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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고민시, 신인상 타기 전에 똥꿈 꿨다고?

“촬영 현장에 피가 튈 때 에너지를 받아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강렬한 취향으로 무장한 배우 고민시.

BYCOSMOPOLITAN2021.10.22
 
셔링 터틀넥 톱 19만8천원 잉크. 반지 12만7천원 퓨어블랙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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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보니까 촬영 전에 발레를 하고 온 것 같더라고요.
네. 영화〈밀수〉 촬영이 거의 다 끝나서 곧 크랭크업할 것 같아요. 다들 합이 너무 좋기도 했고, 류승완 감독님도 만족스러워하셔서 촬영 회차가 줄었어요.


역시 베테랑들이 모인 현장은 다르군요.
그러니까요. 꿈의 현장이었죠.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가 벌이는 범죄 활극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졌는데, 고민시가 맡은 배역을 소개한다면요?
두 분 모두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최근 제가 맡은 배역들과는 상반된 캐릭터예요. 밝은 에너지가 있고, 유머러스한 코드도 많아요. 고민시라는 걸 알고 보지 않으면 몰라볼 정도로 이미지가 다를 거예요. 분장도 무척 특이하거든요.


10월 첫 방영을 앞둔 〈지리산〉의 산악 구조대원 ‘이다원’은요?
‘다원’은 스포일러가 너무 많은 캐릭터라 자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는데요, 극 중에서 ‘다원’의 선택에 대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좀 있었지만 어찌 됐건 간에 ‘다원’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정도? 무엇보다 〈지리산〉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산악 구조대원 이야기 자체로 신선해서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데다 장르적인 요소 덕에 흥미진진하고, 지리산 전경도 너무 아름답게 나오거든요.


촬영 중에 주변을 여행할 기회도 좀 있었나요?
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전라도는 어디를 가도 음식이 너무 맛있더라고요. 구례에 2박 3일 정도 머물렀는데, 제 인생에서 피부가 제일 좋았던 시기예요. 딱히 뭘 안 발라도 피부에서 광이 나고.(웃음)


피톤치드 효과인가 봐요. 지리산 등반도 했어요?
촬영 없는 날에 한 번 올라갔는데, 지리산이 ‘엄마산’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산세가 땅을 감싸 안는 듯한 모양이래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죠.


평소 잠을 깊게 못 자는 편이라고 하던데, 그때는 잠도 비교적 잘 잤을 것 같아요.
되게 잘 잤어요. 평소에는 자다가 깨는 빈도가 잦아요. 꿈을 너무 많이 꿔서 더 피로를 느끼는 것 같고요. 작품 들어갈 때는 바빠서 못 자고, 쉴 때는 ‘아, 이러다 감 떨어지는 거 아니야?’ 걱정하다 못 자고. 좋은 작품 보면 ‘아, 빨리 현장에 가고 싶다’ 자극받아서 못 자요. 확실히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웃음)


자기 전에 생각이 많으면 꿈도 많이 꾸고, 그러다 보면 꿈에 민감해지기도 하죠.
저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꿈으로 예견하는 편이에요. 꿈을 잘 기억하기도 하고, 꿈속에서 ‘아, 이건 꿈이야’ 알아차리고 깰 수도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 꿈을 곰곰이 돌이켜보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왠지 몸이 아플 것 같다’ 생각하기도 해요.


오늘은 무슨 꿈 꿨어요?
아, 며칠 전에 좋은 꿈을 꿨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꿈 중 하나인데, 똥 꿈이에요.(웃음)


와! 그래서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나요?
일어났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비밀이에요.(웃음)(인터뷰가 있고 얼마 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고민시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 〈스위트홈〉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드레스 7만2천원 나체. 맥시스커트 42만8천원 잉크. 팔찌 17만5천원 퓨어블랙스튜디오. 슈즈 가격미정 8 by yo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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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웃음)  민시 씨는 평소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나요?
네. 저는 무조건 있어요. 데뷔 초에는 “일단 무조건 오디션 볼게요”라고 했지만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쌓다 보니 작품 자체의 예술성이나 제가 보여주려는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지를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제안이 들어온 작품 중에 흥행이 보장돼 있음에도 선택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반대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대본을 보자마자 이 작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20대에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시청률이 안 좋더라도 무조건 내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는 거겠죠? 민시 씨는 웨딩 플래너로 일하다가 과감히 배우로 전향했어요.
당시에 서울 가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250%였어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는데 사직서를 낼 때 단 한 번도 불안했던 순간이 없어요. 지금이 아니면 정말 때를 놓쳐버릴 것 같다는 단순한 느낌과 촉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250%의 확신이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닐 거예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연기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은 한 번씩 했었죠. 거의 매일 영화 관련 웹사이트를 들락거렸고요. 다른 배우들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연말에는 연기 대상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뿌듯하겠다’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이런 생각이 차곡차곡 쌓인 것 같아요. 저는 또 한번 꽂히면 완전 직진하거든요.


2016년에 〈72초TV〉 시리즈로 데뷔했죠. 그중 〈72초 직업탐구 시리즈〉 카드사 광고 영상에 ‘선영’이라는 전화 상담사로 나온 모습이 〈스위트홈〉에서 헤드셋을 쓴 ‘은유’와 어느 순간 겹쳐 보였어요.
아,  맞아요! 그런 세계관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때의 고민시는 어땠나요?
〈72초TV〉를 촬영할 땐 소속사도 없었으니까 모든 걸 혼자 했어요. 가끔은 여벌로 옷을 챙겨 오라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밤늦게까지 옷가게에서 ‘뭘 입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옷을 고르는 일도 너무 행복했어요. 페이는 말도 안 되게 적었지만 수중에 남는 돈이 없더라도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대본도 책이 아니었어요. A4 용지로 프린트할 수 있게 대사를 메일로 보내주면 제가 그걸 직접 뽑아서 촘촘히 메모해 가고 그랬거든요.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나 열정적이었고, 그때 봤던 스태프분들도 다 너무 멋져 보였어요.
 
드레스 33만1천원 수기. 셔츠 38만8천원 렉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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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마녀〉 ‘명희’, 〈스위트홈〉 ‘은유’, 〈좋아하면 울리는〉 ‘굴미’, 〈오월의 청춘〉 ‘명희’까지 거쳐온 캐릭터를 보면 주로 강단 있거나, 화가 많이 나 있는 젊은 여성들이에요.(웃음) 민시 씨에게도 비슷한 면이 있나요?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참을 수 없는 건 뭔가요?
음… 왜 먹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죠.(웃음) 아, 저 스스로가 컨트롤을 잘 못 했을 때 ‘나는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밖에 못 했지’ 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해요. 〈스위트홈〉 때도 규영 언니나 다른 분들이 “너는 스스로를 너무 옭아매는 경향이 있어. 그냥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촬영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 성질은 잘 못 버려요.


화가 바깥으로 나가기보다 안으로 들어오는군요. 고민시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했던 또 다른 생각은, 굉장히 예쁜 배우인데 오히려 개성파 배우로 입지가 다져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예요.
예쁜 연기는 저 말고도 잘하시는 분이 너무나 많고,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만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 내려놓고 하는 연기가 훨씬 멋있고 배우도 돋보이거든요. 그리고 화면에 너무 예쁘게 나오면 상대적으로 연기를 잘해도 연기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명연기’ 대신 ‘물 오른 미모’로 소비되죠.
맞아요. 저는 예쁘단 말도 좋지만 ‘연기를 잘해서 매력적인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좋아요. 그리고 사실 예쁜 구석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민시 씨가 가장 좋아하는 스스로의 얼굴은 뭔가요?
〈스위트홈〉에서 ‘은유’가 처음으로 괴물을 만나고 얼굴에 피가 튀어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는 장면이 있어요. 그 얼굴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피 분장과 때 분장을 좋아하죠.(웃음) 〈오월의 청춘〉에서도 ‘명희’가 맞선 보러 갈 때보다 후반부에 고문을 받는 장면이라든지, 아무튼 고생하는 장면에서의 얼굴이 더 좋아요.


원래 좀비물 보는 걸 좋아하고, 피 튀기는 치정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죠. 김은희 극본의 이번 작품 〈지리산〉까지, 참 한결같은 취향이에요.(웃음)
고어물이나 스릴러, 텐션 높은 장르가 제 성향에 맞기도 해요. 영화 〈마녀〉 때 처음으로 칼에 목이 베여 피 흘리는 분장을 해봤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스위트홈〉 때도 촬영 현장에 피가 튀니까 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항상 스태프들이랑 얘기하곤 해요. 나는 그런 장르가 잘 맞는 것 같다고요. 참, 이것도 미신이지만 언젠가 사주를 보니 저는 그런 역할을 해야 잘 풀린다 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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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Ahn Joo Young
  • Stylist 정희인
  • Hair 한별/제니하우스
  • Makeup 오윤희/제니하우스
  • Assistant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