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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굴의 강하늘

존재만으로 느낌표가 되는 사람 강하늘. 함께 있는 사람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는 그는 천생 광대였다. 배우 강하늘과 인간 김하늘의 경계는 실선처럼 흐릿했지만, 무수한 질문에 그는 명료했다.

BYCOSMOPOLITAN2020.01.20
가죽 재킷 51만9천원 문선. 팬츠 가격미정 프라다. 페도라 1백25만원, 벨트 64만원 모두 구찌. 슈즈 가격미정 처치스.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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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촬영 콘셉트가 인간 김하늘과 배우 강하늘이었어요. 화보 촬영할 때마다 최대한 강하늘 아닌 척을 하면 사진이 잘 나온다고 했던데,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계속 제가 아닌 척했죠. 하하. 아직 프로페셔널하게 사진 촬영을 못 해서 카메라가 민망하고 어색해요. 아무래도 영상 촬영하는 것보다 조금 절제하면서 움직여야 하니깐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라고 하는데, 그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취미로 꼽은 것 중에 요가는 의외였어요.
제게 요가는 취미라기보다는 하나의 수양이에요. 무에타이를 하다가 유연성을 기르려고 요가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요가만 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두 다리가 일자로 안 찢어지고 팔이 안 닿는 이유가 유연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한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요가는 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반면에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어요.
일주일에 한 권은 읽으려 해요. 군대 가서도 좋았던 게 책 읽을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 류시화 시인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등 두꺼운 책 위주로 봤어요.
 
최근 JTBC 〈트래블러〉 촬영차 아르헨티나에 다녀왔죠. 책을 좋아하니 30시간 넘는 비행시간도 그리 싫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폐소공포증이 되게 심해 비행기를 못 타요. 처음에 〈트래블러〉 출연 제안을 몇 번 고사한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그래서 해외 갈 때는 수면제를 처방받아 가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갔어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촬영하러 아이슬란드에 갈 때도 그랬고, 저에겐 굉장히 큰 도전이었어요.
 
함께 여행 간 안재홍, 옹성우 씨와 친분이 있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과 지내는 것도 큰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재홍이 형은 원래 친했는데, 성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사실 제가 사람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이 아니라 크게 걱정은 안 했어요. 여행 가기 전에 PD님한테 성우의 성격에 대해 많이 들었는데 만나기 전부터 저와 너무 잘 맞을 것 같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랬죠. 나이로 셋 중에 중간이었는데 특별히 뭘 할 필요도 없었던 게 셋 다 모난 성격이 아니거든요. 호칭만 형, 동생이었지 친구처럼 지냈어요.
 
10일 동안 아르헨티나 곳곳을 다녔다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었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가장 북쪽에 있는 이구아수폭포를 보고 다시 파타고니아까지 내려오는 일정이었어요. 이구아수폭포는 적도와 가까워 민소매만 입어도 더웠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딱 봄가을 날씨였어요. 그런데 파타고니아에 가면 패딩을 입어야 할 만큼 추웠죠. 열흘 안에 사계절을 다 겪다 보니 기분이 되게 이상했어요. 특히 이구아수폭포 앞에선 저희 셋 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웃음만 터져 나왔어요. 어이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관이 펼쳐졌거든요.


이미지가 고착될까 봐 배우들이 전작 이미지를 탈피하려 애쓰곤 하는데, 오늘 강하늘 씨는 자연스럽게 ‘용식이’ 말투를 쓰더군요. 아직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을 보낼 준비가 안 된 거예요?
〈동백꽃〉팀 배우들 중에 제가 제일 먼저 ‘용식이’를 보낸 것 같은데요? 바로 연극 〈환상동화〉를 시작했으니깐요.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백꽃〉의 ‘용식이’를 많이들 좋아해주셨으니 적재적소에 많은 분들께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드릴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거죠. 저는 메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용식이’도 제 어딘가에 있는 모습이고, 그걸 극대화시켰을 뿐이죠. 제게 ‘용식이’보다 더 중요한 건 〈동백꽃〉의 팀워크예요.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현장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터틀넥 1백38만원, 팬츠 1백38만원, 벨트 52만원 모두 보테가 베네타.

터틀넥 1백38만원, 팬츠 1백38만원, 벨트 52만원 모두 보테가 베네타.

남자 배우들에게는 전역 이후에 하는 첫 작품이 굉장히 중요해요. 결과적으로 강하늘에게 〈동백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성공을 바라며 사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잘된 건 운이 좋았던 것뿐이고,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황용식’이 아니라 ‘동백이’라는 인물이 너무 멋있게 나왔기 때문이죠. 작품 들어가기 전엔 3~4회까지만 대본을 봤는데 보면서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고요.
 
실제 성격도 ‘용식이’만큼 꽤 단순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심플한 이유로 선택하긴 했지만 저는 사실 고집을 넘어 아집을 피우는 편이에요. 〈동백꽃〉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는 반대했어요. 소위 말해 주인공이 아닌데 왜 하려고 하는 거냐였죠. 그런데 저는 작품이 좋으면 사람들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그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게 될 텐데 그걸 따지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사실 이번에 연극을 선택한 것도 제 아집이 커요.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이유가 드라마, 영화만 하다 보니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죠?
드라마나 영화는 그날 해내야 하는 촬영분이 있기 때문에  리허설할 시간이 부족해요. 또 촬영할 때는 꽤 그럴싸하게 보여야 하니 할 줄 아는 것만 계속 써먹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이전에 했던 건데?’ 하면서도 반복하게 되는 거죠. 그런 게 느껴질 때마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어요?
무대 위에선 잠깐 아무 소리를 안 내도 공기가 바뀌어요. 내가 끌고 가던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지죠. 즉흥적으로 상대 연기자들과 호흡하는 게 재미있어요. 정해진 대사가 그날 연기자의 컨디션에 따라 마침표가 될 수도 있고, 말줄임표가 될 수 있고, 쉼표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걸 느끼면서 연기하는 게 공부가 많이 돼요.
 
〈환상동화〉에서 맡은 역할이 ‘사랑광대’예요. 순정적인 ‘용식이’ 캐릭터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광대’는 순수함의 결정체일 테니까요.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애초에 어떤 역할을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랑광대’ 대사 중에 “이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굉장히 공감 갔어요. 삶의 모토가 되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지금 강하늘 씨는 무엇을 가장 사랑해요?
저요. 하하. 제 행복이 가장 먼저이고, 가장 소중해요.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일은 하기 싫어요. 그런데 여러분께 사랑받고, 작품이 잘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정말 긍정적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신기하다니까요?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재미있고 즐겁다고 생각하면 걱정, 근심거리가 오는 순간에 상황이 좋게 변해요. 물론 너무 어렵죠. 하지만 저는 힘든 상황이 생길 때,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그럴수록 느끼게 되는 두려움이나 불안은 없어요?
경계하는 건 있어요. 내가 즐겁지 않거나 뭘 하든 다 일처럼 느껴지게 될 상황이 오지 않도록 말이죠. 내가 즐겁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아직은 재미있고 즐거워요.
 
재킷, 터틀넥 모두 가격미정 YCH.

재킷, 터틀넥 모두 가격미정 YCH.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어렸을 때 꿈이 다큐멘터리 감독, 군인, 연기자였거든요. 군인은 군대 다녀오니 아닌 걸 알게 됐고. 하하. 사실 집에서 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많이 봐요. 연기자가 안 됐다면 다큐멘터리 감독까진 아니어도 관련 회사에 입사해 열심히 다니고 있을 것 같아요. 자연이랑 우주를 다룬 다큐를 좋아해요. 이번에 아르헨티나 갔을 때도 눈앞에 너무 거짓말 같은 풍경이 있어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TV에서만 보던 폭포가 눈앞에서 떨어지고 있으니깐요. 되게 신기했죠.
 
매사에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편인 것 같아요.
바로 앞에 불행한 일이 닥쳐도 그 이후에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불행도 너무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명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저에게 좋게 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가장 큰 일탈은 뭐예요?
김하늘로 보자면, 연기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일탈이에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누워만 있는 걸 좋아하는 애가 밖에 나가서 대본을 읽고, 촬영을 하는 걸 보면 되게 큰 일탈이죠.
 
강하늘이란 인물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그만큼 내면이 단단한 걸까요?
단단하거나 아주 물렁하거나? 하하. 외부의 그 무엇도 저를 자극하지 못해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사는 걸 진짜 좋아하지 않아요. 거듭 얘기해 지겨우실 수 있겠지만 저는 늘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배우로서 가장 욕심나는 건 뭐예요?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건 필모그래피예요. 연기자에 대해 궁금할 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고, 그가 어떤 작품을 선택했는지를 보면 대략적으로 잘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필모그래피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강하늘이라는 배우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작품만 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내 생각대로 행동하는데, 그 행동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연기할 때도 드러날 거라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좋은 배우는요?
연기자는 구연동화를 하는 사람이에요. 옛날에 사람들이 혼자 책을 읽다가 너무 심심하니까 그걸 읽어주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걸 읽기만 하면 또 심심하니 동작을 넣고 그게 점점 연극으로 발전한 거라 생각해요. 관객들이 극중 인물을 강하늘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인물 자체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 연기자가 아닐까요?
 
그야말로 미담 자판기잖아요. 주변에 늘 좋은 얘기뿐이지만, 그중에서도 강하늘을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이 있다면요?
“덕분에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요”란 말이 좋아요. 빈말이어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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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Director Kim Ji Hu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Photographer Woo Sang Hee
  • Stylist 김지수
  • Hair&Makeup 이은혜
  • Assistant 김지현
  •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