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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달기는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했나

배우 심달기는 카메라 앞에서 피고 지고 열매 맺는 꽃 같다.

BYCOSMOPOLITAN2021.03.23
 
재킷 50만4천원 비뮈에트.

재킷 50만4천원 비뮈에트.

사진이 참 잘 나온 것 같아요. 시안 콘셉트가 식물이다 보니 “꽃을 씹어달라”, “넝쿨을 머리에 얹자” 이것저것 막 던진 감도 있는데, 어쩜 그렇게 척척 소화를 잘해요? 오늘 촬영 현장이 다른 때보다 편하고 재미있어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보내주신 시안 레퍼런스에 제가 어릴 때 좋아하던 배우 겸 모델이 있어 반가웠어요. 릴리 콜이오.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문득 달기 씨 탄생화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꽃 이름은 레제다 오도라타고 꽃말이 ‘매력’이래요.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근데 매력 있다는 말은 예쁘다는 말을 못 해서 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거랑은 달라요. 달기 씨 연기를 처음 본 게 넷플릭스 〈페르소나-키스가 죄〉(이하 키스가 죄〉)의 ‘혜복’이었고 〈보건교사 안은영〉의 ‘완수’로 푹 빠졌어요. 눈이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어떤 눈이오? 
 
 
커닝할 때의 뚱하고 초조한 눈이나, 인감 도장 조작할 때 ‘민우’에게 빨리 안 파고 뭐 하냐고  다그치는  눈 말이에요. 집에서 거울 보며 표정 연습을 많이 해요? 오디션 영상 찍을 때 아니면 집에서는 잘 안 해요. 작품에서 감정 신이 있더라도 연습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못 쓸까 봐 아껴둬요. 
 
 
예전 인터뷰에서 평소 감정 기복이 큰 편이라고 했죠. 상태가 좀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요즘은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날 없이 계속 최고조에 머무르는 느낌이에요. 
 
 
계기가 있나요? 이사를 해서요. 하하. 집이 너무 좋아서. 
 
 
아, 그 옥상에서 감나무 보이는 집! SNS에서 봤어요. 제가 딱 찾던 집이에요. 새집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체리 몰딩의 할머니 집 같은 곳에 살고 싶었어요. 다행히 좋은 조건에 얻었고 너무 만족해요. 사방이 다 뚫려 있어요. 
 
 
창이 많은 집이에요? 네. 그게 삶의 질을 바꾸는 것 같아요. 
 
 
4월에 개봉하는 영화 〈더스트맨〉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의 미대생 ‘모아’ 역을 맡았어요. 역시 올해 개봉 예정인 〈최선의 삶〉이 섭외는 먼저 왔지만 프리 프로덕션이 좀 길었어요. 결국 〈더스트맨〉이 저의 첫 장편 영화라 해야겠죠. 일단 우지현 배우님이 상대역이란 얘기를 들어 혹했어요. 궁금했던 배우였거든요. 
 
 
‘모아’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요? 처음 만난 노숙인 ‘태산’에게 옷을 바리바리 싸다주고 지하철역에서 같이 라면까지 먹는 걸 보면 편견 없고 약간 오지랖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저는 한편으로 ‘모아’의 이기심을 생각했어요. ‘태산’과 그를 둘러싼 배경을 작품 활동의 소재로 삼았잖아요. 
 
 
맞아요. 그 부분에서 기존 영화 문법에서의 남녀 역할이 전복됐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모아’가 그런 식으로 ‘태산’을 돕기도 하면서 뽑아갈 것들을 뽑아간 거죠. 창작자들에겐 그런 태도가 다들 조금씩 있잖아요. 제가 촬영하면서 만난 감독님들도 일상에서 늘 모티브를 찾으시더라고요. 
 
 
‘모아’는 야밤에 굴다리에 벽화를 그리고 아침이 되면 깨끗하게 지워져 있는 데서 재미를 느끼죠. 그런 미술적 의도는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궁금해요.  음… 글쎄요. 당시에는 ‘모아’가 그렇다니까 ‘그렇구나’ 했던 것 같아요. 딱히 생각해본 적 없어요? ‘모아’의 전반적인 삶의 태도 아닐까요? ‘모아’가 ‘태산’에게도 그렇고 어디 진득하게 붙어 있을 사람 같지는 않아요.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어디까지 해석할 것인지도 배우의 몫이겠죠.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솔직함이에요. 그 인물이 가진 솔직한 욕망을 파악하는 게 첫 번째죠. 그래야 제가 연기하는 인물을 납득할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모아’는 영화 속에서 굉장히 이타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런 점에서 좀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제가 지금까지 주로 맡았던 인물이 이타심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욕망 덩어리 사고뭉치에 가까웠죠. 남자 친구에게 신발을 사주려고 엄마에게 거짓말로 용돈을 받아내는 〈동아〉의 ‘동아’부터 〈키스가 죄〉의 ‘혜복’, 〈최선의 삶〉의 ‘아람’, 〈보건교사 안은영〉의 ‘완수’까지 모두 날라리 여고생 이미지인데, 〈더스트맨〉의 ‘모아’는 결을 달리하는 인물이에요. 맞아요. 김나경 감독님이 최대한 맑고, 밝고, 명랑한 모습을 원하셨어요. 조금이라도 어두운 분위기가 나오려 하면 엄청 경계하셨죠 “아, 이건 ‘모아’가 아니에요, 제발”, “조금만 더 밝게!” 하시면서요. 하하. 
 
 
김나경 감독님이 워낙 장면 하나하나를 촘촘하게 구성해놓는 편이라면서요. 제가 겪었던 다른 감독님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풀어놓는 편이었는데, 정반대 스타일인 감독님을 만나서 얻은 것도 많아요. 특히 테크닉적으로요.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연기하는 법이라든가. 
 
 
슬슬 얼굴을 알린 게 2018년 개봉한 〈동아〉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연기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요. 〈동아〉 찍을 때 확신이 없었어요. 뭐든 다 처음이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게 맞는지 전혀 몰랐죠. 영화가 호평받는데도 믿기 힘들었어요. ‘뭐가 잘한다는 거지?’ 싶고요. 아무래도 안목이 잘 형성돼 있지 않은 시기라 더 그랬겠죠. 잘하는 배우, 닮고 싶은 배우는 늘 있었지만 제 모습은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냥 저 자신이니까요. 아직도 뭐가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혹시 연기 천재라서가 아닐까요? 저를 보면서 잘한다고 느낄 때가 별로 없어요. 다행히 그 부분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 받는 편은 아니에요. 그때 최선을 다해 연기한 거니까. 다시 찍어도 더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봐요. 
 
 
연기할 때 인물에 완전히 녹아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요새는 특히 그렇죠. 완전 신인일 때는 제 안에서 나오는 본능대로 연기해도 관객들은 그 인물 자체로 볼 수밖에 없었잖아요. 제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욕심이 생기죠. 정말 그 인물처럼 보이기 위한 요소를 고민하고 연습해요. 평소 사람들 습관을 관찰했다가 연기할 때 쓰기도 하고요. 
 
 
톱 24만원 가니. 드레스 48만7천원 비뮈에트. 목걸이 16만9천원 배배. 스니커즈 9만5천원 컨버스.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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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작을 예로 들어볼까요?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완수’ 연기할 땐 어땠어요? 제가 갖고 있는 가장 예민하고 짜증스러운 모습을 총동원했죠. 그런 시니컬한 캐릭터를 맡으면 자유롭지 못해 더 어려워요. 인물의 고유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니까 감정을 변주하기가 까다롭죠. 
 
 
〈키스가 죄〉의 ‘혜복’ 때는요? 장난스러운 모습? 또 ‘한나’가 ‘혜복’에게 친구기도 하지만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혜복’은 ‘한나’에게 제가 연애할 때 많이 드러나는 면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의지했단 말인가요? 어릴 때 저는 친구에게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웠거든요. 가족한테나 그러지, 친구에게는 늘 넘지 못하는 선이 있었어요. 그런데 ‘혜복’은 ‘한나’에게 그런 선을 두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나’ 역의 아이유와 그렇게 친해질 수 있었군요.  네. 지금도 계속 연락해요. 
 
 
생일 때 아이유로부터 공구를 선물받은 적도 있죠? 집에 전동 드라이버는 있는데 전동 드릴이 없었거든요. 중고로도 사봤는데 배터리가 시원찮았어요. 드릴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메신저 위시 리스트에 드릴을 하나 넣어뒀는데 아이유 언니가 매니저 연락처로 보내줬어요. 
 
 
전동 드릴이 왜 필요했어요? 이사한 집이 오래되다 보니 세면대도 없고 이것저것 고칠 게 많았거든요. 
 
 
직접 다 고치고 설치한 거예요? 네. 은근히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세면대가 있는 자리에는 원래 샤워기가 있었는데 떼어서 세탁기 있던 자리에 다시 달았어요. 샤워 커튼도 설치하고요. 부모님 집에도 타일을 새로 해야 했는데 따로 업체를 부르지 않고 가족끼리 모여서 한 장 한 장 직접 붙인 적도 있어요. 
 
 
평소 성격은 어때요? 예를 들면 주로 맡았던 여고생 캐릭터처럼 반항적인 면이 있다거나? 반항기가 아주 없진 않아요. 하하. 기분 안 좋은 상황에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는 않는 정도? 예를 들면 학교 다닐 때의 저는 단체로 혼날 때 늘 혼자 웃고 있어 한 소리 듣는 애였어요. 
 
 
왜 웃고 있었어요? 집중 안 하고 장난치고 있었겠죠, 뭐. 제 좋은 기분을 망치는 게 싫었어요. 
 
 
재미 삼아 묻는 거지만 혹시 MBTI가 뭐예요? 할 때마다 다른데 ENTP가 제일 많이 나와요. 그러고 보니 ENTP 성격이 복종하는 걸 싫어한대요. 저는 혼날 때 그 가라앉은 분위기에 제 분위기를 맞추는 것 자체를 복종한다고 느껴 싫어하거든요. 친구들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너 왜 그렇게 반항적이야”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대안 학교를 다녔다고 알고 있어요. 부모님이 오빠를 중학생 때 먼저 대안 학교에 보내셨어요. 저는 당시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가 ‘놀토’가 있던 시기예요. 그러니까 2주에 한 번씩은 토요일에 놀지만 거꾸로 말해 2주에 한 번은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가야 했죠. 그런데 오빠는 토요일이면 늘 집에 있는 거예요. 그게 부러워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 가게 됐어요. 
 
 
결국은 더 놀고 싶어 간 거였네요. 일반 학교 다닐 때 자세 똑바로 하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었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가 그런 면이 좀 심했거든요. 
 
 
대안 학교 생활은 잘 맞았나요? 재미있었어요. 일단 못 하게 하는 게 딱히 없어 좋았어요. 
 
 
18살 무렵 선생님 추천으로 필름 메이커스에 처음 등록했다고요. 그땐 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선 상태는 아니었어요. 다만 학교에서 하는 연극에 참여하고 있었죠. 근대 희곡 작품을 많이 했는데, 〈도덕적 도둑〉이라는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온 집의 주인 ‘안나’ 역이었죠. 선생님이 막연하게 “필름 메이커스에 한번 프로필 올려봐”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대학생들 과제차 촬영한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게 첫 작품이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연극을 하셨다면서요. 아빠가 연출, 엄마가 연기를 하셨죠. 
 
 
나중에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아뇨. 그런 생각은 없어요. 확고한 말투네요. 영화 연출은 제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잘 아는 타입인가 봐요. 저는 아직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시간 낭비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땐 그런 욕구를 확실히 해소해야 해요. 배우라는 직업도 완전히 능동적인 일이 아니라 요구받는 대로 표현하는 입장이잖아요. 저 혼자 온전히 이끌어가는 활동에 대한 욕구가 쌓여 있었는데 요즘은 집 꾸미기하면서 풀고 있거든요. 
 
 
옷 사는 것도 좋아하죠? 빈티지를 주로 입는 것 같던데요. 학생 때 돈이 없어 구제 숍을 많이 다녔죠. 하하. 
 
 
SNS에서 ‘심달기 애착옷’에 대한 내용을 봤어요. 라이브 방송 때마다 입는 티셔츠가 있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완수’를 연기할 때도 입은 적 있다고요. 그날 촬영할 때 입고 갔거든요. 당시 의상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벌 입어봤는데, 제가 그냥 지금 입은 티셔츠 위에 교복을 입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감독님도 의상 감독님도 오케이하셨어요. 〈유열의 음악앨범〉 때도 같은 티셔츠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다가 비슷한 일이 있었죠. 짧은 교복 치마 의상이었는데 안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라 하셨어요. 
 
 
그 정도면 애착옷 맞네요. 나중에 더 유명해지면 경매에 부치세요. 제가 살게요. 하하. 진짜 편한 옷이긴 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길 가다가 구제 숍에서 샀는데 엠보싱이 돼 있어 쫀쫀하고 목도 잘 안 늘어나요! 
 
 
달기 씨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예요. 장기적으로 영화 신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싶은가요? 음… 그렇게까지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지만 제작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좀 있어요. 저예산 독립 영화는 종종 스태프들의 환경이 열악할 때가 있으니까요. 제가 배우로서 볼 수 없는 면들이 있잖아요. 
 
 
그런 위치가 됐을 때 또 인터뷰하면 좋겠네요. 다시 연락할 테니 저 꼭 기억해주세요. 그럼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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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KIM SIN AE
  • art designer 오신혜
  • Stylist 김보라
  • Hair 박규빈
  • Makeup 이아영
  • Prop Stylist 식물상점
  • Assistant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