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정치 이야기? 오히려 좋아!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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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 정치 이야기? 오히려 좋아!

밥상머리에서 정치 얘기 하는 거 아니라고 배웠다고요? 알고 보면 친구와 같이 먹기에 제일 맛깔나는 밥반찬이 정치라는 걸 알려드리죠.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3.09
 
1초의 적막이 흘렀다. 곳곳에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득한 한 카페에서 친구가 “넌 대통령 누구 뽑을 거야?”라는 질문의 공을 쏘아 올린 순간이었다. 마음속에 점찍어둔 후보를 생각하며 “당연히 OOO이지. 왜냐하면…” 하고 냉큼 답하고 싶었으나, 괜히 목이 마른 척 얼음만 남은 컵을 애꿎은 빨대로 쿡쿡 찔렀다.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 2명이 이 대화에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1초가 10분처럼 저마다 눈길이 부산해졌고, 나는 결심했다.
 
지지하는 후보 이름까지 거론하는 레벨 3 수준의 답변은 잠시 넣어두기로. 대신 레벨 1짜리 답변 카드를 꺼냈다. “아, 그러게 말이야. 누가 돼도 진짜 막막할 것 같아. 그치?”  뜨뜻미지근하게 던져 올려진 공이 다음 타자에게 넘어갔다. 그 공을 두고 누군가 “그래도 집 사려면 OOO 뽑으라던데?” 하며 강스파이크를 내리꽂는다면 정치 이야기에 불이 붙기 시작할 것이었고, “아, 됐고, 케이크는 뭐 먹을래?”라고 답한다면 정치 이야기는 등장과 동시에 창밖으로 던져질 운명이었다. 결과는 홈런. 그날 우리는 알고 지낸 지 5년 만에 허심탄회하게 ‘정치’ 얘기를 해내는 큰 성과를 얻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분명 그 어렵다는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우린 어느덧 “결혼을 꼭 해야 할까?”, “나중에 아이를 몇 명까지 낳을까?” 하는 고민을 공유하고 있었다. 집값부터 기후 위기, 경력 단절,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여러 사회적 제도에 대해 각자 어떤 입장인지 얘기했고, 특정 후보 개인에 대해 어떤 신뢰와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을 나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말했다. 정치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한 건 처음이라고. 정치를 통해 개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까지 말할 수 있는지는 나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의아한 일이다. 그동안 왜 많은 식사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는 손사래에 떠밀려 날아다니는 파리 신세를 면치 못했을까? 인간관계를 논하는 책을 살펴보면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충고도 있을 정도다. 오랜 친구끼리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쪽이 흉기까지 휘두르는 ‘칼부림 사건’도 있지 않았냐며, 정치 이야기를 쉬쉬하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4년 ‘내 집 마련’이라는 키워드 덕분에 대통령의 행보를 피부, 아니 통장으로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식사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파리 쫓듯 쫓아낼 수 없게 됐다. 언제나처럼 공은 쏘아 올려졌고, 2022년 3월 9일 우린 또 다른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 정치 이야기가 어렵기만 한 당신을 위한 3가지 유형별 팁이 있다. 재미가 없다거나, 친구 사이에서 괜히 의견이 다를까 봐 걱정된다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주제라는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정치 이야기를 피하던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TYPE 1. 정치 얘기하면 노잼이라고 생각할까 봐, 분위기 망칠까 봐 걱정?

솔직해지자. 정치는 죄가 없다. 대통령 후보 TV 토론이 끝나고 난 후 언론사 기사 댓글에는 어김없이 “이러니 〈개콘〉이 망하지”라는 댓글이 달린다. 빼꼼 열린 창틈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채이배 전 의원 사진만 보아도, 정치 입장에서 ‘노잼’이라는 프레임이 얼마나 억울한 오명인지 알 수 있다.  보통 정치가 노잼으로 느껴지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 위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경우, 정치적인 지식을 뽐내기 위해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올라가 1980년대 정치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 이유나 근거 없이 특정 정치를 지지하고 호소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주제가 아니라 태도다. 위와 같은 태도로 임하면, 그렇게 ‘꿀잼’이라는 〈솔로지옥〉 얘기도 ‘노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주제를 논할 때와 마찬가지로 탐색전이 필요하다. 소개팅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한다는 상대에게, 요즘 핫한 전시회장이 어디이며 왜 인기를 끄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노잼 중에 노잼일 것이다. 상대방이 정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노잼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정치에 대한 상대방의 관심도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전시회… 좋아하세요?”라는 말처럼 “정치… 좋아하세요?”라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써먹을 수 있는, 방송사의 예능국 PD로 있는 친구 C의 팁을 공유한다. 가만 지켜보니, 그는 정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꼭 〈SNL〉로 시작하더라.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도 그랬다. 예컨대 “이번에 〈SNL〉 봤어? 윤석열, 이재명 진짜 똑같지 않아?”라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친구가 “아, 고개 도리도리하는 거 진짜 똑같더라”라고 답한다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은 것이다. ‘적어도 대선 후보가 TV에 나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한 번은 본 적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럼 한 번 더 나아가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 혹은 윤석열 부인 김건희 7시간 통화 논란 언급한 거 봤어?” 정도로 던져보는 것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상대방의 관심도와 이해도를 살핀 후, 그 수준에 맞게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모든 분야의 대화에서 꼭 필요한 기본 덕목이다. 정치도 마찬가지. 〈SNL〉 로 시작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살핀다면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특정 후보에 대해 호감 혹은 비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은근하게 파악할 수 있다.
 
 

TYPE 2. 상대방과 정치적 입장이 다를까 봐…

저마다의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물론 민초단 vs. 반민초단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게 재미와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개개인의 복잡한 성격을 16개 유형의 MBTI로 단숨에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나와 같은 MBTI, 같은 취향이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실은 은근하게 서로 다름을 즐기며 편을 갈라 싸우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나의 정치 성향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말자.  물론 정치와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배스킨라빈스에는 31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어 민초도, 그냥 초코도 공존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자리는 다르다. 딱 하나뿐이다. 이는 곧 누군가가 지지하는 대통령은 청와대로 출근하며 당당하게 권력을 쥐게 될 테고, 누군가가 지지하는 대통령은 국회 의석의 한 자리라도 지켜내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후보를 지지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다. 너무나 명쾌한 4지선다형, 아니 26지선다형(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는 총 26명이 나올 예정이다) 객관식 보기일지라도 우리는 주관식 대화가 필요하다. 심지어 커피 취향을 얘기하는 상황에서도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고 외치는 극단적 견고함을 보이는 게 사람 마음이니 말이다. 정치 얘기 하면서 서로 자기 이야기만 주장하다 흉기까지 휘두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참, 혹시 정치적인 대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싶다면? 아쉽지만  이 글은 그에 대한 제안을 주진 못한다. 이 글의 목적은 정치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니까. 정책, 가치, 비전을 낱낱이 분석하며 한 표라도 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로 가게끔 설득하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미 정치인이다. 설득이 목적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콩나물국밥에 민트초코를 찍먹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웃기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이의 독특한 정치 취향에 고개를 끄덕일 필요가 있다.
 
 
TYPE 3. “정치 관심 없는데 자꾸 정치 얘기해서 싫어.”
이 유형에 있어서만큼은 정확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게 싫은 것일까? 아는 만큼 보이고, 정치에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 삶은 바뀐다. 정치엔 관심 없다고 도도하게 말하는 당신, 혹은 당신의 친구를 위해 정치가 아닌 정책을 예로 들어보겠다. 다음 3가지 대화를 살펴보며, 진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지 생각해보자.
 
➊ “맞다. 너네 고양이 엊그제 병원 갔다 왔다며. 병원비 많이 나왔어?”
2022년 대선 후보들은 이례적으로 동물권 관련 공약을 많이 내세운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병원에 갔을 때 들쑥날쑥 진료비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유권자를 위해, 진료비를 통일하는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4명의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어느 정도로 중시하는지는 각자 다르다.
 
➋ “요즘 주식 잘돼? 비트코인은? 내년부터 코인 거래할 때도 세금 낸다던데….”
가상 자산 세금 기준과 면세 한도 시기는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가상 자산 과세 시기를 1년이라도 늦추려 하고 있고, 심상정 후보는 원래 정했던 대로 내년으로 가자고 주장한다.
 
➌ “아, 진짜 금요일 쉬면 얼마나 좋을까. ‘놀토’로 쉬다가 주 5일제 된 것처럼… 주 4일제도 가능할까?”
노동시간을 두고는 후보별 정책 격차가 크다.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를, 이재명 후보는 4.5일제를 말한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기업 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도 빡빡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한 간담회에서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들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을 쏟아냈다. 앞으로의 5년을 결정하는 정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식의 반응은 (과장하자면) 당신과 당신 주변의 존재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위의 예시처럼 정치를 쉽고 재밌게, 무엇보다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는 ‘정치 이야기’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정치 입문자라면 2030 MZ세대를 겨냥하는 뉴미디어를 추천한다. 대선 후보별 장단점과 정책을 정리한 콘텐츠 플랫폼 〈뉴닉〉, 당돌한 질문을 던져 대선 후보에 대해 파악하는 인터뷰를 진행한 뉴미디어 〈닷페이스〉 등이 있다. 뉴미디어를 통해 조금 익숙해졌다면, 각 정당 홈페이지를 방문해 대선 후보에 대해 소개한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신문이나 방송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치인 논란을 그대로 담고 있어 판단을 흐리기 쉬우니, 현혹되지 않고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독해력을 아직 갖추지 않은 정치 저관심층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정치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정치를 얘기하는 법에는 답이 있다. 정치 이야기라고 해서 정치적일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관심도를 파악하는 것, 나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 것, 관심 없다는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어느 주제를 이야기할 때와 다르지 않다. 식탁 앞 친구와의 ‘정치 이야기’를 통해 당신과 나의 삶이 모두 윤택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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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소연(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편집위원)
    photo by Stocksy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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