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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섹스 후연애 성공하는 법

섹스는 연애의 시작일까, 종말일까? 선섹스 상대와 진한 연애까지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면, ‘먹튀’라는 오명을 쓴 남자들의 속내부터 들어보자.

BYCOSMOPOLITAN2020.03.15
 
 
필요 이상으로 관계 정의에 연연하는 건 부담스럽다
소개팅에서 첫눈에 Y에게 반한 나는 다음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대시했다. 우리 둘은 두 번째 데이트 만에 함께 밤을 보냈고, 이후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섹스하는 사이가 됐다. Y와는 성격부터 잠자리 매너, 속궁합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았다. 그런데 이런 행복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양자택일의 순간이 다가왔다. 2주간 다섯 번이나 잤는데,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는 나의 행동에 그녀가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Y는 내가 섹스하려고 자신을 만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연애관은 뚜렷했다. “우리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잖아.
나는 3개월은 만나봐야 교제해도 되는 사이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 신중하고 싶어.” 나는 진심으로 Y가 좋았지만 상대에 대한 의무감으로 연애를 할 준비는 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사귀지 않는 상태에서 즐기며 서로를 알아가자는 건 내 생각일 뿐, 그녀에게 필요한 건 관계 정의였다. 섹파보다는 가깝고 연인보다는 먼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우린 무슨 사이야?”라며 보채니 부담스러워 관계를 지속할 수 없었다. 결국 “왠지 개새끼에게 잘못 걸려 먹튀당한 것 같아 불쾌감을 떨쳐낼 수 없어”라는 마지막 문자를 뒤로하고 그녀는 떠났다. ‒아니그게아니고(30세,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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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곱씹어도 그가 개소리를 정성껏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3개월 동안 나를 수습 여친처럼 트라이얼해보겠다는 건가? 많은 여성이 선섹스 후에 마음을 준 상대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을 때 상실감에 빠진다. 섹스는 하지만 연애는 하고 싶지 않은 매력 없는 여자가 된 것 같아 괜히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연애를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그중 대부분을 연인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데 써야 해서다. 상대가 나의 에너지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데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선섹스 후 후연애로 넘어가는 과정이 더딜 때, 상대를 보채는 행동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사귈 거야, 말 거야”, “안 사귈 거면 빠이”라는 식의 태도는 이별을 부채질할 뿐이다. 작정하고 ‘먹튀’할 만큼 나쁜 남자는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책임감을 부여할수록 상대는 멀어질 뿐이다
먼저 나는 미국 교포이므로 선섹스에 대한 생각이 한국 남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힌다. 남자가 선섹스하는 여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문자 그대로 ‘한번’ 자보고 싶은 여자, 사귀고 싶은 여자, 그리고 둘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 여자다. 세 번째의 경우 스스로도 이 여자에 대한 마음이 긴가민가하기 때문에, ‘사바사’, ‘케바케’에 따라 연인, 섹파, 원나이트 등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바꿔 말하면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책임지라는 태도로 부담을 주는 사람과는 연애로 이어지기 어렵다.
처음 한국에 와서 연애를 할 때 적응이 안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섹스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 여자들의 성향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은 섹스는 사귀는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은밀한 행위라 여겼는데, 섹스를 즐거운 스포츠처럼 여기는 문화권에서 자란 나로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자유로운 싱글이면서 은장도를 차고 다닐 게 뭐람? 문제는 이렇게 섹스에 큰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섹스 이후 서로가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무리 호감 가는 여자라도 섹스를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하면 애초에 썸을 만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섹스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지, 내게 어떤 압박이 돌아올지 예상됐기 때문이다. 섹스 한 번 했다고 여자 친구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여자들도 수두룩했다. 연인이 되기까지 서로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두 번의 섹스만으로 이 모든 과정을 스킵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사귀지도 않는 여자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며 간섭받고 싶은 남자는 없지 않은가. 요즘은 오픈마인드 자체가 하나의 취향이 됐다. 섹스한 남자가 내 애인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목매지 말고, 그냥 ‘즐섹’하면 안 되는 거야? ‒섹스는스포츠(33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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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섹스와 후연애의 과도기에서 ‘잤으니까 나를 책임져’라는 태도는 손절 선언이나 다름없다. 섹스 한 번으로 족쇄를 채우려 달려오는 상대 앞에선, 남녀불문 누구라도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다수의 한국 여성은 섹스 후 연애하지 않을 때 ‘먹튀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섹스에 수동적인 마인드부터 버리는 건 어떨까? 한 번 잤다고 열녀문을 세워 오지 않는 지아비를 기다리는 ‘유교 걸’과 섹스라는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자. 당신이라면 둘 중 누구와 만나고 싶겠는가? 괜한 부담감을 줘 선섹스남을 밀어내고 싶지 않다면, 내가 주도적으로 남자를 데리고 논다는 생각으로 리드해보라. ‘이 남자는 왜 나랑 자놓고 사귀자는 말을 안 할까?’ 고민하기 전에, 그가 앞으로도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하는 거다. 괜찮으면 몇 번 더 만나볼지 결정하는 것 역시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마음만 먹으면 잘 수 있는 다 잡은 물고기가 되지 말자
선섹스한 여자와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섹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다. 많은 경우 섹스 후 ‘먹튀’하는 주어가 남자지만, 쿨하게 한 번 보고 말 하룻밤 상대를 찾는 여자도 많다. 오히려 상대가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몇 번 더 만난다 해도 서로 자고 싶을 때 찾는 사이로만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혼전 순결의 대명사(라고 오해하기 쉬운)인 목사님 딸 K는 달랐다. 그녀와의 선섹스는 후연애로 이어졌고 1년 반 정도 진지하게 만났다. K는 나와 사귀기 전에 섹스를 했지만 오히려 섹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타입이었다. 그녀는 성(聖)스러움과 성(性)스러움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린 양이었다. 크리스천이자 목회자의 자녀로 혼전 순결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섹스가 주는 즐거움과 쾌락을 알아버렸던 것이다. 한 번 잔 사이니까 다음에도 쉽게 그녀와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란 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K의 쾌락이 죄책감을 이기는 경우는 다섯 번에 한 번꼴이었고, K가 고뇌하면 고뇌할수록 내가 더 안달이 났다.
자의가 반 신의 뜻이 반으로 K와의 관계는 마냥 가볍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졌다. 사귄 뒤에도 섹스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꼴이었다. 그마저도 한 시간씩 그녀를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눈만 맞으면 바지부터 벗고 달려드는 격정적인 섹스는 없었지만, K와의 연애가 재밌었던 이유는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뿌듯함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해서 섹스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한 적 있어도,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 하나만은 늘 짜릿했다. –고해성사(34세, 스타트업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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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섹스한 상대가 나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는 건 남자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상대에게 내가 ‘원 오브 뎀’일 것이라는 막연한 전제하에 관계를 진지하게 발전시킬 시도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와 섹파가 아닌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 관계를 마냥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액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한 번 잠자리를 했다고 해서 언제든 잘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정말 잘되고 싶은 남자와 아직 섹스 전이라면, 잠자리를 최대한 미루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겠다. 간사하게도 다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안 주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선섹스한 사람은 섹파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S와는 파리에서 여행 동행자로 만났다. ‘유랑’은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동행을 구하는 인터넷 카페인데, 동행을 찾다 애인을 구하는 경우도 적잖아 ‘듀O’ 못지않은 커플 성사율을 자랑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품을 정말 많이 팔았다.
수많은 동행 모집 글을 하나하나 다 읽고, 게시글에 기재된 카카오톡 계정을 ‘친추’한 뒤, 일일이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기왕 해외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동성보다는 이성, 흔녀보다는 훈녀였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검증 끝에 만난 그녀는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가치관까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4박 5일을 같이 돌아다니면서 그녀와 나 사이에 묘한 감정이 생겼다. 우리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만남을 이어갔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S가 우리 집에 라면을 먹으러 왔다. 그렇다고 S와 내가 연인 관계로 발전한 건 아니었다. 사실 S는 우리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어 했고 내게 점점 다가왔지만 나는 딱 여기까지가 좋았기에 종종 섹스하는 관계로 남았다. S가 싫은 건 아니었다. 아니,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럼 S와 사귀지 않은 이유는 대체 뭐냐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여행을 가면 ‘유랑’으로 남자 동행을 구할 수 있는 여자, 사귀지도 않는 남자와 무려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나와 그랬듯이. –내로남불(32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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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선섹스를 한 여자 친구’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선섹스 관계의 마지노선은 섹파다. 내로남불이긴 하지만, 사귀기 전에 나와 섹스한 여자와는 진지하게 연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후진 생각이지만 나와 사귀기 전에 잤으니 다른 남자와도 그럴 수 있다는 불신은 꼬리표처럼 따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와 다르다. 많은 여자가 선섹스가 연애로 이어지지 않으면 ‘나랑 잤으면서 왜?’라는 고민부터 한다. 이렇게 섹스에 대한 남과 여의 기대치가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선섹스가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러나 아쉬워하진 말자. 이런 괘씸한 생각을 가진 남자와는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일지도.
 

 
섹스도 연애도 하는 여자들이 밝힌 회심의 한 수


“아침 먹고 가도 돼?”
U와는 첫 만남에서 바로 섹스로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야 했지만, 나는 반차를 써서 그와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는 그가 눈뜨기 전에 이미 사라진 여자들과 달랐다. 해장국에 커피까지 마시고  출근하는 나를 보고 ‘이 여자가 나를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연애를 하고 싶었다고. –커피내려줄거지?(29세, 포토그래퍼)


 “낮에 볼래요?”
섹스 후에는 항상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나는 ‘밤’과 마음을 함께 줘버리는 금사빠였다. 정말 잘해보고 싶은 남자에게는 이렇게 묻는 버릇이 생겼다. “내일 낮에 만날래?” 선섹스한 사이에 ‘낮’이란 단어는 많은 걸 의미했다. 낮에 걷는 길, 낮에 보는 영화, 낮에 먹는 밥. 그런 시간에 나와 함께하겠다는 대답은 섹스 이상을 알아가고 싶다는 뜻이니까. –낮에보면더예뻐(28세, 회사원)


 “나 마치는 시간에 데리러 와~”
대학 동기 C와  술김에 섹스를 했다. 그의 집을 나설 때 “나 오늘 5시에 마치는데 데리러 와~” 하면서 눈을 찡긋했는데, 그날 그는 정말 나를 데리러 왔다. 다시 보고 싶다는 호감을 확실히 표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하다 눈뜨니까 다시 C의 집! 그렇게 만나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공부하라고대학보내놨더니(27세,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