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안 가고 하와이를 즐기는 법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야자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구릿빛 근육질의 서퍼들이 한가롭게 걸어다니는 와이키키 비치는 하와이 입문자들에게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하와이를 좀 가본 사람들은 간혹 묘한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와이키키만 안 가면 되는데…”라고. 나는 이 온도 차이가 궁금했다. 오아후와 빅 아일랜드에서 18박 19일을 보내고 나서 깨달은 ‘와이키키 가지 않고 하와이 즐기기’. ::하와이, 오아후, 마우나케아, 바다, 해변, 빅아일랜드, 여행, 탐험기, 데이트,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그저 벅찬 밤하늘, 마우나 케아

대부분의 여행객이 메인 아일랜드인 오아후에서 머물다 돌아가지만, 사실 하와이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서는 좀 더 길게 일정을 잡아 이웃 섬도 충분히 돌아봐야 한다. 비행기로 1시간 남짓 걸리는 하와이의 이웃 섬 중 내가 선택한 건 빅 아일랜드였다. 이 거대한 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웅장한 자연 그 자체에 있다. 이곳에서 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해발고도는 에베레스트산이 가장 높지만, 해수면 아래에 감춰진 높이까지 포함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은 바로 마우나 케아라고 한다. 부랴부랴 단체 투어 코스를 예약했는데 다음 날 출발하는 투어 중에 남아 있는 건 일본인 투어뿐. 거의 10시간 동안 일본어로만 진행되는 투어였지만 감행하기로 했다. 12인승 미니 버스를 타고 마우나 케아로 향하는 길,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시각각 풍경은 달라졌고, 기온도 무서우리만큼 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탄 차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 시작되는 일몰은 감히 탄성도 지르기 힘들 만큼 장엄했다.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도 이가 덜덜 부딪칠 만큼 추위에 떨면서 이 일몰 풍경을 20분쯤 만끽하고 나면 그 후엔 더욱 특별한 시간이 준비돼 있다. 마우나 케아 중턱의 불빛 한 점 없는 곳에서 하늘 가득 떠 있는 은하수와 별자리를 관측하는 것. 그렇게 많은 별을 보는 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만 같았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별의 무리, 은하수를 바라보다 문득 말문이 막혀 눈물이 흘렀다. 고단했던 시간을 한 번에 위로받는 느낌이었달까. 따뜻한 바다와 야자수만 생각하며 하와이행 비행기를 탄 나였는데 두꺼운 패딩을 입고 덜덜 떨며 혼자 감동해 울게 될 줄은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감동과 위로라는 게 정말 어떤 건지 한 번에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나는 다시 그 별의 강이 보고 싶다.



바다의 모든 얼굴, 오아후의 해변을 일주하다

2016년 10월, 그리고 지난 10월 나는 모두 하와이의 오아후를 여행 중이었다. 두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와이키키 해변에 머문 시간일 것이다.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땐 와이키키가 하와이의 전부인 것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북적이는 해변과 상점, 맛집 투어에 열중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이곳을 만끽하길 원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머스탱 같은 컨버터블 차량을 렌트해 바람을 한껏 맞으며 이 섬의 모든 해변을 훑어야 한다. 와이키키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하와이의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할레이바 타운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바로 노스 쇼어(North Shore) 드라이브 코스의 시작점이다. 쿠아아이나 버거에서 육즙이 가득한 파인애플 버거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셰이브 아이스를 하나 사 먹고 수영복과 예쁜 슬리브리스 티셔츠 몇 개를 쇼핑한 뒤 본격적으로 노스 쇼어 드라이브를 시작해볼 것. 할레이바 비치 파크, 라니아케아 비치, 와이메아 비치파크, 푸푸케아 비치 파크, 선셋 비치까지 이어지는 오아후의 서쪽 해변은 모두 차로 5분 거리 안에 모여 있고 각각의 해변이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다 풍경 종합 선물 세트 같다고 해야 할까. 어느 한 곳도 차에 탄 채 대충 눈으로 보며 지나칠 수 없을 정도다. 하필이면 드라이브 전날 밤 애인과 투닥거리다가 아침이 돼서야 화해한 탓에 오후쯤 와이키키를 출발했는데, 우린 별로 쇼핑에는 뜻이 없었기 때문에 서쪽 해변을 쭉 돌아보고 거기서 북동쪽 해변인 카후쿠까지 넘어가 새우 트럭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선셋 비치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새우 트럭 영업 종료 시간 즈음 서쪽의 선셋 비치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노을이 지기 때문에 우리의 뒤늦은 드라이브는 그래도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겠다. 바다에서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했던 애인조차 “나 저런 파도는 처음 봐요”라며 한동안 감탄사만 연발했던 그런 바다, 오아후의 노스 쇼어 드라이브는 내게도 두고두고 생각날 인생의 한순간으로 남았다. 아 참,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 색깔을 만끽하며 수영하고 싶다면 동쪽 해변의 카일루아 비치 파크도 반드시 들러볼 것.



코 올리나 라군의 보석, 포시즌스 오아후 리조트

많은 이가 오아후에 머물 때 와이키키 근처 숙소를 선호한다. 딱히 와이키키에서 놀지 않더라도 워낙 많은 상점과 관광지가 근처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호젓한 둘만의 휴가를 원한다면 서쪽 해안의 코 올리나 라군을 끼고 우아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포시즌스 오아후 앳 코 올리나에 숙박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워낙 숙박비가 비싸 애초에 사람들로 붐빌 여지가 적고, 와이키키처럼 넓게 펼쳐진 해변과는 또 다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것이 2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요트 투어. 포시즌스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5분 정도만 가면 도착하는 요트 정박장에서 우아하게 요트를 타고 무한 제공되는 샴페인과 핑거 푸드를 즐기며 약 1시간 정도 북태평양의 시리도록 맑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을 만끽하는 코스다. 내가 탄 날엔 조금 바람이 거세 멀미를 겪느라 거의 모든 사진이 다 누워서 찍혔다는 아쉬운 이야기. 두 번째는 바로 ‘커플 블레싱’이다. 코 올리나의 유명한 주술사이자 치료사가 두 사람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해주는 것. 하와이의 물과 풀, 그리고 땅으로부터의 신성한 기운을 전달받았던 시간은 우리 둘에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여기 우리 둘뿐이야, 비밀스러운 데이트 코스 2

어딜 가든 붐비는 와이키키가 아니라 둘만의 호젓한 장소를 찾던 우리는 가이드북에도 잘 나오지 않는 묘한 곳을 우연찮게 발견했고, 그곳은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꼽은 최고의 스폿이 됐다. 구글 드라이브에 ‘3860 manoa road’라고 찍고 도착한 그곳은 마노아 폭포로 향하는 1시간 남짓 코스의 열대 정글 산책로. 관광객들보다는 그저 조용히 자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 더운 날씨에 땀이 좀 나더라도 함께 발걸음을 맞춰 걷는 것을 좋아하는 커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곳. 어느 나라를 가든 식물원, 가든, 공원 이름이 붙은 곳은 어떻게든 한 번씩은 들러 식물들이 내뿜는 싱그러움을 느끼곤 하는 나에게 이곳은 정말 보석 같은 산책로였다. 트레킹화까지는 필요없지만, 긴 바지(혹은 모기 기피제)와 운동화는 필수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오아후의 데이트 코스는 바로 탄탈루스 언덕. 와이키키에서 차로 20분쯤 걸리는 이 언덕은 서울의 남산 드라이브길처럼, 오아후의 남쪽 해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다운타운과 다이아몬드 헤드까지 와이드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물기 때문일까? 연인들이 비밀스럽게 찾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는데 가급적 너무 늦은 밤보다는 낮이나 해 질 무렵에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야자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구릿빛 근육질의 서퍼들이 한가롭게 걸어다니는 와이키키 비치는 하와이 입문자들에게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하와이를 좀 가본 사람들은 간혹 묘한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와이키키만 안 가면 되는데…”라고. 나는 이 온도 차이가 궁금했다. 오아후와 빅 아일랜드에서 18박 19일을 보내고 나서 깨달은 ‘와이키키 가지 않고 하와이 즐기기’. ::하와이, 오아후, 마우나케아, 바다, 해변, 빅아일랜드, 여행, 탐험기, 데이트,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