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가 챗GPT로 연애 상담을 한다면?
남성은 여성보다 챗GPT에 연애 상담을 할 확률이 3배 높다.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를 AI에 털어놓는 것이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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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연애 조언 얻는 남자들
27세 디자이너 로버트는 몇 달 전 10개월간 만난 여자 친구와 원만하게 헤어졌다. 전 여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될지 고민하던 로버트는 조언을 구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에게 쉽게 물어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창피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물어본다 해도 친구들은 연락하지 말라고 할 게 뻔했다. 그래서 로버트는 감정적 조언이 아닌 실질적 조언을 해줄 AI를 켰다. 그는 챗GPT에 이렇게 입력했다. “전 여자 친구한테 연락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2022년 챗GPT가 세상에 나온 후 생성형 AI 챗봇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2025년 5월 통계에 따르면, 매일 1억 2260만 명이 챗GPT를 이용하고 있다. 이 통계 자료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됐다. 바로 남성이 여성보다 챗GPT를 사용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 애플리케이션 분석 기업 앱피겨스(Appfigures)는 전체 서비스 이용자 중 남성의 비율이 약 85%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남성이 여성보다 연애 조언 서비스 앱인 ‘미노(Meeno)’의 생성형 AI를 더 신뢰하는 반면 심리 치료를 받을 확률은 더 낮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심리 치료를 받은 이들 중 남성이 36%라는 점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수치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연애 상담을 위해 챗봇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토록 개인적인 질문을 AI에게 하는 것이, 또 AI가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학습하도록 두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까?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결책을 AI를 통해 찾는 습관은 우리의 연애를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까?
28세 정치 컨설턴트 빌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챗GPT를 통해 흘러간다”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엔 업무에 챗GPT를 사용했지만 점차 연애 문제를 털어놓게 됐다. “가끔 심심하면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것들을 말해봐’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해요.” 빌은 맞는 연애 상대를 찾기 쉽지 않아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았다가 민망해진 뒤로 대면 상담을 피하게 됐다. 그날 이후로 그는 생성형 AI에게 조언을 구하게 됐고, AI에게 연애 상담 시 메타인지 능력이 좀 더 향상된 상태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원래 생각에 깊이 빠져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편이에요.” 빌은 AI에게 연애 상담을 하면 좀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고, 나와 잘 맞는 친구가 하나 생긴 것 같은 희열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연애 상담가로서 챗GPT의 가능성
영국의 정신 건강관리 의료 서비스 제공 업체인 프라이어리 그룹(Priory Group)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남성의 40%는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누구에게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현실이 이렇다면 챗GPT에게라도 고민 상담을 받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까? 임상 심리학자이자 <(Un)Stuck(틀에 박힌 삶을 깨기)> 저자인 소피 모트 박사는 자신의 (남자인) 친구들과 독자 중에도 연애와 관련한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챗봇을 이용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모트 박사는 이런 현상이 남성들 자신과 그들의 연애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자들이 상대와 감정적 교류나 대화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고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모트 박사는 많은 남성이 챗GPT를 일종의 ‘마음챙김’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상담한 고객의 사례를 덧붙였다. “이별의 아픔을 겪는 남성 고객이 있었는데, 그는 격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요. 전 여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돌아오는 답변은 늘 싸늘했으니까요. 그는 챗GPT에 전 여자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입력한 다음 어떻게 하면 상대를 존중하면서 차분한 답장을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죠.”
모트 박사는 챗GPT가 관계에서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제 상담 고객과 주변의 커플들을 지켜본 결과, 자신의 생각과 감정 패턴을 쉽게 알 수 있는 도구가 존재하는 것은 남성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연락해도 될지 고민하던 로버트의 경우 자리에 앉아 챗GPT에게 묻고 싶은 말들을 정리했던 행위 자체가 그를 정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했다. 로버트는 챗GPT에 “전 여자 친구에게 내가 바라는 건 뭐지?”라고 물었다. 답변은 “네가 지금 바라는 것은 안정, 그리고 약간의 친밀감뿐이야”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걸 꼭 전 여자 친구에게서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하지만 챗봇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오픈AI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챗GPT 사용 빈도와 외로움 수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챗봇을 더 많이 사용하는지, 챗봇에 빠진 사람들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모트 박사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기보다 휴대폰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모든 것이 두렵다”라며, 연애가 불안하고 힘들 때 휴대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필요한 모든 답을 휴대폰에서 얻을 수 있다면, 그 누가 자신의 불안과 마주하는 용기를 내겠어요?”라며 챗GPT에 대한 회의적 의견 또한 내비쳤다.
편리함 뒤에 가려진 이면
기술 분석가와 전문가들은 또 다른 부분을 우려한다.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대규모 언어 모델로, 자연스러운 말투를 구사하는 자체 언어를 생성한다. 이는 보통 수십억 개의 웹페이지를 스크래핑해 패턴을 식별한 후 자체 문장을 생성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Turned on: Science, Sex and Robots(끌림: 과학, 섹스, 로봇의 시대)>의 저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케이트 데블린 박사는 이런 챗봇이 “단지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할 만한 것들을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답변을 생성해낼 뿐”이라고 말한다. 이어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하지 않죠”라고 덧붙였다.
사실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오픈AI는 챗GPT의 ‘환각률(hallucination rate, 챗봇이 사실과 다른 설득력 있는 답변을 생성하는 경향)’은 최대 37.1%에 달한다고 인정했다. 오픈AI의 대변인은 사용자들이 이용 약관에 동의해야만 챗GPT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약관의 문구는 이렇다. “본 서비스 이용 시 다음 사항을 양해하고 동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웃풋이 항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본 서비스의 아웃풋을 진실 혹은 사실 정보에 대한 유일한 출처나 전문적인 자문의 대체제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교의 ‘윤리적 AI 연구소’ 소장인 나이젤 크룩 교수는 생성형 AI는 도덕적으로 순진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챗봇에 인생 조언을 구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AI 모델 학습 시 활용되는 데이터는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뒤죽박죽 섞어놓은 것에 불과해요.” 그는 또 AI가 친근해 보일 수 있으나, 인간과 달리 도덕성이나 진실 같은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전문가 역시 AI 챗봇이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Computers In Human Behavior: Artificial Humans(인간 행동 속의 컴퓨터: 인공 인간)>에 실린 챗봇의 치료 능력 평가 연구 역시 비슷한 결론을 냈다. 친구나 심리 치료사와 달리 생성형 AI 챗봇은 행간에 숨은 의미를 잘 읽어내지 못할뿐더러 비언어적 신호를 포착할 줄도 모른다. 사용자가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일 때는 더 위험할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학습한다는 점이다. 데블린 박사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챗GPT를 이용하고 있다면, 당신이 입력하는 모든 것이 모델에 반영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라고 말한다. 덧붙여 이로 인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사용자들이 비윤리적 행동과 편견에 대해 확신을 얻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는 이와 같은 편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연구 영역이라고 밝혔다. 오픈AI의 대변인은 프로그램 학습 시 자신의 데이터 사용을 거부하는 등 AI 학습에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 제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비스 모델들이 위험에 처한 사용자가 있다면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개입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유도하도록 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연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많은 돈이 들거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힘든 시기를 살아가며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 간의 소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AI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 친구, 연인, 썸남과의 관계 속에서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실천해보자. 간단한 연애 조언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임은 틀림없으니!
Credit
- Feature Editor 김미나
- Writer 아리엘 돔브(코스모폴리탄 영국 에디터)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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