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자라도 남기면 양반이다. 슬금슬금 연락을 피하다 자연스럽게 스륵 사라지기도 한다. 정말 유령이었나 싶을 정도로.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두 종류의 짝짓기 패턴을 수행한다. 성적인 이끌림을 추구하는 ‘쇼트텀’과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롱텀’. 심리치료학자 잭 워디에 따르면 많은 남성이 이 두 패턴을 구분하지 못한다. 상대에게 강한 성적 끌림을 느끼는 연애 첫 3개월 동안 남성들은 ‘운명’이니 ‘평생’이니 하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단어를 쏟아내며 자신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설명하려 한다.
심리치료사 로네시아 존슨은 이 단계에서 뇌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여성에 비해 남성은 좌뇌와 우뇌의 연결 고리가 약하고, 따라서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려는 노력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다는 것(물론 모든 남성이 그렇다는 것도, 여성은 그럴 일이 없단 것도 아니다). 여성들이 상대와 적극 소통하며 ‘진짜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잠수 이별을 선언하는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입장뿐이다. 그러니 최소 3개월은 지켜보면서 기다리자. 호르몬에 취한 남자들이 필터링 없이 뱉는 감미로운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