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대 에디터의 크로스핏 도전기
한번 떡대는 영원한 떡대. 이왕이면 ‘건강한 떡대’이고 싶다. 게으르고 몸 쓰기 싫어하는 천성 탓에,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탓에 늘 ‘두툼한 여자’로 살아왔던 에디터가 크로스핏에 도전하게 된 사연. 그리고 발가벗은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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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스점프’는 높낮이와 스텝 조절이 가능하니 겁부터 먹지는 말자! 2. 기본적인 동작은 PT처럼 세심하게 지도받게 된다.
Prologue. 떡대 에디터의 박스 입성기
난 ‘떡대’다. 자학이나 비하의 의도 따윈 없다. 나란 여자, 문자 그대로 순수하게 ‘덩치 큰 여자’니까. 예사롭지 않은 골격을 타고난 탓에 얻은 ‘기골장대한 여자’, ‘힘 좋아 뵈는 여자’라는 오명(!)과는 상반되게 운동은 젬병, 뛰는 거라면 식겁하는 운동 지진아로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흘러흘러 피트니스의 끝판왕 격인 ‘크로스핏’ 센터에 자진 출두한 게 세 달 전 일이다. 돌이켜보니, 발단은 세월호 사고였던 것 같다. 한 달여를 밤마다 울었던 기억이다. 세월호 사건이 너무 슬퍼서라느니 세상이 썩었다느니, 뭐 이런 거창한 사회의식 따윈 없었다. 그냥 모든 것에 화가 나고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문득, 이대로 가다간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 정도로. 작년 말부터 무럭무럭 살이 쪘는데, 검진 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경과를 지켜보던 때이기도 했다. 떡대일지언정, 이대로 우울한 뚱땡이가 될 순 없다! 운동을 시작하겠노라 선언했다. 그런데 뭘 하지? 최근 주변의 몇몇이 크로스핏을 한다던 얘기가 떠올랐다. 영화 <300> 출연진들의 빨래판 몸매를 단시간에 만들어냈다는, 특전사들의 고강도 생존 훈련법에서 유래했다는 그 크로스핏 말이다. ‘힘들지만 재미있다’, ‘정말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보람차다’라고 했더랬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속는 셈치고 그날 당장 등록했다(이것도 직업병이다).
Day 1. 천천히, 가볍게, 전력을 다해!
저녁 7시 반. 헉. 사람들이 많다! 저녁 타임은 퇴근하고 운동하러 오는 직장인들로 항상 붐빈다고 한다. 아아, 나 빼고 다들 열심히 살았던 거구나…. 화이트보드에 ‘W.O.D? 3 Rounds for time : 400m Run, 30 Ring Dip, 20 Over Head Squat(95#/65#)’이라는 암호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빼곡한 이름 옆에는 시간 기록 같은 게 쓰여 있다. W.O.D(Workout of the Day)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오늘의 운동 프로그램’, 옆에 적힌 시간은 개인 기록이란다. 스트레칭 직후 ‘쌩쌩이’(더블언더)를 50개씩 하라는 지령이 내려졌다. 멘붕 상태의 나에게 코치가 다가와 쌩쌩이를 못 하면 그냥 줄넘기 100개를 뛰어도 된다고 다독인다. 100개씩 3라운드를(…) 뛰고 나니 입에서 단내가 나고 연이어 싯업을 30회씩 3번 하고 나니 난 누구고 여긴 어딘지 좀 가물가물했다. 아놔… 크로스핏은 언제 하는 거야?!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 한 게 분명한데, 이러다 나 내일 출근 못 하는 거 아닐까? 지금 뛰쳐나가는 게 현명한 걸까? 별별 생각을 하는 와중에, 드디어 코치가 처음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을 따로 불러 모아 오늘 하게 될 동작을 하나씩 세세하게 알려준다. 트레드밀에서 400m를 뛰고, 양손으로 링을 잡고 순전히 상체 힘만으로 30회 몸을 일으키고, 웨이트바를 머리 위로 든 채 스을 20회 하는 게 1라운드! PT를 하면서 스 동작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긴 했으나, 역기를 들고 하는 스이 쉽게 될 리가 없다. 온통 지방으로 뒤덮인 팔뚝은 링을 잡고 몸을 일으키긴커녕 버티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다. 아아, 아까 그냥 나갈걸 그랬어…. 번뇌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코치가 빵긋 웃으며 얘기한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벼운 것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면 돼요. 오늘은 2라운드만 하시고요” 그렇게 링딥은 ‘벤치딥’으로, 중량바는 PVC바로 대체되었다. 맹렬하게 뛰고 체조 선수처럼 으싸으싸하고 번쩍번쩍 역기를 드는 사람들 틈에서 ‘우울한 뚱땡이’가 전력을 다해 움직인 결과는? 남들이 3라운드를 뛴 것보다 한참 뒤처진 기록으로 2라운드 종료. 그리고 그날 밤은, 우울해할 새도 없이 곯아떨어졌다.
Day 2. 근육들의 아우성
으어어어어어어. 끄아아아아앙. 하루 종일 오크 소리를 냈다. 문을 열 때마다, 계단을 내디딜 때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킬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자네 오랜만에 날 찾았군! 반갑네!”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작심도 3일이랬다. 오늘도 나는 간다. 옷을 갈아입는데 자꾸 ‘끄응’ 소리가 나서 쪽팔렸지만, 어쨌든 제 발로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W.O.D는 ‘Hand Stand Push-Ups’ 10회, ‘Toes to Bar’ 10회, ‘One Leg Squat’ 10회를 1라운드로 해서 제한 시간 20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라운드를 소화하는 ‘AMRAP’(As Many Rounds As Possible)이다. 스트레칭과 몸풀기를 진행한 후 초심자를 위해서는 강도와 난이도를 조정한 대체 동작을 별도로 지시하고 연습할 시간을 주는 덕에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쉽다 해도 나에겐 결코 쉽지 않은 것. 쓰러질 것 같아 혼자 5라운드로 협의를 보고 끝냈다. 하하하하하 하아….

노를 젓는 동작을 응용한 ‘로잉머신’.
Day 3. 멍석말이 3일 차
오늘의 일기. “크로스핏 3일 차. 집에 오는 길에 낙지가 되었다… 팔다리가 분해되는 줄… 아 낙지 얘기하니 산낙지 먹고 싶다. 치킨도… 아니야 안 돼… 하지만 치킨에 맥주… 아아 삐뚤어질 테다….” 드디어 자아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리즈시절 ‘잠깐’ 몸짱인 적이 있던 그가 말하길 근육이 단백질을 부르는 거란다. 훗, 근육님이 부르신다는데! 당당하게 치킨을 시켰지만, 예전만큼 넋을 놓고 흡입하진 않았다. 요 며칠, 집에 돌아오면 그를 앉혀두고 오늘 또 얼마나 ‘얼차려’를 당하고 왔는지 깔깔대며 수다를 떠는 시간이 늘었다. 이것이 운동과 호르몬의 힘?
Week 2. ‘팀플레이’의 재미를 발견!
크로스핏은 자주 팀플레이 진행을 하는 터라, 슬슬 익숙한 얼굴들이 생겼고 눈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크로스핏의 매력 중 하나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서로를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사이에, 서먹함은 간데없고 전우애(!) 비슷한 것이 싹트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혼자서 운동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운동하러 크로스핏 센터(흔히 ‘박스’라고 부른다)에 오는 재미와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다. 운동을 놀이하듯 ‘심심하지 않게’ 할 수 있다니, 이건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었다!
Week 5. 내 몸이 달라지고 있어요!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한 달 즈음. W.O.D의 ‘링딥’을 연습 삼아 시도해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첫날, 심지어 지지난 주에도, 버티는 것조차 힘들던 링딥이 가능했다! 물론 횟수를 채우는 데 남들의 2배는 걸렸지만, 내 근육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그 감동은 오르가슴만큼이나 짜릿했다!
Week 9. 난 먹기 위해 운동하는 여자야!
“저 요즘 크로스핏 하는데요,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크로스핏에 대해 얘기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기획 회의 땐 무려 ‘체험기’를 쓰겠노라 선언했다. 내가 다니는 박스 이외의 곳들은 어떤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게 크로스핏을 추천했던 지인이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이라는 리복 공식 지정 박스가 있는데, 거기 좋아요!”라고 얘기했던 게 떠올라 여의도 ifc에 새로 오픈한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여의도 지점을 찾았다.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은 처음 크로스핏을 접하는 초심자를 위한 ‘온램프’, 크로스핏의 장점을 살리되 유산소의 비중을 늘려 체중 감량과 기초 체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부트캠프’, 그리고 흔히 얘기하는 기록형 경기로서의 크로스핏에 집중하는 ‘크로스핏’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분되어 있어 내 상태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부트캠프’ 수업에 들어갔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의 비중이 적절하게 구성된 ‘서킷 트레이닝’ 위주로 펼쳐지는 부트캠프는 역기를 드는 모습에 공포감(!)을 느끼고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여자들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클래스에선 욕심을 내어 ‘크로스핏’을 요청했다. 프로그램이 확실히 구분된 만큼 더 빡센 건 아닐까 염려했지만, 내게 맞는 중량과 강도로 조정해가며 거의 1:1 지도를 받듯 안전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크로스핏에 익숙해지고 재미가 들리면, 여러 박스에서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박스마다 특징이 있어서 새롭게 배우는 것도 생기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거든요.”
크로스핏 2개월 차. 아직 내 몸매에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운동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다(오히려 그 효과란, 실로 무서울 정도다). 사실 난 음식 조절은 필수라는 다이어트의 기본 원칙 따윈 무시해온, ‘맘껏 먹기 위해 운동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씨름 선수마냥 먹고 또 먹고 열심히 운동했으니, 어쩌면 내 덩치는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만족한다. 난 이제, ‘우울한 뚱땡이’가 아니라 ‘건강한 떡대’니까.

1. 상체운동과 스을 결합한 동작, ‘월볼샷’. 2. 크로스핏 주요 기구 : 역기, 줄넘기, 케틀벨, 박스, 링, 철봉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구와 머신을 사용한다. 별도의 기구 없이 체조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CROSS FIT 험한 운동 아닌가요?
몸꽝&떡대 에디터가 백날 좋다고 얘기해봤자 못 미더워할 사람들을 위해,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의 얼짱&몸짱 코치 ‘니키’에게 샅샅이 물었다.
Q 크로스핏, 무얼 위한 운동인가요?
A “크로스핏은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 역도, 체조 등을 혼합한 운동으로 ‘GPP’(General Physical Preparedness) 프로그램, 즉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신체를 대비시키는 운동입니다. 총체적인 체력 훈련을 통해 피트니스의
10가지 요소인 심폐지구력, 지구력, 근력, 유연성, 파워, 스피드, 협응력, 민첩성, 균형감, 정확성을 복합적으로 발달시키는 거죠.”
Q 험하고 무서울 것 같아요!
A “크로스핏은 운동하는 사람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동작과 무게, 개수를 보편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심지어 장애가 있는 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일 정도로요. 성별, 나이, 체격과 체력 레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에게 맞게 운동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답니다.”
Q ‘이런 사람에게 딱이다!’ 혹은 ‘이런 사람에겐 무리다!’ 하는 경우가 따로 있나요?
A “실제로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각자 다양한 체형 및 운동 경험을 갖고 있어 특별히 ‘더 잘 맞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크로스핏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몸이 가벼운 분들은 체조에 유리할 거고, 체격이 좋은 분들은 스이나 프레스와 같은 웨이트 동작에 강할 거고요. 전문 코치들의 목표가 어떤 운동도 그 사람의 상태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Q 복장 가이드가 따로 있나요?
A “이왕이면 크로스핏 전용 의류를 착용하면 더 좋아요. 현재는 크로스핏 게임즈의 주 후원사인 ‘리복’에만 크로스핏 전용 라인이 있죠. 여의치 않을 경우, 신발은 역도, 줄타기, 달리기 등을 하기에 적합한 바닥이 평평하고 가벼운 것이 좋아요. 옷은 운동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피트감 있게, 편하게 입으면 되고요.”
Credit
- Editor 박지현<br />(체험기
- 운동 기구)이승
- (남자)Getty Images Bank <br />Cooperation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 여의도 IFC점(www.reebokcrossfitsentinel.com
- 156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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