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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성 범죄 수사까지 한다고?

어디까지 왔니?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AI 기술의 최근 동향. 언제 어떻게 당신의 커리어와 일상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BYCOSMOPOLITAN2021.02.06
 
최근 구설에 오른 AI 챗봇 ‘이루다’와 알페스를 문제 삼는 과정에서 다시 공론화된 ‘딥페이크’까지, AI는 요즘 신문의 사회면에서 만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애물단지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건 그만큼 AI 기술이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음을 의미한다. AI, 인공지능이란 한마디로 사람처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시스템이다. 인공지능에게 특정 데이터를 주입한 뒤 ‘머신 러닝’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일 처리 능력을 지속하도록 만든다. 여기까지 알고 나면 사람들은 흔히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거란 두려움을 갖지만, 전문가들은 AI를 인간이 하는 일의 빈틈을 채우는 조력자처럼 발달시켜야 한다고 얘기한다. 모두가 아는 챗봇과 자율주행부터 최근 K팝 시장에 등장한 AI 홀로그램까지, 인공지능이 있어서 가능한 서비스들은 어떤 게 있을까?


대화부터 시작하지, 챗봇
AI 챗봇 ‘이루다’가 구설에 오른 이유를 다시 살펴보자. 20대 여성으로 설정된 챗봇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용자들 때문에 1차 논란이 야기되고 혐오 표현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개인 신상 정보를 나열하는 등 시스템상의 문제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이루다’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데이터가 앱 ‘연애의 과학’ 유저들에게서 나온 것임이 알려져 뭇매를 맞았다. 좋지 않은 예시지만 챗봇은 어떤 목적과 기능을 설정하느냐, 그러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챗봇의 긍정적 기능이 특히 대두되는 건 의료 분야다.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챗봇 ‘클라라’를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헬스케어 봇’이라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챗봇으로,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 현재 겪고 있는 증상 등을 물은 뒤 코로나19 테스트를 당장 진행해야 할지, 집에서 기다려야 할지 등 개인별 지침을 알려준다. 한편으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알츠하이머가 문제시되는 요즘, 이를 조기 진단하고 예방하는 챗봇 ‘뇌 건강 지키미 새미’도 존재한다. 간단한 질문으로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계산이나 언어, 집중력 등을 꾸준히 훈련시켜 뇌의 퇴화를 늦춰주는 앱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EBS와 교육부에서 개발한 AI 펭톡이 있는데, 대화형 영어 교육 서비스로 2021년부터는 초등학교 수업 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AI가 코로나로 인한 의료와 공교육의 공백을 메꿔주고 있는 셈이다.


장롱면허는 영원히 장롱에 넣어둬! 자율주행차
주식시장에 광풍을 몰고 온 테슬라부터 최근 현대차와의 제휴설로 화제를 모은 애플까지, 자율주행은 챗봇과 함께 AI에서 가장 선구적인 분야다. 자율주행 기술은 항공기 운항에 오래전부터 쓰였을 정도로 인간과 가까운 기술이지만, 도로 위의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움직임을 스스로 통제하는 ‘5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긴 레이스가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GM의 슈퍼 크루즈, 구글의 웨이모 등이 첨단 기술의 테스트 베드와 같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흔히 알려진 대중적인 이미지처럼 꼭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선도 주자인 건 아니다. 테슬라는 2020년 10월 ‘full self-driving’이라고 소개한 새 모델의 베타 서비스에 들어갔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FSD 서비스 역시 운전자가 항시 필요한 3단계에 가깝다. 한편 GM의 크루즈는 2020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4단계 자율주행차 테스트 주행을 시작했으며, 웨이모는 이미 2019년부터 애리조나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driverless)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또 아마존이 인수한 스타트업 ‘죽스’는 지난해 12월 운전석과 조수석, 스티어링 휠이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등 수동 제어장치가 아예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공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서울시에서 지난 2020년 9월부터 상암동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5단계 자율주행 버스 등이 시범 운행 중이고, 올해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 4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의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이 2019년 건국대학교에서 시범 운행을 마친 무인 배달 로봇 ‘딜리’ 역시 마지막 재정비를 거쳐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실수 없이 한 방에, 성범죄 수사
AI는 인간과 거의 비슷한 지능을 가지면서 실수와 오류는 최소화한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AI의 역할이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 중 하나는 경찰 수사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수사 과정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트라우마를 복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한번에 필요한 정보만 정확하게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12월부터 전국 59개 경찰서에서는 AI 전문 기업 셀바스의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성폭력 피해 조서 작성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수사관과 피해자가 전용 마이크 앞에서 조사를 진행하면 컴퓨터 화면에 대화 내용이 진술 조서 형태의 텍스트로 변환된다. 더 나아가 AI가 보다 꼼꼼한 수사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수사관이 추가로 해야 하는 질문 목록과 관련 대법원 판례를 화면에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수사관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언행을 하는 등의 실수를 줄여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수사가 가능해지는 것. 해당 시스템은 2022년에는 전국 255개 경찰서로 확대될 예정이다.


둘이 될 수 없어, 아바타
가상현실 캐릭터 앱인 ‘제페토’에서는 일찌감치 셀렙의 아바타들이 주목받았다. 블랙핑크 제니의 가상 팬 사인회에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다녀갔을 만큼,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가상 세계는 유효하다. K팝에서 가상현실의 끝판왕은 아예 가상현실을 세계관에 도입한 SM의 신인 아시아 걸 그룹 ‘에스파(aespa)’다. 이름은 ‘Avatar×Experience’의 ‘AE’와 ‘양면’을 뜻하는 단어 ‘aspect’를 합쳐 만들었다. 한국인 카리나와 윈터, 일본인 지젤, 중국인 닝닝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 멤버 넷 외에 AI로 각 멤버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만든 아바타 ‘아이(ae) 카리나’, ‘아이 윈터’, ‘아이 지젤’, ‘아이 닝닝’이 함께 활동한다. 이들이 ‘플랫’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모습을 닮아가고 성장한다는 설정이다. AI의 머신 러닝과 퍼스널라이즈 기술이 접목된 결과다. 이처럼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그대로 인간처럼 재현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Mnet에서 방영된 음악 프로그램 〈다시 한번〉은 일찍 생을 마감한 고 터틀맨과 김현식의 생전 음성과 영상을 AI로 학습시킨 뒤 홀로그램으로 복원해 가상의 무대를 선보였다. AI 김현식의 경우 새로운 목소리로 신곡 ‘너의 뒤에서’를 불렀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BTS의 연말 콘서트에서는 고 신해철 역시 홀로그램으로 복원돼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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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 art designer 김지은
  • photo by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