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과 진담사이, 이준혁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는 대신, 일정한 속도와 힘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예술과 현실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사는 배우 이준혁. 쏠림과 기복이 없는 묵직한 중심 추를 가진 그가 이번엔 선과 악, 현실과 이상, 그 어딘가에 있는 인물 ‘오영석’이 됐다. ::이준혁, 스타인터뷰, 스타화보, 남자배우, 지정생존자,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이준혁,스타인터뷰,스타화보,남자배우,지정생존자

셔츠 11만8천원 알렌느. 팬츠 가격미정 폴스미스.지난주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가 첫 방송됐어요. 이준혁 씨는 3회부터 등장하죠?1·2회에 제가 나오지 않아 맘 편하게 봤어요. 하하. 그 덕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었고요. 사실 리메이크 작품은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찾아봤죠. 다 보지는 못했지만 저희 드라마는 미드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원작에 비해 스케일은 작을지 몰라도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있어, 더 예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지정생존자>는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진짜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는 건 트렌드인 것 같아요. 저도 그 비슷한 수준이에요. 평소 리더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고, ‘내 주변을 잘 챙기면서 살자’가 모토라 그걸 지키며 살려고 해요. 이번 드라마에서 권력 욕심이 하나도 없는 인물 ‘박무진(지진희)’과 달리 정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은 ‘오영석’ 역을 맡았죠?이 인물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실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속에 등장할 만한 사람이라 여기고 접근했어요. ‘오영석’을 만화 속 주인공에 빗대서 설명해주시더라고요. 현실적이기보다는 매우 이미지적인 인물이라는 거죠. 나이나 결혼 유무와 같은 현실 정보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묘하죠.시놉시스에 ‘오영석’이라는 인물은 “함부로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남자의 섹시한 긴장감이 매력적”이라고 적혀 있어요.하하하. 누가 그렇게 썼죠? 저도 못 봤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사람이 섹시한 것 같아요. 태업을 한다는 게 아니라, 위기 상황이 닥쳐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 말이에요. 호들갑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 그게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연기 빈틈이 없는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라 촬영장에 긴장감이 많이 돌 것 같아요. 제가 겪은 촬영장 중에서도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각자 개인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낼 수 있고, 그걸 선배님들이 유연하게 받아주세요. 이런 게 팀워크가 아닌가 싶어요.실제로 이준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작품 속 인물로 기억되는 배우죠. 개인적인 부분을 일부러 노출하지 않는 건가요?저에게 사적인 부분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한다는 건, 남산 위에 올라가서 성능 좋은 확성기에 대고 아주 크게 말하는 것과 같아요.이렇게 기자님처럼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듣고 싶지 않은데 들어야 할 수도 있잖아요. 요즘 많은 분이 SNS를 하는데, 전 주변 친구들이 워낙 SNS를 안 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어요.셀카도 잘 안 찍거든요.  재킷, 팬츠 모두 가격미정 카루소.오늘 화보 촬영에서 카메라 리모컨을 들고 셀카를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잘하던데요?예전에는 화보 촬영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나를 위해 헤어, 메이크업, 의상 모두 예쁘게 준비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화보 촬영도 또 하나의 작품이라 여기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촬영이 훨씬 편하더라고요. 2천 편이 넘는 영화를 봤다고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결말이 뻔한 작품은 안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꿈과 희망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한다고요.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나눠 판단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노림수가 너무 보이는 작품은 비판받아야겠지만요. 단 음식을 먹다 보면 짭조름한 음식이 먹고 싶은 것처럼 영화도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에요. 장르 가리지 않고 잘 만든 작품을 좋아해요. 애니메이션이든, 스릴러든 상관없어요.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도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또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작품을 할 때도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중요한가요?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요. 최근에 스태프 한 명이랑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제가 밸런스형 인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극단적이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사람이오. 친구들과 있으면 늘 “재미있는 일 없냐?”라고 묻는다던데, 이제는 그 재미있는 걸 찾았어요?친구뿐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봐요. 남들이 뭐 하고 사는지 궁금해요. 기자님은 요즘 재미있는 일 없어요?재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 아닐까요?일이 너무 많아 못 하고 있어요. 연애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방향도 못 잡겠고요. 제가 밖에 많이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연애가 쉽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요즘 무슨 낙으로 살고 있어요?음…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재미? 하하. 누군가 나를 이렇게 궁금해하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좋네요. 사실 저는 되게 단순한 사람이에요. 맛있는 것 먹고, 영화 보고, 책 읽으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자꾸 다이어트를 시켜서. 하하. 얼마 전 <야구소녀>라는 작품을 하면서 5~6kg을 찌웠는데, 이번에 ‘오영석’ 역할을 하게 돼 다시 9kg을 뺐어요.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면 진짜 무기력해져요.슈트 33만5천원 코스. 선글라스 38만원 모스콧.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뷔한 지 13년이 됐어요. 빠른 성공과 인기를 추구하기보다는 자기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작품을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저는 꿈을 성공에 맞추고 싶진 않아요. 성공의 기준도 잘 모르겠고요.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잖아요. 행복이란 게 추상적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하며 보내는 시간은 분명 저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아요.인터넷 프로필에 생년월일이 없어요. 나이를 의식하나요?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 제 나이가 연기할 때 불리한 것 같아요. 늘 애매하게 실제 제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했거든요. 그동안 맡은 캐릭터가 다들 조금씩 묘한 지점에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비밀의 숲>의 ‘서동재’도 40대였고, 이번 ‘오영석’도 그렇죠.불혹이라는 나이에 남다른 로망을 품은 사람들도 있어요.그렇다고 빨리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 친구들이 빨리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마 빨리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 같아요. 전 지금이 좋아요. 나이가 성공보다 비싸거든요.요즘 고민은 없어요?살을 너무 빼서 많이 무기력해졌어요. 사람이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몸속에 있는 체지방, 호르몬도 못지않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건강이 고민이에요. 너무 아저씨 같나요? 하하.나이를 잘 먹고, 좋은 선배가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있나요?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내 주변을 잘 챙기고 살면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꿈꾸던 슈퍼맨이 될 수는 없지만 좋은 친구, 좋은 선배는 될 수 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준혁 씨는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이에요?촬영장에서 감독님과 잘 소통하고 특별히 문제 없는 배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어떤 사람이냐면요, 이걸로 설명이 될까요? 아까 촬영할 때, 공 달라고 보채며 우는 강아지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빨리 공을 주고 싶었죠. 이게 뭐라고 애를 울게 하나.좋은 사람이네요.나쁜 사람은 아니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