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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의 재벌 3세 '한수혁'으로 돌아온 배우 차학연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모로 가도 한길로만 걷는 <마인>의 ‘한수혁’. 배우 차학연은 그런 그가 멋있다고,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BYCOSMOPOLITAN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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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제대 후에 한 첫 작품이 〈드라마 스테이지 2021 - 더 페어〉(이하 〈더 페어〉)였어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그 피해자 역을 번갈아 해내야 하는 강렬한 캐릭터였죠.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그동안 쌓아왔던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나 ‘차학연’ 자체를 많이 지워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많은 배우가 욕심을 낼 만한 캐릭터였을 거예요. 제가 날카롭거나 차갑게 생긴 타입은 아니다 보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기회기도 했고요.


군대에서 보낸 1년 6개월의 시간은 어땠어요? 꽤 큰 공백이잖아요.
다행히 저에겐 휴식기처럼 느껴졌어요. 그동안 너무 빠르게 달려오느라 재정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군대 가서 처음 했거든요. 다녀올 수 있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바른 소리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그랬어요. 일과가 끝나는 시각이 정확히 정해져 있으니까 남는 시간에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나 운동도 하고, 예전에 참여한 작품들을 다시 돌려보는 여유도 생겼죠.


어떤 작품들을 주로 모니터링했어요?
〈붉은 달 푸른 해〉나 〈아는 와이프〉 〈터널〉요. 예전에 연기 처음 시작할 때는 제 작품을 아예 보지도 못 했어요.(웃음) 그나마 지금은 공부도 좀 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이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구나’ 생각도 하죠.


방금 꼽은 세 작품이 ‘배우 차학연’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에요.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은요?
사실 만족스러운 건 없지만, 연기를 제대로 시작할 마음을 먹게 해준 건 〈터널〉이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에서 배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확 바꾸고 싶다 보니 비중 있는 역할만 찾게 되잖아요. 준비 기간도 부족하고 공부할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니까 엉망진창이 되는 거예요. 그 뒤로 마음을 다잡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 안에서 시작해보자 했던 게 〈터널〉의 ‘88년생 박광호’였어요.


그럼 주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 작품은 뭐였어요?
저희 부모님은 〈아는 와이프〉를 제일 좋아하셨어요. 일단 다른 작품들과 달리 극 중에서 죽지 않고요.(웃음)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아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아는 와이프〉의 사고뭉치 신입 사원 ‘김환’은 누구보다도 뻔뻔하게 잘 살아 있는 캐릭터죠.
저도 ‘김환’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요즘 애들’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억지스러운 콘셉트 없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드라마 〈마인〉에서 맡은 ‘한수혁’은 무려 재벌 3세예요. 역시 인간 차학연과는 거리가 먼 인물 같은데요.
저는 연기란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꺼내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수혁’과 저의 공통점이 뭘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좀 새로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조금은 유연하지 못하고, 재벌 가족 안에서의 생활이 몸에는 배어 있지만 내심 불편해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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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진솔한 삶’ 같은 건 기록으로 잘 남는 소재도 아니라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수혁’은 집안 공기와 사람들이 불편한 건데, 자칫 이 생활 자체가 불편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화로운 요리들을 너무 익숙하게 먹으면서도 마음만은 가시방석인 거죠. 잘 구분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한수혁’은 시니컬한 인물인가요?
시니컬하다기보다는 사실 순종적인 캐릭터예요. 자기를 내려놓고 포기한 채 사는 사람이니까 무슨 얘기를 들어도 “네,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할게요” 하고 바로 수긍하거든요. 그런 모습이 어찌 보면 시니컬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조금씩 바뀌어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아, 얘는 사실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거구나’,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싶은 때가 있거든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은 ‘정서현’과 ‘서희수’지만 결국 모든 인물이 ‘자기 것’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리라 짐작되네요.
맞아요. ‘수혁’에겐 ‘수혁’만의 ‘마인’이 있고 각자의 ‘마인’이 있죠.


인물에 몰입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생긴 습관 같은 것도 있나요?
그때그때 작품 분위기를 많이 따라가는데, 이번에 ‘수혁’을 연기하면서는 밖으로 꺼내서 표현하기보다 혼자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원래 저는 바로바로 표현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평소 학연 씨는 늘 안정된 상태인 것 같아요. 예능 방송에서 보니 심지어 길거리에서 물총 싸움할 때도 텐션은 높지만 희한하게 반듯해 보이거든요.
인터뷰하면서 그런 말 정말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도 비슷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차분하다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웃음)


나이 터울이 큰 형, 누나들한테 예쁨 많이 받고 자랐죠?
네. 어머니, 아버지도 그렇고 형이랑 누나들이 워낙 잘 챙겨줬어요.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 ‘차수종’이 됐죠.(웃음) 다정다감하게 팬들을 잘 챙겨서 얻은 별명이에요.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는 과정이 저도 좋아요. 일부러 챙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과정이 행복해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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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유튜브 계정에 군 생활 당시 팬들에게 받은 편지의 우표를 모아서 액자를 만드는 영상을 올렸어요.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예요?
군대에서 받은 편지를 읽다 보면 “이 편지가 잘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면서 굉장히 막연한 마음으로 보내신 분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편지를 잘 받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군 생활 중 이 편지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도요. 편지를 하나하나 다시 보는데 우표가 눈에 띄는 거예요. 팬분들이 직접 디자인한 우표도 있고, 해외 각국에서 온 우표도 있고, 제 사진으로 만든 우표도 있어요. 그 편지를 쓰고 우표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설레었겠어요. 그런 마음을 저도 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학연 씨가 또 취미 부자더라고요. 요즘 시간 날 때 하는 건 뭐예요?
요즘 식물 키우기에 꽂혔어요. 집에 벤자민 나무가 있는데, 오늘 가지치기해주고 나왔어요. 머리카락처럼 생긴 준쿠스라는 식물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마오리 소포라도 키워요. 처음엔 작은 다육식물로 시작했다가 군대 가 있는 동안 부모님 집에서 잘 자란 걸 보고 탄력받아 여럿 키우고 있어요.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노하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이파리를 맥주로 닦아주면 파릇파릇해져요.


문득 차학연이 ‘한수혁’처럼 재벌 3세가 되면 어떤 삶을 살지 궁금해요.
조금 단순한데, 제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엄청 많거든요. 소품 하나 사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이 가격이 적당한가’, ‘우리 집에 어울릴까’ 고민할 게 정말 많잖아요. 식물이나 무드 등 하나 사는 데도 일주일씩 고민하고요. 만약 재벌처럼 돈이 많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통 크게 이것저것 일단 사고 보겠죠? 영 아니다 싶으면 주변에 나눠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하면 되니까요.


생각보다 많이 소박하네요.
작은 것에서 행복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거창한 생각은 잘 안 들더라고요.


오늘 화보 콘셉트가 ‘춤추는 차학연’이잖아요. 데뷔 전부터 춤을 잘 췄기로 유명한데, 배우 차학연이 보기에 춤과 연기의 차이는 뭔가요?
의외로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춤추거나 퍼포먼스를 할 때 움직임보다 눈이 말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 움직임이 없어져요. 조금 오글거리는 말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감정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건 눈이고, 말은 그걸 전달하는 매개체 정도인 것 같아요. 〈더 페어〉에서 ‘고도영’을 연기할 때 날카로운 모습을 어디서 가져와야 할까 고민하다가 무대 위에서 나오는 눈빛을 떠올렸어요. 감독님들도 촬영할 때 제가 예전에 했던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런 느낌으로 해달라”라고 요청을 많이 하셔요.


정말 어렵네요. 눈이란 건 정말 조그만 기관인데 그걸로 다 표현한다는 게요.
‘수혁’을 연기할 때도 눈빛 연기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다 보니 더 그래요.


‘한수혁’이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으면 하나요?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어요. 일차원적으로 ‘수혁’의 외모, 옷차림, 헤어스타일 이런 모든 것이 멋있었으면 좋겠고, 자기가 가진 것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하는 ‘수혁’의 모습도 설득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수혁’을 선택한 건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한길로 걸어가는 캐릭터라서예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곁눈질하지 않고 쭉 자기 생각대로 행동해요.


충분히 애정이 갈 만한 캐릭터네요. 내일 시작하는 첫 방송 꼭 챙겨 볼게요.
잘 표현하고 싶어요.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눈가가 약간 촉촉해진 것 같은데요?
어, 그래요? 그럴 리가 없는데. 원래 그런 눈이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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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KIM YEONG JUN
  • art designer 조예슬
  • Stylist 이한욱
  • Hair 이혜영
  • Makeup 이지영
  • Assistant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