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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 막스마라가 선정한 아티스트, 엠마 탤벗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2020’을 수상한 엠마 탤벗의 작품이 마침내 공개됐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여성상을 직조해내는 그녀의 예술 세계에 대해.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2.11.07
 
Emma Talbot, Detail From Volcanic Landscapes, 2022

Emma Talbot, Detail From Volcanic Landscapes, 2022

영감, 미래, 시각예술 …. 패션과 아트는 수많은 키워드를 공유한다. 디자이너들은 예술에서 다음 시즌의 힌트를 얻는 한편, 다가올 세대의 예술을 후원한다.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은 그 뚜렷한 교집합 위에서 출발한 예술상이다. 막스마라와 콜레치오네 마라모티, 영국의 화이트 채플 갤러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막스마라 아 트 프라이즈 포 우먼의 기치는 3가지로 요약된다. ‘여성’, ‘개인전 이력이 없는 신진 작가’, ‘이탈리 아의 아름다움을 새롭고 현대적인 관점으로 포착할 수 있는 재능’. 헬런 캐먹, 엠마 하트, 안드레아 뷔트너 등 현재 자신의 세계를 역동적으로 펼치고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이 기회를 통해 주목받아왔다.
 
2020년, 여덟 번째 작가로 선정된 이가 엠마 탤벗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봉쇄가 막 시작되던 시기. 수상 직후 그녀는 이탈리아로 향했다. 막스마라의 본사가 위치한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시작된 엠마 탤벗의 레지던시 생활은 어떤 시간으로 이어졌을까? 지난 9월 4일까지 런던 화이트 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디에이지/레타(The Age/L’Eta)>에서 그 대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북부의 소도시에서 로마, 남부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리서치는 밀도 높게 이어졌고,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와 장인 정신이 깃든 텍스타일 공예, 장엄한 신전의 폐허, 에트루리아 도자기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막스마라와 함께한 엠마 탤벗의 시간과 <디에이지/레타> 전시, 예술과 패션에 대한 그녀의 관점을 <코스모폴리탄>이 직접 들었다. 그녀의 여정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다음 여행의 이정표는 이탈리아 북부로 고민해봐도 좋겠다. 탤벗의 작업을 관람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디에이지/레타>의 두 번째 전시는 레지오 에밀리아의 콜레치오네 마라모티에서 2022년 10월 23일부터 2023년 2월 1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mma Talbot, Detail From The Trials, 2022

Emma Talbot, Detail From The Trials, 2022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의 여덟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2020년의 일이었지요. 수상 이후 진행했던 작업의 런던 전시도 환호와 함께 끝났습니다.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의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은 젊은 여성 아티스트들을 진정으로 지지하는 아트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덕분에 저는 어떤 방해도 없이 꾸준하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 이탈리아의 미적 전망’이라는 주제도 흥미롭죠. 이탈리아는 서구 상상력과 미의식의 원천이니까요. 작업을 전개하는 데 완벽한 타이밍이었고, 전시를 야심 차게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엠마 탤벗, 레지오 에밀리아에 위치한 국제 패션 연구센터에서, 2021 ©Tiwi

엠마 탤벗, 레지오 에밀리아에 위치한 국제 패션 연구센터에서, 2021 ©Tiwi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을 수상한 후 레지던시에 6개월간 머물며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이탈리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세 지역에서 작품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있었어요. 예술가로서 굉장한 모험이었죠! 레지오 에밀리아에서는 재료와 기술에 몰두했습니다. 친환경 소재인 재활용 실크를 발견해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볼지 고민했고, 3D 아트워크와 기계 니팅을 접목하는 방법도 찾았죠. 시칠리아에선 에트나 화산의 유적지에 머물렀고, 로마에서는 국립 에트루리아 박물관의 발렌티노 니초 관장과 헤라클레스 신화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연구했어요.
 
이번 전시 <디에이지/레타>의 작업에도 그 경험이 반영됐겠군요.
맞아요. 프라토와 코모,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진행했던 리서치는 모두 작업의 표면과 물질성으 로 형상화됐습니다. 시칠리아의 아그리젠토 폐허는 세계적인 헤라클레스 관련 유적인데, 그 이미지를 전시장 안 거대한 실크 벽걸이 그림에 직접적으로 표현했어요. 시칠리아는 영속농업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영속농업의 12가지 원칙은 이번 전시에서 상연된 애니메이션 <트라이얼>에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됐어요. 노년의 여성이 헤라클레스의 과업(Trials)을 재연하는 작품인데, 로마에서 진행했던 신화 연구가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죠. 
 
(왼쪽부터)루이지 마라모티, 엠마 탤벗, 사라 피치니니.

(왼쪽부터)루이지 마라모티, 엠마 탤벗, 사라 피치니니.

고대 설화를 통해 지금의 세계를 바라본 건가요?
신화 속 헤라클레스는 죄를 저지른 후 재판을 통해 ‘12가지 과업’을 수행합니다. 그가 과업을 이뤄가는 과정은 살상, 포획, 절도 등 공격적인 행동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 이야기의 완벽한 예시입니다. 긴 시야로 보면, 헤라클레스의 행동은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해요. 단지 힘을 보여줄 뿐이죠. 서구 세계에서 ‘신화’란 문명과 힘을 해석하는 틀의 원형입니다. 저는 그 틀의 주인공으로 젊은 남성 대신 나이 든 여성을 상상해봤어요. 노년의 여성은 폭력 대신 공정함과 이해, 상식, 상호주의에 근거해 권력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그녀는 노화와 기후 위기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헤쳐나가는 또 다른 힘, 사회를 재건할 수 있는 여성적인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디에이지/레타>의 아이디어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성의 세 시기’에서 비롯됐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여성의 세 시기’를 보며 그림 속 인물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림에는 벌거벗은 채 부끄러워하며 서 있는, 백발의 할머니가 묘사돼 있어요. 제 머리카락도 그녀처럼 잿빛이죠. 여성의 모습에서 제 미래가 겹쳐 보였어요. 저는 나이 든 여성을 나약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대신, 누구보다 활동적인 힘을 지닌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죠. 
 
Emma Talbot, Detail From The Trials, 2022

Emma Talbot, Detail From The Trials, 2022

그 느낌이 어떻게 이번 작업으로 이어졌을까요?
로마 국립 미술관에서 ‘여성의 세 시기’를 관람하던 당시, 저는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죠.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실패하는지, 더욱 다양한 사람에게 더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놓쳐버리는지에 대해서요. 그 후 저는 로마 국립 미술관이 이탈리아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건 제게 상징적으로 느 껴졌어요. 마치 현대 국가가 억압하고 싶어 하는 전통(미신, 조강지처의 이야기, 민속 설화,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상징이 이 늙은 여성인 것 같았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이런 고대 지식을 계속 탐색하고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에요.
 
당신의 작업에는 ‘여성의 노년’이라는 주제가 꾸준히 등장합니다. <디에이지/레타>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늙음을 바라보았나요?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가 노화를 바라보는 태도를 다시 구성해보고 싶었습니다. 나이 든 여성들을 표현하는 방식, ‘연령’이라는 개념에 대한 통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까지도요. 자본주의의 속도와 공격성은 무효하고 파괴적인 반면, 나이 든 여성의 지혜와 조언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죠.
 
실크와 재활용 패브릭, 니팅까지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소재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용됐습니다. 어째서 이런 소재를 선택했나요?
예술 작업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만, 그 아이디어를 번역한 후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물리적 제작 과정에서 가능하죠. 영속농업을 이야기한 설치 작품에 저는 다양한 친환경 소재 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로마의 고대 유물을 인상 깊게 본 적 있는데, 금속 표면에 남성의 근육질 몸매를 새겨놓은 갑옷이었죠. 그 갑옷의 방식대로 노화된 피부를 표면에 재현한 노파의 3D 조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치 그녀의 경험과 지식이 노파를 견고하게 보호하는 것처럼요. 레지오 에밀리아에 위치한 디지털 니트 회사 아이맥스와 협업해 형상 제작을 위한 니트 표면을 생산했고, 니팅 머신으로 3D 요소를 더했어요. 코모의 패브릭 회사 만테로 세타에서 배운 100% 재사용 실크도 함께 사용했죠. 노년, 인생의 주기, 재생의 모티브가 이러한 소재를 통해 더욱 깊이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Emma Talbot, Detail From Ruins, 2022

Emma Talbot, Detail From Ruins, 2022

패션과 예술은 언제나 특별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패션, 그리고 좋은 예술의 정의는 뭔가요?
최고의 예술은 아티스트가 그들의 작품에 완전히 빠지는 순간, 그 진실한 감각 속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경계에 도전하는 실험적인 작품 앞에서는 언제나 흥분하게 되죠. 패션이 하는 일도 같아요. 우리의 시간 속에서 계속 움직이고 발전하며 활기찬 에너지를 공유하죠.
 
여성으로서, 아티스트로서 21세기 예술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예요. 예술은 지식을 공유하고, 대안적 사고를 도입하고, 우리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귓가에 속삭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예술은 시대를 말하고, 시대에 도움이 되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티스트는 시대에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메신저라 할 수 있죠. 
 

ARTIST 엠마 탤벗

1969년생.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버밍엄 예술 디자인학교와 왕립 예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드로잉, 회화, 애니메이션, 조각 작품 창작을 통해 내면의 서사를 그녀만의 경험, 기억, 심리적 투사에 근거해 시각적인 시어(詩語) 혹은 연상적 반추로 표현한다. 자신의 창작문과 자료 글을 다른 문학작품 혹은 시적 자료에 융합시키는 그녀는 작품을 통해 페미니스트 이론과 스토리텔링, 생태정치학과 자연 세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적확한 질문, 언어와 의사소통 등 복합적 이슈에 대해 고찰한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예술감독을 맡아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라는 주제로 꾸민 제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전시 중이며, 2022년 11월 27일까지 계속된다. ©Studio Abbruzzese

Credit

  • editor 김예린
  • photo by Dan Weill(전시 오프닝)
  • 글 정미환
  • all artworks Courtesy The Artist ⓒ Carlo Vannini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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