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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하고, 2018년 영화 <곤지암>을 통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탔다. 최근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로맨틱 가이 ‘지서준’을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고, 곧 영화 <걸캅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하 <로별>)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어느새 ‘서브 남주’ 역할로 올라서 ‘서준홀릭’이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오늘도 저희 후배들이 촬영장에 따라오겠다며….
그럴 리가! 감사합니다. 하하. 아직 촬영장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느라 주변 반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주 가는 동네 카페나 식당,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기분은 좋은데, 요새 몰골이 너무 안 좋아서. 예전보다 확실히 점검하게 되는 게 있긴 해요. 그냥 슬리퍼 끌고 나가려다가도 ‘아, 잠깐만…’ 하면서 멈춰요.
<로별>은 이나영 배우의 복귀작이기도 해서 처음부터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띠 동갑 선배와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나영 누나가 되게 쿨해요. 처음에는 대선배시니까 당연히 부담이 엄청 됐는데 첫 촬영 때부터 신기하게도 전혀 불편하지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위하준 배우를 인상 깊게 봤던 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잘예누>)였어요. 손예진 배우의 남동생 역할이었는데, ‘쟤 누구지? 뭐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잘하지?’ 그랬거든요.
이런 소리는 좀 들었어요. “진짜 현실 남동생 같다”는. 하하. 전 그 말이 정말 좋더라고요. <밥잘예누>는 워낙 감독님도 현장 분위기도 좋아 저한테도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에요. 촬영 끝날 때마다 배우들 모두 “벌써 끝났어? 더 안 찍어요? 좀 더 따주시면 안 돼요?” 막 그럴 정도로, 끝나는 게 아쉬운 작품이었죠.
아직 신인인데 유독 여배우 복이 많았어요. 손예진 다음이 배두나(드라마 <최고의 이혼>), 그리고 지금 이나영 배우까지.
저도 신기해요. 제가 원래 주변에 누나라는 존재 자체가 별로 없거든요. 그나마 저희 누나한테도 “누나”라고 잘 안 부르니까. 친한 선배도 다 형들이고, 연애도 연상하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근데 신기하게 작품에서는 계속 누나랑 붙더라고요. 예능도 이연희 누나랑 하고요. 제가 복이 많은가 봅니다.
실제로 누나와의 연애는 어떨 것 같아요?
연상을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제가 남자로서, 오빠로서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힘든 게 있어도 내색 못 하고. 근데 요새는 저도 누구한테 기대고도 싶고, 위로받고 싶기도 해요. 제가 두 작품에서 띠 동갑 선배님들과 연기해서인지 지금 마인드로는 띠 동갑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만나보고도 싶어요.
제가 다 고맙습니다.(일동 웃음) 인터뷰에서 선배들한테 먼저 살갑게 다가가지 못해 죄송하다고도 했고,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서요. 예능 <섬총사>에서는 ‘끼쟁이’처럼 잘하던데, 어느 쪽이 진짜예요?
<섬총사>는 뭐랄까, 예능이라는 인식보다는 그냥 고향 섬에 가서 논다는 느낌이 컸어요(그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이다). 친근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다들 편하게 해주시니까. 예진 누나한테도 ‘선배님’에서 ‘누나’라고 부르는데 3년 반이 걸렸거든요. 근데 <섬총사>에서 바로 “누나, 누나” 하니까 매니저 실장님도 놀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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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드립도 막 치고, 욕도 좀 하고 그럴 것 같은데?
맞아요! 딱 그래요.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완전 달라져요. 하하.
그런 연기를 한번 해봐도 좋겠네요. 영화 <파수꾼>에서 남자 고등학생들의 말 반 이상이 욕인, 그런 거친 대사들?
진짜 너무 하고 싶어요! 연기를 꿈꾸는 남자 지망생들이라면 <파수꾼> 대사들 한 번씩은 다 해봤을 거예요. 이제훈·박정민 선배님 대사들 너무 좋아했어요. “너 친구로 생각할 것 같냐? 아니야. ×× 같이 다니면 편하니까. ×× 뭐나 되는 거 같으니까” 같은.
완도에서 자란 섬 소년 위하준은 어땠나요? 놀기 좋아하고, 자잘하게 사고도 좀 치고 그랬을까요?
사고보다는 그냥 자존심 세고 괜히 욱하고, 대장질하려고 드는 아이? 그렇다고 누굴 막 괴롭히지는 않았는데 제 감정 표현을 너무 솔직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또 말도 예쁘게 안 하잖아요. 기분 나쁘면 나쁜 대로 내뱉고. 반장 하고, 학생회 활동도 하고, 모범생 유전자가 있는데 또 약간 양아치(?) 같은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 하면서 춤추고 주목받는 게 좋아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대학을 연기 전공으로 간 거고요.
평소에는 뭐 하면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요?
운동에 완전 빠져 살았어요. 육상 대회도 나갔고, 복싱과 애크로배틱도 하고. 섬에서는 따로 배울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성룡·이연걸·이소룡 액션 영화 보면서 동경하고, 맨날 쌍절곤 들고 다니면서 애들 치고 그랬거든요. 담 넘어 다니고, 점프하고. 몸 쓰는 쪽은 확실히 자신 있어요. 영화 때문에 최근 액션 스쿨을 한 달 다녔는데,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운동하던 것들이 있으니까 금방 호흡도 잘 맞고. 영화 끝나고 선생님이 자기가 10년 넘게 배우들 가르치면서 가장 마음이 편한 배우였다고 말해주셨어요.
나중을 상상해보죠. 다방면에서 많은 끼를 발산하며 대중적으로 친근한 위하준이 있고, 간혹 작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위 정통파(?) 배우 위하준이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연기라는 꿈을 가졌을 때부터 오로지 작품만 하는 배우, 예능은 절대 안 할 거라는 마음이 강했는데 드라마도 하고 예능도 해보니까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아무리 영화를 많이 찍어도 시골 계신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은 <섬총사> 한 번 나온 걸 훨씬 더 좋아하시거든요. 거기서 오는 원동력도 정말 크더라고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예능에 나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도 저한테 큰 행복일 수 있겠다고요.
나중에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해주면 좋겠어요?
“어? 저 사람 나오네? 잘하겠네, 재미있겠네” 이런 배우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또 모든 대중과 직접 만날 순 없겠지만 “나 그 배우 실제로 봤는데 되게 따뜻하더라”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고요.
배우가 굳이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잖아요?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흔히 말하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 근데 그게 정말 힘들다는 걸 이번에 또 한 번 느꼈어요. 드라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예민하게 군 적이 있더라고요. 로코라는 장르도 자신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면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다행히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이 좀 생겼어요. 이제 좀 내려놓고 더 즐기는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