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하는 사람은 계속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여전히 안 하는 연애. 이토록 불공평하고 눈물 나는 연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연애, 진짜연애, 연애잘하는법, 연인, 커플, 사랑,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연애,진짜연애,연애잘하는법,연인,커플

내 무덤을 좀 파자면, 나는 연애 이력이 조촐하다. 나이는 서른, 피처팀 기자들 중 유일하게 연애 또는 결혼 상태가 아니며 현재는 연애 불모지에 들어선 상태. 그간은 ‘이번엔 연애 휴지기가 좀 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연애가 시작되긴 했다. 이 상태가 그리 외롭거나 팍팍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다행히(?) 주변에 연애를 안 하는 여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연애를 안 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계속 안 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물론 한쪽에선 연애를 가열차게, 쉬지 않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안 하는 사람들은 계속 안 하고, 하는 사람들은 계속하는 이 연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왜 생겨나는 걸까? 주머니 가벼운 것도 서러운데 연애에서까지 우리는 왜 ‘있는 자’가 되지 못한 걸까? 연애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중학교 체육 시간이 떠올랐다. 강당에서 주욱 매트를 깔아놓은 채 앞구르기 시험을 치는데 몇몇 애들은 뒷구르기까지 성공해 추가 점수를 받아내곤 했다. 그때 나는  ‘뒷구르기를 할 수 있는 애들은 운동신경을 타고났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연애에 있어서도 앞구르기만 할 수 있게 태어난 건 아닐까? 그래서 연애를 하는 사람, 안 하는 사람 모두에게 물었다. “솔직히 이야기해봐. 연애도 재능이야?” “아니, 생활 반경에 남자가 없어” 최근 3년간 연애도, 썸도 없었던 에디터 A에게 ‘연애도 재능일까?’라는 질문을 하자 발끈하며 대답했다. “아니, 연애가 무슨 재능이야! 남자를 만날 데가 없는 거야, 그냥.” 그 말은 이해한다. 여초 업계인 잡지사에서 일하며 회사와 집만 오가다 보면 하루를 통틀어 남자와 말을 섞어본 게 회사 경비업체 직원이 유일한 날들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께 있던 디자이너 B가 말을 보탰다. “야, 너 솔직히 게을러. 주말엔 집에서 맨날 넷플릭스만 보고, 아는 오빠들 있다고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면 씻기 싫다고 나오지도 않잖아.” 이에 A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주말이 며칠 안 된다는 걸 네가 알아? 연애하고 싶으면 남자 있는 자리엔 꼭 다 나가야 하냐” 투덜대듯 중얼거렸지만 나는 B가 한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B의 생활 반경에도 남자가 없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B는 그걸 알고 자신의 생활 반경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B는 ‘체력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퇴근 후나 주말에 클럽으로, 공연장으로, 누군가와의 술자리로  잘 쏘다녔고 연애 타율을 계속 높여왔다.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은 보통 ‘말’은 있는데 ‘행동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연애 하고 싶다”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아무 행동도 안 한다. 자신의 일상에 남자가 없다면 남자가 있는 곳까지 부지런히 반경을 넓혀야 하는 게 당연지사. “연애할 남자가 없다면 아침 7시 강남역 영어 학원에라도 가라”는 회사 동료의 말에 “아유, 뭐 그렇게까지”라고 대답했지만 틀린 말은 아닌 이유다. 제비가 호박씨 물어 오듯 누군가 괜찮은 남자를 ‘뚝’ 떨어뜨려주기를 기다리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다.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온 소개팅에 나갔다 해도 그 사람과 단번에 잘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그리고 그 소개팅이 끝나고 다음 소개팅이 들어올 때까지 또 시간을 죽이는 건? 아오, 세월 다 간다고.“용기가 있어야 연애도 해”예쁘고, 대기업 다니고, 매력 넘치는 C. 과거 C에게는 “소개팅시켜줄까?”라는 사람이 줄을 이었지만 좀처럼 연애가 시작되지 않았다. C를 소개팅 자리까지 불러앉히는 건 늘 쉽지 않았다. “소개팅할래?”라고 물으면 그런 만남이 어색하다거나, 보통 잘 안 되더라 하는 식의 사족을 달았다. 어찌어찌 소개팅 자리에 나와도 문제였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있거나 어색한 웃음만 짓고 돌아와서는 “애프터 안 들어올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런데 애프터가 들어왔을 때 그녀가 한 말은 더 가관. “아니, 한 번 더 만났는데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C의 문제점은 자기 확신이 없다는 것. 자기 가치를 확신하는 것이야말로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본인이 남자에게 어필하지 못할 거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두려움의 정서’다. 누군가 좋아졌어도 그 사람에게 거절당했을 때를 상상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들. 최근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뮤지션 E는 달랐다. “연애는 재능이라기보단 자신감인 것 같아. 난 그냥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일단 내가 좋을 대로 했어. 밥 먹고 싶으면 밥 먹자, 영화 보고 싶으면 영화 보자, 그러다가 싫으면 말하겠지 싶었지.” E가 눈에 띄게 예쁘거나 말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E는 자신감 있고 겁 없이 행동했다. 연애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터놓고 대화를 나눌 용기, 낯선 자리에 가보는 용기, 일단 시작해보는 용기 말이다. “연애 잘하는 DNA는 따로 있는 거야” 회사원 F는 “연애도 재능이지. 그리고 연애 잘하는 DNA가 나한텐 없어”라고 말했다. 그녀가 연애가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은 타이밍을 잘 읽고, 어느 수준까지 대시를 하고 언제 튕겨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안다는 거다. “내 경우엔 썸이 생기면 친구들과 거의 100분 토론 수준으로 전략을 짜잖아. 그런데 정작 연애 잘하는 애들은 안 그러더라고. 알아서 하지.” 이게 정말 재능에서 비롯된 걸까? 몇 년간 죽만 쑤다 최근 1~2년 사이 연애 운이 트인 유치원 교사 G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경험 차이인 것 같아. 게임 같은 거지. 이런저런 스킬을 익히면서 마지막 스테이지에 가까워지는 거야.” G가 말하는 ‘경험’은 소개팅남과의 연애를 시작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연애를 안 하던 시절에도 소개팅을 하면 애프터는 곧잘 들어왔거든. 근데 그땐 좀처럼 연애로 이어지질 않았어. 이 남자는 이래서, 저 남자는 저래서 연애를 망설였어. 생각해보면 눈이 높았던 거야. 남자를 많이 겪어보지 못해 경험치가 부족했고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발견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야. 누구든 무조건 세 번은 만나보라잖아. 세 번만 만나봐도 그 남자가 달라 보이는데 실제로 연애를 하면 어떻겠어?” “연애를 오래 안 하면 눈이 높아진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이유다. “경험을 쌓으려면 일단 연애를 해야지. 그 시작이 어렵다는 거고. 넌 어떻게 연애 전선에 초록불이 들어왔어?” G가 대답했다. “연애를 하려면 일단 유연해져야 하는 것 같아. 갈수록 자기 기준이 확고해지잖아. 근데 그건 내년이면 또 바뀔 수 있는 거거든. 나는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고 생각해. 유연하고 남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알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 묻고 따진 결과 연애는 재능이라기보다는 노력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남자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우리는 ‘우리가 왜 연애를 안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린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기동력이 부재하다. 연애를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는 기동력. 생각해보면 밥집 한 군데를 가도 부지런히 검색하면서 연애는 왜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걸까? 기억하자. 가만히 있으면 정말로 가마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