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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를 믿는 이영지

이영지는 해야 하는 걸 하는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 무대를 뒤집어놓을 땐 묘한 카리스마가 엿보이는가 하면 라이브 방송에서는 서슴없이 망가지고, 재미있어 보이는 방송에는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그 모든 수식어를 부수고 나온, 고등래퍼도 여성 래퍼도 아닌 이영지가 카메라 앞에 섰다.

BYCOSMOPOLITAN2020.06.25
 
재킷, 쇼츠 모두 가격미정 막시제이.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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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거의 트레이닝복만 입는 편이죠. 오랜만에 슈트를 입으니 어때요?
저 슈트도 좋아해요. 강박 같은 게 있어, 무조건 위아래가 세트인 옷을 입거든요. 트레이닝복은 맞춰 입기 좋은 데다 편해 자주 입어요.


〈고등래퍼 3〉 첫 화에서 갈색 교복을 입고 싸이퍼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졸업하면 다행이죠. 학생 때 공부를 하는 것으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학업 자체에는 흥미도 관심도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해도 대학은 안 갈 거예요.


대신에 랩을 공부하잖아요?
랩은 공부라기보다 연습에 가까운 것 같아요. 공부라 하면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며 감각을 익히는 거죠. 장르 불문 이 곡이 어떤 부분에서 대중에게 각광받는지 분석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 음악을 만들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요. 제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최근에 ‘이런 게 잘 먹히는구나’ 싶었던 건?
랩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제는 실력만을 장점으로 내세우긴 힘들어요. 단순히 스킬이 좋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랩을 ‘맛있게’ 해야죠. 들을 맛이 나고 계속 듣고 싶은, 인스턴트식품 같은 음악이 잘되니까요.


요즘 출연하는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이하 〈굿걸〉)는 힙합&R&B 여성 아티스트 10명이 팀을 이뤄 게스트 아티스트와 대항전을 펼치는 내용이죠. 여성만 10명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흔하진 않아요. 예전에 〈고등래퍼 3〉 우승 후 ‘최초 여성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그런 점으로 주목받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최초의 여성 우승자’로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최고’, ‘최초’ 같은 수식어는 좋아해요. 도전하는 것, 틀을 깨는 걸 즐기거든요. 그렇다 해도 그건 그냥 타이틀이고 이제는 ‘이영지’에 더 주목해줬으면 해요.
 
“이영지가 개그맨 아니었어?”, “틱톡커 아니었어?” 하는 반응도 좋아요. 그러다가도 제가 두각을 드러내는 음악을 들고 나오면 “아, 얘 래퍼였지” 하고 알아봐주거든요. 좋은 음악을 내면 사람들은 제가 뭘 하든 응원해줘요.
 
요즘은 사람들이 이영지의 어떤 점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저라는 사람의 특성 때문에 주목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만 음악으로 주목받는 것 같진 않아서, 앞으로는 좋은 앨범으로 인정 받고 싶어요. 여태까지 싱글을 주로 냈는데 이제는 앨범을 내야 하는 시기가 됐죠.
 
 
 
유튜브에 ‘이영지’를 검색하면 자동 완성 기능으로 ‘이영지 라방’이 가장 먼저 떠요. “제 라이브 방송 보고 계신 분들 지금 뮤직비디오 한 번씩만 봐달라”라고 하소연한 적도 있죠.
그랬더니 정말로 다들 봐주시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또 라이브 방송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 셈이죠. 하하. 유튜브든 틱톡이든 평소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인데, “이영지가 개그맨 아니었어?”, “틱톡커 아니었어?” 하는 반응도 좋아요. 그러다가도 제가 두각을 드러내는 음악을 들고 나오면 “아, 얘 래퍼였지” 하고 알아봐주거든요. 결국은 제 몫이라 생각해요. 좋은 음악을 내면 사람들은 제가 뭘 하든 응원해줘요.
 
 
 
얼마 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도 했죠. 스스로를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바오바브나무에 비교하며 “나는 나를 믿는다”라고 했어요.
완전한 믿음이라고 볼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믿어야 뭐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언가에 도전할 때 ‘나는 잘났으니까’라기보다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가지려 하죠.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내가 믿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이 달라질까 봐 불안하지는 않아요?
엄청 불안하죠. 높이 올라갈수록 밑이 까마득해지는 법이잖아요.
 
 
 
〈굿걸〉 4회에서 ‘나는 이영지’라는 중독적인 곡을 선보였어요. 가사는 스페셜 디렉터 더 콰이엇의 제안이었는데, 거부감을 표했던 게 의외였죠.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성격이라 생각했거든요.
처음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어요. 무대에서 자기 이름 석 자를 아주 자신 있게, 그것도 여러 번 외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지금 다시 들으면 또 좋아요. 입에 잘 붙어서요. 여담이지만 더 콰이엇에게 입장 바꿔 본인은 무대에서 ‘나는 신동갑’을 외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행사할 때 꼭 하시라고 했어요. 하하.
 
재킷 43만8천원, 팬츠 23만8천원 모두 LFM. 슬라이드 가격미정 H&M.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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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방송에서 ‘유일하게 기 빨리는 인물이 더 콰이엇’이라고 밝힌 적 있어요.
기 빨린다는 말은 방송용이었고, 의미를 풀자면 ‘범접할 수 없다’ 정도? 더 콰이엇이란 사람이 지닌 여러 가치가 있지만 그중에서 성실함이나 꾸준함이 가장 멋있다 생각해요. 그 점을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요.


음악적으로는 누굴 가장 좋아해요?
매번 바뀌어 한 명을 꼽기가 힘들어요. 아, 박재범을 음악적으로 정말 좋아해요. 2015년에 ‘좋아’라는 노래를 듣고 푹 빠졌어요. 그냥 좋아요. 음악은 어떤 점이 좋으냐 물으면 그냥 좋다고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고루 들려줘요. 힙합하는 친구들한테도 들려주고, 그냥 학교 친구들한테도 들려주고. “네가 좋으면 좋은 음악인 거야~” 하면서요.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저는 메시지 전달이 잘돼야 해요. 지금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토대로 음악을 만들어요. 사회적 문제까지 다루기엔 제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거든요. 경험과 지식이 좀 더 쌓이고,  저만의 소신이 생기면 그땐 사회 이슈도 다룰 수 있겠죠.


올 초에 발표한 곡 ‘왈가’에는 “위선은 독이야/걱정을 빙자한/모든 것들이 난 너무 버거워”라는 가사가 있어요.
조언을 빙자한 참견이 싫어요. 각자 자기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건데, 제 삶의 방식이나 성격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맞추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죠.


직설적인 말투와 큰 목청 때문에 라이브 방송할 때 화낸다는 오해를 많이 받죠?
진짜로 화난 건 아니에요.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유가 적적하고 누군가와 말하고 싶어서거든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다 저를 좋아해 그런다는 걸 알아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잖아요? 악플이 아니고서야, 다 장난이라 크게 신경 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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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ZOO YONG GYUN
  • Stylist 김선영
  • Hair 박규빈
  • Makeup 이봄
  • Assistant 김지현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