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찐 '상생'을 실천하는 비누 회사가 있다?
“비건이 100% 친환경을 뜻하는 건 아니죠.” 닥터 브로너스 마케팅 총괄 이사 크리스티나 볼게이시를 만나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하나가 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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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첫 방문이에요.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한국 팀과 K-뷰티 시장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어요. 닥터 브로너스 제품들이 유통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죠. 또 아름다운 벚꽃 구경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우리나라의 시화호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경기도에 위치한 시화호는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멸종 위기 야생동물들의 최대 서식지예요. 닥터 브로너스는 ‘올원 코리아 캠페인’의 일환으로 3년째 사단법인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어요. 이곳에 방문해 해양 정화와 철새 보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희의 기부가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눈으로 마주하니 정말 기뻤답니다.
역시, 닥터 브로너스 하면 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웃음) 2018년부터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유기농업을 연구하는 로데일 연구소 같은 제3자 기관과 함께 재생유기농업 제품 생산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이는 토양 보호는 물론 동물과 원료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복지까지 챙기는 시스템이죠.
재생유기농업을 시작한 이유는요?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인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재생유기농업이에요. 일반적인 산업형 농법은 합성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을 사용해 토양을 해치고, 자연 순환 능력을 점점 빼앗아가기 때문에 재생유기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어요.

(왼쪽부터)퓨어 캐스틸 솝 베이비 마일드, 티트리, 페퍼민트 각각 475ml 2만2천원 Dr. Bronner’s.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원료를 재배할 때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고, 지렁이 퇴비 등을 사용해요. 비닐 덮개 대신 수확 후 남은 작물을 뿌리 덮개로 쓰고, 그 과정을 통해 토양의 질을 건강하게 만들어 탄소 감축에 일조하고 있죠. 더불어 농부들에게 공정한 근로 복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스리랑카의 ‘세렌디폴’을 포함한 세계 각지 자매 농장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여성들을 위한 산부인과를 건립하는 등의 후원도 하고 있고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볼게요.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리필 카톤’ 패키지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미 100%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소비를 더 줄인 패키지를 원했어요. 그 결과물이 미국에서 선보인 ‘카톤 팩’이고요. 해당 패키지 역시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지만 기존 950ml 용기에 비해 사용량을 82%나 줄였다는 것에 만족해요. 소비자 반응 역시 좋았고요. 한국 시장에도 적합한 패키지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K-뷰티 산업에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큰 화두예요. 닥터 브로너스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한 지 꽤 오래됐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에게 조언해줄 게 있을까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진행하고 있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예를 들자면요?
한국에서는 클린 뷰티는 곧 ‘비건’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비건이라고 해서 100% ‘친환경’이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비건은 단순 동물 복지를 고려한 것이지, 유기농을 뜻하는 것이 아닌데도 ‘비건’을 내세워 모든 걸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린 워싱은 절대적으로 반대해요. 제품에 사용하는 원료, 만드는 과정 등을 제3자 기관으로부터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게 중요하죠. 실제로 닥터 브로너스에서는 매년 연간 활동 보고서인 ‘올원 리포트’를 통해 우리가 진행한 사회 활동, 고용 통계, 글로벌 매출 등 다양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해요. 이를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모든 걸 오픈하는 거죠.

(위부터)퓨어 캐스틸 바솝 라벤더, 샌달우드 자스민, 그린티 각각 1만원 Dr. Bronner’s.
동의해요. ‘check(확인)’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인 ‘체크슈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제품을 구매할 때 성분과 안전성 등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특히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과 다르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성분은 물론이고 검증된 원료인지 확인할 만큼 까다로워졌죠.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미세먼지 영향 탓인지 ‘딥 클렌징’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물론 성분도 저자극이어야 하고요.
‘덤스터 다이브’ 같은 이벤트는 환경 철학을 계승하는 ‘신념’을 마케팅으로 풀어낸 성공적인 케이스예요.
“지구를 우리 집처럼 대하라”가 닥터 브로너스의 철학 중 하나예요. 우리와 협력하는 가나의 현지 농장에는 분리수거 시스템 자체가 없었는데, 플라스틱을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직접 도입시켰어요. 생산지에만 국한하지 않고, 원료가 재배되는 곳에서도 똑같은 시스템을 실행하고 있죠. 나아가 우리 제품이 판매되는 나라에도 동물, 환경, 인권 등 여러 가지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기존 캠페인과 더불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다른 커뮤니티와 함께 환경보호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그 말은 캠페인 활동 영역을 점점 더 확장시킬 것이라는 뜻인가요?
맞아요. 찰떡같이 알아들으셨네요.(웃음) ‘올원 코리아’를 통해 기부 활동을 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모델을 기용하는 광고보다는 비하인드 신에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어!”라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우리식의 마케팅인 것 같아요.

스리랑카의 공정무역 자매 농장.
6년 동안 후원 중인 ‘서울동물영화제’ 역시 같은 연장선상이겠군요.
그건 한국 팀의 멋진 아이디어였어요. 비건 브랜드기에 당연히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요. 한국에서는 최근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예전부터 우리는 동물권과 동물 복지에 대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거든요. 사육되는 동물들이 죽을 때까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죠. 서울동물영화제가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고, 우리 기업에서 후원하는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친환경 기업 1세대 선구자로서, 뷰티 산업에서 앞으로 지속 가능성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우선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리필 팩을 만들었던 것처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캐치하는 게 중요해요. 미국에는 ‘워치도그’라고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들이 있어요. 대부분이 비영리단체고요. 가끔은 유통사가 개입해 워치도그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친환경을 앞세워 거짓으로 홍보하면 눈을 부릅뜨고 잡아내는 거죠. “이건 클린 뷰티가 아니야”라고요. 한국에서도 ‘클린 뷰티’에 대한 기준을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고, 그런 움직임이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얻은 게 있나요?
한국에 와서 지속 가능한 뷰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봤어요. 미국에 돌아가서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한국 팀과 신나게 작업하고 또 놀러 올게요!
Credit
- editor 김민지
- photo by 이우정(메인/제품)
- photo by brand(자매 농장)
- assistant 강다솔
- art designer 진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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