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이 무서워진 이유, 이상기후가 바꾼 일상
폭염, 기습 폭우, 러브 버그, 지구 온난화. 여름은 더이상 마냥 설레는 계절이 아니다. 이상 기후 속 우리가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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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최고 평균기온이 갱신되는 것은 이제 놀랍지 않다. 1910년 대비 2020년대 여름 폭염 일수는 2.2배, 열대야 일수는 4.2배로 급증했다.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100mm를 넘는 물 폭탄도 드문 재난이 아니다. 2024년에는 전국 9개 지점에서, 2025년에는 15개 지점에서 극한 호우가 관측됐다고 한다. 문제는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발생한다는 점이다. 마른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이로 인한 침수와 홍수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늘어나고 있다. 무엇 하나 예측하기 힘든 시대, 여름의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우리나라 계절 구분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1912~1940년 평균 여름 일수는 98일이었지만 2011~2020년 동안은 127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름 시작 시점 역시 과거 6월 11일에서 최근에는 5월 25일로 앞당겨졌고 종료 시점은 9월 16일에서 9월 28일로 늦춰졌다. 근대 기상관측 이후 117년 만에 사계절의 기준을 다시 논의하게 된 셈이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대기과학자는 지금 기후변화의 가장 큰 위험은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전례 없는 속도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기온 상승 속도는 약 65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 이후 자연적으로 가장 빠른 기온 상승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며, 이는 본래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기후 시스템이 미처 적응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변화라는 말이다. 그 결과 근래 여름처럼 날씨의 변동성과 극단성이 동시에 커졌다.
아예 몇 해 전부터는 여름 뉴스에 이전에는 좀처럼 듣지 못했던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러브버그, 대벌레 같은 여름 불청객들이 주인공이다. 동네, 건물, 창문을 수백, 수천 마리의 벌레가 뒤덮는 경험은 변화하는 날씨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여름 저녁 창문에 달라붙은 낯선 벌레 떼를 보며 느낀 감정은 단순한 혐오감이 아닐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여러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기온 상승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기온이 오르며 생물들의 서식지가 북상한 데다 도시 열섬과 인공조명 환경, 단일 종 중심으로 조성된 인공 숲이 도심에서 새로운 유충 번식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인간 입장에서는 이것이 낯설고 불쾌한 변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며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육상 생물들은 10년마다 평균 11m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17km 속도로 극지방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어떤 종들은 이미 더 이상 이동할 곳조차 남지 않았다. 결국 다양한 생태계를 밀어내고 인간 중심으로 도시와 환경을 재편해온 방식이 지금의 여름 풍경을 만든 셈이다.
기후 위기는 비단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식탁과 물가,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뒤에는 늘 농작물 피해가 뒤따르고 채소와 과일 가격은 요동친다. 제철 식재료나 건강한 먹거리를 부담 없이 즐기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창문을 꽁꽁 닫아두게 되고, 밖을 걷기보다는 해와 비를 피해 실내로 숨어들게 된다. 변화는 이처럼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닥치지 않는다. 이미 취약한 사람들이 먼저, 더 깊이 영향을 받는다. 에어컨 없는 집에서 견뎌야 하는 열대야, 침수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반지하와 저지대,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야외 노동처럼 누군가에게 이상기후는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득 상위 10%가 전체 온실가스의 34~45%를 배출하는 반면, 하위 50%는 13~15%만 배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는 말이다. 고통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 문제는 ‘정의’의 문제기도 하다.
6월이 채 되기도 전에 최고기온이 30℃를 웃도는 2026년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여름 일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다가올 여름들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창밖에 들리는 매미 소리, 반짝이는 볕, 여름밤만의 시원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여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우리는 결국 잃게 될까? 결국 그 답은 우리에게 달렸다. 조천호 대기 과학자는 예측한다. “미래는 이미 정해진 그림이 아닙니다. 지금의 선택과 행동으로 완성되는 결과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시간 안에 실행되어야 합니다. 이제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닙니다.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행동뿐입니다.”
Writer 오우리(프리랜스 에디터)
SUMMER SURVIVAL GUIDE
낭만의 시대는 끝났다. 예측 불가능한 기습 폭우와 숨 막히는 지열 사이에서 당신을 지켜줄 새로운 여름 생존 카테고리.
Rain Proof Shoes
」
이제 레인 부츠는 물에 잠긴 길을 건너기 위한 생존 신발이 됐다. 안정적인 접지를 위한 플랫폼 아웃솔과 레이스업 디테일이 돋보이는 플랫폼 레이스업
레인부츠 18만7천원 Rockfish Weatherwear.
Anti-Heat Gear
」
체감 온도 40℃에 육박하는 여름 땡볕에 부채질은 무용지물. 주변 열기를 정화해 시원한 직선풍을 쏴주는 손 선풍기.
허쉬젯 미니 쿨 14만9천원 Dyson.
Invisible Shield
」
시트로넬라, 티트리, 로즈메리, 유칼립투스와 같은 천연 성분으로 땀 냄새를 중화하는 동시에 벌레들이 싫어하는 허브 향으로 막을 형성한다.
허벌 데오도란트 4만6천원 Aēsop.
Credit
- 에디터 천일홍
- 사진 표기식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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