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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 안재현의 화양연화

우리에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지금, 여기가 바로 서인국, 안재현의 화양연화.

프로필 by 이예지 2024.08.19
(안재현)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Gucci. 슈즈 Christian Louboutin. (서인국)코트 Kimseoryong. 이너 톱 Wooyoungmi. 벨 에포크 링 Damiani. 크로스 링 Dolce&Gabbana. 슈즈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재현)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Gucci. 슈즈 Christian Louboutin. (서인국)코트 Kimseoryong. 이너 톱 Wooyoungmi. 벨 에포크 링 Damiani. 크로스 링 Dolce&Gabbana. 슈즈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가 조회 수 5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각종 리액션 영상도 쏟아지고 있죠. 이렇게 뜨거운 반응, 예상했나요?
서인국(이하 ‘인국’) 예상은 했어요. 근데 이렇게 길게 팬분들이 재미있게 놀 줄은 몰랐어요.
안재현(이하 ‘재현’) 하나의 문화 공간, 놀이터가 된 게 신기해요. 인국 되게 기분 좋죠. ‘이러지마 제발’로 생긴 월드 게이라는 밈이 이렇게 이어지는 게 너무 재밌고, 둘 다 신나 있어요.(웃음)

‘이러지마 제발’ 때는 이성 삼각관계라 알고 촬영에 들어간 걸로 아는데요, 이번엔 스토리라인에 대해 두 분 모두 충분히 인지한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나요?
인국 맞아요. 재현이는 진짜 열심히 분석을 해 왔더라고요. 영화 <해피 투게더> 같은 레퍼런스가 될 만한 작품을 여러 편 보고 철저하게 준비해 온 거예요.
재현 최대한 디테일하게 잡고 가고 싶었어요.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 왕가위 감독 작품을 여러 편 봤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도 봤죠. 뮤직비디오 촬영 전날만 영화를 4편 봤어요.(웃음)

오늘 화보 콘셉트도 왕가위 감독의 무드였는데, 신기하네요.
인국 와, 신기한데요.(웃음)
재현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의 느낌을 정말 잘 포착하는 것 같아요.
인국 ‘이러지마 제발’ 때는 뮤직비디오 속 제가 재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찍으면서 알게 됐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둘의 감정을 알고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너무 웃겼어요. 와 진짜, 입술을 거의 맞댈 정도로 천천히 다가갔는데, 너무 민망한 거예요. 처음엔 서로 웃고 난리 났어요. 그런데 몇 테이크 가니까 점점 몰입되더라고요.
재현 저희가 욕심나는 컷들은 먼저 감독님에게 제안해서 좀 더 테이크를 진행한 적도 있어요. 키스 신에서 제가 눈을 뜨는 건 제 의견이었죠.
인국 눈 감는 버전과 뜨는 버전을 둘 다 찍었는데 눈 뜬 버전을 쓰셨더라고요. 키스 신, 너무 강렬한 기억이에요.(웃음)
재현 보는 분들의 감탄사가 나올 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테이크를 많이 갔습니다. 인국이가 팔 힘이 좋아서 잘 버티더라고요. 저라면 팔로 버티다 확 엎어졌을 수도 있는데.(웃음)
인국 아, 그리고 케이윌 형이 뒤에서 너무 웃고 있길래 괘씸해서 “형도 여기 누워”라고 해서 눕혀놓고 찍기도 했어요.(웃음) 추억으로 남기려고요. 진짜 웃겼죠.
재현 형이 “이제 눈 떠…?” 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웃음)

셔츠, 팬츠 모두 Eenk. 목걸이, 팔찌 모두 Bvlgari.

셔츠, 팬츠 모두 Eenk. 목걸이, 팔찌 모두 Bvlgari.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던데, 가장 인상적인 해석은 무엇이었나요?
인국 팬분들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많이 얘기하시던데, 그런 식의 해석도 재미있더라고요.
재현 저는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처럼 인국이가 환생해서 저와 다시 만난다는 해석이 재미있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저는 이번엔 제가 사랑에 깊게 빠졌다고 해석했고요.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보고 싶었어”라는 대사를 인국이가 아니라 제가 한 줄 알았어요. ‘나도 모르게 뱉었나’ 생각했을 정도로요.

뮤직비디오의 서사를 치밀하게 분석한 논문까지 나온 거 알고 있나요?
인국 정말요?
재현 저는 그 논문 저자분을 제 유튜브에 초대하고 싶네요.
인국 초대드리자. 나도 나갈게.(웃음) 그 논문 봐야겠어요. 진짜 궁금하네요.

저는 인국 씨가 재현 씨를 터널에서 안을 때, 주먹을 꽉 쥐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인국 절실했어요. ‘이러지마 제발’의 시점으로부터 12년이 지났고, 그 감정을 품고 있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재회하고 오랜만에 봤음에도 절대 잊을 수 없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 사랑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옆에 있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제가 재현이를 안은 신은 감정이 폭발하는 신이었고, 디렉션은 ‘울먹였으면 좋겠다’ 정도였어요. 주먹을 꽉 쥔 건 제가 몰입해서 나온 연기죠. 사실 “나 너 한번 안아봐도 되냐?” 다음에 대사가 하나 더 있었어요. “내가 그동안 너에게 못 한 말이 있는데, 나 너 좋아해도 되냐?”라고. 감독님께서 이 대사를 묵음 처리하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로 대신해 여운을 남기셨더라고요. 타임 리프 해석으로 볼 때, 제가 뮤직비디오 속 서인국이라면 여러 선택지를 시도했을 것 같고 그중에 재현이에게 고백하는 루트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코트 Wooyoungmi. 목걸이 Saint Laurent. 반지 모두 Damiani.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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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 씨 입장에선 ‘이러지마 제발’ 이후 12년간의 감정선을 어떻게 설정하고 연기에 들어갔나요?
재현 각별했던 친구랑 오래 떨어져 지낸 상황이죠. 그래도 안재현은 미련스러운 놈이라서 계속 추억에 살다가, 재회하게 된 거예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이 친구의 마음은 알지만 제 욕심을 위해 ‘내 곁에 조금만 더 있어주라’는 생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안재현의 마음에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공유 씨 대사처럼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해” 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그런데 막상 인국이 떠나가려 하니까 “안 돼, 가지 마” 하는 느낌으로 뒤늦게 잡는. 그런 감정선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정 사진 볼 때 결연하고 분노한 듯한 강한 표정을 짓잖아요.
재현 인국이가 그만큼 열연을 해줘서 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어요.
인국 제가 볼 땐 저는 인생 연기를 했습니다.(웃음)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몰입됐어요.

코트, 재킷, 이너 톱 모두 Ami.

코트, 재킷, 이너 톱 모두 Ami.

3편, 꼭 보고 싶네요.(웃음)
인국 제가 저희 카톡방에 3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길 하긴 했어요. “프리퀄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3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리즈로 나온다면 어떨까?” 사실 이 엄청난 공을 쏘아 올린 게 재현인데요, 얘가 술 먹을 때 전화를 자주 하거든요. 한번은 전화해서 “야, 국아. 우리 ‘이러지마 제발’ 재미있었잖아. 다시 한번 뭉쳐보면 어때?”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다 케이윌 형이랑 재현이가 제 유튜브 콘텐츠 <간주점프>에 나왔는데 촬영 중에 케이윌 형이 신곡 나온다고 “너네 뮤직비디오 출연할래?”라고 제안해요. 들어보니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성사된 거죠.
재현 사람 인연이라는 게 재미있어요.(웃음)

제 생각엔 이거 OTT 시리즈물로 가야 합니다. 최소 6부작.
재현 저는 찐하게 영화 한 편 했으면 좋겠어요.
인국 한번 기획해볼까?
재현 19세 관람 불가로.(웃음)
인국 아는 제작사 대표님께 기획해달라고 졸라본다?
재현 지금 벌써 그림이 몇 개 보이는데?(웃음)

반지 Damiani. 셔츠,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지 Damiani. 셔츠,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단단하고 소년미 넘치는 인국 씨와 건조하고 처연한 재현 씨의 비주얼 합에 대해서도 칭찬 연속이에요. 서로의 외모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인국 전 재현이가 마냥 부러워요. 일단 키 크고 팔다리도 길고 피부도 하얗고, 무엇보다 되게 잘생겼잖아요. 그리고 재현이는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얼굴에 서사가 있어요. 눈매도 길고 샤프해서 섹시하고, 남자다우면서도 여린 면이 있죠. 배우로서 큰 장점이에요.
재현 인국이야말로 제가 부러워하는 걸 다 갖고 있어요. 저는 몸에 근육을 붙이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데, 인국인 근육을 키우면 키우는 대로, 마르면 마른 대로 마스크와 잘 어울려요. 그리고 저는 술을 마시면 눈이 흐리멍텅해지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는 눈빛이 깊어져요.
인국 이 친구가 실제로 그 얘길 몇 번 해서 “어, 그래?” 하고 거울 봤거든요? 그냥 눈이 풀려 있어요.(웃음)
재현 저번에 인국이한테 순간 ‘심쿵’한 적이 있거든요. 같이 저희 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서 데려다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1층까지 내려가는 순간이 그게 뭐라고 그 이미지가 박혀 있어요. 저보다 키가 살짝 작아서 절 올려다보는데 어우, 그게 뭐라고 섹시하지?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게 있다니까요.(웃음)

‘이러지마 제발’은 인국 씨 시점,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인국 씨와 재현 씨 시점에서 번갈아 전개되죠. 이 감정선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요.
인국 서인국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은 전편의 엔딩 그리고 후편 내내 드러났으니, 이제 키는 안재현이란 캐릭터가 가지고 있어요. 만들어내면 앞으로 나올 건 정말 많아요.
재현 이제 제가 울 차례 같아요.
인국 그래, 이제 나 좀 그만 울자.(웃음)
재현 내가 좀 많이 울어야지.(웃음)

각자 원하는 이 이야기의 엔딩은?
인국 저는 결국은 해피엔딩이었으면 해요. 진짜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재현 저는 반대로 처절하게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의 버릇 하나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인국이의 담배를 문다든가, 인국이가 제 목걸이를 걸고 있다거나.
인국 제가 담배를 권했을 때 “안 피우는 거 알잖아”라며 거절했던 재현이가 마지막에 담배를 피우며 멍하게 바라보면 스토리가 나오겠는데요?
재현 인국이 전완근이 되게 좋거든요? 그 목걸이를 탁 끊는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촬영해도 좋겠어요.

코트 Wooyoungmi. 목걸이 Saint Laurent.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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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연출자와 두 분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웃음)
재현 하하하. 서로가 어떻게 해야 예쁜 그림이 나오는지 알아서 그래요. 서로의 매력 포인트를 잘 알아서.(웃음)

인국 씨의 신곡 뮤직비디오 ‘Out of Time’도 그 세계관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인국 진짜 웃겨요. 제 신곡까지 패키지가 됐어요.(웃음) 제가 지난 팬미팅 때 재현이를 안 부르고 케이윌 형만 부른 게, 형이랑 저는 노래하면 되지만 재현이는 잠깐 토크하고 내려가게 하는 게 미안해서 얘기를 안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이제 와선 한탄스럽다니까요.(웃음)
재현 나는 잠깐 왔다 가는 것도 좋아.
인국 진짜 다음엔 꼭 부를게. 아무튼 거기서 ‘월드 게이’ 패키지로 ‘이러지마 제발’, ‘Out of Time’,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너랑은 뭐든’을 연이어 불렀는데 팬분들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러지마 제발’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두 분 다 연기도 외모도 제대로 농익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요?
재현 제가 보는 인국이는 한결같이 멋있어요. 워낙 어려 보이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 삶의 굴곡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국 12년 전 재현이는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얌전한 느낌이었어요. 점잖았죠. 그런데 요즘 보면 좀 미친놈 같아요.(웃음)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한 번씩 밤에 전화해서 “인국아 뭐 하냐?” 하면 제가 오토바이 타고 가는데, 제가 술을 못 마셔도 절 앞에 두고 혼자 술 마시고 그래요.(웃음) 본인이 편안해지면서 예능도, 연기도, 저희의 관계도 편해진 느낌이에요. 이게 원래 우리의 재현이구나 싶죠. 그간 힘들었던 걸 잘 헤쳐 나와 본연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저도 인생에 있어서나 작품에 있어서나 많은 경험을 하면서 인물을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인물의 표면뿐 아니라 심연까지 들어가볼 수 있게 된 게 그때와 지금의 차이죠. 어릴 땐 막 표현해야 “저는 이 캐릭터입니다!”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어도 “저는 지금 그 캐릭터예요”라고 할 수 있게 됐어요.

코트, 재킷, 팬츠 모두 Ami. 이너 톱,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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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프로젝트로 새로운 버즈를 일으킨 지금 이 시점은 각자에게 어떤 시기인 것 같나요?
인국 요즘 문화를 배우는 중이에요. 유튜브, SNS에서 떠서 파생되는 밈 문화요. 제가 이렇게 직접 뛰어들어 밈 문화를 즐기는 건 처음인데, <썰플리> 숏츠의 ‘서인국이 보면 안 되는 안재현의 사생활’이란 영상이 제목부터 너무 웃긴 거예요. “너 지금 뭐해? 하”라고 댓글을 달았죠.
재현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대댓글을 달았죠. “국아 전화 받아.” 실제로 인국이가 카톡 메시지를 잘 안 읽어요. ‘밀당’을 잘해요.(웃음)
인국 제가 카톡 알림을 꺼놔서.(웃음) 진짜 웃긴 게 그때 제가 팬미팅 중이었는데, 팬들이 저한테 “그래서 재현 씨 전화 받았어요?”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너무 재미있어 해주시니까 ‘더 재미있게 노세요, 저도 같이 놀게요’ 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어요.
재현 예전에 저희 집에서 케이윌 형이랑 인국이랑 셋이 한 얘기가 있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곁에 있는 사람들의 결과도 덩달아 좋아지는 이 현상이 너무 뿌듯해요. 인국이도, 케이윌 형도, 석천이 형도 같이 버즈를 타는 이 밈 문화 자체가 즐거워요.
인국 아이돌처럼 유닛 활동하는 기분이에요.(웃음)
재현 리더 형님이 오늘은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네요.
인국 열심히 홍보 중일 거야.
재현 저희 케이윌 형님이 리더라 영어 연습 중이세요.(웃음)

코트 Wooyoungmi. 목걸이 Saint Laurent. 팬츠 Celine. 부츠 Prada.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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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두 분은 처음에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인국 재현이에게 너무 고맙죠. 제가 카톡 알림도 꺼놓고, 전화도 무서워하는 완전 극내향인인데 ‘이러지마 제발’ 이후 재현이가 끊임없이 연락을 해줬어요. 인연을 이어간 게 재현이죠. 이 녀석이 12년간 이걸 기획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고마워요.(웃음)
재현 제가 모델 출신이다 보니 배우 일을 하는 동갑 친구가 별로 없어서, ‘이러지마 제발’로 만났을 때 되게 반가웠어요. 친구가 되고 싶었죠. 사실 배우 일하는 친구들은 촬영 때문에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 달에 한 번, 몇 달에 한 번 연락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계속 연락이 이어지더라고요.

케이윌 씨가 오작교였군요.
재현 ‘이러지마 제발’을 찍고 나서 형이 저희에게 술을 좀 과하게 사주셨어요. 그때 셋이 친해졌어요.
인국 얘가 너무 거하게 먹어서 화장실에서 안 나오는 거예요. 너무 오래 안 나오길래 화장실에 갔더니, 뻗어서 자고 있더라고요. 너무 귀여웠어요. 그때 확 친해졌죠.
재현 변기를 안고 있었대요. 전 기억이 안 나요.(웃음)

코트, 재킷 모두 Ami.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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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인국 고마운 친구고, 보고 있으면 진짜 신기한 친구예요. 엄청 소탈하고 스스럼없어요. 저번에 재현이랑 술을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서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재현이가 “왜 그렇게 심각해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걸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술을 마셨거든요.(웃음) 저 같은 내향인에겐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재현 저는 ‘위 아 더 월드’예요. 제가 예전에 쓴 책에 그런 말을 썼던 게 기억나네요. 전 세계 인구 79억 명과 다 친구가 되고 싶은데, 나 자신 하나도 사랑하지 못하면 누굴 사랑하고 친구가 될 수 있겠냐고. 제가 요즘 꽂힌 집은 아차산 손두부집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그분들과 말벗을 하면 즐거워요. “선생님은 어떤 일 하세요?”, “이 동네 맛집은 어딘가요?” 이렇게 여쭈면서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웃음) 그러다 어떤 건물주 할머니를 우연히 알게 돼서 제가 진행하는 유튜브 콘텐츠인 <천에오십>에 모신 적도 있죠.

배우 중에 이런 캐릭터 처음 봤어요.(웃음)
인국 제가 얘기했잖아요. 얘 신기하다니까요.(웃음)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그렇게 즐겁대요. 즐길 줄 아는 멋진 친구예요.
재현 알아봐주시면 감사해서 제가 먼저 말을 걸어요.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아세요?”, “형님, 여기 두부 아시죠? 이 집 막걸리도 대박이에요” 같은 식으로. 요즘엔 인국이를 데리고 단골집에 가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제가 ‘소맥’을 좋아해서 저렴한 동네 맛집을 즐겨 찾는데요, 자양동 전철 다리 밑에 있는 기사식당, 구석진 곳에 있는 횟집을 진짜 좋아해요. 사장님이 직접 낚시도 하시고, 60대분들도 줄 서서 먹는 집 있어요. 나중에 추천해드릴게요.
인국 거기 매운탕이 맛있더라고요. 보통은 남은 회를 매운탕에 다 넣어서 끓여 먹잖아요? 그런데 재현이는 “기다려봐, 내가 해줄게” 하면서 국자에다가 뜨거운 국물을 담아 회를 샤브샤브처럼 겉만 익혀서 줘요. 그렇게 먹으면 너무 맛있더라고요. 식감이 아주 쫄깃해요.

(서인국)반지 모두 Damiani.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인국)반지 모두 Damiani.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재현)셔츠 Eenk. 목걸이 Bvlgari.

(안재현)셔츠 Eenk. 목걸이 Bvlgari.

두 분은 언제 가장 충만함을 느끼나요?
인국 저는 그 감각을 찾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최근 제가 저 자신에게서 싫은 부분을 느끼는 시기가 있었어요. 얼마 전 자기혐오에 대한 미공개 곡 하나를 썼거든요. “누가 내게 다가와도 지금은 거부할게, 그렇지만 누가 사라지는 것도 너무 싫을 것 같아”라는 가사인데, 혼자 내버려뒀으면 좋겠지만 또 내버려두진 말아줬으면 좋겠고, 그런 흔들리는 마음 상태 있잖아요. 그러던 차에 너무 큰 걸 깨달았어요. 올해 제가 데뷔한 지 15주년인데, 팬미팅을 하면서 내가 드린 위로는 정말 요만큼밖에 안 됐고, 팬분들이 주신 위로는 너무나 크다는 것을 깨달았죠. 때마침 이 뮤직비디오에도 사랑이 쏟아지니, 제게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재현 저는 바로 지금 충만함을 느껴요. 일이 많은 게 너무 좋아요. 인국이와 데뷔 연차가 똑같은데, 15년 중 4년쯤 쉬었죠. 참 쓸쓸하고 외롭고 궁핍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쁘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제가 받는 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국 뚝딱대지?(웃음)
재현 어!(웃음) 제가 무언가를 줄 땐 “야 이거 되게 맛있어, 먹어봐”라고 할 수 있는데 챙김을 받을 땐 “어…!” 이 상태가 돼요.(웃음)
인국 얘가 술자리에서 뭐라 그랬냐면, 요즘 자기가 너무 행복하대요. 유튜브 콘텐츠 <천에오십>을 하면서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너무 잘 맞고 재미있대요.
재현 그래서 전 예능이 좋아요. 전 웃음이 제일 좋거든요. 앞으로는 연기로도 웃음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안재현)재킷, 티셔츠 모두 Ami. 반지 모두 Lowool. 데님 팬츠, 벨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인국)재킷 Kimseoryong. 데님 팬츠 Diesel. 목걸이, 반지 모두 Damiani. 슈즈 Fendi.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재현)재킷, 티셔츠 모두 Ami. 반지 모두 Lowool. 데님 팬츠, 벨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인국)재킷 Kimseoryong. 데님 팬츠 Diesel. 목걸이, 반지 모두 Damiani. 슈즈 Fendi.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앞으로 둘의 계획은 어때요? 어떤 배우, 가수, 예능인이 되고 싶나요?
인국 저는 이제 배우와 가수의 경계를 두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그냥 아티스트이고 싶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어요. 지난해엔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상을 받기도 했죠. 어릴 때보다 욕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다 실천에 옮기고 싶은데, 지금 기획하고 있는 건 버스킹이에요. 회사에서는 물론 한숨이 나오겠지만(웃음) 팬분들과 시민분들을 거리에서 노래로 만나보고 싶어요. 제 뮤직비디오도 직접 연출하려고 준비 중인데, 아포칼립스 소재거든요.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동화책으로 내볼까도 고민 중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후회 없이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보고 싶어요.
재현 저도 일 벌이는 걸 좋아해요. 제가 디자인하는 주얼리 브랜드를 중국에도 판매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전시도 해보려고 해요. 미국에서 활동하는 제이콥 설이라는 플라워 아티스트와 협업해 성수에서 할 계획이에요.
인국 악역 한번 해라. 진짜 재밌어. 영화 <늑대사냥>에서 악역 연기를 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재현이의 악역이 보고 싶어요. 저는 캐릭터를 볼 때 이면적인 성향을 재미있어 하거든요? 이를테면 제가 남자답고 거친 이미지고 재현이는 곱고 선한 느낌인데, 정작 제가 재현이를 좋아하는 게 이면적이잖아요. 재현이같이 선하게 생긴 모습으로 악역을 하면 엄청난 게 나오지 않을까, 동료 배우로서 기대합니다.

전 안재현 씨의 치정 멜로 기대해보겠습니다.(웃음)
재현 너무 좋죠. 버석버석한 거. 저 이제 버섯이 될 것 같아요.
인국 버석버석이 뭐예요?(편집자 주: 사연이 있을 것 같은 건조한 인물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요즘 유행어)
재현 표고버섯 맛있는 거 있잖아.

서인국 씨는 너무 다양한 배역을 해봐서, 앞으론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궁금해요.
인국 저도 끊임없이 욕심이 나요. 악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목이 마르고,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두 분은 각각 무엇을 믿나요?
인국 저 확실한 거 있어요.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나요. 매번 높이는 다르지만 굴곡은 항상 있어요.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심해 밑까지 갔다가 해수면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는 걸 믿기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와, 나한테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지금 이러지?’라 생각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이후에 나에게 어떠한 시련이 올 때 이 일로 버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큰 힘이 돼요.
재현 저는 로또를 자주 사요. 당연히 늘 실패예요. 저만의 미신 아닌 미신인데 그렇게 낙첨된 것 자체가 액땜인 거예요. 당첨되면 땡큐, 낙첨되면 이걸로 이미 액땜. 즉석 복권을 꽝이 나올 때까지 긁는 것도 방법이죠. 어차피 복권 산 돈은 좋은 데 기부되니까 좋은 일을 한 셈이고 액막이도 한 걸로 치는 거예요. 또 하나는, 저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라는 책을 좋아하거든요.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배가 지그재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멀리서 보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흔들려도 잘 나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걱정한들 시간이 흐르고 있고, 일분일초도 과거고, 빨리 과거에서 벗어나서 지금을 살자.”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브 온!

Credit

  • Feature Editor 이예지
  • Photographer 김선혜
  • Hair 김민경(서인국)/정현(안재현)
  • Makeup 성미현(서인국)/이소예(안재현)
  • Stylist 윤대희(서인국)/윤현지(안재현)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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