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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두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 수 있어! 퇴사 각 서는 이모티콘 만드는 방법!

이거 잘되면, 다 같이 퇴사하는 겁니다?

BYCOSMOPOLITAN2021.06.09
 
최근 홍현희가 진행하는 카카오TV 오리지널 웹 예능 〈빨대퀸〉에 이모티콘으로 월 1억2천만원을 번다는 이모티콘 작가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연봉 2천만원의 박봉 직장인이었다는 그는 퇴사 후 취미로 이모티콘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 공식 등록된 이모티콘만 40종이 넘는 인기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아니, 저렇게 대충 끄적거린 낙서 같은 그림으로 어지간한 직장인 두세 명 연봉에 버금가는 수익을 낸다고? 러프한 그림체를 보고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막상 실천에 옮기려니 뭣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누구나 다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작가의 말은 겸손함일까, N잡러에게 전하는 희망일까? 과연 똥손도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이모티콘 제작 과정에 대한 몇 가지 물음표를 해소해봤다.
 
 

전업 작가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이모티콘 관련 서적 저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신이 ‘평범한 직장인’이었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모티콘 작가가 되는 데는 특별한 자격 제한이 없다. 별도의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도 없으며, 카카오톡 계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플랫폼에 시안을 제안해 승인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공간적 제약 없이 자투리 시간을 내 시안을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한몫한다.

 
 

감히, 똥손 따위가 어떻게?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그림을 못 그려도 이모티콘을 만드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그림 실력이 좋다면 미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그림보다 중요한 건 콘셉트와 아이디어다. 이모티콘 스토어의 인기 상품 목록에서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싶은 이모티콘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왈 작가의 ‘너 눈을 왜 그렇게 떠?’는 캐릭터의 완성도보다 콘셉트와 멘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이모티콘의 대표적인 예다. 귤제리 작가의 ‘베어꾸로 말하라꾸’처럼 아예 대충 그린 그림체를 콘셉트로 내세운 이모티콘도 있다. 심지어 범고래 작가의 ‘빡치는 답장’ 시리즈는 간결하기 그지없는 그림체를 ‘복붙’해 같은 그림에 멘트만 바꿨을 뿐인데, 그 성의 없음과 기발함의 경계에 선 아이디어가 예상 밖의 인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윈도우 그림판에 마우스로 스케치 초안을 그린 뒤 포토샵으로 보정했다는 후문이 전설처럼 전해질 정도.
 
 

전문 장비가 없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문가용 장비가 없어도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최소한의 장비는 필요한데, 일상에서 흔히 쓰는 태블릿 PC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 애플 펜슬의 후광을 입은 아이패드는 물론 S펜을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 탭과 갤럭시 노트 역시 훌륭한 창작 도구다.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판형 태블릿에 비해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닐 수 있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적합하며, 태블릿과 달리 디스플레이 화면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이패드 유저인 나는 아이패드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손꼽히는 회화 전용 앱 ‘프로크리에이트’와 애니메이션 특화 앱 ‘클립스튜디오’를 참고하기로 했다.
 
 

뭘 얼마나, 몇 개나 그려야 할까? 

카카오톡 기준 이모티콘 포맷은 크게 3가지다. 크기와 애니메이션 여부에 따라 정적인 그림 형태의 ‘멈춰 있는 이모티콘’, GIF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는 이모티콘’, 일반 이모티콘보다 사이즈가 커 채팅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큰 이모티콘’으로 분류되며, 심사 시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24개, 멈춰 있는 이모티콘은 32개, 큰 이모티콘은 16개의 시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모티콘 심사는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 웹사이트상에서 진행되며, 제안 후 2~4주 뒤에 결과가 통지된다. 상품성과 적절성을 평가한 뒤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데, 미승인되더라도 별도의 거절 사유나 피드백은 공개되지 않는다. 똥손에게 애니메이션은 무리라 ‘멈춰 있는 이모티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나만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데, 이미 출시됐다고? 

웹툰 작가는 물론 디자인 전공자, N잡러 등 온갖 손재주 좋은 능력자가 포진한 이모티콘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일례로 이모티콘 스토어에서 ‘토끼’ 하나만 검색해보더라도 수백 개의 이모티콘을 찾아볼 수 있다. 비슷한 이모티콘이 대거 출시돼 있는 상황에서 유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귀엽고 예쁘기만 한 캐릭터보다는 매력도를 높이는 독특한 콘셉트가 필요하다. 〈아이패드로 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 저자 진선호는 과거 자신이 미승인받았던 시안을 분석한 결과, “이모티콘은 콘셉트가 있으나 실용성이 낮거나, 콘셉트가 없거나 희미한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대화방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한 콘셉트는 자칫 이모티콘의 실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재미있긴 한데 이걸 대화에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콘셉트만 강조된 이모티콘이고, 반대로 귀엽기는 한데 뭔가 재미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콘셉트가 부족한 경우죠.” 카카오콘 이모티콘 스튜디오는 이모티콘 구상에 앞서 카카오톡 대화 속에서 자주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할 것을 권장하는 동시에, 1:1 대화, 그룹방 대화, 연인 사이, 친구 사이, 직장에서, 가족끼리 등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미리 고려하라는 공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사전 시장조사도 필수다. 가급적 비슷한 콘셉트가 없는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심사 경쟁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눈에 익은 이모티콘은 없는지, 다른 작가들은 유사한 콘셉트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카카오 이모티콘샵 내에서 이모티콘을 다양하게 분류해놓은 ‘스타일’ 탭을 활용할 수 있는데, 다양한 레퍼런스를 분석하다 보면 내 시안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표절 의혹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쓰고 싶은 이모티콘 찾다가 없어서 내가 만든다는 마음으로 

이모티콘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는 크게 콘셉트, 캐릭터, 멘트다.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로 캐릭터 이모티콘 만들기〉 저자 이광욱은 콘셉트를 잡을 때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인이 속해 있는 그룹에서 많이 쓸 수 있는 메시지를 구성하려는 생각은 좋지만, 콘셉트는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냥 넓은 의미의 학생이나 직장인보다는 ‘게으른 학생’이나 ‘상사 뒷담화 전문 직장인’처럼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부여해, 재밌고 독특한 표현을 구현하라는 것이다. 이런 조언을 참고해 평소 내가 어떤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지부터 되돌아봤다. 평소 나는 예쁘고 앙증맞게 완성도 높은 캐릭터보다는 그림체가 날것 같더라도 멘트가 재밌는 이모티콘을 선호하기 때문에, ‘드립형’ 이모티콘을 제작하기로 했다. 욕이 나오는 상황에서 실제로 욕을 할 수 없을 때, 이 그림 하나면 시원하게 분풀이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상상하며 말이다. 웃으면서 욕하거나 발음이 한국어 욕처럼 들리는 영어를 쓰는 평소 습관에 착안한 결과, ‘빙샹이의 영어교실’이라는 테마가 완성됐다. 그림 실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는 가급적 심플하게 그리기로 했다. 대부분의 이모티콘 캐릭터가 둥글둥글한 이미지인 것과 차별화해 캐릭터의 얼굴 모양은 네모로 설정했으며, ‘모난’ 성격으로 시원하게 대신 욕해주는 캐릭터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았다. 멘트는 캐릭터에 ‘캐릭터’를 더해주는 장치다. 영어 교실이라는 테마를 고려해 발음이 흡사 한국말 욕 같은 영어 단어나 문장을 활용해 각각의 상황과 의미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 뜻과 발음이 따로 노는 ‘She follow me’, ‘Shiva(인도의 시바신)’, ‘Sea Pearl(바다조개)’ 등이 그 면면. 아래는 그렇게 완성된 나만의 이모티콘 스케치다. 나만의 이모티콘을 만드는 과정은 ‘저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닌 한편,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 미지의 세계도 아니었다. 비록 똥손의 한계를 극복할 순 없었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 할수록 예쁜 그림체보다는 카톡방에서 써보고 싶은 재밌는 아이디어와 함께 눈에 띄는 콘셉트만 있다면 적어도 ‘승인’은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모티콘 판매 수익은 대략 구매 건당 6백~7백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나마 이모티콘으로 한 달에 1억2천을 버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잘 팔리지 않는다 해도 뭐 어떤가. 자신이 직접 그린 이모티콘을 일상의 채팅방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젠체하기 좋은 일도 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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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
  • art designer 오신혜
  • reference book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로 캐릭터 이모티콘 만들기>
  • (비제이퍼블릭)
  • reference book <아이패드로 돈 버는 이모티콘 만들기>(더블엔)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