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포틀랜드! 직접 살아본 후기 풉니다?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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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포틀랜드! 직접 살아본 후기 풉니다?

젊은 세대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손꼽히는 포틀랜드. 모두가 ‘우주 최강의 힙스터 도시’라 믿어 의심치 않는 곳. 그런데 정말 그럴까? 2년째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찐주민이 보내온, 과장 1도 없는 포틀랜드 정착기.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1.07.14
  
미국 이민 생활 9년 차. 친구들에게 “놀러 와, 보고 싶어, 외로워” 징징대다가도 막상 그들이 “나 포틀랜드 놀러 가!” 하고 메시지를 보내오면 갑자기 두려워진다. 나의 첫 반응은 언제나 이렇다. “있잖아, 포틀랜드는… 시골이야.” 그렇게 놀러 와달라고 매달려놓고 친구가 비행기표를 덜컥 끊고 나면, 놀러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을 주절주절 떠들게 된다. 이게 다 에이스 호텔, 스텀프타운, 킨포크 때문이다. 다들 놀러 오고 싶어 하는 도시에 살고 있으니 자랑스럽기는 한데, 또 그 ‘힙’한 이름값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를 여럿 보아온 터라 그들의 기대감을 미리 낮춰놔야겠다는 압박감이 드는 거다. 포틀랜드가 내 애인도 자식도 아닌데 만나고 나서 실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꼴이라니,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이 이 도시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인인 남편과 나는 이민 오기 전, 신혼여행으로 포틀랜드를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1990년대부터 포틀랜드에서 살았다는 남편의 친형을 그때 처음 만났다. 포틀랜드의 힙스터 문화를 풍자한 시트콤 〈포틀랜디아〉에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파타고니아’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펜들턴’ 울 체크 셔츠를 입고, 포틀랜드에 사는 대부분의 남자들처럼 수염을 길렀다. 방에는 우쿨렐레와 기타가 걸려 있고, 매일 밤 수제 맥주를 마시며 LP 레코드를 꺼내 틀었고, 아침에는 메이슨 자에 물을 따라주고 원두를 갈아 푸어오버(핸드드립이 아니라!)로 커피를 내려주고는 자전거를 타고 광고 회사로 출근했다. 당시 여행객이었던 나는 그에게 에이스 호텔이 어딨냐고, 스텀프타운 커피숍은 어딨냐고 물었다. 대답 대신 그는 〈포틀랜디아〉가 포틀랜드를 다 버려놨다고 불평했는데 그 모습마저 내게는 〈포틀랜디아〉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는 다운타운 대신 바닷가로, 산으로, 계곡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여행객 입장에서 봤을 때 포틀랜드는 생각보다 작았고, 음식이든 쇼핑이든 전에 살던 캘리포니아가 훨씬 나았으며, 다른 도시에 비해 딱히 더 할 일도 없었다.
 
포틀랜드에 산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이제야 나는 당시 시아주버니가 왜 문화적인 공간 대신 산으로 바다로 우리를 끌고 다녔는지 알 것 같다. 포틀랜드가 속한 오리건주는 10월부터 4월까지 긴 우기가 이어지는 탓에 장화와 우비를 일상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곳곳에 키가 큰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장 우리 집 뒤뜰에만 해도 10m는 족히 넘는 소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만년설로 덮인 세인트헬렌스산과 성층화산인 후드산이 있고, 도심 한가운데 윌래밋강이 흐르고, 두 시간만 운전하면 태평양을 확인할 수 있는 포틀랜드의 자연 여건은 드넓은 미국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포틀랜드 주민들은 환경문제에 대단히 예민하다. 많은 환경 단체에서 제안하는 행동이 이미 실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얼마 전 나는 동네 친구들의 권유로 페이스북의 ‘Buy Nothing’이라는 그룹에 가입했다. 가까운 이웃끼리 쓰던 물건을 버리지 말고 나눠 쓰자는 의도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한 그룹에 가입하면 다른 동네 그룹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잘 조직화돼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중고 거래 사이트 대부분에 소위 ‘업자’가 끼어들어 이래저래 물이 흐려지고 있는 와중에도, 이 그룹만은 이웃끼리 투명하게 운영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나눔을 지속한다. 유통기한이 내일인 우유가 있는데 너무 많으니 오늘 나눠 마시자고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는 내가 어디 가서 주눅 들까 봐 툭하면 “네가 동양인이라 어떻게 보일지 모르니 옷도 좋은 걸로 잘 챙겨 입고 화장도 좀 하고 다녀!” 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이건 정말이지 포틀랜드를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 포틀랜드로 이사 온 후, 내가 아끼는 예쁜 옷들은 단 한 번도 집 밖을 구경한 적이 없다. 블레이저나 울 캐시미어 코트 같은 옷도 빛을 못 보는 판에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데님 진 같은 요즘 아이템을 살 필요가 있겠는가. 알고 보니 우리 시아주버니의 스타일이 좋았던 게 아니었다. 그분 역시 그 옷만 일 년 내내 유니폼처럼 입는다. 파타고니아 점퍼 한 벌에 장화 한 켤레면 오리건의 온화한 겨울을 스타일리시하게 보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이상으로 입을 기회도 날씨도 없다는 걸, 그래서 그 돈을 모아 뒤뜰 꾸미는 데 쓴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포틀랜드의 1980~90년대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것도 트렌드나 ‘힙’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온 친구와 그 유명한 ‘에브리데이 뮤직’ 레코드 스토어에 들어갔는데,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그린데이’나 ‘건즈 앤 로지즈’ 팬들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저이들은 지난 30년간 그 시대의 스타일에서 한 번도 벗어날 생각을 품었던 적이 없다. 그러니 이곳은 힙스터의 도시가 아니라 너드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도시라는 편이 맞다. 포틀랜드에 놀러 왔던 패션 포토그래퍼가 “도대체 포틀랜드가 왜 이렇게 좋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했을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대략 이해가 갔다.
 
포틀랜드는 분명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도시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를 보여주는 롤모델인 것만은 확실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도시의 속도나 유럽의 규격화된 ‘멋스러움’과는 다른 종류의 문화가 저변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별난 상태로 내버려둬)”라는 이 도시의 슬로건은 ‘우리는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부자 도시’, 수치에 목매는 ‘성장형 도시’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옷 수선 프로젝트’나 여자들끼리 모여 만든 위스키 주조장, 작은 카라반 호텔 프로젝트 같은 걸 찾아내고 나면, 포틀랜드가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우리 동네로 놀러 와 가정집에서 키우는 닭들이 계란을 낳는 순간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요즘 우리 동네 주민들은 ‘텃밭 가꾸기’를 넘어 ‘닭 키우기’, ‘염소 키우기’에 취미를 붙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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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강보라
    freelancer editor 손혜영
    photo by ⓒ2021 Travel Portland
    art designer 조예슬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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