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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 고민? 이렇게 해결 해!

근무 환경의 혁신적인 디지털화를 이끈 게 아마존이 아니라 바이러스일 줄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기업들이 대거 재택근무제로 돌아섰고, 사무실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사노비들의 업무에 여기저기 펑크가 나기 시작했다. 이 참에 아예 21세기형 재택 인간으로 거듭나보면 어떨까?

BYCOSMOPOLITAN2020.05.19
 
 

분명 집인데 너무 집에 가고 싶어요

원룸에 살다 보니 컴퓨터가 침대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3초 만에 출근할 수 있지만, 반대로 퇴근은 어려워졌어요. 스타트업 회사라 업무량이 많을 땐 정말 많은데, 화상 회의를 하도 하다 보니 꿈에서도 회의하는 꿈을 꿀 정도죠. 업무 욕심이 많아 평소에도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일단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지 않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휴식을 취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쉴 때도 쉬는 느낌이 덜하고요. 비좁은 집에서도 일과 삶을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장유정(31세)


Solution 휴식은 멀리 있지 않다
업무에 완벽을 기해야 하는 ‘워커홀릭’들에게 재택근무란 때로 개미지옥이다. 조직 문화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패스파인더넷의 이복연 대표는 “미친 듯이 일하고, 번아웃되면 몰아서 쉬는 식의 패턴이 장기화될 경우 심리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부정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어요”라고 경고한다. 휴식을 취하되, 가장 단순한 방법의 휴식이 좋다. 그는 “시간을 정해 산책이라도 하세요. 외출이 여의치 않다면 집 안 청소나 설거지도 좋습니다. 단순히 반복적인 신체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환기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지죠”라고 덧붙인다. 일과 삶을 분리할 자신이 없다면, 워라밸을 조율해보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비즈니스 코치 유석영은 “매일 자기 전에 하루 일과를 기록하고, 오늘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면 내일은 좀 더 휴식하도록 스스로 보상하세요”라고 조언한다. 업무 시간에 사용할 PC를 따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택 근무를 전면 실행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김금진 활동가는 “해당 PC에서 사용하는 모든 계정을 업무용으로 만드세요. 혹시 급하게 개인 용무로 브라우저를 쓸 일이 있더라도, 세션이나 바로 가기, 자동 완성 기능이 남지 않도록 사생활 보호 모드로 사용하고요”라고 귀띔한다.
 
행정 절차가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에요. 평소 100%로 일하던 직원이라도 재택근무 시에는 80%로 속도를 늦추고  대신 20%를 상사의 불안을 낮추는 데 투입하는 게 현명합니다.
 

회의를 해도 한 것 같지가 않아요

신규 제품 라인과 부대 서비스 론칭을 앞둔 대기업 TF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기획부터 제품 디자인, 웹사이트 업로드까지 팀끼리 의논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조별 재택근무 시행으로 모든 팀원이 한번에 나오는 날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출시할 앱의 UI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팀 간에 서로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기도 힘들뿐더러, 같이 앉아 있어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일을 화상 회의로 하려니 답답하고 집중력이 너무 떨어지죠. 각자 업무의 집중도는 높아졌지만, 팀끼리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 직군에서는 재택근무가 효율이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화상 회의에서 소통을 좀 더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하는 팁이 없을까요? –성미현(36세)


Solution 디지털 툴을 120% 활용하라
유석영 코치는 먼저 회의 이전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라고 말한다. 그는 “화상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쉬운 회의’로 만들어놓는 겁니다. 프로젝트 협업 툴인 ‘아지트(Agit)’의 글타래 기능 등을 적극 활용하세요. 하나의 주제로 게시물을 만들고 댓글 형태로 진행 현황에 대해 소통 및 기록할 수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빠띠에서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슬랙(Slack)’을 이용한다. 워크 스페이스를 만들어두면 해당 공간 안에서 목적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여러 개 개설할 수 있다. 화상 회의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툴은 다양하다. 유석영 코치는 공동 작업 문서 툴 ‘비캔버스(BeeCanvas)’를 추천한다. 일종의 온라인 화이트보드로, 화면에 텍스트, 링크, 이미지, 파일 등을 여럿이서 실시간으로 추가하고 편집하며 대화할 수 있다.
 

집에 있으면 전 그냥 한량일 뿐이에요

원래 분위기를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완전히 고요한 것보다 주변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약간의 소음이 저를 더 다잡아주는 것 같거든요. 요즘은 홀로 사는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일을 아예 안 하게 돼요. 그래픽 디자이너라 몇 주, 몇 달 단위로 마감이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끝내면 되는데 미루는 습관이 더 심각해졌어요. 평소에 정리나 청소도 잘 안 하는 편이라 책상에 이것저것 널려 있고, 냉장고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보니 주변엔 온통 저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 천지죠. 나태해진 저의 집중력을 200%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요. –이희진(28세)


Solution 업무 이전에 일상을 회복하자
7년째 리모트 워크를 시행 중인 슬로워크의 성노들 팀장은 방 안 환경을 오피스처럼 꾸며볼 것을 권한다. “저는 방 한쪽 벽에 사무 공간처럼 느껴지는 포스터를 붙였어요. 공기 정화와 심신 안정을 위해 식물도 많이 들여놨고요.” 백색 소음도 도움이 된다. 그는 유튜브의 ‘식당 분위기 소리’나 넷플릭스의 ‘가상의 따뜻한 벽난로 소리’를 추천한다. 한편 이복연 대표는 “일상이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이 업무를 능숙하게 통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 못박는다.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씻고, 청소하는 일련의 습관을 지키려 노력해보세요. 이 과정에서 축적된 내적 자기통제력이 업무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일상을 충분히 혼자서 챙기게 된 뒤에 업무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해도 늦지 않죠. 그때까지 업무는 벼락치기로 하세요.”
 

나노 단위로 감시하는 상사, 어떡하죠?

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고, 재택은 3주 차예요. 주기적으로 실적 보고를 하는 건 당연한데,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는 평소에는 괜히 팀장님 눈치를 보게 돼요. 혹시라도 나중에 실적이 저조하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을 팀장님이 전혀 몰라줄 것 같아 불안해요. 저희 팀장님이 평소 근태 등에 신경 쓰지 않는 분이라면 모르겠는데, 본인도 저희 팀 실적이 재택근무로 인해 저조하다 생각하시는지 출퇴근 시간 단톡방 보고, 공지 사항마다 답하기, 일일 보고서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셔요. 저는 평소에 스케줄러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편인데, 보고하는 건 또 다른 일이라 실적을 문서화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죠. 팀장님을 설득해 방식을 바꿔달라 하기도 엄두가 안 나네요. –김민지(30세)


Solution 보여주기식 업무가 필요할 때다
재택근무 때문에 오히려 넘어야 할 산(?)이 늘어났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복연 대표와 유석영 코치는 “행정 절차가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재택근무가 장기적인 운영체제가 아니라 특수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방책이라면 성과가 늦어지는 건 감수하는 게 맞아요. 평소 100%로 일하던 직원이라도 재택근무 시에는 80%로 속도를 늦추고 대신 20%를 상사의 불안을 낮추는 데 투입하는 게 현명합니다. 평소 개인적 용도로 작성했던 스케줄러를 팀장에게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에요”라고 이복연 대표는 조언한다. 잔머리를 굴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상사가 닦달한다면, 평소 업무 스타일이 그렇지 않더라도 ‘눈에 띄기 좋은’ 일부터 하는 게 맞는 거죠. 재택근무 시에는 업무의 우선순위도 바뀌는 거예요. 첫째가 관리·감독자의 불안을 다독이는 것이고, 둘째가 가시적인 업무부터 찾아 처리하는 일입니다.” 단, 팀장의 집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하자. 유석영 코치는 정면 돌파는 묘책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현 상황은 상사에게도 평소와는 다른 당황스러운 상황임을 감안하라는 것이다.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보다 그때그때 일에 대한 느낌, 가벼운 생각을 며칠에 걸쳐 차근차근 넌지시 드러내세요”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제가 좀 아날로그 스타일이라…

주변에서 다들 재택이 좋은 점이 많다는데, 저는 동의하기가 어려워요. 우선 저는 아침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보통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신보를 찾아 듣고, 웹툰을 보죠. 그리고 일단 사무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일 모드’를 가동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주변에 분위기를 환기할 만한 장치도, 사람도 없이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에서 컴퓨터만 독대하다 보니 오늘이 며칠인지도 잊어버리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나 현실감도 떨어져요. 디지털의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시간이 필요한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김유영(32세)


Solution 가상 출근도 방법이다
자기만의 의식을 통해 ‘일 모드’를 만드는 것, 일하는 페르소나를 갖는 것은 무척 건강한 습관이다. 이복연 대표는 아침 출근길을 대신할 아침 외출 루트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출근하듯 차려입고, 집 근처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에 나가서 그동안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했던 것들을 똑같이 하는 거죠. 주변 환경의 큰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작은 습관을 만들어 반복하면 두뇌는 자연스럽게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게 돼요”라고 그는 덧붙인다. 김금진 활동가는 “출근할 때처럼 외출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자리에 앉도록 하세요. 양말까지 신는다면 더욱 좋아요. 저는 아침마다 사용하던 향수를 꼭 뿌려 분위기를 환기하고, 심지어는 립스틱을 바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라고 이야기한다. 출근 의식을 만들었다면 퇴근 의식을 세트로 만드는 것도 좋다. 이때는 집 앞의 빵집에서 먹고 싶었던 디저트를 사 오는 등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의식을 택하는 게 좋다. 비슷한 방법을 집 안에서도 시도할 수 있다. 유석영 코치는 “저는 같은 방에서도 일할 때와 아닐 때 방 세팅을 바꾸곤 해요. 창문이나 블라인드, 책상 위에 올려진 물건, 콘센트 위치까지 세세하게 조절해 ‘일터에 들어선다’는 느낌을 몸에 감각으로 익히는 거죠”라고 말한다.
 
 
*본문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