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이승희, 비전공자 마케터의 일일
마케터 이승희는 일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시도 쉬지 않고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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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공과를 졸업하고 손재주가 없는 탓에 환자를 상담하는 병원 코디네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더라고요. 현재 마케터 커리어와는 거리가 먼 시작이예요.
원장님께 매일 “센스 없다”고 혼나던 직원이었어요. 늘상 센스를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책 <센스가 없다면 벤츠를 꿈꾸지 마라>를 읽고 작가님께 제 상황에 대해 메일을 썼어요. 광고기획자였던 작가님이 진행하는 마케팅 강의에 초대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마케팅의 세계에 흠뻑 빠져버렸어요. 그때부터 전문 서적을 찾아 읽고 서울에서 열리는 강의들을 쫓아다녔어요. 제 고향이 대전이거든요. 관련 자격증도 땄고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블로그, 홈페이지 등 병원 온라인 채널을 늘린 게 커리어에 시작이었어요. 2010년 당시만해도 병원들이 온라인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았거든요.
이후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했죠?
입사 전부터 ‘배달의민족’에 대한 팬심이 상당했거든요. 관련 이벤트에 모두 참여했고 회사 직원분들에게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보내기도 했어요. 페친이었던 우아한형제들 장인성 상무님이 제가 하는 일을 페이스북으로 지켜보고는 이직 제안을 하셨어요.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짐을 싸서 서울로 향했어요. 그때만해도 우아한형제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라 주위 만류가 있었는데 마케팅을 잘 배우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이직했죠.
첫 출근날 엄청 떨렸겠어요.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고대하던 커리어의 시작이니까요.
설레기도 했고 긴장도 되었어요. 출근길을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우아한출근 을 달아 기록도 시작했죠. 여러 직원과 페친을 맺고 있던 터라,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회사와 마케팅을 덕질하는 직원을 데려왔으니 회사의 기대가 컸어요. 하지만 인성 상무님이 제가 “일을 너무 못해서 당황했다”는 말을 참 자주하셨어요. (웃음)
이론과 실무는 늘 따로 가는 법이니까요.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몰랐던 것 같아요. 마케팅에서 이론 공부는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저는 맹목적으로 자격증 코스를 위한 수업을 많이 들었거든요. 마케터는 경험 자산이 가득해야 일할 때 도움이 돼요. 회의시간마다 아이디어를 내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했고, 본가에서는 누워있길 좋아하는 집순이였거든요. 단 한번도 팝업스토어나 행사, 페스티벌을 가본 적이 없으니 머릿속에 사람들의 대화가 그려지지 않았죠. 그때부터 매주 놀러다녔어요. 다시 본가로 내려갈 수 없으니 1-2년은 일단 버티는 마음으로 다녔어요.

학습, 애호와 프로페셔널의 영역은 다르잖아요. 우아한형제들을 지나 프리랜서, 네이버로 이직까지 10여년의 시간동안 꽤나 고군분투했을 듯싶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해도 말이에요. 마케터로 꾸준히 성장한 동력이 무언가요?
SNS를 통해 꾸준히 기록을 남기지만 솔직히 저는 카피라이팅에 능한 마케터가 아니에요. 대신 카피를 잘 쓰는 동료를 빠르게 알아봐요. 그들에게 부탁을 참 잘하죠. (웃음) 둘째는 피드백을 여러 사람들에게 받아요. 제 능력을 갈고 닦으며 깎아 나가는 과정을 즐겨요. 동료들에게 정말 많이 배워요.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커뮤니케이션, 카피라이팅부터 대중의 마음을 읽기 위해 맥락을 빠르게 파악하는 눈까지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이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나중에 또 바뀔테지만 2022년 7월에 저는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 것, 귀찮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요.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의례 SNS 이벤트를 열어요. 왜냐? 전에 반응이 좋았으니까요. 새로울 것이 없이 관습적으로 일하는 걸 지양하려고 해요. 최근에 캠페인을 위해 온라인 페이지를 제작하는데, 어느 동료가 “페이지 하단에 ‘친구에게 공유하기’ 버튼은 왜 한번도 안 바뀌는 걸까요?”라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없는 사람, 가족에게 공유하고 싶은 사람, 자신에게 공유해서 여러 번 보고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예요. 그래서 그 버튼을 수정해서 페이지를 오픈했어요. 그때 크게 반성했어요. 마케팅은 예측가능한 일만 하는 직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회사는 예측 가능한 성공, 성과를 원하잖아요.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반대할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초기엔 리더나 실무자의 말을 따르는 편이에요. 저보다 조직이나 상황에 대해서 잘 아니까요. 그 안에서 더 참신하고 재밌는 걸 찾아내는 게 제 일이에요. 제가 회사에 적응을 하고 조직이 저를 신뢰할 때는 의견을 밀어붙이기도 해요.

궁극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회사도, 자신도 성장하죠.
뻔한 이야기 같은데, 일 속에서 ‘자신’을 계속 생각해야 해요. ‘이 일이 왜 나에게 왔지?’, ‘나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나?’, ‘나는 얼마나 성장했나?’ 등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방점을 찍어야 해요. 회사가 내 커리어, 인생을 보장할 수 없다면 다른 도전도 함께 이어가야 하죠. 반대로 회사 일이 자신의 성장을 저해한다면 빨리 그만두고, 종일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해요. 저는 회사 안에서 나의 존재감, 일에 대한 생각 등을 SNS에 기록하면서 성장했어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롯해 ‘영감노트 @ins.note’ 계정을 운영하고 있죠? 책 <별게 다 영감>, <기록의 쓸모> 등도 썼고요. 반복되는 9 to 6 회사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사람들과의 대화나 생활 속 경험이 단초가 돼요. 최근에 퍼포먼스 마케터 친구랑 밥을 먹다가 “솔직히 캠페인 잘되면 결과 보고서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이야길 했어요. 너무 잘되면 수치를 확인할 필요없이 모두가 프로젝트를 알거든요.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누군가 자신의 팀장님께 “성공이 뭘까요?”라고 물은 대화를 떠올렸어요. 친구네 팀장님이 “그건 네가 아직 성공을 못해봤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는 거예요. 그 때 “아 그렇구나, 잘 되는 것과 성공한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또 하나 있는데요. 최근에 식당, 카페 화장실을 갈 때마다 이솝 핸드워시가 놓여있었는데 그 속은 죄다 물이었어요. ‘이번엔 아니겠지!’하면서 펌핑을 하면 물이 또 찍! 나오고. ‘또 속았구나!’ 싶어서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전국 이솝 사기행각에 대해서 인스타그램에 글을 썼어요. 어느 누구도 이솝 핸드워시 쓰는 가게라 기억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브랜드 호감만 떨어트린다고요.

승희님이 생각하는 ‘일잘러’는 어떤 모습인가요?
결국에는 일이 되게 만들어내는 사람이요. 자신에게 뛰어난 역량이 없더라도 사람을 끌어 모아 일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흔히 마케터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아도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그래서 궁극에는 트렌드를 만드는 지경에 이르죠. 자신의 역량과 강점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야 말로 일을 잘해요. 도움을 청할 업무와 사람까지도 명확하게 판단하니까요.
「
네이버 마케터 이승희 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하루에 23개나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아이즈매거진. 또 재밌는 계정을 마구 팔로우해둔 트위터도 영감에 도움이 됩니다.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9시간. 종일 PC로 SNS를 접속해두는 편.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당근마켓, 토스, 주식 어플. SNS를 제외하면 금융 어플을 제일 많이 사용합니다. 덕질 중 가장 재밌는 덕질은 돈덕질이니까요. (웃음)
Credit
- Freelance Editor 유승현
-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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