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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방원'의 귀환 VS 5세대 아이돌의 등장! 그 승자는?

엑방원 VS 5세대 아이돌. K팝 신에 펼쳐진 흥미진진한 게임의 판도를 예측해본다.

프로필 by 천일홍 2026.03.12

과연 새로운 세대를 열 수 있는 건 새로운 그룹뿐일까?
노래나 그룹 단위가 아닌 새로운 어젠다로도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면,
지금 ‘엑방원’으로 대표되는 ‘왕의 귀환’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태초에 ‘엑방원’이 있었다. 3세대 보이 그룹의 대표 주자였던 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을 가리키는 말로, K팝에 잠시라도 몸을 담아봤던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호명이다. 한 세대 앞서 ‘샤인비(샤이니, 인피니트, 비스트)’도 있었다지만, 선배님께는 죄송하게도 ‘엑방원’의 기세는 말 그대로 대단했다. 이들은 국적과 나이를 불문한 거대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K팝은 물론 한국 대중음악이 보유한 거의 모든 글로벌 최초와 최고 기록을 경신해나갔다. K팝 최초 음반 판매량 100만 장, 한국 대중음악 최초 빌보드 핫100 싱글 차트 1위, 아이돌 최초 시사 주간지 표지 등의 기록이 전부 이들에게서 나왔다.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낡은 유행어가 농담이 아니게 건 물론, 범위도 전 세계로 확장됐다. 바로 그 ‘엑방원’이 돌아왔다.


그것도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한 번에. 첫 신호탄을 쏜 건 엑소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전체 컴백을 예고하는 힌트를 곳곳에 흘리던 이들은 엑소 세계관의 핵심인 ‘생명의 나무’를 전면에 내세운 컴백 트레일러 영상으로 팬덤 ‘엑소엘’을 본격적으로 소집했다. ‘근본’의 힘은 대단했다. 지금까지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육각으로 빛나는 ‘에리디봉’을 들고 온라인으로 뛰쳐나왔다.


정점은 연말에 열린 ‘2025 멜론 뮤직 어워드(MMA 2025)’였다. 8년 만의 완전체 무대라는 화제성에 ‘으르렁’, ‘Love Shot’, ‘Monster’, ‘전야’ 같은 대표곡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총 13분에 달하는 무대가 공개된 후 각종 K팝 커뮤니티는 이들의 무대 영상으로 가득 찼다. 무대 영상만큼 화제가 된 건, 객석에서 찍은 다각도의 ‘으르렁’ 응원법 영상이었다. MMA가 열린 고척돔 뚜껑을 당장이라도 날려버릴 것처럼 우렁차게 울려 퍼진 ‘으르렁’ 응원법은, 지금은 서로 다른 응원봉을 들고 있어도 ‘우리는 하나였다’라는 걸 말해주는 바로미터였다.


방탄소년단과 워너원도 본격적인 팬덤 재소집에 나섰다. ‘선발대’였던 엑소가 보여준 화력을 생각하면 기대가 쏟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각기 다른 형태의 팬덤과 공백기를 가진 팀인 만큼 돌아오는 방법도 달랐다. 국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행의 시조이자 나이와 산업 경계를 초월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그룹 워너원은 고향 ‘엠넷’을 새 출발 기점으로 삼았다. 워너원 팬이라면 심장에 새겨져 있을 노래 ‘봄바람’의 가사 “우리 다시 만나”로 2026년을 연 이들은, 새 리얼리티 예능 <위 고 어게인(We GO Again)>으로 돌아온다. 2019년 1월 마지막 콘서트 이후 7년 만의 완전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3월 20일’이라는 날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일찌감치 정규 5집 타이틀 ‘ARIRANG’과 2027년까지 이어지는 월드 투어 일정을 공지한 이들은 2월부터 본격적인 컴백 프로젝트의 베일을 하나씩 걷어내고 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이들의 무대는 무려 서울 전역이다. 방탄소년단의 컴백 이벤트 ‘BTS THE CITY ARIRANG SEOUL’은 3월 20일부터 4월 12일까지 서울 전역을 거대한 문화 체험 공감으로 바꾼다. 컴백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을 시작으로 숭례문과 남산타워 등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미디어 파사드로 장식될 예정이다. 2022년 4월과 10월 각각 라스베이거스와 부산에서 열렸던 행사와 연장선에 있는 행사지만, 무엇보다 규모와 주목도가 다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 서울과 ‘그’ 방탄소년단의 만남 아닌가.


쓰고 보니 새삼 ‘엑방원’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복귀를 예고한 빅뱅도 최근 리더 지드래곤의 팬미팅을 통해 2026년 20주년맞이 완전체 컴백을 공식화했다. 워밍업은 4월부터. 지금 활동하는 보이 그룹들 어깨가 움츠러들만도 한다. 실제로 지금 ‘엑방원’의 복귀가 K팝 보이 그룹 신의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건, ‘4세대 보이 그룹’의 왕좌가 비어 있는 탓이 커 더 그렇다. 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뉴진스 등 4세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걸 그룹이 만든 강력한 자기장의 한가운데, 그를 뚫고 나올 보이 그룹의 등장은 좀처럼 요원해 보인다. 3세대 마무리쯤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나 라이즈,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활약하고 있지만, ‘4세대 걸 그룹 천하’라는 거센 물살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여전히 조금 아쉬운 움직임이었다.


‘5세대’는 그런 진퇴양난의 순간 K팝 신이 꺼내든 치트 키였다. 화제성이나 인기로 흐름을 끊을 수 없다면 숫자로라도 바꿔보겠다며 흔든 카드인 것이다. 실질적인 현상보다는 깃발을 꽂아보겠다는 확실한 의도가 있는 만큼 아직은 마케팅 용도 외의 유효한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어쩌면 이것이 5세대일지도?’라는 가벼운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룹도 존재는 한다. 지난해 빅히트에서 데뷔한 5인조 그룹 코르티스(CORTIS)와 한 끗 다른 음악과 스타일로 연초부터 주목받는 박재범의 레이블 모어비전의 롱샷(LNGSHOT)이다.


‘보이 그룹’ 대신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단어를 택한 코르티스는 적어도 그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그룹이다. 5명의 멤버는 음악과 안무는 물론 영상 제작까지 직접 참여하며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는 모든 부분에 스스로를 조금씩 깎아 녹여낸다. 촘촘한 기획과 전원 10대인 멤버들의 정제되지 않은 혈기가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는 코르티스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인스타그램보다 틱톡이 익숙한 일상, 데뷔 전부터 아일릿의 ‘Magnetic’,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Deja Vu’, ‘Beautiful Strangers’ 작업에 참여한 리더 마틴의 존재감 등이 새삼 남다르다.


롱샷도 바로 그 ‘새삼 남다른’ 면모로 K팝을 비롯한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보이 그룹 기준 다소 소규모인 4인조로 데뷔한 이들의 차별점은 무대만 잠깐 봐도 알 수 있다. ‘롱샷의 아버지’ 박재범의 존재감이 끈적하게 느껴지는 이들의 음악은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한 기분 좋은 팝의 여운을 남긴다. 그 한편에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 저스틴 비버가 한 겹, 장르 음악으로 확실한 자기 위치를 만들었던 1세대 아이돌 그룹 원타임이 두 겹 레이어를 겹친다. 정식 앨범 발매 직후 유튜브로 사전 공개했던 믹스테이프를 정식 발매하거나 데뷔 앨범 후속곡 무대에 이성 댄서와의 페어 안무를 배치하는 등 K팝 보이 그룹으로서는 다소 과감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들이 ‘5세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기존의 보이 그룹 또는 K팝 그룹과 어딘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5세대’에 대한 생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새 물음표를 낳는다. 과연 새로운 세대를 열 수 있는 건 새로운 그룹뿐일까? 노래나 그룹 단위가 아닌 새로운 어젠다로도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면, 지금 ‘엑방원’으로 대표되는 ‘왕의 귀환’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이들의 동반 컴백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여론, K팝 팬덤의 반응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K팝도 ‘추억’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엑방원’과 빅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20년 동안 팬덤 혹은 대중과 동고동락해온 그룹이다. 기쁨만큼 아픔도 많았고, 완전체라고는 해도 데뷔 당시와는 그룹 구성도 꽤 달라졌다. 그래도 모두를 하나로 묶는 불변의 가치를 지닌 이름과 음악, 함께한 시간만큼은 그대로다. 이미 그들 것만은 아닌 달콤 쌉싸름한 추억의 힘이 새로운 세대의 영토를 개척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언더그라운드와 하이퍼 팝이라는 단어를 관통해 소환되고 있는 2세대 K팝의 여운과 1991년에 결성된 밴드 오아시스의 재결합 내한 공연 당시 주요 관객 연령대가 10~30대였다는 기사도 문득 뇌리를 스친다. 물론 이 역시도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상일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바람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어올 테니 말이다.


Credit

  • 에디터 천일홍
  • 글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 아트 디자이너 장석영
  • 디지털 디자이너 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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