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낙원' 주인공 배현성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렇게 행동할까?" 배현성은 '실낙원' 선우를 만나며 캐릭터 접근법이 더욱 깊어졌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재킷, 쇼츠 모두 Sandro Homme. 니트 집업 System. 셔츠 Aspesi. 반지 Bulletto. 더비 슈즈 Christian Louboutin.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촬영장 분위기가 유난히 왁자지껄했죠. 현성 씨가 INFJ라고 해서 혹시 기가 빨린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아니에요. 오히려 촬영할 때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좋아요. 오늘 새벽까지 촬영하느라 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왔는데, 현장에서 다들 즐겁게 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덕분에 사진도 더 잘 나온 것 같고요.
지난번에 코스모와 만났을 때 “작품마다 새로운 색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잖아요. 그사이 몇 작품을 더 했는데, 지금의 배현성은 어떤 색에 가까워졌다고 느껴요?
그때는 한창 드라마 <대리수능>을 찍고 있었고, 영화 <실낙원> 촬영도 막 마쳤을 때였어요. 어두운 캐릭터를 연달아 하다 보니 제 팔레트에도 그런 색이 많이 추가된 것 같아요. 지금은 로맨스가 담긴 새로운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밝은색도 더해지고 있고요. 여러 가지 색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두운 색이라고 해서 꼭 검은색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짙은 갈색이나 짙은 초록색일 수도 있고요. 그렇게 제 팔레트를 넓혀가려고 해요.
코트 Etro. 티셔츠 System. 데님 팬츠 Partimento. 볼캡 Golden Goose. 목걸이, 반지 모두 Bulletto.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곧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로 향하죠. 해외 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완성된 <실낙원>도 그곳에서 처음 보게 되고요.
처음 참석하는 해외 영화제인 데다 첫 주연 영화로 가게 돼서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그때부터 긴장되고 떨리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제 참석도 기대되고, 저 역시 완성본은 처음 보는 거라 궁금하기도 하고요. 큰 스크린으로 처음 관람하는 거잖아요. 설레면서도 긴장돼요.
한국에서는 배우 배현성이 쌓아온 이미지가 있지만, 토론토에서는 배현성을 모르는 관객이 ‘선우’를 먼저 만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국내에서는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는데, 제 작품을 본 적 없는 해외 관객에게는 ‘선우’가 첫인상이 될 수도 있잖아요. 영화를 보고 ‘저렇게 무섭고 쎄한 애가 누구지?’ 싶어서 저를 찾아봤다가, 다른 드라마를 보고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관객에게 특히 기대하는 반응도 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선우’에게 ‘쎄하다’, ‘쟤 뭐지?’, ‘뭘 하려고 하는 거지?’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끝난 뒤에도 여전히 궁금한 인상이 남았으면 좋겠고요.
레더 재킷, 셔츠 모두 Bottega Veneta.
<실낙원>은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짧은 기간 안에 완성한 작품이죠. 평소 드라마 현장과는 호흡도 달랐을 것 같아요.
영화 촬영 자체가 아주 타이트하진 않았어요. 당시 드라마 촬영과 병행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바빴지만, <실낙원>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함께 작품이나 ‘선우’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편하게 찍었어요. 오히려 2~3주 만에 촬영이 끝난 게 아쉬웠죠. 현장이 재미있어서 ‘다음에는 좀 더 길게 함께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였어요.
연상호 감독과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특별 출연 때 처음 만났죠. <실낙원>을 위해 다시 만났을 때 기억나는 첫마디가 있어요?
아마 “잘 부탁합니다”였던 것 같아요.(웃음)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빠르게 진행된 미팅이었거든요. 감독님은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에요. 개그 욕심도 있으시고요. 현장을 유쾌하게 이끌어주시니까 다 같이 농담도 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그래서 빨리 끝난 게 더 아쉬웠죠. 이렇게 좋은 감독님, 그리고 좋은 분들과 더 오래 촬영하고 싶었거든요.
이 정도면 연상호 감독을 향한 러브 레터 아닌가요?(웃음)
하하. 그렇기도 하죠. 감독님이 서치를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이 인터뷰도 보실 수 있어요.(웃음)
카디건, 데님 팬츠 모두 Acne Studios. 셔츠 YCH. 목걸이 Tomwood. 시계 Timex. 부츠 Berluti.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선우’ 이야기를 해볼게요. 실종됐다가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인데, 어린 시절과는 너무 달라진 인물이잖아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뭐였어요?
저도 가장 먼저 ‘그 9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했어요. 어릴 때는 굉장히 밝고 엄마를 잘 따르던 아이인데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너무 많이 바뀌어 돌아오잖아요. 대사도 굉장히 세고 직설적인 표현이 많아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대본엔 나오지 않는 시간에 대해 감독님께 많이 여쭤보고 저 나름대로 계속 생각했어요.
대본에 없는 ‘선우’의 과거까지 상상해본 거네요.
그래야 제가 납득할 수 있거든요. 마냥 세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이 말을 하는 이유, 이 행동을 하는 동기가 저한테 있어야 연기할 때도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얘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연기를 오래 할수록 자신에게 잘 맞는 방식도 알게 되잖아요. 그 익숙함을 장점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니면 계속 깨뜨리고 싶어요?
촬영장 자체에 익숙해지는 건 좋아요. 예전보다 빨리 편해지고 현장에 녹아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기에서는 계속 새로운 걸 찾는 게 재미있어요.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건 그것대로 하면 되고, 작품마다 제가 새롭게 도전할 부분이 하나만 있어도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재미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대본을 읽다가도 ‘이 장면 찍으면 정말 재미있겠다. 어떻게 하지?’ 혼자 상상하고요.
코트 Etro. 데님 팬츠 Partimento. 볼캡 Golden Goose. 반지 Bulletto. 스니커즈 Diesel.
혹시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 중, 지금 다시 연기하면 완전히 다르게 할 것 같은 인물도 있어요?
사실 모든 작품에서 그때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지금 다시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데뷔작인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요. 제 인생에서 처음 가본 촬영장이었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으니까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죠. 지금 다시 한다면 적어도 그때의 부끄러움이나 긴장은 조금 덜하지 않을까요?
첫 촬영 때 얼마나 긴장했어요?
청심환을 마시는 것과 먹는 것, 2가지를 다 먹었어요.(웃음) 약국에서 둘 다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해서요. 그런데 너무 많이 긴장하면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였나, 똑같이 떨렸어요. 물론 먹어서 그나마 그 정도였을 수도 있고요. 지금은 청심환까지 먹지는 않아요. 예전보다 아주 조금 능숙해졌어요.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뭐예요?
대본을 읽으면서 “왜?”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해요. “왜 여기서 이렇게 말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하고요. 이유를 찾다 보면 제 안에서도 그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겨요. 저한테 확신이 있어야 연기할 때도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찍고 있는 작품도 저한테는 또 새로운 도전이라, 더 확신을 가지려고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파고들다 보면 캐릭터를 일상까지 끌고 갈 것 같기도 한데요.
대본을 볼 때는 집중해서 생각하지만 덮으면 쉬려고 해요. 계속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물론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너무 깊게 들어가다 보면 다른 길로 샐 수도 있으니까 어느 순간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하고 멈춰요. 다음 날 다시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레더 재킷, 셔츠 모두 Bottega Veneta. 반지 Tomwood. 로퍼 Maison Margiela.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 인터뷰가 실릴 때쯤이면 2026년도 얼마 남지 않았겠네요. 올해는 어떤 해로 기억될까요?
올해도 정말 열심히 산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촬영하고 있고, 10월에는 <실낙원>이 개봉하고, 그 후에는 <대리수능> 공개가 예정돼 있어요. 올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촬영할 예정이에요. 저는 아직은 바쁘게 사는 게 재미있고 행복해요. 지칠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또 에너지를 충전해서 다음 촬영장으로 갈 수 있고요. 매년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지금 스스로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데뷔작을 찍던 8년 전의 배현성이 지금 저를 보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제가 저를 보고 “좋은 배우인가?” 하면 아직은…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하는 배우에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배우’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잖아요. 연기를 능숙하게 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까지 포함한다면… 좋은 배우인 것 같습니다.(웃음)
그럼 20년, 30년 뒤에도 연기는 지금처럼 재미있을까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느끼던 재미와 지금 느끼는 재미가 이미 다르거든요. 그때는 시야가 좁아서 보지 못했던 재미가 지금은 보이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더 지나 선배님들 정도의 연차가 되면 그때만 보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궁금해요. 그 새로운 재미를 만나려면 그때까지 꾸준히 잘하고, 열심히 연기해야겠죠.
Credit
- 디지털 에디터 최아름
- 포토그래퍼 이용희
- 헤어 장윤나
- 메이크업 이세라
-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 어시스턴트 정주연
- 아트 디자이너 변은지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 장소 서리힐즈 스튜디오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