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고, 유난스럽고, 예민하다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 모른 척, 안 본 척, 못 들은 척했던 시간의 끝. 2년 전 #미투 운동은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태어나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확인시켰다. 하지만 불편함에 저항할수록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 성차별주의의 다른 말로 변질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세상이 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어야 하고, 거쳐야 할 과정에 우리는 있다. 다행인 건 인류의 반인 여성들이 연대해 살아간다는 것이고, 나머지 반인 남성 중에서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주의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남녀를 넘어 ‘젠더프리(gender-free)’로 향하고 있으며, 현실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두루 대변하는 방식으로 그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이기도 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시위로 시작해 유엔에 공식 지정이 되기까지 7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한국에서 ‘여성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공식화 된 건 불과 2년 전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보자면 한국의 페미니즘은 한참 뒤처진 듯 보인다. 그러나 ‘다이내믹 코리아’ 아니던가! 모쪼록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 여성의 날 따위가 사라져 ‘아, 그런 때가 있었지’라며 회상할 날을 기대한다. 여성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그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