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의 숨겨진 조력자! 빅히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민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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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숨겨진 조력자! 빅히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민

빅히트뮤직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책임지는 숨겨진 실력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민. 평창 동계올림픽, 롯데카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하다 엔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빅히트뮤직 크리에이티브실의 실장으로서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비주얼 브랜딩, 빅히트의 새로운 보이 그룹 크리에이티브 총괄까지 맡고 있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1.2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민

이미 세계적인 아티스트였던 BTS를 새롭게 리브랜딩한 〈Dynamite〉,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에세이집처럼 심플하게 담은 〈BE〉, 직관적이며 강력하고 귀여운 〈Butter〉까지 만들어낸 김성민 실장의 전작은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그래픽디자인.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 경험을 익힌 셈이다.
당신이 정의하는 ‘비주얼 디렉팅’이란 무엇인가?
K팝 소비자들이 보는 모든 것을 연출하고 조율하는 것. 이유 없이 만드는 건 하나도 없다. 단지 비주얼로 쇼크를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맥락이 있도록 만드는 게 비주얼 디렉터의 일이다.
 
BTS와 TXT 앨범, 타이틀 BI&VI, 비주얼 애셋 개발을 하면서 아티스트의 브랜딩을 담당했다. 엔터사에서 브랜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처음엔 콘셉트를 잡는다. 그것은 음악과 춤,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구현되고, 그것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모여 최종 결과물로 앨범이 만들어진다. 거기서 또다시 머천다이즈와 공연을 비롯한 팬 경험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다.
 
빅히트뮤직의 브랜딩과 디자인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점이 있나?
빅히트뮤직은 아티스트로부터 출발하려는 회사다. 최대한 아티스트의 아이디어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잘 구현하려 한다. 이렇게 아티스트마다 브랜딩 프로세스와 브랜딩팀이 따로 있는 엔터사는 빅히트뮤직밖에 없을 거다. 방시혁 님과 만나고 이 분이 어느 기업의 CEO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했다. 브랜딩은 정량으로 평가할 수 없고 잘했다고 지표로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대표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브랜딩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브랜딩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거다.
 
BTS의 브랜딩엔 어떤 것에 주안점을 뒀나?
내가 맡기 시작했을 때부터 BTS는 이미 세계적인 톱 아티스트였다. 브랜드로 치자면 이미 검증된, 헤리티지도 있는 완성된 브랜드인 셈이다. 이제 거기서 넥스트 브랜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샤넬과 루이 비통 같은 브랜드들도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금세 올드해져버릴 테니까.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사회적 영향력, 팬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면서 다음 스텝을 제시해야 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첫 프로젝트가 〈Dynamite〉다. K팝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및 32주 차트인을 달성한 곡, 싱글 ‘Dynamite’는 컬러풀하고 역동적인 로고 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 디스코 팝을 들었을 때 어떤 비주얼이 떠올랐나?
‘Dynamite’의 브랜드 로고 방향성은 너무나 명확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시혁 님은 “이건 복잡하지 않아, 그냥 세상에 청량하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거야. 팬데믹에 움츠러들지 말고 신나게 놀자”라고 콘셉트에 대해 말했다. 나는 이 노래가 브랜드를 리바이탈라이제이션하는 계기가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 일종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로 말이다. 그때 시혁 님이 ‘폭죽이 터지는 모습’에 대해 말했고,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마이애미 비치에서 야자수가 있는 대로변을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총괄 프로듀서와 실무자가 의견이 너무 딱 맞아 신이 났던 순간이다.(웃음)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면서 한두 시간 만에 콘셉트를 만들었다. 이때 잡은 1980~1990년대 디스코 팝 무드가 뮤직비디오에도 잘 살아 있는데, 마이클 잭슨을 연상하게 하는 댄스를 하고, 미국 주유소나 도넛 숍 같은 데서 놀고, 폭죽이 빵빵 터진다. 결국 이 앨범은 엄청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미국 1980~1990년대 극장이나 펍에 달린 네온 간판 같은 스타일로 만든 로고 타입은 시상식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지만, 이렇게 스파크가 튀어 빠르게 한 작업이 좋은 결과를 불러올 때도 있다. 구글에 ‘Dynamite’를 검색하면 이젠 폭탄이 아니라 BTS의 ‘Dynamite’가 뜬다. 부정적인 단어를 긍정적으로 만든 거다.
 
왜 사람들은 레트로한 비주얼에 열광하는 걸까?
세계가 전반적인 호황이었고 평화로웠으니까 사람들이 멋있게 노는 법을 알았다. 한국에서도 대중문화와 가요계가 얼마나 호황기였고 문화적으로 융성했나? 당시 X세대들이 지금 젠지들만큼이나 잘 놀았을 거다.(웃음)  요즘 핫 플레이스에 가면 그 당시 힙합 패션이 그대로 보인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  진짜 멋있고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온다.
 
〈BE〉는 심플하다. 흰 바탕에 검은 타이포와 함께 손 글씨로 가사가 적혀 있다. BTS가 디자인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앨범이라던데.
BTS라는 아티스트의 에세이 같은 거다. 초심으로 돌아가 위로를 전하는 앨범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과장되지 않고 심플하게, 풀 화이트로, 은근한 디테일을 넣어서 작업했다. 매대에 꽂혀 있으면 K팝 아티스트의 앨범인지 절대 모를 것 같지 않나? 산문집이나 자서전처럼 보이지. 그만큼 진솔하게 다가서려 했고, 여기엔 RM 씨를 비롯한 아티스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그의 심플하면서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멤버들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하고, 실제로 여러 부문에 참여해 크레디트에 실렸다.
 
방탄소년단 〈Dynamite〉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Dynamite〉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Butter〉의 앨범 아트는 눈에  확 들어온다. 단순하면서 강력하고,  귀엽다.
〈Butter〉는 팝아트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자세히 보면 아우트라인이나 도트로 된 음영들이 릭턴스타인이나 코믹스의 그것과 닮은 스타일이다. 직관적인 옐로와 블랙을 사용했고, 크림 버전, 피치스 버전 2가지로 만들었다. 전자는 오리지널 순한 맛이고 후자는 플레이버를 곁들인 핫한 버터랄까. 이 앨범을 공개하기 전 1시간 동안 단지 버터가 녹아 하트로 변할 뿐인 영상을 로고 트레일러로 공개했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시더라.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 클립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에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 우리만의 재치와 감각으로 밀어붙인 영상이다.
 
직관적인 버터 이미지 하나로 버터 쿠키를 비롯해 여러 공식 상품을  만들지 않았나? 버터 쿠키를 못 먹어서 성이 났던 팬들의 반응을 기억한다.(웃음)
상업적으로 하려면 많이 만들어 비싸게 팔았겠지만(웃음), 상업적 용도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려던 의도였기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 것 같다. 사실 이 IP를 활용해 더 많은 걸 만들고 싶었다. 패치로 활용하거나, 버터의 물성을 닮은 화장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K팝 엔터사인 만큼 에센셜한 것 이상의 머천다이즈는 자제하려고 한다. 예외적으로 맥도날드나 쌤소나이트와 함께 〈Butter〉 디자인을 활용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상당히 귀엽다.
 
TXT의 〈The Chaos Chapter: FREEZE〉 〈The Chaos Chapter: FIGHT or ESCAPE〉 앨범은 젠지다운 활력이 느껴진다. 이들의 브랜딩에선 뭐가 중요했나?
TXT는 플렉시블한 브랜드다. 로고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앨범마다 바뀐다. 로고가 매번 콘셉트와 브랜딩과 함께 맞아떨어지며 달라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그만큼 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그룹이라는 뜻이다.  내가 이들을 작업한 시점은 챕터 2, ‘혼돈의 장’이다. 〈The Chaos Chapter: FREEZE〉는 코로나라는 세상의 적을 만난 10대 소년들이 얼어붙은 모습을 표현했다. 싸우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프리즈’가 되어버리는. 그래서 아예 얼려버렸다.(웃음) 콘셉트 트레일러를 보면 멤버들이 얼어붙었다가 그걸 깨고 나온다. 그러면서 〈The Chaos Chapter: FIGHT or ESCAPE〉로 이어간다.
 
방탄소년단 〈Butter〉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Butter〉 로고와 앨범 커버 ©빅히트뮤직.

모두가 유튜브 뮤직을 듣는 이 시대에 실물 앨범을 만드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그런 시대기에 역설적으로 의미가 있다. 앨범은 아티스트의 IP 중 유일하게 팬들이 직접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담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손으로 만져지는 질감까지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노력한다. 
 
지금은 빅히트의 새로운 보이 그룹을 기획부터 총괄하고 있다. 어떤 그룹을 만들건가?
우리는 달라야 해, 새로워야 해, 튀어야 해 같은 강박은 없다. 그저 아티스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그들다울까, 어떤 게 가장 진정한 그들의 모습일까 고민할 뿐이다. 결국은 아티스트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꾸며내려 하면 할수록 작위적이라는 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진짜 고수는 꾸미거나 나서지 않아도 그 멋이 보이게 마련이니까.(웃음) 게다가 요즘 사회는 모두가 똑똑하기 때문에 힘 빼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맞다. 그들의 성장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습생들을 트레이닝팀에서 관리하다가 확정 멤버가 되면 레이블로 이관되고, 그때부터는 우리가 깊이 관여한다. 이들이 그저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을 하면서 자기 음악을 만들고 자기 철학도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말해보면 똑똑하고 시야가 넓어 깜짝 놀란다.
 
다른 산업에서 넘어온 케이스인데, 아이돌을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건 뭐가 다른가?
결정적으로 다른 게, 정말 난도가 높다. 아이돌은 살아 있고 변화하는 사람들인 데다 팬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대량 쏟아진다. 다른 산업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오너의 피드백이다. 오너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좋은 반응을 끌어내면 성공했다고 자축한다. 해피한 프로젝트지.(웃음) 그런데 아이돌은 무엇이든 세상에 공개됐을 때 1초 만에 수천수만 개의 반응이 쏟아지기 때문에 처음엔 매우 놀랍고 흥미로웠다. 게다가 팬들은 아티스트를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컬러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팬은 정말 고난도의 긴밀한 소비자인 셈이다.
맞다.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다른 산업에서는 이런 피드백을 들으려면 서베이 기관을 고용해 조사하고 반응을 모아봐야 한다. 엔터사는 팬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같다.
 
이전 커리어가 흥미롭다. 원래 평창 동계올림픽, 롯데카드 등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담당했다.
비주얼리스트나 브랜드 디자이너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의 장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매몰될 수 있으니까. 나는 글로벌 컨설팅 펌, 외국계 기업, 대기업,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곳을 거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껌도 커피도 만들어봤다.(웃음) 그중 평창 동계올림픽은 고무적인 프로젝트였다.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건 한 사람이 생애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이벤트지 않나? 그걸 맡을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 디자이너끼리 우스갯소리로 “여기 올림픽 해본 디자이너 있으면 손 들어봐!”라고 말할 만큼.(웃음) 한글을 활용해 디자인 테마를 만들어 전반적인 그래픽 디자인에 응용했고, 경기장, 의상, 성화 봉송 등에 사용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POCOG)와 IOC와 소통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보니 올림픽이란 게 모든 인종과 국가, 남녀노소를 품어야 하는 브랜드더라. 어떤 심벌은 어떤 문화권에서 거부감이 있는지 꼼꼼히 체크하며 작업했던 경험이 BTS라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브랜딩하는 데 도움이 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로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로고.

당신이 생각하는 잘하는   브랜딩이란?
설명이 필요 없는 것. 좋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는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로고 하나만 떠올라도 성공한 브랜드다. 이를테면 나이키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속도감과 강약, 동선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것에 그들이 지향하는 모든 바가 들어 있다. 그게 잘한 브랜딩이다.
 
당신이 한 브랜딩과 디자인엔 당신의 어떤 면모가 담겨 있나?
창작자는 본인의 페르소나와 스타일을 작업에 투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작가’라는 생각보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또는 조력자’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에 현재의 작업에서는 최대한 지양한다. 그럼에도 나의 면모가 어쩔 수 없이 담기는 지점이 있다면, 간결하고 심플하고 미니멀한 점. 그런 걸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귀엽고 예쁜 걸 만들어내야 할 땐  우리 팀과 많이 상의한다.(웃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리스트는?
3가지를 꼽겠다. 하나는 영화와 도서 분야. 둘은 날씨. 나에게는 날씨, 구름의 형태, 하늘의 색깔, 밤과 낮의 미세한 컬러 차이를 보는 게 굉장히 많은 영감을 준다. 디자이너로서 세밀한 컬러 차이를 잡아내는 게 무척 중요한데, 이렇게 자연의 색을 보는 일이 도움을 준다. 디자인의 답은 자연에 있다. 마지막은 바로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아티스트, 우리 팀원들은 물론이고 A&R과 퍼포먼스 등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사람마다 인사이트,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최근 눈여겨본 비주얼은?
뎀나의 발렌시아가 2023 서머 컬렉션 쇼는  “모든 창조는 파괴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비주얼을 선보였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휴머노이드 테슬라 옵티머스. 현실에서 가능한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직각에 다소 뒤뚱뒤뚱한데 그렇게 꾸밈없이 보여준다는 사실 자체가 쿨했다. 제임스 케머런 감독의 〈아바타 2〉 트레일러는 말해 무엇하나.(웃음) 〈아바타 1〉의 파급력도 엄청났는데, 나올 때마다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비주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리스트는 내일 또 바뀔 것이라 큰 의미는 없다.
 
그렇다면 창작자로서 의식하게 되는 비주얼은?
콘텐츠 IP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디즈니. 그리고 압도적인 포르쉐. 포르쉐는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늘 새롭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올드 모델의 헤리티지도 계속 활용하며 경쟁을 이끈다. 그런 자신감이 부럽고, 우리 레이블도 닮아갔으면 하는 부분이다.
 
요즘 잘 팔리는 비주얼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튀는 건 금방 휘발된다. 기본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청바지라면 데님의 기본 핏을 가진 상태에서 끼를 부려야 하는 건데, 그걸 비닐이나 엉뚱한 재질로 만들어버리면 더 이상 청바지가 아니지 않나. 어떤 게 자기다운 건지 잘 아는 비주얼이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는 브랜드인 슈프림을 보면, 그 기본이 뭔지 알 수 있다.
 
이 시대에 비주얼 디렉터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모 대기업에 근무할 때 쓴 사내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보이는 게 중요한 시대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넘어 그 보이는 거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예쁘고 잘생겼어, 좋아, 그다음은 뭐가 있어? 비주얼 디렉터는 그런 걸 보여줘야 한다. 단지 예쁜 것뿐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의 안목과 삶의 질까지 높여주는, 좋은 비주얼을 보면 절대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탁월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게 비주얼 디렉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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