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제 한국도 공연 성지! 내한의 축복이 끝이 없네
쏟아지는 내한 소식에 공연 애호가들의 행복한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경유조차 하지 않던 한국을 해외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찾기까지, ‘공연 성지’로서의 떡잎은 언제부터 싹튼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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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해외 음악가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여름을 관통하는 7월과 8월 사이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연 해외 음악가만 15팀이 넘는다. 라인업도 다채로웠다. 레이니, 라우브, 혼네, 브루노 메이저처럼 국적을 막론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알로 파크스나 블랙 미디처럼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이들, 텐피트나 래드윔프스 같은 일본 밴드 신을 대표하는 이름, 여기에 35년 차 베테랑 하드록 밴드 미스터 빅의 마지막 월드 투어까지 매주 공연 캘린더를 꽉 채웠다. 그뿐인가. 본격 음악 페스티벌의 계절을 맞이한 한국의 한여름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을 거쳐 9월 초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까지 열기를 이어갔다. 해당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을 찾은 해외 음악가 역시 수십 팀에 이르렀고 흥행도 좋았다. 올해로 18년 차가 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사흘간의 개최 기간 동안 역대 최다인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곧 앞둔 20주년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이러한 흐름은 연말까지 쭉 이어질 예정이다. 9월에는 포스트 말론, 10월에는 샘 스미스와 찰리 푸스, 엘르가든이, 11월에는 SNS 공식 계정에 “곧 보자, 이 아름다운 놈들아!”라는 문구를 올리며 화제를 모은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의 내한이 예정돼 있다. 노엘 갤러거의 경우 빠른 티켓 매진에 힘입어 공연 회차를 추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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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공연 시장 규모는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상반기 2023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공연 시장은 공연 건수, 티켓 예매 수, 티켓 판매액 모든 분야에서 지난 4년간 같은 기간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 그 가운데 대중음악이 포함된 대중 예술 장르의 공연 건수는 1834건으로 전체에서 21.5%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티켓 판매액은 총 1978억원으로 전체의 39.4%였다. 쉽게 말해 대중 예술은 공연 건수에 비해 높은 티켓 수익을 담보하는 알짜배기 분야로, 전체 공연 대비 비중도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내한 공연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공연의 특성마다 공연 실적 차이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동, 내한, 대학로 공연, 축제 등으로 분류된 공연 가운데 내한과 대학로 공연 관련 수치를 비교해보자. 대학로 공연의 경우 상반기 540건의 공연이 열리며 총 공연 건수 가운데 6.3%를 차지했다. 내한 공연은 326건으로 대학로 공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 그러나 티켓 판매액 결과는 다르다. 대학로 공연은 전체 티켓 판매액의 9.2%를 차지한 반면, 내한 공연은 11.5%의 비중을 보였다. 대중음악의 특성상 타 장르에 비해 화제성이 높다는 점도 공연에 투자하거나 기획하는 입장에서 유의미하게 생각할 만한 요소다. 국내 공연 시장의 가시적인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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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공연 시장 성장세에 대해 음악 및 공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포스트 코로나 효과’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것이 공연계였던 것처럼, 호황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음반 레이블에서 해외 라이선스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내한 공연 숫자가 부쩍 늘어난 걸 실감한다”며 “워낙 다수의 음악가가 내한하다 보니 담당하는 해외 레이블이나 국내 공연 대행사와 국내 프로모션 관련해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부득이하게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음반·공연 레이블과 레코드 숍을 동시에 운영하는 ‘김밥레코즈’의 김영혁 대표 역시 비슷한 견해를 전했다. “음악가에게 중요한 수입원은 여전히 공연인데, 코로나19 기간에는 음악가들에게 그 부분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이런 내한 공연 붐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많은 사람이 해외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듯이 해외 투어에 나서는 음악가들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기에 코로나19 때문에 3년 전에 예정돼 있었던 아시아 투어를 지금 진행하는 경우까지 더해져 유독 더 숫자가 많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내한 공연 붐이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최소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덧붙였다. 포스트 코로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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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영향은 없을까 던진 질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음악 공연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음악가나 에이전트, 공연 프로모터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공연까지 이뤄지는 데는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한창때인 음악가의 내한을 바라는 게 언감생심으로 여겨지던 때처럼 한국을 대하는 관계자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한국 공연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K팝 인기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메이저에서 언더그라운드까지 세계 유수의 음악가들이 만들어온 K팝과의 연결 고리로 인해 동종 업계에서 상승한 한국 위상이 곳곳에서 적잖이 느껴진다는 의미였다. 김영혁 대표 역시 “확실히 안 할 이유는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월드 투어를 할 정도의 음악가를 다루는 레이블이나 에이전트 가운데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인, 새롭게 떠오르는 음악 강국을 굳이 거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전히 진입이 쉽지 않은 중국 시장의 개방 여부에 따라 차후 국내 내한 공연 시장 분위기나 실질적 움직임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있었다. 한국, 관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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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023년 지금 한국 공연 시장, 나아가 내한 공연 시장이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핑크빛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만만치 않은 게임일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앞선다. 우선 내한 공연의 가장 큰 약점은 타 장르 공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개런티와 제한된 건수다. 월드 및 아시아 투어를 꾸릴 수 있는 규모의 대중 가수라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단위의 개런티가 필요하다. 덕분에 거대해진 공연 규모와 다소 높게 책정된 티켓 가격으로 열심히 무마해보려 해도 실질적인 공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진이어도 적자라는 말이 농담만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 기간 부쩍 상승한 각종 부대 비용은 티켓 매진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모객을 담보할 수 없는 음악가의 경우 내한 공연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다수 생기기도 했다. 이는 내한 공연 시장을 부익부 빈익빈으로 빠르게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 동원이 가능한 대중적인 음악가가 아니면 한국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점점 고착돼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렇게 치솟은 부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감행된 전반적인 티켓 가격 상승은 현재 공연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관객층 사이에 자리 잡은 가장 큰 불만이다. 세계 음악 시장 6~8위권을 맴돌며 성장한 시장 규모를 뽐내지만, 그렇게 높아진 위치에 비해 공연장이나 공연 전문 스태프 같은 기본적 인프라는 한참이나 부족한 현실도 꽃길을 꿈꾸는 한국 공연 시장 성장세 속에 숨은 위태로운 아킬레스건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가 한국의 음악과 문화에 주목하는 시대에 불어온 드문 훈풍을 고유의 온화한 기후로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1, 2년이 그 언제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래서, 한국은 내한 공연의 성지가 될 수 있을까
」Credit
- assistant editor 박한나
- illustrator DOYO
- writer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 art designer 김지원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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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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