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반느'의 음악 감독 이민휘와 무키무키만만수가 같은 인물이라고?
영화 [홍이] [세계의 주인] [극장의 시간들]의 음악 감독이자, 독보적인 음악 색깔을 지닌 뮤지션 이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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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면요?
요즘 많이 바빠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데, 동시대에 만들어지는 작품들을 더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 특히 여자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나의 동료가 누구인지 눈과 귀를 열고, 서로가 늘 옆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필요할 땐 도울 수 있는 작업자가 되고 싶어요. 여성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일터에서 만나면 되게 반가워요. 최근 함께 일했던 황슬기 감독, 윤가은 감독, 윤단비 감독, 정지혜 감독을 비롯해 많은 여성 영화인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수상을 통해 음악 감독이라는 직업에 궁금증을 품는 대중도 많아졌습니다. 음악 감독의 작업 과정은 어떤지부터 듣고 싶어요.
보통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보고 감독님과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요. 촬영 전에 필요한 곡들이 있으면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후에 가편집본이 나오면 어떤 신에 어떤 음악이 들어가면 좋을지 구상하죠. 그러고는 제가 음악을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합니다. 수정 피드백이 있으면 수정도 하고요. 그리고 최종 컨펌이 났을 때 그 음악들을 가지고 믹싱실로 가서 파이널 믹싱을 하면 작업이 끝납니다.
<파반느>는 어떻게 만난 작품인가요?
전에 이종필 감독님과 <박하경 여행기>라는 드라마 작업을 함께 했는데, 그때 연이 되어 <파반느>로도 만나게 됐습니다. 감독님이 음악에 대한 조예가 무척 깊으세요. 통하는 것도 많고요. 그래서 영화도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과 함께 일할 때는 거의 저희 음악팀 구성원처럼 음악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어요. 감독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저는 오히려 편했죠. 가끔은 너무 구체적이라 힘들 때도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모두 좋은 추억이네요. 하하.
<파반느>의 경우 그 작업 과정이 얼마나 걸렸나요?
후반 작업은 두 달 정도 걸렸어요. 다만 <파반느>는 촬영 전부터 할 게 많았어요. 극 중에서 ‘요한’(변요한)이 우쿨렐레도 치고, 마지막에는 드럼도 연주하는데 촬영 전에 제가 직접 연습을 디렉팅했거든요. 게다가 촬영에 쓰이는 음악도 만들 게 많았죠. ‘미정’(고아성)이 유치원에서 피아노 치며 부르는 동요부터, 휴대폰을 보거나 TV를 볼 때 잠깐잠깐 나오는 음악 소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까지 전부 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총 68곡이나 작업했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뭐였어요?
아무래도 ‘미정’과 ‘경록’(문상민)이 LP 바에서 함께 노래를 듣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오마주한 신인데, 참 귀엽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듣는 음악이 ‘이런 마음 아나요’라는 곡이죠. 원래 있는 곡인 줄 알았어요.
제가 직접 만들고 부르기까지 한 곡이에요.(웃음) 두 주인공이 참 힘든 와중에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신이거든요. 그래서 그 감성을 가사에 담고 싶었어요. 보통 노래의 가사는 감독님한테 맡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게 친구인 시인 임유영에게 부탁했어요. 그래서 장면 속에 등장하는 LP 소품 속 가수 이름도 제 이름과 친구의 이름을 따서 ‘임민희’로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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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휘는 음악 감독 이전에 가수기도 하죠.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것과 개인 음반 작업을 하는 일은 얼마나 다른가요?
개인적으로는 솔로 작업이 훨씬 더 외롭고 고통스러워요. 영화든 연극이나 미술 음악이든 모두 의논할 친구가 있는 작업이거든요. 같이 합을 맞춰나가야 된다는 부담은 있지만 재밌는 부분이 훨씬 큰 작업이에요.
정규 2집 <미래의 고향>의 타이틀곡 ‘미래의 고향’은 곡 길이도 6분이 넘고 뮤직비디오도 독립 영화처럼 찍었어요. 어떤 계기로 시작한 작업인가요?
6년 전쯤 외국에 5년 정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면 심적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돌아와보니 제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고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그렇다면 우리 세대에게 고향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고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앨범이에요.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 당시에 제가 <절해고도>라는 영화를 굉장히 감명 깊게 보고 김미영 감독님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직접 연락을 드렸어요. 제가 좋아하는 촬영 감독님과 장선 배우님도 모시고 8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죠. 정말 즐겁게 한 작업이었습니다.
영화음악 작업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언젠가는 팀을 꾸릴 생각도 있나요?
<파반느>처럼 큰 작업이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팀원을 구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혼자 작업하려고 해요. 작업 사이즈가 어중간하면 사람을 쓰는 게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직은 정규 팀을 꾸릴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결이 맞는 작업을 골라서 계속 즐겁게 일하고 싶은데, 팀원이 생기면 그들의 밥그릇까지 책임져야 하잖아요. 계속 고민 중입니다.
지금껏 해온 작업은 모두 이민휘 감독의 애정이 듬뿍 들어간 결과물이네요. <세계의 주인>도 마찬가지겠죠?
윤가은 감독님이 전에 제가 했던 작업을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이분이 영화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받게 됐죠. 무엇보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을 남들보다 빨리 볼 수 있잖아? 짱인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웃음)
뉴욕과 파리에서 공부도 했으니, 분명 해외 활동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음악 감독으로서 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요?
너무 유명한 감독이라 말하는 게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켈리 라이카트 감독님과 정말 작업해보고 싶어요. 제가 사실 정규 1집을 뉴욕에서 만들었는데, 데모 CD를 만든 날 <어떤 여자들> 개봉 시사회에 가서 감독님께 CD를 전달드리고 왔어요. 그때 감독님이 메일로 음반을 어떻게 들었는지 답장도 남겨주셨어요. 정말정말 팬인데, 인연이 있다면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겠죠?(웃음)
켈리 라이카트가 <파반느>를 꼭 보셨길 바랍니다.(웃음) 감독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힘들 때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집념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영화음악을 작업할 때도 클라이언트와 저 모두가 ‘해피’할 때까지 수정을 해요. 어제 윤단비 감독과 함께 한 작업도 감독님이 OK한 음악이 있었는데, 제가 조금 아쉬워서 비올라 주자를 다시 불러 파이널 믹싱 전날까지 재녹음했어요. 클라이언트와 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갈아 넣어야 직성이 풀리죠.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져요. <코스모폴리탄>의 슬로건이 ‘Fun Fearless Female’이에요. 이민휘가 생각하는 FFF란 어떤 여자인가요?
저와 같은 여성 후반 작업자들이 많이 생각나네요. 영화 쪽에 오래 계셨던 이연정 편집 기사님, 고은하 음향 기사님. 같은 후반 작업자로서 그분들이 얼마나 일을 진지하고 재밌게 하시는지 느껴지거든요. 늘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세요. 그 와중에 유머도 잃지 않으면서요.(웃음) 그런 분들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합니다 .
Credit
- 피처 에디터 김미나
- 포토그래퍼 이예지
- 헤어·메이크업 김라희
- 스타일리스트 김나현
- 어시스턴트 정주원
- 아트 디자이너 장석영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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