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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가면 이곳! 산속에 숨은 맛집 리스트

야외 활동의 기쁨이 배가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답답한 체육관이나 밀집 시설을 벗어나 산을 오르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면, 하산길에 호박 넝쿨처럼 맛집이 주르륵 딸려 온다는 것. 서울 시내와 근교의 유명 등산 코스에서 꼭 한 번쯤 가보면 좋을 식당만 골라 짝지어봤다.

BYCOSMOPOLITAN2020.10.27

절경을 지척에 두고 받는 정성스러운 밥상, 관악산×소담원

조미료 없이 멸치와 채소로 국물을 진하게 우린 바지락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면 보기에도 푸짐한 뚝배기에 내어준다.

조미료 없이 멸치와 채소로 국물을 진하게 우린 바지락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면 보기에도 푸짐한 뚝배기에 내어준다.

관악산에 오면 소담원에서 주꾸미볶음을 꼭 먹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등산 뒤 축 처진 온몸에 배 속부터 빳빳하게 생기를 채워줄 보양식이다. 이 집 주꾸미는 적당히 잘 데쳐 탱글탱글하고 부드럽다.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볶음 소스는 너무 맵거나 짜지 않으며, 과일을 갈아 넣어 은근한 단맛이 난다. 같이 나오는 나물 반찬도 정갈하기는 매한가지다. 주꾸미볶음 외에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닭고기를 잘게 찢어 넣은 뽀얀 국물의 닭칼국수, 그리고 멸치 육수에 갖은 채소를 넣어 맑게 끓인 국물에 바지락을 한 바가지 가득 넣은 바지락칼국수다. 홍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한 맛이 나고, 면은 식당에서 손수 뽑은 것으로만 사용한다. 부엌을 담당하는 노모가 주인인데, 10년 가까이 다른 식당을 운영하며 일식부터 양식까지 고루 경험해 음식에 대한 기본기가 남다르다. 동명의 분재 숍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 황토와 한지로 벽을 바른 층고 높은 내부 곳곳에 놓아둔 분재나 도자기 등 인테리어 소품에서 그만의 감각이 십분 묻어난다. 서울 시내 산에서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연주대 코스로 등반하고 난 뒤, 이곳에서 그 시각적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관악산 등산로 입구와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등산객들 사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이기도 하다.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 바로 옆에 있으니, 함께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ADD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476번길 70-8
TIME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첫째·셋째 주 월요일 휴무)
PRICE 주꾸미볶음 1만3천원, 닭칼국수·바지락칼국수 8천원
TEL 0507-1400-5536
 

땅을 걷고 땅에서 자란 나물을 먹다, 예봉산×팔당자연애

미나리는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평소보다 주량이 조금 늘어난 듯한 건 기분 탓이 아니란 얘기. ‘아묻따’ 한 잔 더!

미나리는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평소보다 주량이 조금 늘어난 듯한 건 기분 탓이 아니란 얘기. ‘아묻따’ 한 잔 더!

도심을 살짝 벗어나 남양주시에 위치한 예봉산에 올랐다면, 도시에서 자주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어 완벽한 산행 코스를 마무리하자. 등산로 출입구와 맞닿은 이곳은 싱싱한 나물을 원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인근 밭에서 손수 기른 미나리를 듬뿍 넣은 밭미나리전. 밀가루 범벅에 시늉만 한 미나리전이 아니라, 밀가루는 재료와 엉길 정도로만 살짝 섞어 오롯이 미나리가 주인공인 미나리전이다. 물에서 키운 미나리와 달리 밭에서 키운 미나리는 햇빛을 훨씬 많이 받는 데다 해충의 영향을 받지 않아 줄기가 깨끗하고 쓴맛이 적다. 수북이 쌓은 미나리가 철판 위에서 납작하게 달궈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내는데, 미나리의 향긋한 풍미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여기에 생미나리를 갈아 넣은 미나리막걸리를 함께 곁들이면 입안에 수풀을 머금은 듯 산뜻한 향이 가득 퍼진다. 이 밖에 역시 방풍나물 함량이 90%는 족히 넘는 듯한 방풍나물전, 흔히 볼 수 있는 말린 곤드레가 아닌 생곤드레를 두껍게 얹어주는 생곤드레밥, 직접 띄운 메주로 끓인 된장찌개, 수수 100%로 만든 디저트 수수부꾸미도 인기다.
ADD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로139번길 43
TIME 오전 11시~오후 8시(주말 오전 9시 30분부터, 첫째·셋째 주 수요일 휴무)
PRICE 밭미나리전 1만원, 방풍나물전 1만2천원, 생곤드레밥+된장찌개 8천원, 미나리막걸리 5천원
TEL 0507-1307-5208
 

‘빡 센’ 등산은 하드보일드 안주로 마무리, 북한산ⅹ목포홍탁

무침과 회, 찜 순서대로 초급, 중급, 상급자용. 단, 가격은 평등하다. 홍어를 주문하면 얼큰한 콩나물국과 미나리무침이 언제나 세트로 나온다.

무침과 회, 찜 순서대로 초급, 중급, 상급자용. 단, 가격은 평등하다. 홍어를 주문하면 얼큰한 콩나물국과 미나리무침이 언제나 세트로 나온다.

목포에서 유래한 홍어와 탁주(막걸리)의 조합이라는 뜻의 ‘목포홍탁’은 여러 곳이 있지만, 우이역 바로 앞에 자리한 이곳은 북한산 목포홍탁의 고유명사다. 그도 그럴 것이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딱 3가지만 팔았다. 홍어무침, 홍어회, 홍어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홍어회지만 마니아들은 찜을 선호하는데, 쪘을 때 오히려 톡 쏘는 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 미나리와 함께 한 점 입속에 넣고, 막걸리를 한 모금 머금으면 군내를 잡아주면서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삭히는 과정에서 뼈도 물러진 회는 오독오독 씹는 맛이 좋고, 팔뚝만 한 크기로 담겨 나오는 찜은 존득존득하다. 인생의 절반가량을 매일같이 혼자서 홍어를 삭히고 무치고 쪄내고, 미나리를 다듬는 데 보낸 주인아주머니는 “비결은 무슨, 그냥 감이야”라는 말을 던지며 홍어 살을 툭툭 썰어 접시에 각 잡아 담아낸다. 테이블은 5개 남짓한 아담한 식당이지만 포장 주문 요청도 많아 손은 늘 쉴 새가 없다. 오후 3시부터 여는 이곳에서는 낮에 방문해도 홍어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 걸치는 단골손님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벽에 걸린 연꽃 액자도, “신선이 내려온다”라고 쓰여 있는 나무패도 모두 산을 좋아하는 단골손님들이 선물한 것들이다. 평소에는 새벽 1시까지 운영하니, 등산 후 2차로 들르기에도 좋다.
ADD 강북구 삼양로 522
TIME 오후 3시~새벽 1시
PRICE 홍어무침·홍어회·홍어찜 2만원
TEL 902-1555
 

계곡에서 즐기는 알짜배기 해신탕, 수락산×수락산 공주집

메뉴는 바뀌어도 40년의 내공은 그대로다. 해신탕 한 그릇이면 기차바위를 오르느라 뺏긴 기운을 족히 채우고도 남는다.

메뉴는 바뀌어도 40년의 내공은 그대로다. 해신탕 한 그릇이면 기차바위를 오르느라 뺏긴 기운을 족히 채우고도 남는다.

수락산 초입의 벽운계곡과 40년을 함께한 노포. 예전에는 다른 메뉴를 팔았지만 지금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채워주는 해신탕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따로 간을 하지 않고 9가지 식물성 약재를 넣어 끓인 맑은 국물은 토종닭의 고소한 향과 해산물의 짭조름한 맛이 그대로 배어 있다. 가업을 이은 젊은 부부가 발품 팔아 서울 시내 해신탕 맛집을 돌아다닌 뒤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완성한 레시피다. 냄비에는 로브스터, 문어, 키조개, 대하, 새우, 전복, 가리비, 바지락, 돌조개, 백생합 등 철 따라 가장 맛있는 해물이 빈틈 없이 꽉꽉 채워져 있는데, 죽까지 끓여 싹싹 긁어 먹고 나면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부부의 철학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노모가 직접 키운 배추에 식당에서 손수 짠 기름으로 매콤달콤하게 버무린 도토리묵무침도 별미다. 공주집은 노모부터 손녀까지 3대가 이모저모 식당에 기여하는 집인 만큼 남녀노소의 마음을 모두 헤아린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부모님이라서, 아이를 데려오면 아이라서 나름의 배려를 톡톡히 해준다. 야외에도 2m 간격으로 테이블이 있어 깊어가는 가을 계곡 물소리를 배경 삼아 한잔 기울이기에 그만이다.  
ADD 노원구 동일로250길 83
TIME 오전 11시~오후 9시
PRICE 해신탕(2~3인) 8만5천원, 로브스터해신탕(3~4인) 12만원
TEL 938-9636
 

‘등린이’들의 취향 저격! 요즘 두붓집, 청계산ⅹ리숨두부

숨두부를 주문하면 딸려 나오는 간장에는 능이버섯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먹는 중간중간 두유 드링킹은 필수.

숨두부를 주문하면 딸려 나오는 간장에는 능이버섯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먹는 중간중간 두유 드링킹은 필수.

두부는 맛은 소박할지 몰라도, 만드는 일은 김장 못지않은 집안의 대사로 꼽힐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이다. ‘리숨’은 ‘다시 숨 쉬다(re+숨)’라는 뜻으로, 두부를 굳히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짜내지 않고 간수가 서서히 배어 나오도록 하는 제조 방법을 담은 이름이다. 자연히 수분 함량이 높아 시중의 두부보다 훨씬 더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시그너처인 숨두부를 주문하면 아랫단에 서리태를, 윗단에 백태를 넣고 만든 2단 재래식 공정이 엿보이는 컬러블록 두부가 나온다. 콩은 전국 각지에서 그때그때 가장 맛이 좋은 콩을 구입하는데, 카운터에 원산지 증명서 명부를 붙여놓았을 만큼 원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확실하다. 삶지 않고 만들어 콩의 영양분을 최대한 보유한 검은콩국수는 온냉 선택이 가능하며 숨두부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 이 외에도 뚝배기에 자작자작하게 담아주는 검은콩초두부, 두부버섯전골, 매콤하게 조려낸 짜박두부 등 두부의 변주는 끝이 없다. 주당이라면 매달 다른 지역의 양조장에서 가져오는 막걸리를 선보이는 ‘월간 술곳간’도 눈여겨볼 것. 안동소주부터 문경바람까지, 다양한 전통주도 취급한다.
ADD 서초구 원터4길 7
TIME 오전 10시~오후 9시(주말 오전 9시부터)
PRICE 숨두부 1만원, 검은콩국수 1만원, 짜박두부 1만8천원
TEL 1833-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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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예린
  • photo by 홍경표
  • digital design 김지은