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목욕탕에 갔는데, 소년인 줄 아셨나 봐요. “성인이시죠?” 하면서 “그런데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하하하.
어릴 땐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지혜 ‘혜’에 높을 ‘준’을 씁니다. ‘준’이라는 음절이 야무진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높을 ‘준’, 어울려요. 장난기 많은 소녀 같아 보이는데 연기할 때면 꼿꼿한 위엄이 있거든요.
정말요? 실은 저 소심해요. 눈치도 많이 보고. 이름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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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할 때만큼은요. 그 순간엔 모든 게 허용되니까. 제가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다 보니, 연기하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즐겨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연기에 처음부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불사신 ‘이랑’, 살인마 ‘케이’, 어린 중전 ‘계비 조씨’, 아빠의 불륜을 목격한 ‘주리’, 모두 제 ‘최애캐’예요. 개성 있고 매력적이죠. 기자들에게 이런 얘기 자주 듣죠? 맞아요.
맞아요. 제가 캐릭터 복이 많아요. 흐흐. 사실 영화 〈미성년〉의 주리나 드라마 〈킹덤〉의 계비 조씨 모두 오디션을 봤고, 드라마 〈구경이〉의 케이도 미팅을 통해 하게 된 거지 제안이 들어온 건 아니거든요. 제가 노력해서 잡은 역할들이라 더 뿌듯해요.
출연한 작품을 통틀어 가장 신나게 촬영했던 건 뭐예요? 제가 제일 호쾌하게 봤던 건 〈구경이〉에서 ‘구경이’(이영애)를 봐주지 않고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신이에요.(웃음).
아, 그때 저는 즐기지 못했어요. 선배님이 잘못되시면 어떡해요! 아찔한 촬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케이를 정말로 즐긴 건 맞아요. 후반부에 극장에서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케이가 화를 냈다가 감격했다가 하는 신이 있잖아요. 그걸 이틀에 걸쳐 찍었는데 정말 엄청나게 몰입해서 저를 쏟아부었고, 그 신을 찍고 나서 되게 많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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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인 드라마 〈커넥트〉에서 ‘이랑’을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구경이〉 촬영이 막바지로 갈 즈음 대본이 들어왔는데, 제가 케이에 푹 빠져 있을 때라서 오히려 케이와 비슷한 면에 더 끌렸어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고요. 그리고 케이와 차별화된 건 액션이 좀 더 본격적이었다는 거죠! 몸이 힘들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배우 김혜준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평범해 보이는 수수한 외모 속에 강인함이 있다고, 그런 반전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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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의 케이를 만났을 땐 어땠을지 궁금해요.
처음엔 많이 걱정했어요. 비호감을 살 수도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살인마에, 연극부 부원인데 발 연기를 한다는 설정이고, 하이 텐션에 과장되어 있고 진짜 감정을 몰라서 학습된 감정을 표현하는 성격. 얼마나 도전적이고 어려워요? 하하. 걱정이 많았지만 안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어요. 여성 주연, 복잡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세공된 캐릭터, 이영애라는 대선배 배우와 함께 합을 맞춘다는 것. 그래서 당장 미팅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어요.
영애 선배는 항상 저를 엄청 애정해주세요. 제가 작아지는 소리를 하면 “아니야, 혜준아! 네가 제일 잘하고 있고...” 이렇게 막 얘기해주시곤 했죠. 흐흐. 서로 집이 가까워서 불러다가 밥도 자주 차려주시고, 밥 먹으면서 차기작 이야기나 사는 이야기, 〈구경이〉 찍을 때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하곤 해요. 아무리 친해졌어도 종종 ‘아, 지금 내가 영애 님이랑 겸상을 하고 있네? 너무 행복하다. 좋은 세상이다’ 하고 새삼 느낄 때가 있다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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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자기 모습이 조금씩 캐릭터에 묻어나기 마련이라, 김혜준도 심지 곧고 똑 부러지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혜준이 생각하는 김혜준은 어떤가요?
정말요? 하지만 전 평범해요. 남다르거나 특별할 것도 없고, 소심하고, 화가 날 때도 있고....
그래도 쟁취하고 싶은 건 얻어내려는 편아닌가요?
지금은 여유도 조금 생겼고 저 자신을 돌봐줄수 있게 됐는데, 20대 초중반엔 스스로를 엄청 채찍질했어요. 남과 비교도 많이 하고, 난 왜 이거밖에 안 되지 자책하고, 나 스스로에게 창피하기 싫어서 ‘이겨내야 돼’를 되뇌고, 오디션에 떨어지면 울면서 연습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죠. 세상엔 너무나 잘하는 사람이 많고, 나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에 그 안에서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너무 그랬어요. 다른 건 신경도 안 쓰지만 제가 욕심나는 부분에 대해선, 그러니까 연기에 대해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저를 갉아먹더라고요. 연기는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배우마다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는 거고, 취향 차이기도 해요. 저와의 싸움이지, 남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끝도 없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해왔던 작품과 연기가 있으니 그 시간들을 믿으며 좀 여유를 가질수도 있게 됐어요. 이젠 누군가는 날 싫어해도 다른 누군가는 날 좋아해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왜 나는 연기짱이 아닐까? 왜 내 매력은 이거밖에 안 될까? 왜 난 이렇게 부족할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끄집어내서 찾아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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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십시일반〉 〈구경이〉 각각 다른 작품으로 신인여우상을 세 번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어요.
되게 오랜 기간 신인상을 받았죠. 항상 제가 쓰러질 때쯤 상을 주시더라고요. ‘난 아닌가?’ 이렇게 헷갈리고 의심할 때쯤. 그리고 마지막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받았을 때 이게 마지막 신인상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해봐야겠다’는 힘을 얻었어요.
내성적인 아이. 사실 지금도 내성적... E인 척하는 I입니다. 흐흐. 어릴 땐 누가 발표를 시키면 다들 나를 주목하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관심은 받고 싶은.... 이상한. 저는 항상 그런 애매모호함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생 때 막연히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고요. 배우라는 건 너무 막연하고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일인 것 같았거든요. 반 친구들이 “야, 김혜준 연기 배운대”라고 할까 봐, 진짜 친한 친구들한테만 얘기하고 그랬죠.
어떤 이유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느낀 걸까요?
저는 저 자신의 한계를 계속 두드리면서 알을 깨고 나오는 기분을 좋아해요. 너무 괴롭지만 하고 나면 성취감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연기가 정말 그랬어요. 발표는 그 순간에 하고 나면 끝이지만 연기는... 계속 기억되고 남아 있죠. 그래서 괴로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전 김혜준의 데뷔작인 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좋아해요. 여자들과 케미가 좋아 정연주, 박세진, 이영애, 누구와 붙여도 찰떡 같았죠.
일단 저는 여중과 여고를 나왔고, 연기 학원도 완전히 여초여서 대학교에 갔을 때 남자 사람 친구들을 처음 만나봤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편하죠. 흐흐. 제가 연기자로서의 필모그래피를 그 작품으로 시작했기에, 계속해서 여성 서사를 다루는 작품들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데뷔였다. 하하. 윤성호 감독님께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여성과의 관계를 그린 작품에 계속 갈증이 있나요?
좋은 대본이라면 얼마든지요. 저는 우정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거든요.이를테면 남자친구랑은 손잡고 화장실에 안가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들이랑은 늘 손잡고 화장실에 갔죠. 이런 것도 다른 형태의 사랑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퀴어가 됐든 워맨스가 됐든 전 열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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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에서 구경이와 케이도 좀 묘했어요. 자신을 알아봐준 자와 알아본 자가 벌이는 추격극에서 스파크가 튀었는데, 단순히 범인을 잡으려는 집착으로만 보이진 않았죠.
그렇죠? 인간은 자길 닮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끌리잖아요. 워맨스 그 자체였어요. 하하. 현장에서도 꽤나 불꽃이 튀었는데, 영애 선배님의 불꽃을 제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같은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리액션에 공을 쏟았죠.
성초이 작가팀, 이정흠 감독은 김혜준 배우를 어떻게 대했어요? 복덩이 같았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저만 보면 “케이 무서워”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흐흐. 성초이 작가님들은 케이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해주셨죠. 작가님과 그렇게 연락을 많이 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구경이〉 때는 정말 모두가 신나서 작품을 했어요.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선 보지 못한 이야기였고, 색다른 연출도 많았고, 이영애 선배님도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을 연기하는 걸 되게 신나하셨고요. 머리도 더 헝클어달라 하시고, 넘어졌는데 애드리브로 이어가시고. 스태프들도 다들 열정적이었죠. 정말 으 으 하는 분위기였는데, 기자님들과 평론가님들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오늘 촬영 중에도 헤어 실장님이 〈구경이〉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고, 촬영 대기하는데 지나가던 분도 “〈구경이〉 케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시청률은, 흑.
하지만 그 모두가 아주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이었어요.
맞아요. 블루레이와 대본집도 나왔다고요! 하하.
어릴 때 오디션에 무수히 떨어져봤다고요. 그럴 때 어떤 마음으로 지탱했나요?
처음엔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졌죠. 계속 떨어지니까 한없이 작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저 붙여주세요” 하는 태도가 아니라 “저 이런 사람입니다. 보세요” 하는 느낌으로 저를 그냥 꾸밈없이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오디션에 하나둘 붙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오디션 보는 것도 즐기게 됐어요.
〈미성년〉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다면서요.
마스크 쓴 채로 울었죠. 하하.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미성년〉 오디션을 볼 때도 편안한 마음으로 봤죠. 연기로서는 할수있는걸다쏟아부었지만큰기대는하지않았어요.그런데붙었고,제반응은 “말도 안 돼!”였죠.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의 ‘지안’은 어떤 사람인가요?
차돌 같고 단단한, 성장하는 인물이에요. 되게 평범해 보이는데 자기도 몰랐던 대범함과 특별함을 발견하게 되는 친구.
하하. 저로 대입해서 생각을 자주 해봐요. 액션 연기도 많답니다. 〈커넥트〉 때는 잘 눈속임했지만 이번엔 도망갈 데가 없어요. 액션 스쿨도 다니고, 무에타이도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정말 몸을 못 쓰는구나, 기초 체력이 없구나’ 느끼면서 지안이랑 같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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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독특한 캐릭터, 강한 캐릭터에 자주 호출되죠. 감독들과 시청자들이 김혜준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맨날 말로는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끌리는 게 이런 캐릭터더라고요. 사실 〈구경이〉 이후로는 안 하려고 했거든요. 죽이거나, 죽거나 하는 건! 하하. 그런데 정작 끌리는 게 이런 캐릭터라 〈커넥트〉도, 〈킬러들의 쇼핑몰〉도 했죠.
주리. 아빠랑 친하고, 평범하고, 위기를 만나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어떻게든 돌파하려 하고. 피할 수 없으면 “어쩌겠어!” 하며 그 시간들을 견뎌내는 게 저와 닮았어요. 예전엔 저 스스로가 마냥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런 경험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긍정적인 사람이래요. 저도 그렇거든요. ‘이 고난이 내게 좋은 경험이 되겠지’ 생각해요.
역시 주리. 〈미성년〉을 찍으며 너무 행복했고 애틋했어요. 모든 순간 진심이었고요. 제 첫 장편영화라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두려웠고, 간절했고, 신기했고...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다 말랑말랑한 사람들이었어요. 김윤석 감독님은 정말 소녀 같으셨고. 흐흐. 괜히 작은 것에도 눈물이 나고, 함께 있는 시간들이 소중했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찍었는데, 그 시간이 무척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말을 안하고 있으면 사나워보이고 차가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해요. 그런데 말을 하면, 제가 리액션도 잘하고 다 “오케이, 괜찮아”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저를 만만하게 보는 이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화나면 진짜 무섭거든요! 하하.
김혜준의 프로페셔널한 면모는 어디서 볼 수 있어요?
남들보다 잘 참고, 나쁜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감정이 상하더라도 웃으면서 대화를 하거나, 풀어보려고 하죠. 피할 수 없으면 ‘뭐, 어쩌겠어’라고 생각하면서요. 이 또한 지나갈 테니까요.
맞아요. 그저께 보름달이 떴어요. 요즘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믐부터 달이 차갈 때쯤에만 빈답니다.
항상 같아요.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제가 연기를 진짜 기깔나게 잘하게 해주세요!”라고, 옆에 친구가 있으면 “이 친구랑 계속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세요”라고, 부모님이 계시면 “엄마, 아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라고 빌고. 그저께는 “〈코스모폴리탄〉 화보 잘 찍게 해주세요”라고 빌었어요! 흐흐.
이젠 로맨틱 코미디 시장을 개척해서 제가 점령을 좀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 있고 뚝심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사람. 저도 그렇게 강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사람은 남도 잘 배려하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더라고요.
성취해내는 것. 캐릭터도 성장하는 인물이, 자기 할 말은 하는 인물이 재미있어요. 그걸 표현하기 위해 너무 괴롭다가도 해냈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런 게 재미있어서 괴롭지만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오늘 제가 김혜준에게서 느낀 게 전부 들어 있는 대답이었어요. 열정적이고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 때론 고통의 힘으로도 나아가는 사람.
선은 무조건 이긴다. 제가 만났던 선배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셨어요. 저는 좋은 삶에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이기적이고 지독하게 연기를 해서 잘한다 쳐요. 저는 그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사람이 먼저지 직업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그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 제가 믿는 바를 대부분의 선배님이 증명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그런 사람이 결국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사랑을 받는다고요.
영화 〈밀양〉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밑바닥의 감정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걸 대신 느끼게 해주는 게 영화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전도연 선배님은 〈밀양〉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였고, 그 절절한 감정이 제게도 느껴졌어요. 정말 대단한 배우시죠. 그런데 최근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보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제가 어른들의 사랑에 이렇게 설렐 줄 몰랐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고 사랑스러우시잖아요. 제가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오디션에 숱하게 떨어져본 입장으로서 자기만의 꿈을 꾸는 소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오디션에서 캐스팅되지 않았다고 절대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냥 그 사람들은 바나나를 찾고 있었던 건데, 내가 바나나가 아니라 딸기였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절대 썩은 바나나가 아니에요. 그 역할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지 떨어진 게 아니라고, 언젠가 딸기를 찾는 오디션에서 당신은 꼭 붙을 거라고, 그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