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내 생애 최악의 연말

익숙하고 신나는 멜로디의 이 캐럴은 사실 연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슬픈 가사다. 이 노래처럼 누군가에겐 연말이 최악의 날로 기억될 수 있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최악의 연말, 우리 다신 보지 말자!

BYCOSMOPOLITAN2019.12.24
 
해마다 12월 31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볼드랍(Ball Drop)’ 행사를 보는 게 제 꿈이었어요.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뉴욕 여행을 갔죠.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저는 당일 오전 8시부터 타임스스퀘어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았어요. 행사를 하기까지 아직 12시간 이상이 남았지만 그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죠. 옷을 겹겹이 껴입었기 때문에 추위는 견딜 수 있었지만, 공복으로 8시간 동안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으려니 점점 몸에서 한기가 돌더라고요. 그때 마침 행사 스태프가 핫초코를 나눠주는 거예요! 아직 4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 중간에 화장실을 가게 될까 봐 마셔도 되나 고민했지만 따뜻하고 달콤한 핫초코를 마다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역시 공복에 마시니 배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고,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한번 자리를 이탈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정신줄을 붙잡으려 했지만 저의 항문은 도와주지 않았어요. 결국 저는 화장실로 향했죠.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숙소에 도착해 볼일을 마저 해결하고 침대에 누운 채 유튜브로 행사 생중계를 기다렸죠. 그런데 몇 시간이 흘렀을까요? 저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이미 한 해가 저물었더라고요. 볼드랍 행사는 보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다 배탈만 났던 최악의 연말이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맨해튼의 연말 분위기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도즈언! 그땐 핫초코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즈아! -김지현(24세, 코스모폴리탄 피처 어시스턴트)
 
크리스마스 날, 홀로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향했어요. 평소에도 ‘혼영’을 즐기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죠. 수많은 커플 사이에 혼자 앉아 있었지만 영화관은 너무 따뜻했고, 이 따뜻함이 저를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실내가 너무 더워 땀이 나더라고요. 숨 막히는 히터 바람 때문에 영화에 집중을 못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 거예요. 스크린이 꺼지면서 암흑이 돼버렸죠. 실내 난방을 너무 세게 돌린 탓에 영화관 전체가 정전이라는 말을 듣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상 대피를 했어요. 그렇게 영화관을 빠져나와 주위를 보니 커플들 사이에 혼자 있는 사람은 저뿐인 거예요. 영화의 결말은 알지도 못한 채 혼자 덩그러니 서 있으니 조금은 쓸쓸하더라고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혼술’로 마무리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인생은 혼자야~. 외롭지 않다고요! -박채은(27세, 회사원)
 
연말에 가족끼리 다 같이 대하를 먹으러 갔어요. 제대로 조리된 대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저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죠. 오랜만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금세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어요. 점점 눈이 감기고 구토를 할 거 같더니 갑자기 온몸이 가렵더라고요. 혼자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데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모두 기겁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의식이 혼미해지는 가운데도 “어서 119 불러!”라고 소리치는 아빠의 목소리는 들렸어요.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었어요. 검사 결과, 새우 알레르기라는 거예요. 새우를 더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연말을 응급실에서 보냈습니다. 제가 새우 알레르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롯X리아 새우버거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저는 그렇게 새우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했어요. -최원정(28세, 디자이너)
 
크리스마스에 맞춰 제주도 여행을 갔어요. 폭설 주의보 발령이 내렸지만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폭설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이 하얀 거예요. 네, 저는 꼼짝 못 하고 공항에서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어요. 오전에 도착했는데 저녁 먹기 직전까지요! 얼마 후 눈이 그쳐 렌트카를 운전해 숙소로 향했지만 길이 너무 미끄러워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공항에서 30분 거리인 숙소를 2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공항에서, 차 안에서 보내다가 끝나버렸어요. 그 후로도 2박 3일 내내 폭설과 한파로 숙소에서 미드만 보다가 돌아와야 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또한 지연돼 공항 노숙까지 보너스로 경험했죠. 겨울, 특히 연말은 ‘진짜’로 이불 밖, 아니 집 밖은 위험해요! -전예빈(26세,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