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내’는 대파꽃의 꽃말이다. 올봄, 파테크를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더욱 이 꽃말이 와닿을 수도 있겠다. 흰 파 뿌리에서 초록빛 대가 뻗어 나오고, 그것이 쑥쑥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길었던가. 볶음밥을 만들 땐 반드시 파를 넉넉히 넣어 파 기름을 내야한다던, 흥청망청했던 지난날의 대파 소비 습관이 사뭇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파테크로 알게 된 또 한 가지는 대파도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파의 맵싸한 맛과 구수한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보드랍고 여린 꽃을 피운다. 작은 필라멘트 전구같이 생겨서 그런지 평범한 파의 외모를 환하게 밝혀준다.
대파꽃은 이렇게 피어난다. 초록빛 대가 올라오다가 달걀처럼 둥근 모양의 봉우리가 생긴다. 이것이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 단계. 봉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얇은 막으로 변하고, 그 안은 씨앗처럼 생긴 무언가로 꽉 차 여물어 간다. 그런 뒤 시간이 흐르면 얇은 막이 터지면서 솜털 같은 대파꽃이 얼굴을 들이민다. 활짝 피어난다. 보슬보슬하고 하늘하늘한 것이 민들레 홀씨 같기도 하고, 조팝나무에 핀 꽃 같기도 하다. 초록과 연두로 버무려진 아름다운 대파꽃을 어찌 쉽게 먹을 수 있을까. 꽃이 핀 파의 대는 질겨져 맛이 덜해지니 먹는 즐거움보다 보는 즐거움 쪽을 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 여기서 끝이 아니다. 꽃이 품고 있는 것은 대파의 씨앗. 시간이 흐르면 연둣빛 꽃은 점점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때 꽃을 따 잘 말린 다음 씨를 털어 내면 새로운 대파를 심을 수 있는 씨드머니를 한가득 얻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파테크의 선순환.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깨고 남은 땅콩을 한 줌 정도만 챙겨서 부엌 서랍에 보관해 두자. 단, 반드시 단단한 껍데기가 붙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깨끗이 닦은 뒤 말려 두어야 한다. 그리고 야식을 챙겨 먹을 때 혹은 간단한 안주를 겸해서 술 한잔할 때 넣어둔 땅콩을 슬쩍 꺼내 보자. 핵심은 젓가락만 있는 상차림에 곁들이는 것이다.
땅콩은 식탁에 앉는 사람 수대로 챙긴 뒤 각각 앞접시 옆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젓가락을 올려 받친다. 그것으로 가볍고 재치있는 젓가락 받침대 완성! 좌우로는 볼록하고 가운데는 홀쭉하게 들어가 있어 가늘고 뾰족한 젓가락 끝을 받쳐 두기에 매우 훌륭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쉽사리 굴러다니지 않아 고정하기에도 좋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모든 식사를 끝낸 후다. 후식 시간. 땅콩을 들고 손끝에 가볍게 힘을 줘 껍데기를 부순 뒤 후식으로 땅콩 두 개를 아작아작 씹어 먹자. 귀여운 젓가락 받침대에서 고소한 후식까지. 이것이 바로 다양하게 즐기는 땅콩의 색다른 사용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