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솔직할 수 없는 이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SNS가 사적 공간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다. 개인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지만 이는 다수를 향한다. 그 어떤 신문이나 방송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많은 메시지와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술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 내일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거다. 이런 SNS 세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도 되는 걸까?::SNS, 사생활, 노출, 라이프, 컬처,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SNS,사생활,노출,라이프,컬처

"지금 올리려는 그거, 내일 아침 이불킥각?"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 대신 SNS를 한다. 팀장이 긴 밤 지새우며 쓴 보고서를 다시 쓰란다. 부글부글대며 뒤틀리는 마음을 담아 피드에 뭔가 올려야겠다. 그럼 사람들이 댓글을 달며 공감해줄 거다. 손이 부릉부릉거리는 참인데 멈칫한다. ‘아 참, 팀장이랑 인친이지’. 홍보 대행사에 근무하는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회사 사람들과 SNS 친구가 된 이후로 인스타그램 사용을 조심하게 됐다.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포스팅은 자제하고 오해를 살 만한 사진이나 글도 올리지 않았다. 언제나 밝고 건강한 인상을 줄 만한 글만 올리려 노력했다. 이직 시 SNS가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세상 아닌가. 연예인도 아닌데 이미지 관리를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별수 없었다. 신나게 놀았던 어젯밤 사진을 보고 오늘 제출한 보고서의 완성도를 의심하는게 상사니까.최근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88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과 SNS’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NS를 운영하며 ‘직장 동료들과 SNS 친구를 맺었는지’ 묻는 질문에 61.8%가 “그렇다”고 답해 과반수 이상의 직장인이 동료들과 SNS 친구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와 SNS 친구를 맺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이다”는 답변이 응답률 37.3%로 1위를 차지했다. 어쩔 수 없이 SNS 계정을 공개 당한 직장인 사이에서는 SNS 평판 관리에 대한 팁이 오간다. SNS를 솔직하게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애써가며 SNS를 하는 걸까?“우리는 모두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스스로가 가치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란 걸 입증받고 싶어 하니까요.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그런 열망은 더 강해지죠.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에요.” 밀라노 심리 치료 센터의 심리 분석가이자 심리 치료사인 글로리아 로시 박사의 말이다. 블로그 ‘마이 소셜 웹’의 운영자인 리차도 에스포냐 또한 “인간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그 창구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SNS죠”라고 덧붙인다. 더불어 우리는 즉각적인 인정을 원하기 때문에 방금 본 것이나 느낀 것을 바로 업로드하거나 공유한다. 이에 대해 심리 치료사인 엔리코 마리가 세시 박사는 “이때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자신의 근심을 덜어준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그렇다면 사람들의 ‘워너비’로 자리 잡은 인플루언서들은 SNS를 얼마나 솔직하게 사용할까?팔로어가 41만에 달하는 운동 인스타그래머 B씨는 의외로 “최대한 꾸밈없이 SNS를 사용한다”라고 말한다.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시시콜콜한 사진을 올렸을 때 반응이 더 좋아요. 좋아 보이고, 멋져 보이는 사진보다 그냥 제 일상생활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편이죠. 다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을 언급하거나 그들의 사진을 올리는 건 자제하려고 해요. 저에 대한 것만 솔직하게 드러내는 거죠. 그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은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팔로어가 늘어날수록 포스팅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느끼긴 해요. 팔로어가 많은 인스타그램의 경우 사적인 공간이라고 말하기엔 좀 어폐가 있잖아요.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죠.” SNS를 솔직하고 또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리랜스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C씨는 3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주 친한 지인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계정을 만들어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었죠. 하지만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연락처만큼이나 SNS 계정을 주고받는 일이 흔해지면서 아예 계정을 새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계정은 사실 저의 작업물을 올리는 포트폴리오 기능을 하죠. 그렇게 오피셜 계정과 사적인 계정을 따로 사용하는 사람은 제 주변에도 많아요.” 트위터 사용자이자 직장인 D씨는 경우가 좀 다르다. “SNS는 저의 배설구예요. 정치나 사회 현상, 연예 무엇이든 저의 솔직한 의견을 써요. 좀 과격할 때도 있긴 한데, 뭐 어때요. SNS는 그냥 SNS인걸요. 불특정 다수와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게 좋아요. 오히려 SNS에서 저는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아, 물론 트위터 계정을 익명으로 운영하고 있긴 해요.” 그렇다면 SNS에서 완벽하게 솔직해지는 건 불가능한 걸까?로시 박사는 “자신을 SNS에 노출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고 평가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반대로 당신이 그것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솔직하게 SNS를 활용해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맺을 수 있고 또 상대적으로 가벼운 SNS에서의 관계가 현실로 이어질 때 그 무게는 달라진다. 따라서 뒤탈 없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선 ‘SNS  사용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SNS에 글을 포스팅하기 전 잠깐이라도 손을 멈추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당신의 개인 계정에 쓴 글은 지인이 아닌 친하지 않은 이들 혹은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SNS는 사적인 공간이자 공동체의 성격이 강한 플랫폼이다. 메시지를 올리고 사람들이 답글을 달아 공감하면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착각에 빠져 당신의 사생활과 직장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노출하지 말자. 당신이 구직 중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헤드헌터들은 주요 검색 엔진이나 소셜 네트워크에 등록된 프로필을 통해 지원자의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당신이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들이 당신의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분석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SNS에서 누군가를 저격하는 것은 삼가라고 말한다. 함께 찍은 친구의 사진이 너무 웃기다. 이 사진을 올리면 사람들이 엄청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를 게 명백하다. 혹은 오늘 당신을 열받게 한 누군가를 인스타그램에서 은근히 까고 싶다. 그러나 남들이 불편할 만한 콘텐츠를 그것도 다들 보는 공간에 올리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로시 박사는 “다른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다 말하는 사람은 결국 SNS 세계 그리고 현실 관계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공개해도 되는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이야기를 가릴 필요도 있다. 최근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사라 제시카 파커와 ‘사만다’ 킴 캐트럴 사이에 벌어진 불화 얘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다. 킴 캐트럴의 남동생이 사망하자 사라 제시카 파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에 킴 캐트럴은 “내 비극을 네가 좋은 사람인 척하는 데 이용하지 마라. 너는 내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공개된 플랫폼에서 그에게 일어난 안 좋은 일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더군다나 자신의 비극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에게 불편함을 줄 뿐이다.SNS에서 상처받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댓글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어떤 포스팅에 신경 쓰이는 댓글이나 좋지 못한 글이 달렸나? 그래서 당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로시 박사는 SNS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NS를 통해 맺은 관계의 경우 당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SNS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우리는 SNS에서 완벽히 솔직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상처받지 않고 또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면 아무 생각 없이 올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신의 오늘이 무언가를 꼭 포스팅하고 싶을 만큼 평범하지 않은 날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