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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미와 김지양이 말하는 몸과 섹스

개그우먼 안영미와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이 팟캐스트 <귀르가즘>을 론칭했다. 성역 없는 섹스와 연애 토크가 난무하는 이 방송을 통해 그들은 “우리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BYCOSMOPOLITAN2018.03.27


머리에 롤러를 말고 로브를 입은 안영미와 김지양의 유쾌한 수다 시간. 

(안영미, 김지양)로브 20만원대 프리브 스푼스 클럽. 퍼 슬리퍼 12만8천원 어그. 


‘섹’다른 팟캐스트 <귀르가즘>을 론칭하고 가열차게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어떻게 둘이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나요? 

안영미(이하 ‘영미’) 억압된 여성의 성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표현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본 게 시작점이었어요. 그 공연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런 공연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는 동시에 그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제가 다짜고짜 그런 공연을 하면 보는 이도 하는 이도 불편하게 느낄 테니까요. 섹스나 성에 사람들이 느끼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선 그것에 대해 유쾌하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 해결책이 <귀르가즘>이었고요. 저에겐 팟캐스트가 일종의 ‘예열 과정’인 셈이죠. 

김지양(이하 ‘지양’)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긴 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랑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하고 싶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요. 


<귀르가즘>을 들어본 사람은 이 팟캐스트의 주제가 비단 섹스뿐만이 아니란 걸 알죠. 겨드랑이 이야기, 음모 숱 치는 이야기, 딸기 우유와 여자 가슴의 상관관계 등 우리 몸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속설을 짚어보고 정보를 전달해요. 

영미 이 방송을 통해 여성분들이 자신의 몸을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저조차 제 몸에 대해 다 알지 못하거든요. 속된 말로 ‘죽기 전에 이 한 몸 제대로 알고, 다 써보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여자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이 방송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모두 서툴잖아요. 서로의 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섹스 이야긴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또 물어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했으니까. 


“아니, 섹드립이 뭐가 어때서?” 

점프슈트 가격미정 스타시카. 귀고리 5만7천원 블랙뮤즈. 하이힐 가격미정 바바라. 


그래서 물어볼 곳 없는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고 거기엔 황당무계한 답변들이 달리죠.  

영미 맞아요! 그게 초딩들이 답변을 써서 그래요! 남녀가 서로의 몸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그것이 오해를 만들고 최악의 경우 범죄로 이어지는 거라 생각해요. 

지양 사람의 몸은 다 다르고  제각각이죠. 그래서 섹스나 몸에 ‘정답’은 있을 수 없어요. 자신의 몸을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 이유죠.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자신의 몸을 탐구하는 계기를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유롭게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섹스 이야기를 하는 사람, 특히 여자는 더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하잖아요. 

영미 맞아요. 저는 제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사람들도 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해를 받을 때가 있죠. 평소에 섹드립을 하니까 ‘영미는 진짜 개방적인가 보다, 쿨한가 보다’ 뭐 이런 거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해서 그래요. 남녀가 자유롭게 섹스 이야기를 하기는커녕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남자들은 어떤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하니까. 

지양 저는 모두가 섹스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 게 이상해요. 모두 하고 있지만 하지 않는 척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어젯밤에 그와 어떻게 했는가까진 얘기하지 않더라도 내가 경험한 가장 좋았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으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알 수가 없죠. 섹스를 하고 살면서 한 번쯤 자신의 몸이나 그 관계에 대해 ‘어?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귀르가즘>이 좋은 건 ‘어? 나도 그랬어’라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오리엔털 패턴의 랩 스타일 드레스가 그녀와 잘 어울린다. 

드레스 7만원대 H&M. 귀고리 가격미정 블랙뮤즈. 브라 본인 소장품.


동시에 <귀르가즘>엔 아주 적나라한 연애 이야기가 넘쳐요. 남자가 여자의 정수리 냄새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거요. 하하. 좀 깨긴 해도 진짜 우리 연애 이야기잖아요. 

지양 환상적인 경험, 그리고 부러워할 만한 연애 이야기만 듣는 건 사실 실제 연애에 별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연애가 다 제각각이고 ‘케바케’지만 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는 것이 유의미한 지점은 사람들이 이런 적나라한 연애 이야기를 하도록 우리가 부추기고 있다는 거죠. 진짜 연애와 섹스 이야기 말이에요. 

영미 맞아요.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 홀딱 깨는 순간을 맞이하죠.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아, 저런 멋진 남자가 어딘가에 있겠구나’ 하고 꿈을 키우다가 현실에 부딪히면 그 갭 때문에 고민하고 헤어지게 되는 거거든요. 우리 방송에선 가식을 안 떨어요. 그러니까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오죠. 겨드랑이 털 이야기부터 섹스할 때 남자가 신은 양말이 너무 거슬린다는 이야기까지요. 


그럼 <귀르가즘>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지양 성역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하. 다만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불편하게 듣지 않게 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보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키니 왁싱이라든가, 자위에 대해서라든가 개인의 경험과 더불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얘기하는 거죠. 

영미 정말 소재가 떨어질 일이 없어요. 우리의 몸은 파면 팔수록 많은 게 나와요. 그런데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방송 초기엔 방송에 나와서 섹스나 자위라는 단어를 뱉는 게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평소에는 스스럼없이 하던 말인데 방송에서 하려니 소주 마시는 것처럼 자위라는 말이 목구멍에 탁 하고 걸리는 거예요. 그런데 저도 한두 번 이야기하니 그냥 편해졌어요. 눈, 코, 입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죠. 


스팽글 미니드레스를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녀들.

(안영미)귀고리 4만9천원 블랙뮤즈. 퍼 슬리퍼 7만원대 프리브 스푼스 클럽. 미니드레스·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지양)귀고리 4만원 블랙뮤즈. 퍼 슬리퍼 7만원대 프리브 스푼스 클럽. 미니드레스·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맞아요. 일단 사람들이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들이 수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미 맞아요. 우리는 섹스와 관련된 단어를 마치 금기어처럼 여겨요. 그럴수록 성에 대해선 닫힌 시각을 가지게 되는 거죠. 성기에 대해서도 함구해야 하는 것처럼 그냥 ‘거시기’라고 부르고. 그래서 방송에서 성기의 이름을 정했어요. 


하하. 자위에 ‘자위바위보’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요? 

영미 맞아요. 하하. 여자는 ‘핑뀨핑뀨’, 남자는 ‘블랙~’이라고 이름을 정했죠. 장난 같아 보일지 몰라도 우린 사람들이 성에 대해 쉽고 유쾌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지양 섹스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다뤄지려면 저나 영미 씨처럼 방송을 하거나 대중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의무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이 이걸 계기로 ‘아, 이런 걸 말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거니까. 누가 먼저 말해주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섹스나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주제로 편안하게 대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오. 


<귀르가즘>에서 지양 씨가 “일단 몸에 대해 이해하면 뭘 해야 하는지 안다”라고 말했어요. 일단 자신 그리고 타인의 몸에 대해 알면 스스로 뭘 해야 할지 그리고 상대에게 뭘 요구해야 할지도 알게 되죠. 

영미 맞아요. 평생 모르고 살 수 없잖아요. 오르가슴이 뭔지도 모른 채 그냥저냥 섹스를 하는 것보단 ‘아, 이래서 할렐루야라는 말이 나오는구나!’라고 알고 해야죠.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창피한 게 아닌데 우리도 좀 느끼자고요! 

지양 맞아요. 섹스의 본질은 오르가슴이잖아요. 같이 즐겁자고 하는 섹스인데, 오르가슴도 같이 느껴야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주체적이지 않거든요. 우리가 쟁취하는 것보다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게 많아요. 이 사회에서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밖에 없어요. 그래서 몸을 기반으로 한 자존감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러니까 삶에 대해 주체적인 태도를 지니는 시발점은 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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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s by Park Jung Min
  • Feature Editor 김소희
  • Stylist 이하나
  • Hair 박규빈
  • Makeup 서아름
  • Assistant 김상은
  • Product Cooperation 플래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