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 안 쓰고 어떻게 물건을 집어?
“초콜릿을 집어먹는 손 모양을 보고 ‘남혐’이라는데 그럼 음식 먹을 때 대체 어떤 손가락을 사용해야 되죠?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는 뭔가를 집을 때 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나요? 아님 손바닥으로 음식을 집어야 하는 건가요? 이런 말 왜 나오는지 진짜 이해 안 가요. 왜 그러는지 나만 궁금해요? ” -34세, 여성, 출판업계 종사자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파
“백분 토론에 ‘젠더 갈등’을 주제로 놓고 국민의 힘 이준석 전 최고의원과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신지예 대표가 토론을 했는데요. 남초들은 ‘이준석이 신지예 발랐다’고 좋아하고, 여초들은 ‘신지예가 이겼다.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양극화의 끝을 달리는 두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논리들을 펼칠 때 유독 힘들어 보이던 사회자의 모습에 빙의된 건 저뿐인가요?” -24세, 여자, 대학생
요즘 1020들이 더 한 듯
”그런데 요즘엔 어릴수록 더 ‘페미’니 ‘한남’이니 하는 말에 예민한 것 같아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체육복 갈아입을 때 당연히 남자는 나가서 입는 거고, 여자들은 교실에서 입는 거였는데. 이젠 10대 남자애들 사이에서 ‘남자들은 왜 탈의실 없냐’고 불평등하다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 37세, 남성, 자영업자
이러면 너도 기분 좋겠니?
“저는 이쪽도 저쪽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저한테 ‘너도 페미냐’라고 묻는다면 직장 내에서 ‘페미’라는 프레임이 저에게 쓰일까 봐 당황해서 아니라고 할 것 같아요. 요즘엔 ‘페미=메갈’ 이런 쪽으로 인식이 굳어지고 있잖아요. 남자들한테도 ‘너 한남이냐?’ '너 일베냐?' 이러면 기분 나쁠걸요?” – 28세, 여성, 사회복지사
댓글 수준 무엇?
“성범죄 관련 뉴스를 보다 ‘성범죄에 대해 엄걱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남겼더니 밑에 ‘페미니?돼지니?’ 라는 댓글이 붙더라고요? ‘페미는 질병’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던데. 이런 사고방식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무시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정도면 그 사람들 멘탈에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 30세, 여성, 회사원
자꾸 말하니까 보게 되는 것
“전 페미니, 한남이니 하는 이런 이슈에 관심도 없었는데 미디어를 포함한 주변에서 ‘남혐 논란’이일었다고 해서 오히려 더 찾아보게 됐어요. 아 왜 이렇게 양극화하면서 힘들게 살아야 되는 거예요. 우리 모두 행복해지면 안 되나요?” – 33세, 남성, 바리스타
‘이도 저도 아니다’가 답
“현재로서는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난 아무 쪽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대처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두 입장에 합의점이 없고,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 32세, 남성, 마케터
그런 걸 왜 직장에서 물어?
“직장 내에서 ’너 페미야?’라고 묻는 건 함정 질문 같아요. ‘내 말 안 듣는 사람’으로 규정짓기 위해 묻는 질문인 거죠. 무슨 뜻인지 알고나 말하는 지 모르겠어요. 그냥 맘에 안 드는데 상대가 여자이면 페미인 건지? 이런 질문에 ‘Yes’ 나 ‘No’로 대답하지 말고 되물으세요. 페미가 뭐라고 생각하냐고요”- 33세, 여성, 직장인
그래, 나 페미니스트다
“한 번도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것이 꺼려진 적이 없어요. 페미니즘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안에 어떤 생각과 주장이 있는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일부 곡해된 의견들을 ‘페미’라고 지칭하며 비난하곤 해요. “너 ‘페미’냐?”와 “너 ‘메갈’이냐?”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고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을 마치 커밍아웃하듯 비장하게 혹은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들 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떠들든가, 입장을 갖든가, 비판하든가 했으면 좋겠어요” – 38세, 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