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
번아웃이나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냉랭한 답. “네가 뭘 했다고?” 한 번이라도 ‘버닝’을 해봐야 번아웃에 빠지고, 한 번이라도 톱에 있어봐야 슬럼프에 빠지는 걸까? 지치고, 무기력한 것마저도 자격이 필요한 걸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스스로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누구나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피로를 느끼는 사람의 자격이나 기준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소개한다. 그 어느 때보다 쉼이 갈급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
」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찬 날,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태연하게 말해줄 것 같은 책.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생활 여행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더 트래블러〉전 편집장이다. 소소한 일상마저도 시트콤 에피소드처럼 만들어버리는 저자 특유의 낙천적인 면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심지어 나이의 앞자리가 3에서 4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뤄진다’라 생각하고, 고급 리조트 객실 미니 바에서 매일 원하는 술을 꺼내 마시며 “나쁘지 않은 마흔 살이네”라고 말하니 말이다. 대책 없어 보이는 47살의 이 언니는 충실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니, 인생의 밑그림, 청사진처럼 거창한 무언가는 접어두라고 말한다.
〈조용한 희망〉
」
아르바이트하며 작가를 꿈꾸던 저자는 계획하지 않게 28살에 임신을 하게 되고, 남자 친구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딸과 노숙인 쉼터에서 살게 된다. 싱글맘으로 겪은 신체적 고통과 트라우마, 그리고 가난과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생계를 위해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수영장 딸린 큰 저택에 살면서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타인의 삶을 보며 불안함과 외로움은 빈부 격차가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뉴욕 타임스〉에 실려 저소득층 여성의 생활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록산 게이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마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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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뒤에서 자꾸만 떠미는데, 눈앞에는 낭떠러지밖에 없다. 마감을 ‘데드라인’으로 표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한 번쯤 마감을 해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다. 소설가, 잡지 기자, 카피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등 직업은 다르지만 모두가 마감을 밥 먹듯이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저자들이 힘을 모아 마감 일기를 써내려간다.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라는 부제처럼, 마감은 다양한 맛으로 저자들을 괴롭히고, 안도시킨다. 시험 전날의 수험생처럼 마감 빼고는 다 재밌는 그 시간을 각기 다른 색으로 그려낸다. 오늘도 치열하게 마감 중일, 마감러들의 공감 일기다.
〈도덕적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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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연작 단편 소설집으로, 누군가의 삶을 담은 소설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각각 독립성을 띠는 이야기지만 한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한 여성으로서 생의 단계에 마주치는 불안, 선택, 불행 그리고 ‘도덕적 혼란’이 주된 소재다.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작가가 평생 살면서 연구한, 여성의 삶에 놓인 주제를 온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여성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