처럼 랩을 하지는 않잖아요. 할 수 있다고 해도 즐겨 듣지도 않고요. 그들은 가사에 큰 뜻이 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반면, 저는 애티튜드에서 나오는 멋이 있고, 오타쿠나 너드 같은 이미지를 멋으로 소화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기만이 가진 멋을 리얼하게 잘 표현하는 게 가장 힙합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유튜브 댓글에는 “랩 못하는데 이상하게 중독성 있다”라는 내용이 제일 많아요.
저도 한때는 스스로를 의심했어요. 그런데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저를 주목한 이유는 제가 무대에서 보여준 가사와 비주얼, 퍼포먼스가 자기들이 알고 있는 힙합과 결이 같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시대를 잘 탄 것 같기도 해요. 5년 전에는 이런 캐릭터가 안 통했을 것 같거든요.


〈굿 걸〉 마지막 무대를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함께했어요. 방송 초반에 슬릭과 무대를 하면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었죠.
원래 슬릭 언니를 좋아했어요.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예요. 소수자의 편에서 랩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는 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죠. 제작진이 저와 슬릭 언니의 대립 구도를 의도한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편집이 너무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 중도 하차할까 생각도 했어요.


슬릭과 했던 무대 ‘잘나가서 미안’에서 “아빠 문자 씹었어”라는 가사가 기억에 남아요.
어머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신데, 아버지는 제가 음악 하는 걸 반대하세요. 돈 많이 벌어 아빠 차 한 대 뽑아드리며 설득하고 싶어요. 계획은 제가 만든 ‘빵댕몬’ 티셔츠를 입히고 저랑 같이 트월킹하게 만드는 거예요. ‘돈 벌어서 아버지 영혼 팔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관심이 많죠?
‘퀸 와사비’라는 아티스트로서의 모습과 김소희라는 사람의 모습 둘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꼭 힙합 팬들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저를 알리고 싶기도 하고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수록 제가 원하는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어요. 제가 생각보다 똑똑하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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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HA YE JENE/KIM YE RIN
  • Photographer JUNG JI EUN
  • Stylist 노경언
  • Set Stylist 문유리
  • Hair 박규빈/휘오레
  • Makeup 유혜수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