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자극하는 향기의 비밀?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누군가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때로는 뇌리에 깊게 박혀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향기의 만렙 능력치를 알아봤다.


좋은 향기는 자극이 오래 지속되며 기억에 새겨진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뇌의 깊은 곳에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날 소개팅에서, 외모도 유머 감각도 취향도 겹치는 것이라곤 1도 없는 상대의 목덜미 즈음에서 이국적이면서도 햇빛에 바짝 말린 침대 시트처럼 깨끗한 향기가 났다. 불쑥 생긴 호기심에 “무슨 향수 쓰세요?”라고 물으니 그는 클린 쿨 코튼을 뿌린다고 답했다. 물에 물 탄 듯 흐릿했던 이미지가 급 젠틀+깔끔해 보이면서 호감도가 상승했던 기억. 향기란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다. 엄마 품에서 나는 포근한 살 냄새를 맡고 안정됐던 경험, 음식점에서 종업원의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입맛이 똑 떨어지는 불쾌한 경험처럼 향은 감정의 증폭제가 되기도 하고 추억의 조각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오감 중에서 오로지 후각만이 대뇌변연계로 바로 전달되며, 직접적으로 정보를 움직이기 때문. 대뇌변연계란 본능적인 행동이나 정보를 담당하는 부위. 향기가 얼마나 강렬하게 우리의 감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

향기가 호감도와 그 사람의 이미지만 좌우할까? 향기가 가진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서, 향은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에도 작용한다는 사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향기에 얽힌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세히 나온다. 주인공 ‘마르셀’은 어머니가 건넨 마들렌 홍차를 마시며 이런 말을 한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그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나의 내면에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쳐 놀랐다. 어떤 감미로운 쾌감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 후 그는 쾌감이 마들렌과 연관된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에서 비롯됨을 알게 된다.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는 냄새를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일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이렇듯 향기는 사람의 감정을 주도하고 뇌를 조종한다.

그래서 수많은 향수 브랜드가 기억을 재료 삼아 향을 만든다. “향수를 만들 때 어떤 특별한 기억에서 출발해요. 순간의 기억은 장면만이 아니라 향으로도 남거든요. 그래서 향수가 특별해질 수 있는 거죠.” 에어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어린 로더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처럼 조합만으로 향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단어 대신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원을 연상시키는(워터릴리 썬)’, ‘푸른 바다의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연상시키는(에게 블러썸)’ 등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문구로 향기를 표현한다. 그 덕분에 향수 초보자도 어떤 향인지 쉽게 짐작 가능하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와 ‘메모아 뒨 오더’를 만들었다. “저에게 후각이란 기억과도 같아요. 추억 가득한 앨범을 펼치듯 소소한 기쁨, 강렬한 사랑, 깊은 슬픔 등 추억의 향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죠.” 메모아 뒨 오더의 향은 우리의 잠재의식이 조각조각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활기찬 그리너리의 로만 캐머마일과 인디안 코럴 재스민, 샌들우드와 깊은 뿌리 나무, 부드러운 바닐라가 차례로 이어지며 신비로운 미네랄 아로마틱 향조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행복한 순간을 향기로 담아낸 향수라도 자신의 체취나 이미지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최악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무엇을 뿌리느냐보다 어떻게 뿌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온몸에 향수를 휘감아선 안 돼요. 특히 밀폐된 공간이나 레스토랑처럼 테이블에 오래 앉아 있는 자리라면 더욱 자제해야죠.” 바이레도 신나솜 대리의 조언이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 혹은 피부에 유분이 많은 사람은 향이 변형되기 쉬우니 피부에 직접 사용하지 말고 옷이나 스카프 같은 패브릭에 뿌리는 것이 방법이다. 좋은 냄새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향기의 힘은 이토록 강력해 시간이 흐른다 해도 코끝은 누군가를 기억한다. 우리 역시 누군가의 코끝에서 추억되는 한 사람일지도!
누군가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때로는 뇌리에 깊게 박혀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향기의 만렙 능력치를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