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를 만나자마자) 어제 월드컵 보셨어요?
자, 주민등록증 반납하세요. 이리 주세요.(웃음)
뷔스티에 드레스 5백만원대, 하네스 벨트 3백만원대, 체인 초커 2백만원대, 팔찌 2백만원대 니하이 부츠 2백만원대 모두 알렉산더 맥퀸. 스트랩 해트 40만원대 골든구스.
이제 제가 여쭤볼게요. 어제 포르투갈전 재미있었어요?
저 경기 보느라 2시간 자고 나왔잖아요. 역전승을 거머쥐게 한 황희찬의 이 세리머니! 아까 촬영하면서도 세리머니 포즈를 취할까 고민했다니까요. 어제 밤늦게 일 마치고 오늘 촬영 나오느라 2시간 잤지만, 오히려 좋아요. 힘이 너무 나요!
원래 이렇게 목청이 좋은가요? 잠을 2시간밖에 못 잤다면서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와요?
전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나요. 게다가 오늘 화보 현장이 너무 재미있었으니까요. 드라마에선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화보에서 이끌어내주시니까 얼마나 신나요? 와, 저 사진 봐봐. 너무 좋아요.
자카드 베스트, 니트 슬리브리스 톱, 팬츠 모두 가격미정 에트로. 목걸이 가격미정 베르사체. 반지 30만원대 모니카비나더. 웨스턴 부츠 1백70만원대 가니.
웨스턴 무드의 카우걸 콘셉트로 잡아봤어요. 이선빈과 찰떡일 줄 알았죠.
서부를 개척한 카우보이들처럼 이선빈도 용감한가요?
저는 용감하게만 살아왔어요. 용감하지 않으면 제가 바라는 걸 할 수 없는 순간에 항상 놓여 있었거든요. 매 순간 용기를 내면서 살아왔죠. 일단 해보자, 실패해도 다시 해보자 하면서.
해맑고 까불대는 애. 제가 있는 반은 장기 자랑은 무조건 1등이에요.(웃음) 야자할 땐 빙고 종이 몰래 돌리고, 졸업 사진 찍을 때는 “나한테 화장받고 싶은 사람 모여” 해서 싹 다 강당에 앉혀놓고 화장을 해줬어요. 그래서 졸업 앨범에 실린 애들 화장이 다 똑같아요.(웃음)
재킷 가격미정 살바토레 산토로. 미니드레스 2백만원대 블루마린.
17살에 극단 학전의 〈무적의 삼총사〉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죠?
네. 교회 지하 연습실에서 혼자 노래와 춤, 연기를 연습하던 제게 고등부 선생님이 오디션을 추천해주신 거예요. 열심히 준비해 오디션에 합격했죠. 천안에서 대학로까지 전철로 왕복하면서 눈에 불을 켜고 연습에 매진했지만, 패기만 넘쳤지 실수투성이였어요. 춤추다가 모자를 떨어뜨린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웃음)
그래서 고3 때 부모님에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편지를 써놓고 무작정 서울에 상경해 오디션을 보러 다닌 거예요?
맞아요. 단역이든 뭐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죠. “집이 싫어 나가는 게 아니라 어디 어디 오디션을 볼 거고 목표를 이루고 올 거니 걱정 말고 믿어달라”며 달랑 동전 지갑 하나 들고 나와서, 어디라도 붙어 집에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죠. 걸 그룹 연습생이 돼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가 터미널로 저를 데리러 오셨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죠. 정말 고마웠어요. 나중에 엄마가 얘기해주기를, 제가 그 편지를 써두고 집을 나갔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오열했던 순간이래요.
데님 재킷, 귀고리 모두 가격미정 모스키노.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습생을 하면서는 어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어요?
전단지 돌리는 것부터 자석 붙이고 명함 꽂는 거, 고깃집,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당시 부모님 세대가 IMF를 겪어 동네가 다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일찌감치 부모님에게 손 안 벌리고 혼자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걸 그룹이 잘 풀리지 않은 뒤에는 뭘 했어요?
직접 프로필을 만들었어요. 보통 프로필이 종이 한두 장에 소개글과 사진 서너 컷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0장을 만들었어요.(웃음) 셀카, 남이 찍어준 사진, 쇼핑몰 모델 사진을 첨부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어필하는 프로필을 에이전시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돌렸죠. 당시 스트리트 패션이 붐일 때라, 거리에서 몇 번 사진이 찍히고 좀 알려져서 지금의 아이즈매거진 대표인 박진표 오빠와 함께 패션 크루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CF 보조 출연을 갔는데, 그 현장의 감독님이 저를 유심히 보고 매니지먼트 대표님께 소개해준 거죠.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치열했고 소중한 시간들이죠.
재킷 가격미정 살바토레 산토로. 미니드레스 2백만원대 블루마린. 스트랩 해트 40만원대, 롱부츠 1백50만원대 모두 골든구스.
예전에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왔을 때 기타를 치면서 직접 작사·작곡한 ‘나의 노래’를 불렀잖아요. “등대처럼 빛날 것 같았던 나는 대낮의 등대처럼 빛나지 않네.” 그 시절의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오로지 꿈 하나만 봤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포기하고 우리 엄마, 아빠 얼굴을 봐’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그 곡마저도 노래를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만든 거예요. 가만 보면 저도 참 못 말리죠? 흐흐. 저는 진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진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꼭 만나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2021년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신용재 선배님이 뮤직비디오에 나와달라고 하시기에 제가 역으로 듀엣을 제안해 같이 노래하기도 했죠!
그럼요. 제가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윤하 선배님이랑 단 한 번이라도 컬래버레이션을 해보고 싶네요.
그렇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을 만났네요. 화끈하고 엉뚱한 맞춤옷을.
〈술꾼도시여자들2〉 방영을 앞둔 기분은 어떤가요?
설레고 궁금한데, 이상하게 실감은 안 나네요. 햇수로 2년째 촬영하고 있는 데다 저희 셋이 자주 만나기도 하니 이젠 ‘술도녀’가 일상이 됐거든요.(웃음)
자카드 베스트, 니트 슬리브리스 톱, 팬츠 모두 가격미정 에트로. 목걸이 가격미정 베르사체. 반지 30만원대 모니카비나더. 웨스턴 부츠 1백70만원대 가니.
시즌 1은 방영 당시 티빙 역대 유료 가입 기여 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성이 뜨거웠죠. 이번에도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제가 이런 부분에선 또 소심한 스타일이라, 이건 시청자분들의 몫으로 돌릴게요. 시즌 1을 본 시청자분들이 의리를 지켜서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새로운 시청자들이 보신다면 더더욱 감사한 일이죠!
〈술도녀〉 시청자들이라면 당연히 의리가 있죠. 적셔야죠.(웃음) 정은지·한선화 배우와 함께한 세 여자의 의리도 더 깊어졌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냥, 다 했어요.(웃음) 이제는 워맨스를 넘어 패밀리가 됐습니다. 모니터를 보다가도 ‘내가 이렇게까지 했다고? 이건 그냥 내가 집에서 친구들이랑 하는 건데?’ 하고 새삼 당황할 때가 있어요. ‘찐친’이라 나올 수 있는 케미가 그냥 툭툭 나오거든요. 보통 선화 언니가 애드리브를 하나 해서 물꼬를 터주면 은지 언니와 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신이 완성되곤 해요. 지금도 선화 언니가 “오복집에 동배 사장님 있잖아, 김정민 닮지 않았어?”라고 해서 제가 성대모사를 했던 신이 기억나네요.(웃음)
드레스 가격미정 에트로. 웨스턴 부츠 30만원대 오소이.
〈술도녀〉 ‘소희’는 맛깔나게 술을 마시는데 선빈 씨는 술을 못하죠?
맞아요. 저는 술자리에서 사이다를 마십니다.(웃음)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술 취한 연기를 잘할 수 있어요?
제가 또 흥이 넘치잖아요? 술은 못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하는데, 제가 가면 사람들이 다른 데서 1차로 마시고 온 거 아니냐고 해요. 항상 텐션이 이러니까.(웃음) 안 마셔도 마신 것처럼 노니까 다들 저를 찾죠. 맨정신으로 취한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다 보니 충분히 가능합니다.(웃음)
드레스, 브라톱, 가죽 벨트, 귀고리 모두 가격미정 돌체앤가바나. 버클 해트 1백40만원대 로저 비비에.
잘 노는 이선빈의 노래방 18번, 궁금합니다.
자, 이정 ‘그대만 보며’로 목을 풉니다. 신용재 ‘빌려줄게’로 빌드업을 하고, 배에 힘이 생기면 신예영 ‘우리 왜 헤어져야 해’와 이예준 ‘안녕과 안녕으로’를 연타로 부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신나게 토이 ‘좋은 사람’, 윤하 ‘오디션’을 부릅니다. 그리고 윤하 ‘비밀번호 486’과 체리필터 ‘낭만고양이’로 마무리합니다. 그렇게 하면 단골 사장님이 서비스를 넣어주는데….
그만, 그만. 20대 맞아요?(웃음) 체력은 10대, 취향은 30대인데?
저는 옛날 노래 너무너무 사랑해요. 전주만 나와도 기억나는 순간과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게 가슴을 울려요.
진짜 오래된 친구들. 다양한 직군이 있는데, 일단 예능 작가로 일하는 고등학생 때 친구는 지금 저희 집에서 혼자 자고 있고요.(웃음) 프리랜스 모델 할 때 포토그래퍼로 만난 친구들, 디자인하는 친구들, 모델 일 하며 같이 산전수전 겪었던 친구들도 많아요. 제 정신적 지주들이고, 너무너무 사랑하는 친구들이죠. 한번 사귀면 엄청 끈끈하게 오래가거든요.
아, 이거 진짜 잘 대답하고 싶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가장 잘 보여주고 싶은 것. 오랜 친구들을 생각하면 내가 더 잘돼서 더 잘해주고 싶고, 힘들 때면 지켜주고 싶어요.
배우 박보영이 〈술도녀〉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줬던데, 의외의 친분이었어요.
제가 힘든 시절에 보영 언니가 제 옆을 지켜줬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제 고민을 들어주며 같이 있다가 저희 집에서 스케줄을 나간 적도 있어요. 제가 언니 집으로 간 적도 있고요. 저희 감성이 되게 잘 맞아요. 언니는 저를 굉장히 재미있어 하고, 저는 언니가 너무 멋있고 또 사랑스럽죠. ‘누가 우리 언니 건드리면 진짜 가만 안 둬!’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좋아해요.(웃음)
여자들끼린 딱 보면 알잖아요? 하하하. 친근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스물아홉이에요. 19살 그때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있을까요?
천안에서 서울로 떠났던 그때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요. 당장은 바쁘지만 올해 꼭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지난해 슬픈 일이 많았잖아요.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든, 어떤 현장이든 웃으면서 시작해 웃으면서 끝내는 거예요. 오늘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