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베이비복스, 투애니원, 카라의 성공 공식은?

쇠맛 가득한 비트보다 올드 힙합에 더 어깨가 들썩였다면? 그 시절 멋과 폼과 추억을 모두 품은 언니, 오빠들이 다시 돌아왔다!

프로필 by 천일홍 2025.02.12
1~3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2025년 K팝의 성공 공식이 된 것일까? 이 명제는 생각보다 뜬구름 잡는 추측도, 터무니없는 가설도 아닐 수 있다. 사실 소속사 입장에서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은 어느 정도의 수익과 결과를 보장받은,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광장에서는 여전히 형형색색 응원봉의 물결을 타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희망찬 내일로 향해 가겠다는 소녀의 포부와 기백을 담은 이 노래의 가사는 2024년 겨울,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민중가요가 돼 국민들에게 절대 지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빛이 돼주고 있다. ‘최애’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음과 걱정 없이 ‘덕질’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수많은 K팝 팬덤을 움직이게 했고, 그들이 손에 쥔 응원봉은 평화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 된 것이다. 특정 팬클럽이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이라면 누구든 모여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 진귀한(그러나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는 한편, 고척스카이돔에선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SMTOWN LIVE 2025 [THE CULTURE, THE FUTURE] in SEOUL>이 열렸다. 동방신기부터 슈퍼주니어, 샤이니 민호&키, 소녀시대 효연, NCT 127, NCT DREAM, NCT WISH, 에스파, 라이즈, 그리고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까지, ‘핑크 블러드(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을 지칭하는 말)’의 가슴을 뛰게 하는 화려한 라인업의 공연은 K팝 신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가진 대단한 영향력과 그 존재감은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임을 또 한 번 증명하는 장이었다. 특히 30주년을 기념해 과거의 SM과 현재의 SM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합동 무대는 K팝 역사의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목격하고 있다는 감상을 들게 만들었다. 1세대 아이돌 H.O.T.의 강타와 토니는 NCT DREAM과 함께 ‘캔디’를 열창했고, S.E.S.의 바다와 유진이 깜짝 등장해 에스파 카리나, 윈터와 ‘Dreams Come True’ 무대를 꾸몄으며,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환희와 라이즈 소희가 함께한 ‘Sea Of Love’ 무대는 ‘핑크 블러드’에게 색다른, 그러나 ‘느좋’ 케미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사뭇 달라 보이는 서울의 이 장면 속에서 공통점을 찾은 것이 있는지? 그렇다. 지금 K팝을 설명하는 키워드엔 바로 ‘1~3세대 아이돌’이 있다. 단순히 한 시절을 호령했던 언니, 오빠들의 노래가 알고리즘이나 특수한 시대 상황의 영향을 받아 역주행한다는 말이 아니다. 지난 연말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콘서트와 연말 시상식 무대를 떠올려보라. 단숨에 이 두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2NE1 그리고 빅뱅. 2년 전, 코첼라 무대에 별안간 완전체로 등장해 재결합의 싹을 틔운 2NE1은 2024년 10월 데뷔 15주년 콘서트 [WELCOME BACK]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언젠간 다시 뭉치지 않을까?’ 하는 희망 고문이 마침내 끝나던 순간이었다. 지난 8년이라는 공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석 매진에 시야 제한석까지 오픈한 그들은 가장 폼나고 멋진 리유니언 세리머니를 한 셈이다. 하지만 3일간의 공연만으로 갈증이 풀리기엔 만무한 법. 4월 앙코르 콘서트를 아이돌들의 꿈의 무대 KSPO돔으로 확정하며 예나 지금이나 2NE1은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빅뱅 이즈 백!”을 외치던 빅뱅도 진짜 돌아왔다. 2015년 이후 올해 약 10년 만에 MAMA 무대에 복귀한 것인데, 그들의 무대 영상은 무려 4600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여전한 조회 수를 보며 본인들도 이제 정말 컴백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얻지 않았을까? 몇몇 빠진 멤버가 있지만, 그 빈자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드래곤, 태양, 대성 세 멤버의 에너지는 폭발적이었고, 관객들은 그 힘에 완전히 압도돼버렸으니까.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음악과 무대, 패션까지 그들의 색깔과 독창성을 공고히 한 빅뱅은 세월이 흘러도 오리지낼리티만큼은 그대로인 하나의 장르가 됐고, 그 장르는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먹힌다. 그 무대가 일회성의 스페셜 무대가 아닌 ‘빅뱅 이즈 백’의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VIP(빅뱅의 팬덤명)’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말이다. 한편 2016년 해체를 선언했던 걸 그룹, 카라는 이보다 일찍 재결합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022년,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MOVE AGAIN>을 발표한 그들의 컴백이 유독 반가웠던 이유는 원년 멤버 한승연, 박규리와 팀을 떠난 강지영, 니콜,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한 허영지까지 오직 ‘카라’라는 팀을 지키기 위한 재회였기 때문이다. 신곡과 함께 그들이 출연한 유튜브 <딩고 라이브>엔 카라의 재결합에 감격한 이들의 댓글로 가득했다. 노래를 듣자마자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애틋한 감정부터, 지금 들어도 명곡뿐인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 감탄하는 이들, 새롭게 카라를 알게 된 Z세대의 호기심까지 세대 화합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격의 재결합 이후 일본 팬미팅, 디지털 싱글 <I Do I Do>까지 연이어 발표하는 그들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으면 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까. 데뷔 10주년을 기점으로 재결합해 스페셜 앨범 <Season of Memories>를 발표한 여자친구,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계기가 돼 단독 콘서트까지 개최한 러블리즈, 새 미니 앨범 <WINTER HEPTAGON>으로 컴백을 예고한 갓세븐, 14년 만에 완전체로 공중파 시상식 무대에 선 베이비복스와 해체 15년 만에 재결합을 선언하며 투어를 발표한 오아시스까지, 이쯤 되니 재결합을 했거나 예고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무수히 쏟아지는 재결합 아이돌들을 보며 드는 생각. 그렇다면 1~3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2025년 K팝의 성공 공식이 된 것일까? 이 명제는 생각보다 뜬구름 잡는 추측도, 터무니없는 가설도 아닐 수 있다. 사실 소속사 입장에서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은 어느 정도의 수익과 결과를 보장받은,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 요즘처럼 국내·해외 팬덤 확보와 음원 및 앨범 판매량, 뮤직비디오 조회 수, 심지어 명품 브랜드와의 스킨십까지 이 모든 걸 다 갖춰야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시대에 새로운 그룹을 성공시키기란 무척이나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을 다시 떠올려보라. 재결합한다는 발표만으로 팬덤은 물론 대중의 시선까지 집중시키며 화제성을 가져올 수 있는 장본인이 1~3세대 아이돌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인 그룹의 신곡이 음원 차트에 진입하기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 대비 재결합 아이돌들의 효용 가치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것이 업계의 시선이라면, 리스너들의 선택은? 그 시절 음악에 스며들어 있는 향수, 그리고 신선함에 이유가 있다. 1~3세대 아이돌과 같은 시대를 풍미한 세대에게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젠지들에게 1~3세대의 음악과 비주얼은 어딘가 독특하지만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마치 1960년대 활동했던 비틀스를 동경하고 그들의 노래를 (뜻도 잘 모른 채) 따라 부르며 자라났던 1980~1990년대생의 모습처럼, 세기말 특유의 낭만을 지닌 1~3세대 아이돌의 모습과 음악을 통해 이 세대는 새로운 멋을 발견하는 것일 테다. 더불어 효율이 최고의 미덕이라 믿는 젠지에게 검증된 1~3세대 아이돌의 명곡은 내 취향에 맞는 곡을 찾기 위해 셔플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가성비 그 자체인 셈이니, 그들에게 재결합 아이돌은 흥미로운 세계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음악엔 절대 소멸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노래를 듣는 동시에 거짓말처럼 되살아나는 감각, 기억, 내음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리유니언 아이돌을 황금기로 이끌고 있다.


PLAYLIST | 지금 K팝을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리유니언 아티스트 4.


GFRIEND

✔ 유리구슬
’파워풀’과 ‘청순’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를 단순명료하게 조합한 여자친구의 데뷔곡.

✔ 오늘부터 우리는
여자친구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끄는 계기가
된 곡으로 여자친구의 존재를 각인시킨,
이제는 추억 속 명곡이 됐다.

✔ 시간을 달려서
비주얼, 콘셉트, 서사까지 여자친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 유일무이한 트랙이다.

우리는 쉽게 깨지지 않을 거야, 여자친구

쏘스뮤직과의 계약 종료 후 약 5년 만인 2025년 1월, 다행히 그들이 다시 만났다. 무려 10주년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으나 멋진 수식어를 안고서. “여자친구의 명찰 같은 곡들이 있어요.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최근 KBS2 예능 <더 시즌즈-이영지의 레인보우>에 출연한 여자친구 멤버들은 자신들 대표곡으로 이 세 곡을 꼽았다. 세 곡을 포함해, 그동안 여자친구가 발표했던 곡들은 늘 누군가를 향한 갈망과 애정을 직설적으로, 그만큼 진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사랑해 너만을”, “둘보단 하나되어 서로를 느껴봐요”, “사랑을 동경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너 빼고 아무도 보이지도 않았어” 등 여자친구의 타이틀곡 가사들을 연이어 살펴보면 그 특징은 두드러진다. 그사이 K팝 신에선 서사 중심의 가사에서 벗어나 해외 팬들까지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도록 단순하고 후킹한 가사가 많아졌지만, 여자친구는 그 변화에 편승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여자친구라는 그룹은 명확한 음악적 방향성을 지닌 그룹이었다. 여자친구가 10주년 기념 앨범을 앞두고 먼저 공개한 트랙의 제목은 ‘우리의 다정한 계절 속에’다. 10년간 여자친구를 꾸준히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제목에서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목에 여자친구만의 맑은 에너지와 든든한 강단, 따스한 서정이 한 번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동안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잠시 헤어져 있던 멤버들이 다시 만났다. “돌고 돌아 시간 속에 다시 만났어 / 시곗바늘이 밤을 가르며 / 멀리 왔지만 우리의 거린 그대로야” 도입부의 가사는 현재 여자친구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동안 멤버들이 재결합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제 여자친구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신들이 만들어온 구슬 속 작은 세상이 얼마나 단단한지 멤버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 박희아(대중음악 저널리스트)

BABY V.O.X

✔ Get Up
뉴 잭 스윙에 어울리는 진한 가사, 각자의 킬링 파트를 갖는 멤버별 파트 배분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 To. Angel
베이비복스의 팬클럽 ‘베이비엔젤스’를 위한 곡으로 윤은혜가 가사를 썼다. 멜로디, 가사, 편곡, 사운드 모두 그 시대 그 자체.

✔ 우연
2002년 베이비복스에게 가장 큰 성공을 안긴 노래.

Y2K 시대의 공기, 베이비복스

S.E.S.와 핑클이 ‘완전체’로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뽐냈다면, 베이비복스는 각자의 캐릭터가 무척 확고한 편이었다. 예능 최전선에서 활약한 윤은혜, ‘걸 크러시’ 또는 ‘단발좌’ 중간 어딘가의 심은진, 시크한 매력의 이희진, 수준급 랩을 선보이던 리더 김이지, 비주얼 멤버로 가장 자주 언급되던 간미연으로 구성된 이 팀은 냉정히 말하자면 시대의 걸 그룹 3인자 정도였다. 하지만 베이비복스는 어쩐지 대중과 무척 가까웠다. 실제로 그들은 7년간 무려 7장의 정규 음반을 내놓을 정도로 부지런히 활동했으며,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1위도 5회나 기록했다. 당시 걸 그룹들이 잘 시도하지 않던 섹시나 보이시한 콘셉트 등도 그들의 이름을 매체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오해나 마녀사냥 격 여론몰이에 의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꽤 있다. 어쩌면 그들은 시대를 잘못 만난 게 아닐까? 지금이었다면 멤버별 특색이 뚜렷하니 SNS를 비롯한 개인 채널에서 제각기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테고, 이들이 소화하던 섹시 콘셉트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기준으로 그들의 스타일링, 헤어, 메이크업 등이 최근 10대, 20대들이 입는 Y2K 패션과 무척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3집 <Come Come Come Baby>의 커버 사진이나, 2002년 그들에게 1위를 안겨준 ‘우연’ 당시의 비주얼은 거리 패션의 인상을 물씬 담고 있다. 그런 베이비복스가 <2024 KBS 가요대축제 글로벌 페스티벌>을 통해 무대를 선보였고, 컬트를 넘어 전국구적 화제가 됐다. 각 멤버는 여전히 서로 다른 매력을 뽐냈으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시대의 K팝 사운드’라 할 수 있는 작곡가 김형석(‘Get Up’)과 김창환(‘우연’)의 곡으로 밀도 짙은 향수를 자아냈다. 20년 이상 지나서도 건재한 방부제라는 수식과 함께 베이비복스가 돌아온 것이다. 베이비복스가 활동하던 동시대에 더 인기가 많고, 음악적으로 의의가 있는 결과물을 발표한 걸 그룹이 존재했을지라도, 이처럼 한 시대의 대중과 거리의 공기를 완벽히 품은 팀은 드물다.
—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2NE1

✔ 살아봤으면 해
2NE1의 음악성을 단순히 힙합으로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후렴을 섬세한 목소리로 그려내는 박봄과 씨엘의 퍼포먼스가 특히 아름답다.

✔ Baby I Miss You
피제이 초이스37과 같은, 신을 대표하는 힙합 프로듀서와 빚어낸, 지금 들어도 세련된 댄스 넘버다.

✔ 아파(Slow)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2NE1을 위해 작곡한 노래다. 애절하고 진한 소울을 느낄 수 있는 알앤비 트랙.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걸 그룹, 2NE1

예술의 제1가치이자 목표를 개성이라 할 때, 2NE1은 등장한 첫 순간부터 압도적이었다. 리더 씨엘이 “I go by the name of CL of 21”이라고 강렬히 자아를 드러내는 도입부의 데뷔곡 ‘Fire’는 마치 시대를 관통하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기존 가요계에서 여성 K팝 그룹에게 기대되던 청순함이나 귀여움 또는 섹시함 같은 획일화되고 단편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그들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순간이기도 했다. 산다라박이 데뷔 때와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나타나 데뷔곡을 부르는 2024년의 연말 무대를 보며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지만, 가장 크게 자리한 건 ‘2NE1을 떠올리게 하는 팀이 그들의 데뷔 이전에도 없었지만, 지금까지도 있었나?’ 하는 생각. 그리고 “Now let’s 춤을 춰요”라는 구절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하는 건 누구도 아닌 공민지여야 하고, “내 눈빛은 빛나는 별들로”라는 구절을 노래하며 무대 앞으로 나오는 건 박봄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치 다시 뭉치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자리를 완벽히 채우는 순간들로만 가득한 7분의 무대였다. 2NE1이라는 팀과 멤버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있던 존재감은 지금까지도 K팝 신에서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곡과 무대가 “지금 들어도 정말 좋다”는 감상을 지금의 리스너들과 K팝 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2024년 10월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 [WELCOME BACK]으로 다음 상반기까지의 활동을 예고한, 대체될 수 없는 그들의 본격적인 리유니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장세훈(음악 유튜브 <sehooninseoul> 크리에이터)

KARA

✔ Rock U
말도 안 되는 곡이다. 니가 너무 좋아서 너를 ‘ROCK’해버리겠다는 곡. 들을 때마다 그 발랄한 협박에 정신을 잃는다.

✔ Pandora
자신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단계적 협박 같은 곡이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 그러한 감정의 에스컬레이트를 잘 표현하고 있다.

✔ 숙녀가 못 돼(Damaged Lady)
전 연인에 대한 분노를 ‘숙녀’와 ‘부처’란 개념을 통해 승화한다. 그 점이 인내와 성숙에 대한 고찰처럼 느껴진다.

타인들의 재회를 사랑한다는 것, 카라

2007년 데뷔 앨범의 흥행 실패 후 카라는 새 멤버 구하라, 강지영을 영입해 걸리시한 콘셉트로 국면을 전환한다. 검은 슈트를 입고 “한 번에 널 차버릴 거야”(‘Break it’)라던 카라가 돌연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 “아직도 설레어 너만 보면은 떨려”(‘Honey’)라며 수줍게 고백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재데뷔’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실연의 성숙을 분노로 드러내던 1집의 모습을 알고 있어서일까, 그들이 연출하는 사랑스러움이 내겐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노래를 들으면 그 의구심은 더 깊어졌다. “니가 너무 좋아 누구보다 좋아”(‘Rock U’) 같은 순진하고 귀여운 가사들은 지나치게 높은 고음과 격정적인 비트 안에서 형성돼 있었고, ‘프리티 걸’이 그냥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자’며 예! 예!를 외치는 모습은 그들이 연출하는 소녀의 모습 뒤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음을 의심하게 했다. 이른바 ‘소녀 3부작’ 이후 그들의 전성기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와일드하고 섹시한 정비공 콘셉트의 ‘미스터’의 흥행을 시작으로 카라는 소녀이기보다, 자신들의 여성성을 신화적 관점으로 재해석(‘루팡’, ‘PANDORA’)하며 그 안에서 만들어진 용기를 계속해서 확장(‘STEP’, ‘JUMPING’)하는 그룹이었다. 그러나 K팝 시장의 빠른 세대교체와 전성기 멤버의 이탈 등으로 그들은 조금씩 세력을 잃어가다가 결국 2015년 활동을 잠정 중단하게 된다. 2022년, 7년 만에 카라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예! 예!”를 외치던 15년 전 그 의심스러운 소녀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랑을 받고 싶다’ 말하지만, 그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에 발을 구르며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던 그 이상한 소녀들. 세상을 떠난 구하라에 대한 애도와 우정으로 더욱 강하게 결속한 카라는 자신들의 과거에 단절로 남겨둔 그 소녀들을 소환해 성숙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좇으며 대답하지 못했던 사랑을 추궁하고, 지금의 소녀들에게 그것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베푸는 감정이 아니라, 그저 우리 안에서 만들어지는 언어였음을 말해주었다.
— 복길(자유기고가)


Credit

  • Editor 천일홍/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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