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꺼내기가 무섭게 징징대는 사람이 있다. “오늘 너무 바쁘네요ㅠㅠ”, “출근하기 싫어요ㅠㅠ”… 누구나 공감하지만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말이다. 이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소개팅으로 만나 다음 만남을 이어갈지 기약할 수 없는 관계에서 이렇게 날마다 문자로 징징댄다? 물론 그 말을 하는 의도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문자를 하는 사람은 상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심산이겠지. 상대에 대한 정보가 빈약할수록 티끌만 한 공통점을 대화의 끈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관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이런 말을 하면, 자칫 회사와 일에 너무 찌들어 있는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다. 의외로 상대에게 호감을 사는 포인트가 자신의 일에 대한 프로 의식, 자신감 등일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다면, 징글벨보다 ‘파이팅맨’이 되는 길을 택하자. 적어도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은 줄 수 있다. 물론 너무 형식적이지 않게 한다는 조건하에서 말이다.
마치 알람을 맞췄다가 문자하는 것처럼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굿모닝!” “점심 먹었어요?” “퇴근했어요?” 끊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멘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 없이 삼시 세끼를 챙기는 문자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저 형식적인 연락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할 말이 없다면, 억지로 대화를 끌지 말고 다음에 만날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걸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다. 관계의 텐션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체크하는 수준의 문자를 하자. 월요일에 만날 약속을 잡고 수요일쯤 약속한 날 함께 가기로 한 음식점을 공유하거나, 소개팅 이후 만나는 거라면 만남을 기대한다는 식의 멘트를 덧붙이는 것도 좋다.
인사말 혹은 상대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뭐 하냐?”라고 묻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뭐 하는지 체크하면서 절대로 만나자고 말하지 않는 남자들의 심리는 뭘까? 그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내일은 뭐 하세요?”, “주말 계획은 있어요?”라는 말을 던져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 저 질문에 여자들의 머릿속엔 다양한 생각이 동동 떠다닌다. ‘이 남자가 만나자고 하려나?’, ‘선약이 있는데 없다고 해야 할까?’, ‘너무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면 안 되겠지?’…. 어렵게 답변을 했는데 “아, 그러시구나. 저도 집에서 쉬려고요!” 혹은 “재미있게 노세요”라는 말이 돌아온다면, 어쩌자는 건가 싶다. 여자가 먼저 만나자고 하면 안 되냐고? 물론 그렇게도 해본다. 그럴 때마다 “내일 선약이 있어서”라며 발을 빼고, 만나려는 의지를 ‘1’도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혹은 시간을 얼마 끌지 않고 다음 만남 약속을 정한다. 썸 타는 관계도 마찬가지다. 만나자고는 안 하면서 뭐 하냐고 묻는 남자들은 당신에 대한 관심 약간 or 잘해보고 싶은 마음 조금 or 막상 만나기는 귀찮음 or 관리하는 다른 여자 몇 명이 있음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여자들이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약간 있을 거라는 것에 방점을 찍기 때문인데, 그의 문자가 불편하지 않다면 장단을 맞춰도 된다. 남녀 관계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서로 뭐 하냐고 묻다가 운명처럼 모든 조건과 타이밍이 맞아 눈까지 맞게 될지 누가 아나? 그러나 이런 그가 답답하다면? 빨리 손절하고 다른 가능성에 집중하자.
문자로 대화하다 보면 텍스트나 이모티콘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 직접 찍은 사진을 보냄으로써 대화에 활력을 더하고 상대에게 친밀감, 호감,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서로에 대한 호감이 확실할 때 하는 것이 좋다. 아직 어색한 사이인데 무분별하게 셀카를 투척하면 상대는 부담을 느끼고, 답변 대신 사진을 공유하면 성의 없이 생각되기도 한다. 한편으론 상대 역시 사진으로 답변을 해야 하나라는 압박감도 느낀다. 게다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침대가 배경일 땐 잘 나온 셀카를 찍어 보낸들 ‘그나마’ 남아 있던 환상이 깨진다. 남자가 아무리 외모에 자신 있어도 셀카를 자꾸 보내면 여자 눈엔 무모해 보인다. 그러니 대화의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싶을 때 맛있는 음식, 읽고 있는 책 사진 하나씩만 투척하자. 이왕이면 깔끔하게 찍어서!
PC만 켜면 메신저부터 로그인하는 시대. 문자 답장을 너무 빨리 한다고 약점 잡거나 흉볼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답장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면? 이상하다 여길 수밖에. 무수한 연애 칼럼에서 말하듯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은 가고, 밥은 먹는다. 그러니 바빠서 문자를 못 봤다는 건 좋은 변명이 안 된다. 그런데 마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처럼 문자 답장하는 시간이 반나절 혹은 24시간 후라면? 그 사람은 당신의 문자를 언젠가 답장해줘야 할 스팸 문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니 미련은 한 톨도 남기지 말고 관계를 끝내자. 이런 사람은 본인이 시간이 생겨 여유롭거나 심심할 때 “뭐 하세요?”라며 문자 노크를 할 수도 있는데, 그때도 단호하게 뒤도 돌아보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