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안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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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Merlot, Cabernet Sauvignon, Chardonnay
마트에서 예쁘게 포장된 회나 양념에 잰 고기를 카트에 담은 뒤 자연스럽게 G7 와인에 손을 뻗은 경험, 다들 있지 않나? 2009년 5월 출시 이래 온 국민이 사랑하는 테이블 와인으로, 카스 맥주와 참이슬 소주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해온 G7. 그중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은 피자, 파스타 같은 서양 요리뿐 아니라 불고기, 갈비찜 등 전통 한식과도 찰떡으로 어울리는 폭넓은 마리아주로, 언제 마셔도 실패 없는 한국인의 데일리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1만원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G7은 칠레에서 7대째 포도밭을 일궈 와인을 만드는 페드레갈 가문과 알마비바, 오퍼스원을 탄생시킨 전설의 와인 메이커 파스칼 마티의 컨설팅으로 태어난, 알고 보면 태생부터 금수저인 와인. G7이라는 이름 역시 ‘7th Generation’의 약자로 “7대째 와인을 양조하고 있으며 그만큼 믿을 만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G7이 오늘날 이처럼 대중의 기호에 완벽하게 부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어떤 제품이 특정 시장을 견인했다는 말은 과장이기 쉽지만, “G7이 국내 와인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문장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일례로 2014년 한 해 동안 1백만 병 이상 팔려 나간 G7은 최단 기간 판매를 기록한 밀리언셀러 와인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출고량 209만 병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했다. 각설하고, G7이 최근 비건 인증을 획득하며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유럽 비건 인증 ‘브이라벨(V-LABEL)’이다. 브이라벨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비건 인증 기관으로, 이곳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와인의 모든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사용되지 않은 논지엠오(Non-GMO) 제품이어야 한다. 이번에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은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3종으로 이마트, 와인앤모어 등 주류 판매점에서 리뉴얼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오는 7~8월 경부터 소비뇽 블랑까지 비건 인증 마크를 부착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대해도 좋다. 늘 곁에 있어 잊고 있던 찐친의 진면목을 재확인한 기분이 이런 걸까? 고맙게도 가격은 여전히 7천9백원이다.

와인을 주조할 때 필터링이나 정제(청징, fining) 작업 단계에서 청징제로 다양한 동물성 재료를 첨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달걀흰자, 우유 단백질 카제인, 동물의 콜라겐에서 얻은 젤라틴, 물고기 부레로 만든 부레풀 등이 그것. 비건 와인은 이런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와인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