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누구보다 찐한 가족이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어도 세상 애틋한 ‘내 새끼’다.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대신 입양하자는 건 그래서다. 장래 희망이 견주 혹은 집사인 사람들을 위해 코스모가 먼저 반려동물을 입양한 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BYCOSMOPOLITAN2020.02.17
 
 
이송이(애견 의류 브랜드 ‘안젤라코코’ 대표) & 반려견 동남이(7살), 새봄이(2살)
동남이와 새봄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랑 15년을 살다가 재작년 강아지별로 간 코코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코코는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천사 코코’라는 뜻의 애견 의류 브랜드 안젤라코코를 시작한 이유니까. 유기견인 코코를 자원봉사자를 통해 입양했을 때, 코코는 털을 빡빡 밀어놓은 상태였다. 지금 보면 정말 못난이 같은데 그땐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코코는 첫날부터 원래 나랑 살던 아이처럼 내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처음 6개월간은 분리 불안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현관문 밑 고무 패킹을 다 뜯으며 울고불고해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메모를 붙여놓고 가곤 했다. 그래도 코코는 내겐 완벽한 아이였다. 갈색 푸들이었던 코코에게 마음을 준 뒤로 푸들만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입양한 동남이와 새봄이가 모두 푸들인 이유다. 동남이는 애견 카페 이벤트에서 1등 상품으로 분양된 아이였는데, 사정이 생겨 우리 식구가 됐다. 새봄이는 코코가 간 뒤에 입양한 아이로, 처음에는 새로 반려견을 입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코코의 마지막 1년이 정말 힘들었기에.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됐지만 무엇보다 코코를 간호하느라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푸미녀(푸들에 미친 여자들)’라는 입양 단체에서 새봄이에 관한 공고를 보고 홀린 듯 입양 문의를 했다. 코코를 입양하던 때와는 달라서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한 달 소득, 집 안 환경, 결혼 여부, 자녀 유무, 출산 예정 유무 같은 사적인 질문 30~40가지에 대해 일일이 답을 적어 보내고 집 안팎 사진까지 촬영해야 했다. 1인 가구는 집을 비웠을 때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고, 출산 예정인 가정은 아기를 낳은 뒤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경우가 많아 입양이 어렵다. 새봄이는 경기도 시흥의 어느 산속에서 구조돼 시흥시 보호소에 있던 아이다. 유기견 보호소도 천차만별인데, 시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와 달라 당장 아이가 죽어가지 않는 이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새봄이는 슬개골이 탈구된 데다 뒷다리 뼈가 심하게 변형돼 있어 데려오자마자 큰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다. 다행히 동남이와도 잘 지낸다.
입양과 분양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적응 기간의 부담이 다르다는 거다. 유기견은 성견인 경우가 많다 보니 자아가 이미 형성돼 적응력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입양한 지 1년도 못 돼 배변 훈련이 잘 안 돼서, 아이가 자꾸 짖어서, 자라면서 덩치가 너무 커져서 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파양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걸 못 참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성견이 된 아이들은 자아가 생긴 만큼 상처도 더 크게 받는다. 반대로 사랑받은 아이들은 다 예뻐진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윤혜린 (유튜버) & 반려견 봄이(6살), 가을이(5살)
봄이와 가을이가 오면서 우리 집에는 웃음이 많아졌다. 유기견 센터에서 카페에 올린 봄이 사진을 보고, 10년 전에 우리가 잠깐 돌봐줬던 개를 너무 닮아 마음을 빼앗겼다. 봄이는 강아지 공장에 있다가 구출됐다. 똥 치우기 편하자고 제대로 된 발판도 없이 만든 철창 우리, 일명 ‘뜬장’에서 평생을 출산만 하다가 버려질 운명이었는데 센터에서 유기견들을 구조하기 위해 강아지 공장을 통째로 매입했다고 들었다. 처음 데려왔을 때 2~3살 정도였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출산을 경험했다고 한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 봄이는 다 죽어가는 개였다. 털은 온통 누렇게 색이 바래고 표정은 침울했다. 귀에 곰팡이 균이, 몸엔 피부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했다. 엄마는 고등어와 감자, 당근 같은 영양식을 잔뜩 사다가 봄이에게 먹이곤 했다. 봄이는 사람 손에서 자란 적이 없어 겁도 많고 한동안은 밥을 주는 엄마 외에는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도 않고 망부석처럼 앉아만 있었다. 우리 집에 온 뒤로 중성화 수술을 받고 공장 생활과는 영영 작별을 고했지만, 봄이는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한다.
가을이는 동네에 버려져 며칠을 떠돌던 걸 엄마가 제보를 받고 데려왔다. 폼피츠였는데 털이 짧게 다듬어져 있고 팔다리와 귀에 염색이 돼 있는 걸로 보아 누가 봐도 집에서 예쁨받고 자란 아이였던 것 같다. 사람 손길을 많이 탄 아이라 그런지 집에 데려오자마자 1년간 먼저 살았던 봄이를 제치고 소파에 늠름하게 착석하는 모습이 깜찍했다. 그때까지 봄이는 애견 방석에도 제대로 앉아본 적 없는 아이였다. 사실 봄이를 먼저 데려오고 나서 가을이가 왔기에 망정이지, 가을이와 봄이가 온 순서가 달랐다면 우리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가을이처럼 애교 많은 개만 보다가 목석 같은 봄이가 왔다면 우리가 이만큼 봄이를 예뻐할 수 있었을까? 봄이 입장에서는 가을이가 싫었을 수도 있지만 봄이가 워낙 착하고 순한 성격이어서 무탈하게 적응한 것 같다. 천생 애교쟁이인 가을이를 따라 우리한테 놀아달라고 조르거나 가까이 와서 툭툭 건드리는 등, 봄이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밖에서 예쁜 품종견들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봄이는 저런 애들을 낳다가 버려진 아이고 가을이는 저렇게 태어나서 버려진 아이라고.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사고팔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당연히 입양을 생각했지만, 입양을 결심하고 난 뒤에도 고려할 사항은 너무나 많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10년, 20년씩 키울 자신이 있다면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견을 입양하는 것도 좋다. 만약 오랫동안 훈련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성견 대신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는 게 맞다. 유기견도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나와 맞는 아이, 내 상황에서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아이를 데려오길 바란다.
 

 
홍예원 (한의사) & 반려견 야꼼이(3살)
야꼼이는 2018년 4월 3일 아침, 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소 문 앞에 버려진 채로 발견됐다. 쪽지가 하나 딸려 왔는데, 엄마가 시바견이고 1월 31일에 태어났으며 다른 형제들은 모두 죽었고 언제 어떤 접종을 마쳤다는 등의 출생 기록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카라는 동물들의 생활 환경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 이상의 유기 동물은 받지 않는다. 야꼼이를 임시 보호하던 지인이 내게 사진을 보내며 입양처를 구해달라 부탁했는데, 나는 사진을 보자마자 “제가 데려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야꼼이는 다행히도 우리 집에 오자마자 밥도 거하게 먹고 우리가 사다 둔 사자 인형을 입에 문 채 똥까지 시원하게 눴다. 본능적으로 자기 집을 알아본 듯했다. 처음 며칠 밤은 우리가 방에 들어가 잠들면 문을 긁으며 울기도 했지만 금방 잦아들었다. 오히려 나와 남편이 분리 불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야꼼이를 끼고 산다. 어릴 때부터 개를 자주 키웠던 남편은 야꼼이 훈련을 도맡았고 나는 극성 엄마를 자처했다. 우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갔다. 아기 때는 하도 돌아다녀서 발바닥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 야꼼이가 버려진 건 2개월 무렵이었는데, 나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꼼꼼히 챙겨 보다가 ‘개는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 성격이 형성되며, 그 3달간 100명의 사람을 만나면 좋다’는 정보를 습득했다. 그 뒤로는 야꼼이를 데리고 뻔질나게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덕인지 야꼼이는 산책하러 나갈 때면 자기가 아는 장소는 다 한 번씩 들러 사람 손길을 챙기는 사랑스러운 ‘관종’견이 됐다. 1년 전쯤 지인의 출판 기념회 파티에 야꼼이와 함께 참석했다가 한창 흥이 오른 사람들에게 상당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날이 있었다. 지금도 야꼼이는 낮에 그 근처로 산책을 나가면 그때의 영광을 기억한다는 듯 문이 굳게 닫힌 캄캄한 바 앞에서 한참을 싱글벙글하며 기다리곤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야꼼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서 오히려 애교가 조금 늘었다 뿐이지 속 썩이는 일은 없었다. 산책을 나가도 좀처럼 짖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안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한 것도 아니다. ‘누구도 날 싫어할 순 없지’ 하는 듯 당당한 애티튜드는 나도 배우고 싶을 정도다.
사람들은 유기견 입양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유기견이라 해서 무조건 사람에게 마음을 닫은 것도 아니고, 상처가 있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행동이 교정되기도 한다. 그러니 편견 없이 봐줬으면 한다. 야꼼이로부터 얻는 기쁨은 정말 크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에도 1일 1산책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되새기며 자리에서 일어서면 피곤하다기보다 오히려 에너지가 샘솟는다. 야꼼이 덕에 우리 동네엔 생각보다 자그마한 뒷산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야꼼이한테만 팔이 굽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남의 집 자식들도 예쁘다는 걸 더 잘 알게 됐다. 야꼼이도 나의 이런 변화를 알까?
 

 
이지혜 (〈더트래블러〉 에디터) & 반려묘 풀이(11살)
꿈에 그리던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너무 개냥이 같은 고양이보다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는 귀엽지만 집을 나설 때마다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았다. 유기묘 분양 소식이 올라오는 카페에 접속했을 때 첫 페이지에서 풀이를 봤다. 사진 속 창가에 앉아 있는 풀이의 모습이 너무 고요해 동물보다는 식물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이름을 ‘풀’이라 지었다.
풀이는 새끼 때 어미에게 버려졌다가 구조돼 한 번 입양을 간 적이 있는 아이였다. 전 주인은 풀이를 입양한 뒤에 덜컥 또 고양이를 입양했다. 둘째는 품종묘에 엄청난 개냥이였다. 원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던 풀이는 둘째와 어울리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전 주인은 임신해 결혼을 앞두게 됐고, 시댁에 들어가 살기로 했는데 시댁에서는 고양이를 두 마리나 데려오는 걸 원치 않았다. 당연히 간택된 건 품종묘에 애교도 많은 둘째였다. 임시 보호소로 떠나기 전 풀이는 자기가 버려질 거란 사실을 직감했는지 한 달 동안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풀이를 입양한 건 7년 전. 안성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동안 풀이는 긴장을 심하게 했는지 발을 온통 쥐어뜯어서 피가 철철 흐르는 채로 우리 집에 첫발을 디뎠다. 다행히 우리 집에 다른 고양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풀이는 5분 만에 적응하고 싱크대에 풀쩍 뛰어올라가 수돗물도 여유롭게 마시더니 우리 앞에 드러누웠다. 처음 한동안은 시시때때로 배를 뒤집고 누울 정도로 애교를 부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풀이의 원래 성격은 아니었다. 지금은 딱히 누군가의 환심을 사려 하지 않는데, 이제 자기가 버려질 일은 없다는 걸 확신해서인 것 같다. 그걸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애잔하다.
사실 그동안 풀이가 날 맘고생시킨 이유는 따로 있다. 풀이는 어려서부터 신장이 좋지 않았다. 나는 풀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내 곁을 떠날까 봐 울고불고했던 적이 많다. 함께 산 지 3년째였던가, 풀이의 치과 정기검진을 받고 의사 선생님께 된통 혼난 적도 있다. 송곳니 끝이 닳아서 신경이 노출돼 있다고 말이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아픈 걸 감추려 하는 습성이 있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풀이가 아플 때 내가 슬퍼하거나 무서워하면 풀이도 그걸 고스란히 느끼니까, 내가 좀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건 자식을 입양하는 것과 똑같은데, 나보다 먼저 간다는 점만이 다르다. 풀이는 이제 약 11살. 내 꿈은 풀이를 잘 보내주는 거다. 풀이와의 이별이 아름다울 거라는 환상은 없다. 다만 최소한 곁이라도 지켜주고 싶다. 풀이가 가고 나면 다른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꿈에도 없다. 같은 일을 다시 겪을 자신이 없기에. 그래서 가끔 걱정한다. 풀이가 떠나고 내가 외로울 때, 길고양이가 나를 쫓아오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하고.
 
 

Keyword

Credit

  • Editor 김예린
  • photo shutterstock.com(메인)/각 인터뷰이(반려견)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