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링 워크웨어 재킷, 코튼 셔츠, B 블라썸 이어링, B 블라썸 펜던트 모두 가격미정 Louis Vuitton.
화보 촬영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옷을 입는다는 건 디에잇에게 어떤 의미예요?
제게 옷은 또 하나의 언어예요. 그날의 기분, 그날의 날씨,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단이죠. 다만 이젠 뭘 넣기보단 뭘 더 뺄지를 생각해요. 과거엔 과한 스타일도 많이 해봤지만 지금은 제게 어떤 옷이 더 맞는지 아니까 쇼핑도 잘 안 하게 됐어요. 그 시간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가죠.
10월 14일 발매되는 세븐틴 미니 12집 <SPILL THE FEELS>는 어떤 앨범인가요?
돈과 명예와 사랑 중에 당당하게 나는 사랑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앨범입니다. 담백하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저 역시 하나를 고른다면 사랑이에요.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른 것을 얻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게 돼요. 돈이나 명예에도 얽매이지 않게 되죠.
언젠가 나올 디에잇의 솔로 앨범도 궁금해요. 그간 싱글로 보여준 댄스 곡이나 R&B와는 다른 느낌의 트랙일까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그간 제가 보여드렸던 음악과 퍼포먼스는 저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거예요. 색깔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끝에 이젠 그 방향성을 찾았고, 언젠가 제가 선보일 음악들은 그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누벅 레더 재킷, 데님 셔츠, 부츠컷 데님 팬츠, B 블라썸 이어링, B 블라썸 펜던트, LV 볼트 원 펜던트, B 블라썸 브레이슬릿, LV 볼트 메시 링, LV 볼트 원 밴드 링, 라이더 부츠 모두 가격미정 Louis Vuitton. 벽시계 12만원 Yellow Hippies. 오른손 소지의 링 본인 소장품.
예전에 디에잇이 선보인 솔로곡 ‘Falling Down’의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무척 인상적으로 봤어요. 현대무용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저는 춤을 정말 사랑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이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면서 어느 순간 춤을 추는 게 더는 관성적이 된 때가 있었죠. 그 시기에 현대무용을 만난 거예요. 현대무용은 그 어떤 춤보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자유롭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였죠. 저는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춤을 추고 싶어요.
페이던트 재킷 가격미정 Courrèges. 링과 왼손 검지의 링으로 연출한 이어 커프 모두 가격미정 Tee Ring Jay. 오른손 소지의 링 본인 소장품.
비보잉을 하다 플레디스 관계자의 눈에 들어 아티스트 길을 걷게 됐죠. 디에잇에게 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어릴 때 어머니가 무술, 중국 전통 악기 등 각종 예체능을 엄청 많이 시키셨는데, 브레이킹은 제가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취미예요. 러브&피스를 추구하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브레이킹이라는 장르를 접하고 단번에 빠져들었죠. 10대 때 브레이킹을 배우러 베이징에 갔고, 거기서 3개월 뒤 캐스팅돼 한국에 오게 됐어요. 지금은 비보잉을 하지 않지만, 마음속 한편엔 늘 자리하고 있어요. 춤은, 제 핏속에 그냥 같이 흐르는 거예요.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어린 나이에 빠른 결단을 내린 것도 대단하네요.
그 어린 나이에 어디서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 전까지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었고, 삐끗하면 인생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오직 마음의 소리만을 듣고 온 거죠.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케이프 롱 코트 가격미정 Ych. 메탈릭 팬츠 1백37만원대 Bonbom. B 블라썸 펜던트, 레 가스통 비통 스몰 태그 펜던트, B 블라썸 메달리언, B 블라썸 뱅글, 레 가스통 비통 퍼즐 링, LV 볼트 메시 링, LV 볼트 원 밴드 링 모두 가격미정 Louis Vuitton. 부츠 35만원대 Lostgarden. 오른손 소지의 링 본인 소장품.
디에잇의 인스타그램 피드엔 갤러리와 작품 사진이 가득해요. 아트의 어떤 부분이 마음을 끄나요?
2017년 연말에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요. 멤버들이랑 다 같이 무대에 서고 싶은데 일어나면 멤버들이 다 나가 있고, 자고 있으면 다 돌아오니까 뒤처지는 것 같고 답답하더라고요. 그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그림을 시작했다가 빠져들었어요. 그림을 그리며 ‘배운 적도 없는데 나 잘하지?’ 싶었던 적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깨달았어요. 몇십 년의 세월을 쏟아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마음을 갖는 건 부끄러운 거라는 걸. 그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쉬는 대신 많이 보러 다녔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그곳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부터 찾았죠. 이제 서서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있습니다. 예술은 만든 이의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저는 미술뿐 아니라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해요.
보머 재킷 1백26만원 Rokh. 티셔츠 가격미정 Labeless. 노즈 커프 가격미정 Tee Ring Jay.
아뇨. 다만 부모님 두 분 다 예술을 사랑해요. 아빠는 노래를 잘 부르고, 나무로 가구를 만드시죠. 어머니는 피아노를 잘 치고, 서예도 잘해요. 부모님은 스스로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예술에 대한 사랑 그 자체죠. 비록 순수예술을 모른다 해도, 삶에서 매일매일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찾는 건 예술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미술가 중 모네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뭐예요?
모네, 다들 좋아하죠. 대단한 예술가니까. 평생 빛을 찾으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 멋있지 않아요? 같은 장면도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걸 포착해 일평생 그것을 좇았다는 게 정말 멋진 점이에요. 저는 초창기 작품보다 후반기인 지베르니 시기의 작품을 좋아해요. 아침저녁으로 같은 정원을 그리는데, 나중엔 나이 들어 시력이 나빠지니 새로운 색깔이 나타나는데 그게 또 근사해요.
니트 슈트, 니트 터틀넥, 부츠 모두 가격미정 Rick Owens.
이우환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처음엔 선생님의 공간 미술이 이해가 잘 안 됐어요. 돌 하나가 작품이 된다는 게. 그런데 선생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해하게 됐죠. 세상엔 똑같은 돌이 하나도 없어요. 지구가 수십억 년 동안 에너지를 주고받은, 귀하고 소중한 건데 너무 많으니까 사람들은 대단치 않게 생각하죠. 하지만 사람들도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면 각자 독특한 영혼을 가졌잖아요. 그렇기에 돌 하나를 가져와 갤러리 공간의 조명 아래 배열해 전시했을 때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는 거예요.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길을 지나가는데 어떤 돌이 눈에 들어왔어요. 잠시만요, 이건 직접 보셔야 해요(디에잇은 휴대전화 속 갤러리에서 돌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멀리서 보면, 그냥 돌이에요. 그런데 위에서 보면 심장 모양이고, 돌 밑의 길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죠. 그래서(슬라이드해서 옆 사진을 보여주며) 그 돌을 이렇게 그림으로도 그려봤어요. 모든 것이 단순하게 보면 의미 없지만,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면 느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죠.
인스타그램 피드만 봐도 느낌이 와요. 사소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춤이 뭔지 아세요? 차나 기차를 타고 가다 창밖의 하늘을 보면 항상 전기선이 있잖아요.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 선들이 오선지처럼 보이고, 거기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이 음표처럼 보여요. 하나의 춤이죠. 저는 그걸 보면서 행복을 느껴요. 사람들은 하늘을 찍을 때 전기선을 피하지만, 전 일부러 해와 달과 구름과 선을 구성적으로 배치해서 찍으려 하죠. 제게 예뻐 보이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 SNS에 올리고요. 100명 중 한 명이라도 저와 같은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끼면 이 행복이 전달될 것 같아서요.
레더 점퍼 가격미정 Kamigin. 탱크톱 가격미정 Savage.
푸른색의 자연. 눈물, 강물, 바다, 하늘…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에요. 한강을 보면 계속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어느새인가 바다로 향하잖아요. 작은 계곡으로 시작해 바다까지 향하는 그런 강물이 되고 싶어요. 어릴 적엔 비가 와도 비 맞으면서 놀고 그랬어요.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잠깐씩이나마 하늘을 올려다보려고 해요.
예술가네요. 디에잇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어떤 것이든 극적으로 가면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아주 슬픈 것도, 아주 기쁜 것도, 아주 먼 것도, 아주 큰 것도, 아주 작은 것도, 아주 가까운 것도. 적당히 예쁜 것 말고.
레더 롱 코트 2백67만원대, 레더 베스트 1백25만원, 레더 팬츠 가격미정 모두 Noir Larmes.
다도와 명상을 좋아한다는 것도 흥미로워요. 수많은 K팝 아티스트를 만났지만, 처음 듣는 정적인 취미예요.
2020년 즈음이었을 거예요. 마음이 힘들었어요. 예민해졌고, 스스로를 도울 수 없었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전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죠.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명상을 하게 된 거예요. 누군가는 술에, 친구 혹은 심리 상담가에게 의지하겠지만 전 명상이라는 방법을 찾은 거죠. 명상 선생님은 맞는 길을 알려줄 뿐, 제가 혼자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항상 이렇게 말하셨죠. “너는 다 이미 알고 있어.” 다도도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시작했어요. 다도라는 게 사실 정말 귀찮은 과정인데, 수련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와의 대화를 해나가면 분명 보이는 게 있어요. 다도 문화를 접하면서 다도를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들과는 나이와 직업을 떠나 경계 없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요.
레더 바이커 재킷 가격미정 Courrèges. 탱크톱 가격미정 Savage.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죠. 대우와 존중과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고, 대부분 솔직해요. 80대 할머님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나중엔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시지만 처음엔 다들 모르세요. 다도를 하는 분들은 연예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만 차를 마십니다.
수천 만이 자신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이토록 고요한 취미를 즐기고 있다니.
저는 아티스트가 아니었어도 명상과 다도를 좋아했을걸요.(웃음) 명상을 통해 이 직업에 더 감사하게 된 건 있어요. 명상이란 본질을 찾는 과정인데요, ‘이 직업 덕분에, 팬분들의 사랑 덕분에, 그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구나’를 선명히 알 수 있었거든요. 거만해지지 않고 그 뿌리를 계속 상기하는 거예요.
26살 맞아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미 통달한 사람 같아요.
이렇게 말은 잘하는데, 저도 힘든 상황 속에 있으면 똑같이 힘들어요.(웃음)
티셔츠 가격미정 Labeless. 팬츠 52만원 Onitsuka Tiger. 벨트 29만원대 Eenk. 노즈 커프 가격미정 Tee Ring Jay. 브리프 본인 소장품.
멤버들은 하나같이 디에잇의 차분함, 자기 계발에 대한 열정, 예술에 대한 조예를 칭찬하더군요. 디노 씨가 말한 “멋있게 보이는 법을 잘 알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온 인생을 다 쓰는 사람”이란 평이 인상 깊어요.
저는 제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일 뿐, 그런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다만 제가 뭘 하고 싶을 때마다 주변에 그때그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인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연예인 친구도 많지만, 저보다 나이도 많고 인생을 더 산, 무용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갤러리를 운영하는 다른 직종의 분들과 만나 대화할 때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제가 느낀 디에잇은 사유가 자유롭고 아름다운 걸 사랑하는 예술가예요. 맞게 봤나요?
예술을 사랑하지만 아직 예술가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저는 편견을 가질 때도, 색안경을 끼고 볼 때도 많아요.
누벅 레더 재킷, 데님 셔츠, 부츠컷 데님 팬츠, B 블라썸 이어링, B 블라썸 펜던트, LV 볼트 원 펜던트, B 블라썸 브레이슬릿, LV 볼트 메시 링, LV 볼트 원 밴드 링 모두 가격미정 Louis Vuitton. 오른손 소지의 링 본인 소장품.
그럼 디에잇이 생각하는 디에잇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이 답을 계속 찾지 않을까요? 다만 요새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하나 있어요.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가 보는 남이 곧 나다’라는것. 이를테면 제가 어떤 사람에 대해 ‘왜 저렇게 질투심이 많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곧 제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멋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이미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게 멋있는지 아는 거고요. 그래서 전 요즘 이걸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하고 있어요. 그걸 통해 느낀 저 자신은 질투심이 좀 많은, 다소 예민한 사람입니다.
저는 ‘디에잇’이라 불렀지만, 지금 대화하면서 당신은 스스로를 ‘명호’라 칭하고 있죠. 중국어로 쉬밍하오, 한국어로 서명호. 밝을 명에 넓을 호, 멋진 이름이에요.
어머니가 지어주셨죠. 아주 마음에 들어요. 멤버들도, 팬들도 다 명호라 부르죠. 순수예술 장르의 그림이나 춤을 할 땐 명호를 본명으로 써요.
나답게 사는 것. ‘척’은 멋있을 수가 없어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은 게 어떻게 멋있겠어요? 하지만 이해는 해요. 제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웃음) 자기다운 사람들에겐 반드시 배울 점이 있어요.
시어링 워크웨어 재킷, 코튼 셔츠, 코튼 쇼츠, B 블라썸 이어링 모두 가격미정 Louis Vuitton.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세븐틴은 다인원임에도 굳은 결속력을 자랑하죠. 그 안에서 디에잇은 어떤 사람이에요? 제 생각엔 소리 없이 강한 평화주의자?
사실은 약해 빠졌지만(웃음) 평화주의자는 맞아요. 서로 예민해질 때는 있지만 다도를 하면서 풀면 돼요. 저희끼리도 얘기하는데, 이런 그룹은 없어요. 서로를 만날 수 있어 운이 좋았죠. 13명 다 본질적으로 착하고, 좋은 팀워크를 지니고 있어요.
<SPILL THE FEELS> 티저를 보니 “당신의 고민은 무엇이냐”고 묻던데, 요즘 디에잇의 고민이 있다면요?
건강관리. 몸을 많이 쓰니 아플 수밖에 없는데,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선 최대한 안전한 선에서 유지해야 해요. 이게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몸 관리가 가장 고민입니다.
고생한 스스로를 위해 오늘 밤 차를 한 잔 우려준다면?
몸을 따듯하게 하는 쑥과 보이차를 섞어서 마실 생각이에요.
나의 생각으로 남을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나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을 것. 그 2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